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데스로봇 히바로 해석 - leobeudeseulobos hibalo haese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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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을 읽기에 앞서. 이건 이전에 쓴 글인데, 논란이었던 히바로의 제작과정 중 움직임들 모두가 모션캡쳐 없이 전부 수작업인가에 대해 논한 짧은 글.

이제 본론으로 가자.

러브데스로봇 히바로 해석 - leobeudeseulobos hibalo haese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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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벌어질 운명을 모르는 두 남녀. 이 이야기는 결국 남녀 간 끌림의 역학에 관한 이야기이다.)

중무장한 스페인기사들, 소수의 성직자들과 단체로 숲을 헤매며 뭔가를 찾고 있는 중.

그들이 지나는 숲 나무 기둥엔 눈알 그림 여러개가 그려져 있고 또 금장식으로 둘러진 사람형상도 그려져 있다.

보는 족족 사람을 홀리는 금빛 괴물이 살고 있다는 소문만이 무성한 숲, 그 가운데에 있는 작은 호수.

호수에 다다른 기사들은 말에서 내려 성직자를 앞에 두고 무릎을 꿇은 채 박력있게 기도하기 시작한다. 아멘!

호수 가운데에서 모습을 드러낸 황금보석장식이 가득한 세이렌. 그녀는 단말마 신음을 연이어 뱉으며 호수 가운데로 남자들을 유인한다. 성직자도 예외없고 기사들은 오죽하랴, 여자를 쳐다보는 표정이 두 눈 휘둥그래진다. 색욕에 넘어간 헤벌레한 표정으로 앞다투어 그녀에게 다가가는데 칼로 서로를 베어넘기며 경쟁하면서 깊은 물가로 달려나간다. 모두 익사.

하지만 주인공만은 귀머거리라 그녀의 신음을 듣지 못하고 혼자 살아남아 도망친다. 자기가 유혹하지 못한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세이렌은 미련을 못 버리고 그 남자가 자는 옆에 몰래 드러누워 그를 살포시 안은 채 잠든다. 남자에게 사랑에 빠져버렸다. 날 거부한 남자는 네가 처음이야! ...다음 날 잠에서 깬 남잔 자기를 몰래 쫒아와 곁에서 자고있는 세이렌을 보고 놀란다. 그녀를 붙잡아 보지만 자기에게 먼저 다가올 땐 언제고 이 여자, 이번엔 또 달아난다. 쫒아오는 남자를 쳐다보며 아주 흡족해 하는 미소를 보이는 세이렌. 밀당하면 남자는 다 껌뻑 죽는거다. 자길 취하려면 쉽게는 안 되지. 위태위태한 곳을 넘어서 자기에게 와야한다. 계속 험난한 곳을 지나 도망가는 세이렌.

아슬아슬한 폭포 앞에서 멈춘 여자, 쫒아온 남자. 남자를 죽이고 싶은 맘은 없었는지 남자에게 순순히 자기 몸을 내어준다. 그때 남자는 깨닫는다, 이 여자 귀금속을 잡아 뜯으면 피가 나는구나! 이게 약점이다! 여자는 혀 마저도 보석이라서 키스하는 남자 입에서 피가 철철 난다. 둘은 상극이라 진짜 몸을 섞으면 누구 하나는 뒤진다. 이 두 남녀는 태생이 서로를 만나면 서로를 죽이게 되는 비극의 운명인데 이를 어쩐다. 사랑에 빠진 여자가 적극적으로 남자를 애무한다.

여자는 나름 몸을 내어주는 거였는데 남자가 갑자기 뒤통수를 존나 쌔린다. 기절. 남자는 여자 몸에서 황금만을 떼어내어 두둑이 챙긴 후 볼품없어진 알몸의 기절한 세이렌을 강에 버린다. 여자라는 성별에게 있어 외적으로 가장 중요한 얼굴 마저도 남자는 금장식이였기에 가차없이 뜯어버렸고, 세이렌의 외모는 이제 다시 되찾을 수 없는 것이 된다. 귀머거리 병신이라 여자의 매력을 모르던 아다남 기사는 세이렌의 마음을 배신했으며 승리했고 전리품까지 왕창 챙겨 기분이 매우 좋다. 먼저 좋아하는 쪽이 지는 거다.

