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행정직 현실 - uchegug haengjeongjig hyeonsil

우편·영업·금융·보험·택배까지… 우체국 살림 책임지는 ‘슈퍼맨’

올해 672명 선발 우정사업본부 행정·기술직 공무원의 모든 것

11일 서울 강서우체국에서 권형근 주무관이 택배 물건을 옮기고 있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라고 하면 누구나 집배원을 떠올린다. 최근 잇따른 과로사로 사회적 이슈가 된 이들도 집배원이다. 그러나 우체국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직원은 따로 있다. 바로 우정사업본부 소속 행정·기술직 공무원이다. 이 직렬은 최근 채용 인원이 늘어나 공무원 준비생들 사이에서 화제다. 서울신문은 11일 서울 강서우체국을 찾아 우정사업본부 행정·기술직 공무원의 업무 이야기와 고충, 공채 전형 과정 등을 들었다.

전국 집배원들이 과로에 시달리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우체국에서 일하는 모두가 마찬가지다. 이날 만난 행정기술직 공무원들도 숨돌릴 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가장 먼저 우체국의 아침을 여는 이들은 발착팀이다. 배달 물품을 받는 일을 하는 발착팀은 오전 7시부터 우편물을 등기와 소포 등으로 나눈다. 물품을 분류한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건 아니다. 실무자들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빠진 물건은 없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이 일을 하다 보면 오전이 훌쩍 지나간다.

전문 분야에 해당하는 보험팀과 금융팀은 사정이 더 열악하다. 민간 회사에서는 베테랑 보험계리사(보험상품 개발 인허가 업무와 보험료 산출 업무를 맡은 직원)들을 관리할 전문가를 수년에 걸쳐 양성하지만 우체국에서는 인사발령이 나면 며칠 안에 업무를 파악해 지휘해야 한다. 갓 부임한 팀장이 십수년 경력의 보험계리사들을 교육하려고 하면 식은땀이 흐르기 일쑤라고. 치열한 전쟁터에 맨몸으로 던져지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이 때문에 우체국 행정기술직 공무원은 ‘팔방미인’이어야 한다. 기본적인 우편업무뿐 아니라 영업과 금융, 보험, 택배 등 갖가지 업무를 맡아야 해서다. 마영훈(50) 강서우체국 물류실장은 우체국 직원들을 ‘슈퍼맨’이라고 부른다. 마 실장은 “우편과 예금, 보험, 물류, 소포, 민원 등이 일반적인 업무”라면서 “2년에 한 번씩 새 일을 맡아야 하는데 기존 업무와 전혀 다르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예금이나 보험 등은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인데 팀을 옮겨 새 업무에 적응하려면 두려움이 크다고도 전했다. 그는 “팀장으로서 직원을 교육시키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새로운 금융상품이 나오면 어느 정도 실적도 내야 하는 등 나름의 고충이 많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정사업본부 행정직에 입직한 김태성(37) 주무관도 우체국 공무원이 되기 전 생각했던 생활과 180도 다르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 주무관은 “공직에 들어오기 전에는 ‘자잘한 업무가 많겠지’ 정도만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 이상이었다”며 “설 명절에는 새벽부터 주차장에 가득 쌓인 우편물을 분류한다. 평소에는 온갖 수탁상품에 골드바도 판다. ‘내가 이러려고 공무원이 됐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웃었다.

우체국이 속한 우정사업본부가 보통의 정부부처와 다른 것은 특별회계를 통해 독자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전국 우체국이 스스로 돈을 벌어서 직원들 월급을 줘야 한다. 최근 모바일 고지서가 늘면서 우편 물량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우정사업본부의 수입도 감소하고 있다. 해마다 적자 규모가 500억~6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2500억원 정도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적자가 3000억원가량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이유로 우체국 공무원은 다른 부처 직원들과 달리 실적에 대한 압박이 크다.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참여하지 않지만 우체국 공무원들은 직접 상품 마케팅과 홍보에 나서야 한다. 우체국 간 실적 경쟁도 피를 말린다. 인근 우체국이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면 다른 우체국들은 비상이 걸린다. ‘공무원답지 않은’ 애로 때문에 다른 부처로 전출을 원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아 인사 교류에 제한을 두기도 한다.

