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저축해도 집 한 채 사기 힘든 현실에 절망하는 청년들, 투자 수익이 원금의 몇 배가 넘게 불어난 적도 있지만 수일 만에 사상누각처럼 사라져 허망해하는 투자 초보자에게 임종현(30) 씨가 해줄 말이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월급 140만 원으로 ETF(Exchange Trade Fund·상장지수펀드) 투자에 주력해 7년 만에 2억5000만 원이 넘는 자산을 모았다. 2020년, 그가 스물여덟 살 때의 일이다. ETF는 특정 지수나 자산의 가격 움직임,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한 집합투자증권이다. 쉽게 풀어보면 ETF는 대접 하나에 100개든 200개든 여러 기업을 넣어 잘 반죽한 다음, 그 반죽을 잘게 잘라내는 것과 비슷하다. 그 한 조각이 개별 주식처럼 1주가 된다. 즉 1주로 여러 기업에 동시에 투자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유튜버 ‘똔누’로 유명한 임종현 씨는 월수입 140만 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박해윤 기자] 2030세대는 이해 쉽고 실천 가능한 투자가 적합ETF 투자에서 이룬 성과를 발판 삼아 임씨는 경기도에 있는 18평 주거용 오피스텔 한 채를 보유하는 것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30대에 들어선 지금은 자산을 더 빠른 속도로 불리고 있다. 여전히 주식 투자로 얼마든지 자산을 불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과정을 또래들과 공유하고 싶어 2020년 1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똔누-20대 자산 불리는 방법’은 구독자 수가 9만 명이다. ‘똔누’ 채널에는 주로 1980~90년생의 호응과 응원이 쏟아진다. 임씨는 직장 생활 이외 소규모 사업체 투자, 강연 등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며 매월 적게는 700만 원, 많게는 1100만 원을 웃도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작가로도 데뷔했다. 2021년 11월 말 펴낸 책 제목은 ‘요즘 투자’(트러스트북스). 부제는 ‘스펙 없는 고졸의 20대 2억 달성기’다. 책에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개별 종목 투자를 거쳐 단타(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매수 전략), 선물거래 등을 거쳐 ETF 투자로 자산을 성공적으로 불린 비결이 낱낱이 담겨 있다. 임씨를 만난 건 그 얘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2월 4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을 찾은 임씨는 “7년 만에 2억5000만 원이라는 자산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열었다. “부동산 투자든 사업 투자든 모두 좋지만 2030세대의 첫 투자는 주식이기를 권해요. 단 투자를 처음부터 복잡하고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해하기 쉽고 흥미로워야 하며 무엇보다 바로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식 투자는 접근성이 용이하고 다른 투자 자산과 다르게 수십만 원 단위로도 소액 투자가 가능해 대학생, 사회 초년생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거든요.” 사회초년생 때 첫 월급이 140만 원이었다고요. 돈이 돈 버는 시스템 만들려면 투자 필수정확히 어떤 점에서 충격적이었나요 임씨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서 곧바로 200만 원을 가지고 집 근처 증권사로 가서 주식계좌를 개설했다. 주식 투자에 입문했을 때 장기 투자를 하겠노라 다짐하며 워런 버핏의 철학을 닮아가고자 했다. 한때 수익이 원금의 몇 배 넘게 불어나자 생각이 바뀌었다. 주식을 대박의 기회로 여긴 것이다. 고수익이 날 것 같은 종목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온종일 ‘단타’ 기회를 엿보느라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고 수시로 주가지수 창을 들여다보기 일쑤였다. 급기야 베테랑 투자 고수들도 주저한다는 선물거래까지 기웃거렸다. 하루 만에 600만 원이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투자는 손실로 끝났다. 임씨는 “그 시절 내가 한 것은 투자가 아닌 투기였다”고 털어놨다. 개인투자자가 ‘단타’ 유혹에 빠지는 이유가 뭘까요. 여유자금 달러 환전 목돈 모아어느 날 갑자기 장기 투자로 돌아서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임씨는 당장 투자 기준부터 세웠다고 말했다. 자산 대부분을 세계 기축통화 달러로 보유하기, 미국 ETF를 메인으로 해 장기적으로 사 모으기, 매달 생활비 20만~3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증권계좌에 넣기, 월급 인상분·야근 수당·보너스도 모두 증권계좌에 넣기 등 네 가지 투자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키려고 애썼다. 투자 과정에서 어떻게 목돈을 모았나요.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ETF 투자 비율과 수익률은 각각 어느 정도인가요. 투자에 매몰되지 않고 ‘나’ 끌어올리기유튜버 ‘똔누’ 임종현 씨의 ‘월급 200만 원 사회초년생이 1억 원 모으기’ 영상(위쪽)과 ‘적금 대신 5년 동안 미국 주식 투자했더니’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ETF 투자에서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시장 전체 평균지수가 있나요. 투자 과정에서 알게 된 ETF 투자의 장점은 뭔가요. 주식 투자에 매몰되기보다 ‘나’라는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려 파이프라인을 만들겠다는 뜻인가요. 유튜브를 통해 얻은 건 뭔가요. 주식 투자 8년 만에 2억5000만 원을 모았으니 자산을 증식하겠다는 1차 목표는 이룬 거네요. 과거의 자신처럼 대박을 좇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신동아 2022년 3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