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신학과 교수 파면 - yeonsedae sinhaggwa gyosu pamyeon

지난 2020년 12월, 성평등센터에 접수된 한 신고로 인해 전 신과대 J 교수의 성폭행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후 6개월 만인 7월 초, J 교수의 파면이 결정됐다. 교원 징계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가 내려진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J 교수,
파면되기까지

지난 2020년 12월부터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 성평등센터, 인권센터 등 3곳에 J 교수에 대한 고발이 접수됐다. 해당 신고에서는 지도 대학원생들에 대한 성폭력, 친인척 부당 입시 등이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 지위를 이용해 다수의 제자들에게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요구하고 친인척의 대학원 입시에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신고 접수 후 성평등센터는 학생위원과 교수위원을 포함한 성폭력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구성해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를 마친 2월 말, 대책위 의결 사항 및 파면 요구를 교원징계위원회(아래 징계위)에 전달했다. 징계 요구를 전달받은 징계위는 소정의 절차를 거쳐 J 교수를 파면했다.

성평등센터는 연합신학대학원(아래 연신원)에 징계 요구 공문과 함께 ▲2차 피해 방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성평등센터 측은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와 심의는 지난 2월에 종결했으나,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해서 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K 교수의 2차 가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신과대 학장이었던 K 교수의 2차 가해 의혹이 일었다. 연신원 박사과정생 A씨는 성평등센터에 J 교수의 성폭력을 신고하기 전 K 교수에게 신고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A씨는 신고 계획을 전달받은 K 교수가 신고를 만류하고 피해자를 추정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A씨가 제공한 녹취록에는 ‘증거 없으면 무고죄가 될 수도 있다’, ‘당신이 보고한 피해 여성이 혹시 ○○○ 아니야?’ 등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A씨는 K 교수의 행동이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얘기했다.

K 교수는 이에 대해 공동체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던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고를 막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며 “듣는 사람에게 만류하려는 의도로 비쳤다면 내 실수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성평등센터가 K교수의 2차 가해 관련 제보를 접수했지만 K 교수에 대한 조사나 징계 요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성평등센터 관계자는 “K 교수 사안도 관련 사안으로 조사 및 심의했지만, 징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이 결과에 불만족하면 재심을 요청할 수도 있지만, 따로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사건이 알려지자 K 교수는 지난 7월 28일, 연신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글에는 J 교수의 파면 사실과 학장으로서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2차 가해 의혹이 있는 K 교수가 후속 조치를 담당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일자, 8월 초 K 교수는 학장직을 사임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신과대와 연신원 교수단은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를 꾸려 8월 5일 새로운 사과문을 게시했다. ▲피해자 보호 및 분리 ▲인권침해 및 성폭력 조사의 정기적 수행 ▲위계적이고 성차별적인 문화 개선 ▲자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및 활성화 등이 그 골자다.

현재 사건의 중심에 선 J 교수는 파면 후 미국에서 안식월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 교수의 2차 가해 의혹에 대한 갑론을박 역시 진행 중이다. 제보자 A씨 등 피해자들이 비대위와 학교본부에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향후 사건 처리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글  김민정 기자

김서현 기자

“명예롭게 은퇴하시게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뜻대로 잘 안 되네.”

신과대 J 교수가 성추문 및 부정 입시 관련 의혹으로 파면된 이후 2차 가해 논란에 빠진 K 교수의 발언이다. K 교수는 학장 재임 당시 J 교수의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관련 기사 0호 ‘연세 신학을 뒤흔든 ‘신과대 J 교수’ 파면… 그 이후는?’> 논란이 커지자 신과대 교수진은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를 구성했고, 동문회와 학내 구성원들은 입장문 등을 통해 연이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연세대 신학과 교수 파면 - yeonsedae sinhaggwa gyosu pamyeon
▶▶ 신과대 J교수가 성추문 및 부정입시 관련의혹으로 파면됐다. 이 과정에서 신과대 내에 존재하는 위계적 문화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시작부터 삐끗했던 대응?
K 교수 2차 가해 의혹의 내막은

