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범죄 사례 - susulsil beomjoe salye

[단독] 인천21세기병원, 간호조무사들에게 조직적·전문적으로 ‘대리수술’ 시켜
연봉 9000만원 받고 ‘수술전문간호사’로 불려

의료법상 의료인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와 간호사를 말한다.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의료인도 취득한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고도의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의료행위를 비의료인에게 지시하거나 위임해서도 안 된다. 전체 수술 과정 중 단 일부의 행위도 비의료인이 할 수 없다. 수술실에서의 처치는 의사만, 처치보조는 간호사만 할 수 있다. 반면 보건의료인으로 분류되는 간호조무사는 수술실에서 처치보조를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100만~1000만원의 벌금도 병과된다.

그런데 인천21세기병원의 대표원장 등 일부 의사들이 특정 간호조무사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주면서 조직적으로 대리수술을 시켜온 사실이 밝혀졌다. 의사를 대신해 환자를 수술한 간호조무사들은 척추수술 중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은 의사가 수술실에 들어오기 전에 각종 수술기구를 이용해 수술 부위를 절개하고, 의사가 눈으로 병변을 볼 수 있도록 뼈에서 근육을 떼어내고 지혈했다. 또 의사가 수술실에서 나가면 직접 수술 부위를 봉합했다. 확인된 사례 가운데 의사가 수술실에 머무른 시간은 길어야 약 6분30초에 불과했다.

이들 간호조무사는 직접 전자의무기록지를 열람해 대리수술 순번을 정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 의사와 간호조무사가 조직적이고 전문적으로 대리수술을 진행했다고 보고, 최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수술기록과 수술대장, 진료내역 등을 분석하면서 여죄를 캐고 있다.

수술실 범죄 사례 - susulsil beomjoe salye
(아래사진)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21세기병원 입구 모습ⓒ시사저널 최준필·이정용

대리수술 간호조무사 월급 750만원

시사저널의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9월1일 인천21세기병원 대표원장 등 의사 3명을 구속하고 의사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들에게 대리수술을 시킨 혐의(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를 받고 있다. 또 마치 의사들이 수술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환자에게 수술비를 받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의료급여를 받아 챙긴 혐의(사기)도 받고 있다.

경찰은 또 이들 의사를 대신해 전문적으로 환자를 수술한 간호조무사 3명을 구속하고, 이들 간호조무사를 보조하면서 대리수술을 방조한 혐의로 간호사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의사를 대신해 환자를 수술한 간호조무사들 중 2명은 매달 750만원 상당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봉으로 따지면 9000만원 수준이다. 이들은 인천21세기병원이 2006년 개원할 때 대표원장이 영입했고, 2006년 12월 간호조무사 자격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간호조무사의 대리수술을 보조하다가 단독으로 수술 부위를 봉합했던 또 다른 간호조무사 1명은 42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발간한 ‘2018년도 한국직업정보’에 따르면, 일반 의사의 평균연봉은 7357만원이다. 간호조무사의 평균연봉은 2399만원이다. 인천21세기병원에서 전문적으로 대리수술을 맡았던 간호조무사들이 일반 의사들의 평균연봉보다 많고, 간호조무사들의 평균연봉보다 무려 3배나 많은 급여를 받은 셈이다.

이들 간호조무사는 병원의 행정업무와 관련된 직함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병원 수술실로 출근하면서 ‘수술전문간호사(PA)’로 불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이들은 전자의무기록지를 직접 열람할 수 있는 아이디를 부여받아 수술 일정을 확인한 후 순번을 정해 번갈아가면서 대리수술을 진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간호조무사가 올해 2월16일부터 4월14일까지 의사를 대신해 환자 10명을 수술한 동영상 증거를 확보해 놓고 있다. 수술기록지에 명시된 척추수술 시간은 약 1시간30분이다. 이 중 각종 수술기구를 이용해 환자의 수술 부위 절개와 시야 확보, 봉합은 간호조무사가 맡았다. 이들 간호조무사는 인천21세기병원 대표원장으로부터 이런 수술기법을 직접 교육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대리수술 진행돼

