누리소통망 인간관계 스트레스 - nulisotongmang ingangwangye seuteules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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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들을 많이 떠나보낸 한 해였다. 여전히 가해자는 잘 살아가지만 피해자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밀려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범죄 피해의 생존자들을 지지하고 더 이상 소중한 사람을 잃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성폭력이나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 등의 트라우마가 자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만약 주변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나라도 먼저 눈치채고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충격적인 일을 경험하고나면 흔히 그 일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겼다고들 이야기 한다. 하지만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고 해서 모두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은 아니며 PTSD는 다음의 증상을 동반한다.

1) 충격적인 사건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눈 앞에 재현되거나 머리 속에서 불현듯 떠오른다. 사건에 대한 악몽을 반복해서 꾸기도 한다.

2) 해당 사건과 관련이 있거나 그 일을 떠오르게 만드는 자극들로부터 도피하게 된다. 또는 감정적으로 무감각하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마비 상태가 되기도 한다,

3) 과각성상태를 보이기도 해서 주의 집중이 힘들고 작은 인기척에도 화들짝 놀라거나 계속해서 안절부절한 상태를 보인다.

영국 맨체스터대의 심리학자 마리아 파나지오티 교수 연구팀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사건이 충격적인 정도가 심하고 지속된 기간이 길며 오래 전보다 최근에 일어났을수록 더 높은 확률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나타나며 남성보다 여성이 약 두 배 정도 더 높은 비율로 PTSD를 경험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자연재해, 목숨이 위험했던 다양한 사건 사고 중에서도 성폭력, 신체적 학대,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더 높은 확률로 PTSD를 동반하는 경향을 보인다. 

많은 PTSD 환자들이 분노와 불안, 소외감, 죄책감, 불신 같은 부정적 감정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며 다른 정신질환을 앓을 확률 또한 높은 편이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환자들의 약 29%가 자살 행동을 보이는데 PTSD 환자들은 이 수치보다도 더 높은 약 57%가 자살 행동을 보인다. 

PTSD를 겪는데는 과거의 상처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 성적, 신체적 학대를 겪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이후 PTSD를 더 많이 겪고 자살 행동 또한 더 많이 보였다는 연구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과거력이 없어도 PTSD는 여전히 자살 시도와 관련을 보였다고 한다. 

이제 다 끝이라는 느낌

심리적으로는 더 이상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든가 앞으로 뭘 위해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미감, 방향감각 상실이 PTSD환자들의 자살 시도와 관련을 보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자살은 지금의 괴로움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시급히 탈출하는 행위로 알려져 있다. PTSD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이 탈출하고 싶은 마음과 여전히 할 게 남아 있다는 마음이 계속해서 싸우는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이 때 희망이나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계속 싸워도 고통만 심해질 뿐 더 나아질 것이 없다는 좌절과 무기력이 자살 시도를 불러올 수 있다고 한다. 

일례로 한 연구(Ami et al., 1999)에 의하면 문제 해결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모으며 대안을 살피는 능력의 상실, 이 일이 생각보다 싸워서 이겨볼만한 일일지도 모르겠다거나 어쩌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일의 심각성을 낮게 생각해보는 능력의 상실, 이게 아니더라도 다른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며 대안을 고려해볼 상황적 능력적 여유가 없는 것 등이 PTSD환자들의 자살시도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속시원하게 힘들다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웃는 얼굴을 하는 등 자신의 괴로움을 감추는 감정의 억압 또한 자살 시도와 큰 관련을 보였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느낌 또는 실제 그런 상황, 새로운 위험을 계속해서 감지하고 몸을 사려야 하는 상황, 속마음을 꾹 감춰야만 하는 상황 등이 자살 시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다. 

너도 뭔가 잘못한 게 있었을 거라며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더 비난하는 사회, 피해자 비난하기와 물어뜯기에 함께 가세하는 언론, 소위 ‘진정한 피해자’답게 항상 처신이 올바라야 하고 절대 감정적이어서는 안 되며 힘들다는 소리를 하거나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는 사람들의 시선 모두가 피해자를 사지로 내모는 원흉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 등의 기타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술, 약물 중독 등을 보이는 경우 자살 시도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은 결국 외로워서 죽는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느낀다면 살아가지만 이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버려진 느낌을 받게 되면 그 때가 바로 세상을 등지는 순간이라고. 미약하지만 내가 너의 미래에 동참하겠다고 함께 걸어가겠다고 소리 높여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피해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진다면 안타까운 선택을 조금이나마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참고자료 

-Amir, M., Kaplan, Z., Efroni, R., & Kotler, M. (1999). Suicide risk and coping styles in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atients. Psychotherapy and Psychosomatics, 68, 76-81.