이런 어려움에도 우정사업본부 공무원 공채에는 많은 공시생들이 도전해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우정사업본부에서 선발하는 공무원은 행정직과 기술직, 우정직 등이 있다. 우정사업본부 행정직은 7·9급을, 기술직은 9급을 선발한다. 두 직류 모두 인사혁신처에서 시험을 시행한다. 반면 우편과 예금, 보험 업무를 맡는 계리직은 지방우정청에서 뽑는다.

우정사업본부를 선택해 최종 합격하면 우체국에서만 근무해야 한다. 다른 부처를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정사업본부 행정 기술직은 일반 행정직에 속해 있는 만큼 모든 행정 업무에 투입된다.

우정사업본부 행정직에는 지난해 680명 선발에 1만 7968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26.4대1이었다. 2017년에는 462명 선발에 1만 6565명이 지원해 35.9대1을 기록했다. 계리직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다. 지난해 서울지방우정청 계리직은 56명 선발에 1만 271명이 지원해 183.4대1을 기록다. 경인청은 40명 선발에 6820명이 지원해 170.5대1을 나타냈다.

우정사업본부 계리직 공무원 필기시험은 오는 10월 19일 치러진다. 면접과 최종 합격자 발표는 12월 중 이뤄진다. 국가직 9급 공채와 함께 시행되는 우정사업본부 행정직 공채는 올해 저소득 19명, 일반행정직 595명, 장애인 48명을 뽑는다. 13일 최종합격자가 발표된다. 우정사업본부 일반행정직은 9급 일반행정직과 시험과목이 같다. 필수 과목으로 국어와 한국사, 영어를 치른 뒤 행정법총론과 행정학개론, 사회, 과학, 수학 가운데 2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본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동료의 자리에서 한 공무원이 대신 업무를 보고 있다. 우체국은 점심시간에도 방문 손님으로 쉴 틈이 없다.

그렇다면 우정사업본부 공무원이 격한 업무에도 이처럼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는 이유는 뭘까. 다른 국가직 공무원들과 달리 주거지 근처에서 일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김 주무관은 “우정사업본부는 국가직이지만 지역별로 구분해 선발하기 때문에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며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답했다. 다만 집 근처에 우체국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곳으로 배치된다는 뜻은 아니다. 행정기술직으로 합격한 신입 공무원들은 성적순으로 발령을 받는데, 이때 원하는 우체국에 결원이 나야 갈 수 있다. ‘티오’(직제상 정원)에 여유가 없다면 집에서 다소 떨어진 우체국으로 갈 수도 있다.

많은 인원을 동시에 뽑는 것도 우정사업본부 행정·기술직의 이점이다. 우정사업본부 행정직은 2017년 462명을 뽑은 데 이어 지난해 680명을 선발했다. 올해도 672명을 뽑는다. 그는 “다른 국가직렬과 비교해 선발 인원이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쉽게 합격할 것으로 여겨)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우체국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며 직원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도 특징이다. 마 실장은 “다른 부처 공무원과는 달리 오랫동안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다 보니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편”이라며 “가족처럼 지내며 화목하게 일할 수 있는 게 우정사업본부 행정기술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행복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글 사진 신형철 기자

2019-06-1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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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행정직 현직이고 4년차입니다. 4년차인만큼 전체를 알 수는 없겠지만 지금 보고 느끼는것 말씀 드릴게요