한 편 세이렌이 살던 호수는 기이한 힘이 있어서 다친 것들을 회복해주는 힘이 있었다. 그 물 마신 기사는 귀머거리가 갑자기 나아서 너무너무너무 기뻤다! 적어도 강물에 던진 세이렌의 시체마저 살려내기 전까지는...

정신차린 세이렌은 초라해진 자기 몸을 보면서 괴로움에 울부짖는다, 으아악! 근데 어쩌랴, 남자는 이제 귀가 들려서 그 외침을 들으면 세이렌에게 강제로 이끌린다. 그렇게 여자는 괴로움에 쉼없이 울부짖고, 남자는 원치 않음에도 세이렌에게 이끌려 강 한 가운데에 빠져 죽는다. 뒤늦게 성욕의 참맛에 눈 떠버린 남자는 그때문에 죽었고, 남자를 한 번 사랑했다가 외모를 영구히 잃은 세이렌의 고통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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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 시즌3 스웜 줄거리 및 해석 편

[러브 데스 로봇 히바로 줄거리와 해석]


최근 넷플릭스에서 러브 데스 로봇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특히 히바로 편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이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줄거리 이후에는 개인적 해석 역시 덧붙였습니다. 우선 아래는 간략한 러브 데스 로봇 히바로 줄거리입니다.

히바로 줄거리

어느 한 숲에 기사 기사들이 행진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 숲의 나무에는 특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뭔가 범상치 않은 숲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어느 한 호수에 다다르자 멈추는데 이때 소리가 들리지 않는 주인공은 우연히 호수 안에서 금 조각을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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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라서 진짜인지 확인해보는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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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에 맞춰 호수 안에 있던 어느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녀는 기사와 성직자들을 향해 비명을 지릅니다. 그리고 춤으로 유혹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기사와 사제들은 깜짝 놀랐고 동시에 그녀를 보자마자 모두 그녀의 유혹에 홀린 듯 강으로 달려듭니다.

그녀가 아름답기 때문인지, 그녀가 황금과 보석으로 덮여 있어서인지, 혹은 둘 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녀에게 홀린 듯 강으로 뛰어든 기사들은 모두 전멸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귀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죠. 오히려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 매우 당황해합니다.

러브데스로봇 히바로 해석 - leobeudeseulobos hibalo haese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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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해하기는 여주인공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가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유혹해도 전혀 반응하지 않기는 처음이라 매우 당황해합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이 유혹하지 못한 이 남자에게 마음이 끌립니다.

그리하여 황금 여인은 다시 그 남자를 찾아와 그가 자고 있는 사이 곁에 머무릅니다.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죠. 잠에서 깬 남자는 황금 여자를 보고 놀랍니다. 그리고 달아나려는 그녀를 붙잡는데 그녀의 비늘에 손이 베입니다. 그 비늘을 자세히 보니 황금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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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을 보고 너무나도 기뻐하는 우리 기사님. 반면 황금 여인은 기사가 자신에게 반한 것으로 착각합니다. 그렇게 밀당 추격전(?)을 벌이던 두 사람은 폭포 앞에서 만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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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황금 여인은 진실한 사랑이라 생각했지만 기사는 그녀의 황금을 사랑한 것이지만 말이죠. (위의 이미지에서 기사는 사실 그녀에게 붙은 황금을 보고 있는 중)

러브데스로봇 히바로 해석 - leobeudeseulobos hibalo haese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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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사는 그녀를 해하고 황금 비늘과 장신구를 챙긴 뒤 그녀를 버리고 떠나기 시작합니다. 강은 그녀의 피로 물들게 되고 강물을 마신 기사는 갑자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죠. 그리고 황금 여인이 깨어나고 배신으로 분노한 그녀의 비명에 그 역시 이전에 강에 가라앉았던 동료들처럼 생을 마감하게 되고 황금 여인은 절망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러브 데스 로봇 히바로 해석

우선 러브 데스 로봇 히바로 해석적 관점에서 이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세이렌 이야기를 모티브로 합니다. 히바로에서 세이렌은 황금과 보석으로 뒤덮인 여인으로 나타납니다.

