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와인 상온 보관 - ledeuwain sang-on bogwan

[토요판]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 8. 와인 보관

레드와인 상온 보관 - ledeuwain sang-on bogwan

와인을 각자 들고 와서 마시기로 한 날은 바빠진다. 냉장고에 넣어둔 레드 와인을 약속 시각 세시간 전에 꺼내놓고, 적정한 온도에 올라갈 때까지 기다린다. 얼음으로 온도를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화이트 와인을 마셔야 할 때면 보냉 가방에 아이스팩까지 챙겨서 들고 간다. 맥주를 마실 때, 잔과 맥주를 냉동실에 넣고 기다렸다가 더욱 시원하게 마시는 것처럼 와인도 정성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와인은 마시는 온도가 중요하다. 가벼운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 와인은 5~10도, 풀바디 화이트, 라이트 레드 와인은 10~15도, 풀바디 레드 와인은 15~18도에서 마셔야 한다. 풀바디에 가까워질수록, 알코올 함량이 높을수록 높은 온도에서 마셔야 한다.

온도까지 따져가며 마셔야 하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온도는 와인의 맛에 큰 영향을 준다. 차갑지 않은 화이트 와인을 마셨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떠올려보면 간단하다. 여름에 상온에 보관한 레드 와인을 바로 마셨다가 알코올이 과하게 느껴져 불쾌했던 경험이 있다. 또 냉장고에서 넣어뒀던 레드 와인을 바로 꺼내 마셨다가 신맛이 과하게 올라오는 느낌을 받은 적도 있다. 이처럼 마실 때 온도가 중요한 이유는 기준보다 낮을 경우엔 산도가 부각되고 높을 경우엔 당도와 알코올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와인 본연의 맛을 알지 못한 채 왜곡된 맛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와인셀러가 집에 있다면 가장 간편하지만, 누구나 셀러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 화이트 와인은 냉장고에 넣어두면 된다지만 레드 와인은 어떻게 할까. 상온에 두자니 여름엔 실내온도가 30도를 웃돈다. 에어컨을 켜도 25도가 넘는다. 적정 온도보다 10도나 높은 온도에서 마시게 되는 셈이다. 결국 화이트 와인은 물론이고 레드 와인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 다음 와인을 3시간 전에 미리 꺼내놓으면 온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가 18도에 맞춰진다.

결국 나는 내 소중한 와인을 좀 더 잘 보관하기 위해서 조그만 와인 셀러를 사고야 말았다. 내가 산 셀러는 8도부터 16도까지 온도 설정을 할 수 있다. 레드 와인만 보관할 때는 16도로 설정했고, 화이트 와인만 보관할 때는 8도로 낮췄다. 둘 다 보관할 때는 12도에 맞췄다. 와인을 마시고 싶을 때 바로 셀러에서 꺼내 딱 맞는 온도에서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물 받은 좋은 와인은 아껴뒀다가 천천히 마시고 싶은데도 장기 보관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마신 경우가 많았는데, 셀러가 있으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마실 수 있는 적기가 되지 않은 와인들은 셀러에 몇 년 묵혔다가 마시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바롤로 품종은 7∼10년쯤 지나야 그 진가를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선물 받은 2013년 빈티지의 바롤로를 셀러에 넣어뒀고 아껴두는 중이다. 가능하다면 2023년에 마실 계획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셀러에 빈칸이 보이면 채워놓고 싶어지는 심리 말이다. 할인 행사 때마다 와인을 사재기 시작했고, 결국 화이트 와인은 셀러에서 쫓겨나 다시 냉장고로 들어가게 됐다. 언젠가는 더 큰 셀러를 사고 말리라는 소망을 갖게 됐다. 셀러의 ‘부작용’(?)이다.