장점
1.주말엔 쉰다. 가끔 당직이라든가 소통지원을 나갈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창구 직원(우정직)은 주말에 쉽니다. 하지만 우정직이라도 창구 말고 다른 보직을 맡을 수도 있는데, 그때는 출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2.강원도니깐 좋다. 일단 우정사업본부 전체를 놓고 봤을때, 서울/경인청(수도권)+부산청이 전체 우편/금융 매출의 60%~70%를 넘게 차지합니다. 나머지가 충청 경북 전남 이럽니다... 저는 경인청이고. 적어도 제 주변 동기들을 보았을때, 서울/경인청 동기들이 창구 서너개에 하루 천개씩 대기표가 뽑히고 한 창구당 바쁠땐 200명 300명씩 상대할 때, 지방에 있는 동기들은 하루 백명 받으면 많이온 날이라고 그러는데 똑같은돈받으면서 난 이게 뭔가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많이 접수 받고 한게 성과급으로 연결되지 않느냐? 라고 할 수도 있는데, 기관 평가라는게 매출이 높고 직원이 많을수록 목표를 많이 주고 더 쫍니다. 목표를 못하면 좀 덜주고요. 그래서 한해는 1등급 성과급 받고, 다음년은 4등급 받고 이러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 국마다 청마다 다를수도 있으나, 지방은 열심히 해서 목표 달성하자! 이런거보다는 적당히 하자 이런 분위기가 있죠.

단점
1.진상. 뭐 이거야 어느 공무원이 안당하겠습니까만은 우체국은 진상 정도가 좀 심합니다. 비교 가능한 택배사 및 은행 보험사들이 많기 때문인지 공무원 욕하고싶은사람이 많이서 그런진 몰라도 '아랫것, 힘없는 기관'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좀 많습니다. 한번은 퇴근해야되는데 주차장에 차가 있어서 빼달라고 전화했더니 자긴 못간다고 일봐야된다고 맘대로 하랍니다. 그래서 주차장을 잠그고 갔더니 다음날 제 번호로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려서 그거 답변하느라 진땀빼고 결국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했는데, 과연 그 사람이 법원 경찰청 검찰청 직원한테도 그랬을까? 라는 생각이 좀 들었네요.
2.강원도라 단점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연고지가 어디신진 모르겠으나, 딱 맞게 부족한 자리 내집주변에 난거 채우면 참 다행인데, 아니면 엄청 먼곳에서 출퇴근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방일수록 거점도시에 사람이 몰리기때문에 10년째 못가거나 아예 발령받은데에 터전을 잡는 사람도 많이 봤네요.
3.우정직의 경우 끝까지 1선입니다. 같이 들어오거나 나중에 들어온 행정직들은 주임 팀장 과장 국장 이렇게 올라가서 뒤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데 우정직은 주임정도 보직으로 끝납니다. 물론 2선 3선 일이 절대 편하진 않고, 커리어패스가 다른건데 그런걸 차별이라 생각하고 못견뎌하시는분들도 많습니다. 근데 다른 직렬 지금 현재 근무하고 계시면 우정직보단 행정직으로 1:1교류 이런걸 생각하시는게 나을거같습니다.
4.영업/파는거는 케바케입니다. 정말 케바케입니다. 저는 명절때 뭐 사는거야 우체국쇼핑 공급업체는 왠만하면 품질좋고 괜찮은거라 인터넷 최저가 집착하고 쿠폰 마일리지 이런거 챙기는 성격 아니라서 기쁘게 사고 있는데, 아니라면 좀 불편할 수 있겠고요, 보험 이런거도 은근히 잘 맞아서 많이 팔고 돈 많이 버는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쪼이는거에 불편하실겁니다. 없을수는 없고요. 그리고 책임자 관리자 성향따라 달라집니다. 국장이나 총괄국장이 승진 포기하고 적당히 하는 성격이면 실적 안나와도 별 탈 없이 넘어갈 때도 있는데, 승진 실적에 목메는 사람이라면 1등하고 있어도 더팔라고 쪼입니다. 이건 시골이건 도시건 케바케입니다.

사실 단점을 좀 많이 쓰긴 했는데 나쁘진 않은곳입니다. 다만 우정직과 행정직의 차이가 분명히 있으므로, 적당히 걸러 들으시기 바라며 우정직보단 행정직이 조금 낫지 않을까 덧붙입니다.
그리고 단점을 하나 더 적자면
연휴/주말이 끝나면 가장 바쁜곳이 우체국입니다. 사람들이 우체국 오고싶어서 안달이 났는지 내일 아침 출근하면 8시부터 문앞에 진치고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연휴 끝나고 출근하는거도 짜증나는데 그게 가장 바쁜날이라니... 그생각에 잠도 안오네요 정말...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