신화에서 세이렌은 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어 정신을 잃게 하고 바다에 빠지게 한다고 합니다. 그녀들을 만나면 살아남을 수 없었으므로 뱃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위협적인 존재로 나타나는 것이죠.

이는 히바로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배를 타고 있지는 않지만 그녀를 본 사람들은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 모두 강에 빠져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오디세우스 신화에서 그 역시 강을 건널 때 세이렌의 위협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마녀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에게 세이렌이 사는 섬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서는 밀랍으로 선원들의 뒤를 막아 노래를 듣지 않아야 된다고 조언합니다.

다른 선원들은 다 밀랍으로 귀를 막았지만 정작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노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싶어 귀를 막지 않고, 대신 자신의 몸을 배의 기둥에 묶고 세이렌의 노래를 들으며 통과하기로 합니다.

세이렌의 노래를 들은 오디세우스는 그녀들의 유혹에 못이겨 줄을 풀어달라며 몸부림치지만 선원들은 더욱 단단히 줄을 메었고 결국 무사히 세이렌의 섬을 통과하게 됩니다. 그리고 유혹에 실패한 세이렌은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유혹의 실패는 세이렌의 파멸이라는 필연에 이르게 됩니다.

우선 러브 데스 로봇 히바로는 세이렌 신화의 큰 틀에서 보자면 세이렌의 파멸로 이어진다는 점은 공통점입니다. 세이렌은 오디세우스와 다른 인간들을 유혹하지 못해 스스로 파멸했습니다. 러브 데스 로봇 히바로에 등장하는 황금 여인(세이렌) 역시 처음에 소리를 듣지 못하는 기사를 다른 사람처럼 유혹하여 파멸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파멸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죠.

신화와 차이가 있다면 오디세우스는 영웅이었지만 히바로에 등장하는 기사는 영웅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오디세우스는 너무나도 유명한 신화의 영웅입니다. 그리고 세이렌이 있는 바다를 건널 때 그는 스스로 귀를 밀랍으로 막지 않는 것을 택한 사람입니다. 눈앞에 있는 일련의 위험을 스스로 감내하려 한 인물이죠.

반면 기사는 오디세우스와 같은 특별한 영웅이 아닙니다. 그저 원래 들리지 않는 사람인 것이죠. 그가 세이렌의 노래에 빠져들지 않았던 이유는 그저 우연히 상황이 맞아 떨어졌을 뿐입니다. 세이렌은 이러한 우연에 그가 다른 이들과는 달리, 그녀의 유혹에 빠져들지 않았던 특별한 사람이라 착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착각이 보통 물질주의에 물든 사람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고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갔던 것이죠.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그는 강 속으로 가라앉았던 다른 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결국 러브데스로봇 히바로는 순수하게 사랑의 감정으로 기사에게 호감을 보였던 세이렌과 순수하지 못한 마음으로 세이렌에게 호감을 가졌던 평범한 기사 두 사람이 만나 모두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를 신화적 모티브를 통해 재해석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러브데스로봇 히바로 해석 - leobeudeseulobos hibalo haeseog
나무에 새겨진 황금 표식

또한 러브 데스 로봇 히바로는 침략자와 미지의 세계에 있던 원주민의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초반을 보면 그 숲은 세이렌의 영역입니다. 위의 이미지에서 보듯 그 숲의 나무에는 그녀의 황금 문양의 표식이 있습니다.

무장을 하고 숲에 들어온 이들은 세이렌, 숲의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커다란 위협입니다. 황금과 보석으로 뒤덮인 세이렌은 침략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욕심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세이렌은 그들에게 대항하며 영역을 지켜온 것이며, 침략자 중 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호수는 붉게 물들고 파멸로 치닫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원주민들이 침략자들에게 파멸했던 것처럼 말이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떠한 잘못된 만남은 서로를 파멸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그가 강한 힘을 가진 절대자라 할지라도요. 이처럼 러브데스로봇 히바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이 신화적 모티브를 바탕으로 춤 등의 시각적인 스토리텔링만으로 많은 것을 표현하는 인상 깊고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