인천21세기병원 대표원장이 고용한 의사 2명도 이들 간호조무사에게 수술을 맡겼다. 수술을 맡긴 의사들은 매달 1500만원 상당의 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매달 2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기로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급여조건에 맞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간호조무사들에게 대리수술을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의사들이 수술시간을 줄여 환자를 더 많이 진료하기 위해 간호조무사들에게 대리수술을 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인천21세기병원이 매출을 올리는 데 급급하면서 환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인천21세기병원 대표원장 등 의사 5명은 간호조무사들이 대리수술을 한 환자 10명에게 마치 자신들이 수술한 것처럼 “수술이 잘됐다”고 거짓말을 하고, 약 4700만원의 수술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간호조무사를 통해 대리수술을 해놓고 의사가 수술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약 1700만원의 보험급여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인천21세기병원이 연간 70억~80억원 상당의 보험급여를 청구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환자들은 마취 상태였기 때문에 실제로 누가 수술을 진행했는지 전혀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대리수술 피해자는 수술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천21세기병원에서 대리수술이 관행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리수술을 진행한 간호조무사들의 손놀림이 상당히 능수능란하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인천21세기병원의 최근 7년 치 수술기록과 수술대장, 진료내역,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대리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환자들의 수술시간이 겹치거나, 수술환자와 병원을 방문한 외래진료환자들의 진료시간이 중복되는 사례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의사들이 환자를 수술하던 시간에 통화했던 휴대전화 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인천21세기병원 대표원장 등은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 증거를 제외한 대리수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가 작성한 수술대장에 오류가 있거나 다른 의사가 수술을 도와줬다고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술기록지나 수술대장에 간호조무사가 수술에 참여했다는 기록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술실 내부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8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오는 2023년부터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병원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환자의 요청이 있으면 촬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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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범죄 사례 - susulsil beomjoe salye
의료계와 환자·시민단체가 수술실 CCTV 설치 입법의 찬반을 놓고 국회 공청회에서 불꽃튀는 논쟁을 펼쳤다.


의료계는 CCTV설치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아니라 득보다 실이 큰 과잉입법이라고 지적한 반면, 환자·시민단체는 의료범죄자를 색출해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입법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6일 복지위 회의장에서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관련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와 대한병원협회 오주형 회원협력위원장이, 환자·시민단체에서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와 환자권익연구소 이나금 소장이 진술인으로 나섰다.