꼭 셀러를 살 필요는 없다. 여름엔 냉장고에 보관하고, 미리 꺼내서 적정한 온도가 될 때까지 기다리자. 좋은 와인을 만나고 싶다면 정성과 기다림도 필요한 법이니까.토요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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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이었나,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날 작은 레스토랑에서 레드 와인을 주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상온에서 보관하던 와인인지 온도가 너무 높게 느껴졌다. 온도를 좀 낮추고 싶어 아이스 버킷을 요청했더니 직원이 근엄한 표정으로 ‘손님, 레드 와인은 원래 상온에서 마시는 겁니다.’라고 알려주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직원과 언쟁까지 벌이고 싶지는 않아서 ‘날이 더워서 좀 시원하게 마시고 싶다’는 말로 결국 아이스 버킷을 얻어 내긴 했지만, 아이스 버킷에 얼음을 채워 온 직원의 썩소를 머금은 애매한 표정은 결국 그날의 와인 맛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그 직원 말대로 레드 와인은 꼭 상온, 그러니까 현재의 기온과 같은 온도로 마셔야 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사막 한가운데에선 체온보다 높은 미지근한 온도의 레드 와인을 마셔야 한다. 한겨울 알래스카의 이글루에서 와인을 즐기려면 아이스 버킷에 담가 놓은 화이트 와인보다 더 차가운 레드 와인을 마셔야 정상이 된다. 그렇다면 레드 와인은 ‘상온’에서 마셔야 한다는 상식 자체가 이상한 것 아닐까? 사실 이런 것은 상온의 정의를 착각해서 생기는 오해다. 포털 사이트에서 상온(常溫, ordinary temperature)을 검색해 보면 20±5℃ 정도의 온도를 뜻한다. 상온과 유사한 의미로 쓰이는 실온(室溫, room temperature) 또한 인간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온도로, 상온과 유사한 범위의 온도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레드 와인은 상온에서 마시라’는 말은 ‘20℃ 정도에서 마시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지금 현재 당신이 있는 곳의 온도와 동일한 온도에서 마시라는 얘기가 아니다.

와인 전문가들마다 조금씩 견해가 다르긴 하지만, 레드 와인의 적정 음용 온도는 대략 15℃에서 20℃ 정도라는 데에는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다. 레드 와인이 너무 차가우면 타닌의 떫은 느낌과 쓴맛이 강하게 느껴지며, 향과 맛 또한 화사하게 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시큼한 맛이 강해지는 데다 흐물흐물하게 퍼진 느낌이 들어 제맛을 느끼기 어렵다. 이런 점 때문에 타닌과 산미의 정도, 바디 등 스타일에 따라서 적정 음용 온도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피노 누아(Pinot Noir)나 바르베라(Barbera) 등 산미는 높고 타닌이 적으며 미디엄 바디 정도의 가볍고 생기 있는 레드 와인은 15-16℃의 비교적 낮은 온도가 적당하다.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나 메를로(Merlot), 말벡(Malbec) 등 미디엄 풀 바디 이상의 타닌이 많고 강건하며 묵직한 레드 와인은 보통 17-19℃ 정도로 마셔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더운 여름날 셀러나 냉장고가 아닌 상온에서 보관한 와인의 온도는 어떨까? 당연히 현재 실내 온도와 유사한 온도일 테지만, 그래도 검증을 위해 실제로 와인랙에서 보관하던 와인을 한 병 열어보았다. 실내 온도는 막 30℃를 넘어선 상황이었고, 와인을 오픈하기 직전에 희망 온도를 25℃로 맞추어 에어컨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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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실내 온도 30℃)에서 보관하던 와인의 온도는 얼마일까]