-Panagioti, M., Gooding, P., & Tarrier, N. (2009).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and suicidal behavior: A narrative review. Clinical Psychology Review, 29, 471-482.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오늘날 SNS는 사람들의 주요한 관계 유지 수단이다. 직접 만나지 않고도 SNS를 통해 비교적 쉽게 관계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학신문』은 20대가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방식에 관해 들여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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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컴퓨터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 CMC) 개념 틀 안에서 이해된다. CMC란 사람 간의 소통을 컴퓨터가 매개하는 것을 뜻한다. 카카오톡 대화가 대표적이다. SNS는 CMC의 한 종류로, 일대일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CMC다.

사람 간 소통을 컴퓨터가 매개할 때의 가장 큰 차이는 눈빛, 몸짓, 표정 등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맥락적 단서들이 누락된다는 것이다. 대신에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활자 그 자체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정일권 교수(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제안을 거절하는 상황에서 직접 얼굴을 보고 거절하면 미안해하는 눈빛과 같은 정보를 같이 받아들이면서 마음이 누그러지는 측면이 있다”라며 “컴퓨터를 통하게 되면 그런 정보가 제외되고 거절이라는 메시지의 내용만이 남을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말했다.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실시간성을 강화하고 이모티콘이나 짤방*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이런 맥락적 단서의 결여는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유지되는 관계가 피상적이고 약한 수준에 그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여러 커뮤니케이션학 연구는 이런 통념과는 다르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면대면 커뮤니케이션만큼의 친밀도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소셜한가?』의 저자 유승호는 물리적인 가까움보다 심리적으로 느끼는 가까움인 ‘지각된 근접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나은영 교수(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는 “미디어에 친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SNS로 하는 대화와 오프라인에서 하는 대화의 차이를 크게 지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맥락적 단서의 결여는 대화에 임하는 개인의 솔직함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 교수는 “어떤 사람은 대화 상대가 어느 정도 가려져 있는 상태에서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라면서도 “한편 온라인으로는 실제 속마음과 다른 이야기를 해도 들통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위장의 유혹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라며 일관된 경향은 없다고 말했다.

SNS에서 말하고, 듣고, 공감하는 법

말하기, 듣기, 공감하기와 같이 커뮤니케이션의 기저를 이루는 행동은 SNS에서 다양한 기능으로 나타난다. SNS에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자기노출’ 행위는 관계 유지의 밑바탕이 된다. 나은영 교수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상대방과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가고 싶고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한다”이라며 ‘소통적 자기 제시’의 개념을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자기노출 행위는 주로 ‘피드’ 또는 ‘스토리’를 통해 이뤄진다. 스토리는 24시간 동안만 타인에게 노출되고 사라진다는 점에서 삭제하지 않는 이상 계속 남아있는 피드와 차이가 있다. 인스타그램에서의 자기노출 행위에 관해 윤규진 씨(종교학과·20)는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는 노래를 스토리로 올렸는데 친구들과 공감대를 얻고 대화의 물꼬가 트인 적이 있었다”라며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내가 듣는 음악을 자주 올린다”라고 말했다. 

