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배 구조 - yesnal bae gu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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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과정으로 보는 한선의 탄생

우리나라 땅에 자리를 잡은 구석기시대 원시인들이 강가나 바닷가로 이동하면서 살기 시작한 때부터 원시적인 배인 통나무 토막의 배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후에 패총이 만들어지기 시작하게 되었는데 신석기시대 전 기간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유적으로 부산의 영도影島 동삼동 패총과 지금의 한국해양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는 차치섬朝島의 패총이 유명하다. 그 외로 범방, 수가리, 연대도, 상노대도, 오이도, 궁산, 서포항 등의 패총이 남서 해안에 분포되어 있다. 그 후로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뗏목을 이용하여 강을 건너고 바다를 건너서 섬과 육지를 왕래하였다. 인간이 불을 이용하고 도구를 사용하게 되자 통나무의 속을 불로 태운 후에 돌연장(석기도구)으로 속을 파내어 쪽배를 만들었다. 이 무렵 뗏목(토막배)과 통나무쪽배(퉁궁이)가 병행하여 발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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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시대에 뗏목배를 배밑으로 하는 준구조선準構造船이 발명되고 차츰 발달을 거듭하여 구조선構造船이 만들어진 다음, 지금의 한선韓船과 같은 모양과 형태를 가진 선박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원시시대의 뗏목배는 통나무 여러 개를 칡넝쿨로 엮어서 만들었는데 앞쪽은 통나무 끝이 약간 구부러져 올라간 모양을 하고 있는 나무를 사용하였다.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게 된 후로는 통나무 몸통 옆구리에 네모 모양 구멍을 뚫고 긴 나무 창을 꿰어 박아 연결하여 뗏목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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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배를 타고 가까운 해안으로 나가서 그물로 고기도 잡고 바다 속의 해조도 따고 조개나 해삼, 전복 등도 잡았다. 우리나라에는 지금도 제주도에서 ‘티우’라고 하는 뗏목배로 자리돔 잡이를 하고 있고, 강원도 강릉시 명주의 정동진과 안인에는 ‘토막배’라고 하는 뗏목배로 미역 등의 해조류를 채취하고 있다. 일본의 서해안(한국의 동해 남쪽 해안)과 쓰시마對馬島, 규-슈九州, 오끼나와沖繩에는 우리의 뗏목배와 똑같이 생긴 ‘제-모꾸부네=ゼ-モクブネ’라는 것이 있다.

 1986년에 일본의 대학교수 야마구찌山口晶子 씨가 「韓國 東海岸의 뗏목배」라는 논문에서 “한국의 동해안에서 사용하고 있는 ‘토목배’라고 하는 뗏목배와 일본의 서해안, 쓰시마, 큐-슈 등에 잔존해 있는 뗏목배의 조선造船 방법이 같고 부르는 이름도 ‘뗏목배’-한어韓語’와 ‘제-모꾸부네’-일본어日本語’로서 서로 같다.” 라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한어가 일어로 다음과 같이 음운변화를 한 것이다. ‘떼→ 제’, ‘ㅅ→ -’, ‘목→ 모꾸’, ‘배→ 부네’. 상고시대 이래로 한반도의 동해안, 남해안, 서해안 등지에서 이러한 뗏목과 토막배 또는 통나무 쪽배(퉁궁이)를 타고 해류 및 계절풍을 이용하여 일본으로 도래渡來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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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적 조건에 맞춰 발달한 한선의 기본 구조

한국은 반도의 나라이다. 우리나라의 서남해안은 리아스식 침강沈降 해안으로서, 해안의 드나듦이 복잡하며 편평하고 길고 넓은 갯벌로 이루어져 있으며 크고 작은 섬이 많이 있다. 하루에 두 번, 즉 6시간 10분에 한 번씩 드나드는 밀물과 썰물의 변화가 있고 그때의 조수 높이 차이는 인천지역에서 평균 8미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리적, 지형적 조건에 가장 적합하고 이에 잘 적응하는 배는 배밑, 즉 선저船底가 편평해야 하고 안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뗏목과 같은 편평한 선저를 가진 평저선平底船이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되었다. 편평하고 긴 갯벌이 펼쳐져 있어 만조 때 해안이나 부두로 들어온 배는 그대로 갯벌 바닥에 편하게 앉을 수 있으며 옆으로 넘어지는 일이 없다. 그러나 서양의 ‘V’형 첨저선尖底船은 갯벌에 앉으면 곧 옆으로 넘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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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배나 쪽배는 돛대를 세워 돛을 달고 먼 곳 또는 먼 나라 (일본의 서해안, 대마도, 구주) 까지 행선行船을 할 수 있었으나, 그 이상의 발전은 기도할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 인간은 불을 발견하여 활용하게 되고 또 쇠붙이(동, 청동, 철)를 발명하여 도구를 만들게 되었다. 불, 청동, 철 등을 활용하여 도구 즉 칼, 끌, 도끼, 자귀, 쇠못, 쇠띠 등을 만들고 이러한 것을 활용하여 나무를 자유자재로 제재製材하여 얇은 판자와 각목들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이러한 목재를 이용하여 지금까지 쓰던 뗏목배나 쪽배 위에 각목과 판자를 더 붙여서 조립하여 배를 만들었는데 이러한 배를 준구조선準構造船이라고 하고 더 발달된 배, 즉 완전한 선박의 구조를 갖춘 배를 구조선이라고 한다. 한선은 배의 앞쪽을 이물, 뒤쪽을 고물, 가운데를 한판, 바른쪽을 미 뒤, 왼쪽을 미 앞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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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의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다. 배밑은 통나무 여러 개를 옆으로 연결하여 편평하고, 뱃전은 두꺼운 널판을 물고기비늘처럼 겹쳐서 나무못(목정木釘)으로 봉합한다. 돛대에는 한국 특유의 사각 돛을 매어 달았고, 옛날에는 짚으로 짠 거적자리席 또는 부들풀(돗풀)로 짠 부들자리香蒲席(돗자리)를 달았다. 돗자리를 돛대에 메어 달았으므로 범帆을 ‘돗→돛’이라고 했다. 대나무자리 또는 삿자리葦席를 매어 달기도 했다. 이러한 돛들을 풍석風席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대나무로 엮어서 만든 돛을 리봉利이라 하고, 일본에서는 대나무로 엮어서 만든 돛을 아지로千代網 돛이라고 한다. 선미에는 한국 특유의 기다란 노, 즉 큰 노를 걸고 8자 모양으로 젓는다. 배의 진행방향을 조종하는 치 또는 타舵는 선미 축판板의 바깥쪽 위에서 배밑 아래쪽으로 향하여 꽂게 되어 있다. 이러한 타를 전향타前向舵라고 하는데 민간의 상선이나 어선 등에 쓰인다. 고대에는 모든 배에서 사용하였으나, 후대에 관선이나 전함에서는 현대선의 타와 같은 후향타後向舵를 사용하였다. 도해선渡海船, (원양항해선-遠洋航海船)에서는 쟁밑이라고 하는 삼부타三副舵를 추가하여 사용하였다.