마트에서 산 요리용 온도계로 잰 와인의 온도는 자그마치 29.1℃. 햇빛이 들지 않는 그늘진 곳에 보관된 와인이었지만 실내 온도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대로 마신다면 와인의 제맛을 느끼지 못한 채 애꿎은 생산자와 판매자만 욕하게 될 지도 모른다. 제대로 즐기려면 권장 음용 온도인 17-19℃ 까지 온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가장 빨리 온도를 낮추는 방법은 얼음과 물을 넣은 아이스 버킷이다. 와인 전문가 마이클 슈스터(Michael Schuster)가 쓴 <와인 테이스팅의 이해>에 따르면, 아이스 버킷은 처음 20분 동안 매 2분마다 약 1℃의 온도를 낮춘다. 대략 20-24분 정도면 원하는 온도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스 버킷이 없거나 나처럼 아이스 버킷 준비를 귀찮아하는 사람이라면 손쉽게 냉장고를 이용해도 된다. 냉동실에 와인을 넣으면 4-5분에 1℃ 정도 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50분 남짓이면 원하는 온도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그러나 깜빡하고 와인을 제때 꺼내는 것을 잊어버린다면 소중한 와인이 꽁꽁 얼어버린다는 단점이 있으니 주의할 것. 냉동실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타이머를 맞추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냉장실을 이용하면 속도는 좀 느리지만 안전하게 온도를 낮출 수 있다. 그렇다면 냉장실에서 원하는 온도를 얻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시원하게 즐기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16℃ 정도까지 온도를 낮춰 보기로 했다. 위에서 오픈한 와인을 3℃로 설정된 냉장실에 넣어 5분마다 변화하는 온도를 확인해 봤더니 아래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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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온도 3℃의 냉장실에서 레드 와인의 온도 변화]

정밀하지 않은 가정용 온도계이고 온도 확인을 위해 5분마다 냉장고 문을 여닫았음을 감안해야 한다. 어쨌거나 대략 1시간 45분 만에 원하는 온도를 얻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이번처럼 냉장고 문을 빈번하게 여닫지는 않을 테니 좀 더 빠른 칠링이 가능할 것이다. 대략 15분에 2℃ 정도 온도를 낮출 수 있다고 보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저녁 식사에 곁들일 와인이라면 4시 반 쯤 냉장고에 넣어 놓으면 된다. 반대로 냉장고에 보관하던 차가운 레드 와인의 온도를 적정 음용 온도로 올리려면 얼마나 걸릴까? 같은 와인을 잘 막아 냉장고에 넣었다가 5시간 후에 꺼냈을 때 와인의 온도는 6.4℃였다. 이후 25℃의 실내에서 5분 단위로 와인의 온도를 쟀는데 35분 만에 원하는 온도(16.4℃)를 얻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냉장 보관하던 레드 와인은 마시기 30분 전에 꺼내면 적당한 온도가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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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의 실내에서 차가운 레드 와인의 온도 변화]

집안에 보관하던 레드 와인, 온도만 잘 맞춰도 맛이 달라진다. 한여름에 실온에 방치돼 있던 레드 와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냉장고를 이용하면 쉽게 온도를 맞출 수 있으니 적극적인 활용을 권한다. 부디, 레드 와인에게도 칠링을 허하라.

프로필이미지김윤석 기자

작성 2019.08.05 09:40수정 2019.08.06 11:08

김윤석 기자는 2008년 WSET Advanced Certificate를 취득했으며, 2011년 객원기자 1기로 와인21에 합류했다. 사회, 문화, 제도 안에서 와인을 이해하려는 글을 쓴다. 우리술, 맥주, 위스키, 코냑, 칵테일 등 다른 주류에도 관심이 많아 2021년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2022년에는 '증류주 제조 마스터 과정'을 수료했다. 티스토리에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라는 캐주얼한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레드와인 몇도?

화이트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11~13 정도, 레드 와인은 13~14.5 정도이므로 보관 환경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화학적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와인 개봉후 몇일?

와인개봉 올바르게 보관할 경우, ▲스파클링 와인은 1-2일, ▲화이트와 로제 와인은 3-5일, ▲레드 와인은 3-6일, 그리고 강화 와인은 1-3주는 더 보관할 수 있다.

와인은 유통기한이 있나요?

코르크 사이로 공기가 미세하게 들어오면서 산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도 화이트와인의 경우 레드와인보다 유통기한이 짧다. 일반적인 와인의 경우 화이트와인이 3~5년, 레드와인이 5~10년 정도다.

화이트와인 몇도?

화이트 와인 보관에 적절한 온도 범위는 6℃~11℃이며, 레드 와인 보관에 적절한 온도 범위는 12℃~18℃ 입니다. 와인 종류에 알맞은 온도로 보관실 온도를 설정하고 와인을 보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