SNS가 없던 시기의 자기노출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자신의 정보를 한 번에 다수의 대중에게 공개할 수 있다. 이런 자기노출 방식은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거나 지인의 소식을 접하게 하는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 정일권 교수는 “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대놓고 떠벌리기는 민망하지만, SNS에 수상 사진 한 장을 슬쩍 올리기만 하면 축하 인사를 받을 수 있다”라며 “마찬가지로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지인의 근황을 쉽게 알 수 있어 안부를 직접 묻는 수고로움과 심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이 일방적 공개의 성격을 띠는 자기노출에서는, SNS 사용자가 자기노출과 사생활 보호 사이에서 끊임없는 심리적 긴장을 경험하게 된다. 나 교수는 “SNS 이용자는 자기노출 시의 이익과 위험을 모두 고려해 자기노출 여부를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윤규진 씨는 정치적 견해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에 관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기에 올리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자신이 올린 사진이나 동영상을 특정 사람만 볼 수 있게 하는 인스타그램의 ‘친한 친구’ 기능은 이런 긴장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채연 씨(인류학과·19)는 “음식 사진 외에 좋아하는 드라마 장면이나 후기를 ‘친한 친구’만 볼 수 있게 스토리로 올린다”라며 친하지 않은 사람까지도 사적인 내용을 알게 되는 것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한편 자기노출은 한꺼번에 많은 사람에게 행해지는 탓에 SNS 사용자가 ‘자기 검열’을 하도록 만든다. 서지선 씨(정치외교학부·21)는 “어떤 사적인 만남이 다른 사람을 서운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올리는 것을 꺼리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스타그램에서 듣기와 공감 행동은 어떻게 수행될까. 인스타그램은 게시물에 공개적으로 댓글을 다는 기능 외에도 스토리의 작성자만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답장 기능을 제공한다. 스토리를 보고 그에 대한 반응을 DM(Direct Message)으로 전할 수 있다. 이희망 씨(인하대 경영학과·21)는 “친구들의 스토리에서 공감 가는 부분이 있거나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스토리 답장 기능을 활용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반면 김채연 씨는 “친한 친구가 스토리를 올렸거나 교류가 뜸해진 친구와 연락을 다시 이어 나가기 위해 스토리 답장 기능을 활용한다”라며 스토리 답장 기능의 서로 다른 활용법을 말했다.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기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반응 행동이다. 그러나 좋아요가 공감 행동인지에 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다분하다. 정일권 교수는 “정말 좋다고 생각해서 누르는 좋아요와 무의식적으로 누르는 좋아요의 의미는 같지 않다”라며 “좋아요가 모두의 글에 손쉽게 눌러질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면, 역으로 좋아요를 받지 못한 것이 의미를 갖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SNS 사용자들은 각각 어떤 상황에서 좋아요를 누를까. 서지선 씨는 “불특정 다수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다”라고 답했다. 반면 윤규진 씨는 “친구들이 정제된 형태로 정성껏 피드를 올리는데 그것을 확인했다는 의미로, 마치 방명록을 남기는 느낌으로 좋아요를 누른다”라고 답했다. 김채연 씨 역시 “친한 친구들이 게시물을 올리면 거의 모든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준다”라며 “좋아요의 개수를 늘려준다는 측면이 강하다”라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의 기능은 아니지만 ‘선물하기’는 SNS를 통해 더욱 활성화된 관계 유지 행위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처럼 간편하게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등장은 선물 행위의 일상화를 가져왔고, 이는 다시 선물을 주고받는 관계의 폭을 넓혔다. 김채연 씨는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워낙 편하다 보니 선물을 더 많은 사람에게 자주 하는 환경이 됐다”라며 “해당 기능이 없었더라면 실제로 자주 만나지 않는 친구들과는 선물을 주고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 박세진 전임연구원은 “선물 행위의 기저에는 자신이 느끼는 관계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이 상대에게 전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한다”라며 선물 행위의 본질을 짚었다. 그는 이어 “내가 이 사람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인가를 확인받고 싶다는 심리가 마음에도 없는 선물을 하게 만든다”라며 “선물을 주고받기 편리해진 환경이 약한 유대 관계에서도 이런 심리가 활발하게 작용하도록 만드는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SNS 관계 맺기의 한계, 그리고 그 미래

우리는 SNS를 통해 사람과의 연결을 유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사람과의 과잉 연결로 인한 인간관계 피로를 겪을 수도 있다. 나은영 교수는 “과잉 연결은 남과 나를 비교하는 ‘사회 비교과정’(Social Comparison)을 촉진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지선 씨도 “SNS를 사용하면서 스스로와 남을 많이 비교하게 됐다”라며 “타인의 삶에서 가장 밝은 부분과 내 삶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을 무의식적으로 비교하게 돼 스트레스를 받고는 했다”라고 말했다.

SNS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나 교수는 SNS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딛고 진화하리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디어를 경유한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경우에든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닮아 가려고 애를 쓴다”라며 ‘스냅챗’의 예시를 들었다. 스냅챗에서는 내가 올린 콘텐츠를 특정 사람들이 모두 열람하면 해당 사진이나 동영상이 바로 사라진다. 나 교수는 “이 기능은 개인이 노출한 정보가 지속적인 기록으로 남지 않는 대면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을 온라인에서도 실현하고자 한 시도다”라고 평가했다. 

우리가 맺는 관계를 전부 SNS로 유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SNS는 여전히 관계 지향적 매체로서 인간관계의 일정 부분을 유지하는 공간으로 남을 것이다. 디지털 매체에서 갖춰야 하는 시민적 자질인 ‘디지털 시민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소셜 미디어 리터러시』의 저자 김양은은 SNS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과 사적인 정보나 견해를 적절한 수위로 조절해 표현하는 능력을 포괄하는 디지털 시민성의 덕목을 강조한다. 개인이 콘텐츠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라는 SNS의 특성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관계 맺기의 질서를 이해하는 것이 디지털 시대의 인간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능력이 될 수 있다.

SNS에서 어느 정도가 적절한 자기노출인가에 대해 타인과 생각이 다르다고 느낀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SNS라는 공간을 이해하는 저마다의 기준과 신념을 가지고 있다. 나와 다른 SNS 사용자를 마주하더라도 그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존중함과 동시에, 디지털 시민성의 자질을 갖출 때 SNS를 통한, 그리고 SNS를 초월하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짤방: 감정 및 상황 표현에 사용하기 위해 방송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캡처한 사진.

삽화: 정다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