한선의 종류와 특징

첫 번째, 강이나 바다에서 사용하는 거룻배다. 삼판杉板 두 장 또는 석 장을 물고기 비늘처럼 겹쳐서 나무못으로 봉합한다. 강이나 바다에서 운반선으로 사용한다. 포구나 만내灣內에서 소하물을 운반하거나 해안에서 해조류 등을 채취한다. 낚싯배로도 사용한다. 원근해遠近海를 항해하는 대형선에서 자선子船으로도 사용한다. 뗀마 또는 전마선은 일본식의 거룻배이다. 두 번째, 강과 호수에서 사용하는 강선江船이다. 강선은 강이나 호수에 관계없이 삼판은 하판下板과 상판上板 두 장을 봉합하고 이물과 고물은 횡판으로 대어 막는다. 배 한가운데에 멍에를 걸고 돛대를 세우고 사각 돛을 매어 달았다. 옛날의 강선은 떡 목판과 같이 생겼다 하여 목판배라고 하였다. 강이나 호수의 나루턱에서 사람이나 짐을 실어 나르는 배는 나룻배라고 한다. 한강의 상류인 충주나 인제에서 농산물이나 임산물을 싣고 하류인 서울로 내려왔다가, 마포에서 어염魚鹽이나 생필품을 구입하여 돛을 달고 올리는 배가 있었는데 이러한 배를 늘배廣船(평저선平底船)라고 한다. 고려시대 이후 내륙지방의 세곡稅穀을 이러한 늘배를 이용하여 개경이나 서울로 운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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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바다에서 사용했던 작은 배 야거리海船다. 가까운 바다를 왕래하며 하물이나 어장의 고기를 실어 나르는 운반선으로 돛대 하나를 세우고 한선식 사각 돛을 매어 단다. 연해안에서 어망으로 고기잡이 즉, 어로활동도 한다. 네 번째 배는 당두리唐道里이다. 당두리는 돛대 두 대를 세우고 한선식 사각형의 돛을 매어 단다. 배 한판의 한판돛(허리돛 또는 고물돛)은 뒤에서 부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서 돛을 90도에서 180도로 돌려 조종을 한다. 당두리형의 상선商船은 연안을 따라 운항하며 많은 하물을 싣고 장사貿易를 하러 다닌다. 어선은 연근해로 나아가 어망이나 낚시로 직업적인 고기잡이, 즉 어로활동을 한다. 어로 활동을 하거나 연근해를 운항하는 배를 연안선沿岸船이라고 한다. 당두리형의 싸움배, 즉 평전선은 뱃전에 방패를 둘렀다. 판옥전선은 뱃전에 신방信防을 걸고 그 위에 판옥, 즉 판자로 집을 지었다. 세곡을 운반하는 조운선漕運船은 삼판을 9장~11장을 붙여 올렸다. 우리나라의 한선은 평저선형 구조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만듦새는 서양의 V형의 선형이나 일본의 삼판식三板式 반평저형半平底型의 선형, 그리고 중국의 V형 및 U평저형의 선형과는 다른 것으로써 우리나라의 지리적 지형적 조건과 형편에 알맞게 만들어진 것으로서 환경에 적응하도록 창안되고 발달하여 온 것이 우리나라의 평저형의 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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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은 1910년 경술국치로부터 1945년까지 35년간에 걸친 일본제국주의 침략자의 식민통치와 조선민족문화 말살정책으로 인하여 맥이 끊어져 갔고, 6·25 전쟁으로 국토의 허리가 잘리고, 강에는 ‘댐’이 건설되는 등 선박의 뱃길마저 없어져서 그나마 남아 있던 한선은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말았다. 지금 우리가 해안이나 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는 일본의 화선식和船式 개량 목선과, 서양식 목선과 일본의 화선식을 절충한 개량 목선들인데 이것을 우리의 전통 한선으로 잘못 알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전통 선박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선은 우리의 전통과학기술 문화유산이다. 이에 대한 조선기술과 조선공작기법을 더 깊이 연구하여 조상의 전통과학기술 문화유산을 계승하고 우리 배의 우수한 전통을 후대에 물려주어야 한다.  

 
글·사진 | 이원식 원인고대선박연구소 소장, <한국의 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