J 교수 사건을 공론화한 제보자 A씨는 K 교수가 J 교수의 성폭력 및 사학비리 사건에 대한 제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사 없이 명예퇴직을 성사시키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K 교수와 식사 자리에서 J 교수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얘기하던 중, K 교수는 연합신학대학원(아래 연신원) 부원장 H 교수와 해당 사건에 대해 논의하라고 권유했다. 이에 A씨는 H 교수와 상담을 진행했고, H 교수의 권유대로 교내 성평등센터에 신고할 것을 결심했다. 그러나 A씨는 K 교수에게 해당 사건을 신고할 예정임을 알리자, 그가 신고를 만류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H 교수와의 상담 내용에 대해 질문하며 J 교수가 명예퇴직으로 마무리됐으면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A씨는 지난 1월 K 교수와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2차 가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면 내부에서 해결하는 게 좋다” 등 A씨를 탓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현재 A씨는 성평등센터에 K 교수의 성폭력 사건 관련 2차 가해에 대한 재조사를 신청한 상태다. 한편 K 교수는 “A씨가 자퇴서를 내면서 신고한다기에 이를 말리기 위한 것이었다”며 “신고를 막으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받아들여졌다면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또한 당시 J 교수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K 교수는 “J 교수가 파면되기 전까지는 성폭력 사건을 알지 못했다”며 “성평등센터에 사건이 접수되면 비밀리에 조사가 진행되기에 직접 관련자 이외에는 조사 사실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성평등센터는 지난 2월 징계위원회에 J 교수 파면과 신과대 차원의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와는 별개로 A씨는 성평등센터의 상위 기구인 윤리인권위원회(아래 윤리위) 인권센터에 J 교수의 인권 침해 사건 조사를 신청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K 교수는 A씨에게 윤리위원장과 인권센터장을 거론한 점, A씨의 기타 문제 사안들에 관해 언급한 사실 등의 이유로 4월 26일 윤리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윤리위는 결정문에서 “A씨가 충분히 위협에 가까운 감정을 느낄 만 하기 때문에 A씨에 대한 2차 가해로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윤리위원장, 인권센터장을 언급하는 등 A씨를 위협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적시했다. A씨가 인권 침해 구제 수단이 없어졌다고 느끼게 만들고, 윤리위의 중립성을 해쳤다는 것이다. 또, “신과대 내에 역사적 위계가 있고, 해당 분야 진로에서 이 질서를 벗어나면 사실상 진로 설계가 어려워진다는 공포심이 있다”면서 기관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학내 공론화,
뭐가 그리 어려웠길래

A씨는 지난 3월 2일 연신원 및 일반대학원 신학과 원우회(아래 원우회)에 공식 연대를 요청해 최초 학내 공론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원우회는 “원우회가 공식적으로 연대하여 배포할 경우 문건이 원우 전체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으로 될 수 있기 때문에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공식적으로 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는 거절의 뜻을 밝혔다.

사건에 대해서 학내 공론화가 미진했던 반면 지난 7월 26일 J 교수에 대한 언론 보도가 먼저 있었다. A씨는 “학내 공론화가 잘 이뤄지지 않자, 외부 언론에 제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 이틀 후 28일 K 교수는 “기관장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진다”며 학장직을 결국 사임했다.

신과대 총동문회(아래 총동문회)는 지난 7월 28일 원우회보다도 발 빠르게 사태를 규탄하는 입장문을 올렸다. 총동문회 김종수 회장은 “7월 26일 언론 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아 바로 입장문을 올리게 됐다”며 경위를 설명했다. 원우회는 K 교수가 사임한 이후인 8월 6일에 ▲교수단과의 만남 ▲진상 규명 노력 ▲대책 마련 촉구 등을 골자로 하는 입장문을 내놨다. 이를 두고 총동문회와 달리 재학 중인 학생들로 이뤄진 원우회가 전면에 나서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학원 내 권위적 위계질서가 그만큼 견고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한 다수의 신과대 관계자들은 J 교수에 대한 성폭력 문제가 암암리에 약 10년 이상 과거부터 지속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과대 관련 여러 단체의 입장문에서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사건이 공론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은 성폭력이 권력과 위계에 의한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뜻한다. 또한 김 회장은 “문제의 중심인 J 교수의 정확한 파면 이유를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못했고, K 교수의 J 교수 성 비위 인지 시점과 그동안 학과 측이 취한 조치도 의문”이라며 ▲정확한 진상 규명 ▲철저한 성폭력 실태조사 등을 교수단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신과대 및 연신원 교수단은 지난 4일 자체적으로 비대위를 구성하고,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소통과 투명한 정보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A씨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겠다고 약속만 했을 뿐, 구체적 대안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12일과 19일, 비대위가 주최한 공청회는 연신원 및 일반대학원 신학과 학생 외에는 참여할 수 없도록 외부 공개가 철저히 금지됐다. 비대위가 밝힌 입장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권력형 성폭력은 피해자가 공론화에 나서기도, 적절히 보호받기도 어렵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다. 지난 2월 말 J 교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성평등센터의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언론 보도와 학내 공론화까지도 5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번 사태가 대학 내 여전한 권력형 성폭력 문제를 뿌리 뽑는 도화선이 돼야 할 것이다.

글 김민정 기자

김서현 기자

사진 고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