수술실 범죄 사례 - susulsil beomjoe salye
먼저 김종민 보험이사는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희소성의 문제를 일반화하고 있으며, 행정과 재원이 낭비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신체 노출로 인한 환자 인권 침해, 영상자료 관리의 문제, 경직되는 수술환경 등을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김 보험이사는 “연간 수술건수 대비 극히 낮은 대리수술 발생을 봐야한다. 68개월간 112건 대리수술 발생했는데 이는 0.001% 수준”이라며 “물론 아무리 적더라도 사회적 파장이 크다면 그 의미 다르지만 이런 경우 의료선진국인 해외 사례 살펴보면 도움 될 것이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수술실 의료사고가 있었고 논란이 있었지만 유럽에서는 CCTV 논의 자체rk 없고, 미국은 한 개주에서 논의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 이익 낮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실 CCTV 설치는 찜질방, 목욕탕에 대입해볼 수도 있다. 간혹 절도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하자고 한다면 대다수가 반대할 것”이라며 “극도로 예민한 신체부위가 노출되고 누군가 감시하는 사생활 침해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큰 병원은 보안등급이 높고 규모가 큰 영상관리 업체와 계약하겠지만, 지역 중소 병원과 의원은 영세업체와 계약할 수 밖에 없다”며 “CCTV 설치는 적극적 수술보다 소극적이지만 안전적인 수술을 유도하게 돼 결국 환자 건강을 해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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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종 대표는 수술실 CCTV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입구가 아닌 내부 설치 ▲환자의 동의와 요구를 전제로 의무적 촬영 ▲영상의 철저한 관리·보호 ▲법률에 명시된 목적외 사용 금지 ▲관련 위반행위에 대한 엄중한 형사처벌 ▲모든 의료기관 의무 설치 ▲모든 의료행위를 의무 촬영 ▲환자의 삭제할 권리 보장 등 8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안기종 대표는 “수술실의 은폐성으로 인한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유령수술, 성범죄, 의료사고 은폐 등을 예방하고 환자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수술실 CCTV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2020년 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미 수술실 입구에 60.8%, 내부에 14%가 설치돼 있다. 입구설치는 이미 자율로 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 외 의료인의 동의까지 있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상 수술실 내부에 자율적으로 CCTV를 설치·촬영하는 것이 허용되기 때문에 의료법을 개정해 수술실 CCTV법을 도입할 이유가 없다”며 “법안의 핵심은 CCTV는 수술실 입구가 아닌 내부에 의무적으로 설치·촬영돼야 하고, 환자의 동의나 요구 이외 의료인 동의까지 받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범죄행위와 인권 침해를 100% 예방하거나 사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 라 수술실 내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최근 인천지역 병원 사건이 극히 예외적인 사건인지 빙산의 일각인지 알 수 없다. 추락한 의사 면허에 대한 신뢰와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수술실 CCTV법의 신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의료계 주자로 나선 오주형 회원협력위원장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수술실 내부 촬영 의무화는 너무 과도하며, 파급효과와 부작용을 고려해 볼 때 득보다 실이 더욱 많다는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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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형 위원장은 “CCTV를 설치하면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과 같은 범죄를 방지하거나 확인하는 데 일부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지만 이러한 일들은 굉장히 예외적이고 국한적으로 발생되는 것”이라며 “수술실 내부에는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들 외에도 마취과 의사, 간호사와 이들을 포함한 많은 인력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는 곧 구조적으로 부정 의료행위나 성범죄 발생이 어렵고, 설사 발생하더라도 이를 숨기거나 비밀로 묻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극소수 의료인에 의해 수술실에서 발생한 사건을 확대해석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라는 것이다.


또한 “선량한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그들을 감시하고 불신상태로 몰아넣는 CCTV 설치가 과연 환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 의문”이라며 “또한 우리나라의 의료에 과연 발전적인 방안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진지한 고민없이 감성적인 측면에서 논의가 집중되는 측면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끝으로 “의료선진국에서 수술실내 CCTV 설치 의무화 국가가 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의료가 과연 CCTV 설치를 강제할 만큼 의료 후진국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다른 대안에 대한 제도적 개선 노력 없이, 수술실 내 CCTV 한대 설치로 의료 불법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행정 편의주의가 문제”라고 말했다.


마지막 진술인으로 나선 이나금 소장은 CCTV 설치법의 입법취지와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수술실 범죄 사례 - susulsil beomjoe salye
이나금 소장은 “수술실 CCTV는 ‘의료사고’보다는 ‘의료범죄자’들을 색출해 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며 “더 이상 한국의 수술실을 범죄감시의 사각지대로 남겨둬서는 곤란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선량한 의사들의 경우에는 ‘무죄입증’의 자료로 활용할 수 도 있기 때문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게 되면 더욱 교묘해진 ‘수술범죄’나 ‘중과실’에 환자들을 노출시킬 수 있고, ‘선량한 의료인’과 ‘환자’모두를 보호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장식 분업식 유령수술’이 정상적인 의료행위로 이미 분업이 하나의 규범적 원리로 자리 잡았다고 하니 더더욱 밀폐된 수술실이 불안해 ‘수술실 안에 CCTV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길거리민심과 89% 국민들이 찬성하는 법안인 ‘수술실 내 CCTV설치법’으로 입법화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를 주최한 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의 위원장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심도 깊게 법안을 심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