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장터 생 어물전 에는 - jinju jangteo saeng eomuljeon eneun

이번 시간에 다룰 시의 제목은 '추억에서'입니다. 제목에서 드러나 듯이 '추억에서'는 현재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된 화자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그 때의 기억을 말하는데요. 보통의 '추억'이라는 단어는 아름다운 과거를 떠올리게 하지만 화자의 추억은 그렇지 않습니다. 화자의 과거 상황에 집중하여 시를 읽은 후 전문 해석을 읽어보도록 합시다.

진주 장터 생어물전에는

바닷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 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發)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銀錢)만큼 손 안 닿는 한(恨)이던가

울 엄매야 울 엄매,

별 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 시리게 떨던가 손 시리게 떨던가,

진주 남강 맑다 해도

오명 가명

신새벽이나 밤빛에 보는 것을,

울 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 박재삼, 「추억에서」

앞서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 시는 화자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독백하는 방식으로 시상이 전개됩니다.

어린 시절 화자는 골방에서 누이와 함께 어머니를 기다립니다. 어머니는 생선 장사를 하러 이른 새벽에 나가 해가 지면 들어오기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올 때까지 오누이는 골방에서 떨며 어머니를 기다릴 뿐입니다.

여기서 이 시 포인트는 화자가 생각하는 어머니의 상황입니다.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마리', '은전만큼 손 안닿는 한'으로 보아 고된 노동을 하지만 벌이는 좋지 못하여 고생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햇빛에 반사되는 진주 남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지 못할정도로 이른 새벽에 나가고 밤 늦게 들어오는 어머니지만 그 고생만큼 돈을 벌지 못하기에 어머니의 마음은 슬플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어머니의 고된 삶을 이 시에서는 생선 눈깔의 빛이나 남강에 비친 별빛 등의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인상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빛의 이미지는 마지막 연에서 달빛이 반사되는 옹기의 반짝임으로 연결되어, 이는 어머니의 눈물을 환기하며 어머니의 한을 압축적으로 그려 내고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시를 통해 시인은 '어머니의 한스러운 삶에 대한 회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시구의 세부적인 내용과 표현법에 대해 알아본 후 학습을 마무리하도록 합시다.

진주 장터 생 어물전 에는 - jinju jangteo saeng eomuljeon eneun

이창하/시인

진주 장터 생 어물전 에는 - jinju jangteo saeng eomuljeon eneun

이창하/시인-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진주 장터 생 어물전에는
바다 밑이 깔리는 해 다진 어스름을

울 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만큼 손 안 닿는 한이던가
울 엄매야, 울 엄매

별 밭은 또 그리 멀어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 시리게 떨든가 손 시리게 떨든가,

진주 남강 맑다 해도

오명 가명
신새벽에나 밤빛에 보는 것을
울 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박재삼, ‘추억에서 67’)

오늘은 우리 지역 시인의 작품을 한편 소개할 까한다. 이 시는 해방 전후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모두가 어렵게 살아가던 시절, 우리들의 엄마는 어린 자식의 생계를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이 없었다. 시인의 어머니는 그 방법으로 생선을 파는 방법을 선택했다.

박재삼 1933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나 3년 후에 어머니의 고향인 경남 삼천포로 돌아와 청소년기를 보낸다. 그 시절이면 그야말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 팍팍하던 시절이 아닌가. 박재삼 시인도 마찬가지였다. 저 먼 바닷가 삼천포에서 진주까지 도보로 생선을 팔려 다닌 어머니, 새벽 일찍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장사를 하다 보니, 일 년 365일 동안 수없이 진주 남강을 지나다녀도, 그 맑은 물결은 볼 수가 없었다는 서글픔은 박재삼에게는 평생의 한이 되었을 것이다.

가져간 생선을 다 팔기 위해서 늦게까지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지만, 그래도 때때로 다 못 팔고 장사 끝에 남은 몇 마리의 고기를 가지고 돌아오는 경우가 있었으니, 그것은 여름날 새벽에 싱싱한 생선이었지만, 팔고 남은 생선 몇 마리 집으로 가져오면 싱싱했던 생선의 눈깔은 어느새 은빛으로 변해 있었던 시절,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울엄매야, 울엄매”라고 울부짖을 뿐이니, 정말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다.
그 엄마 또한//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옹기라고 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우리 엄마들의 가장 큰 한이 서린 곳이다. 화가 나면 장독대에서 옹기를 닦았고, 참아야 할 일이 생겨도 장독대 옹기를 찾았던 우리들의 엄마, 시인은 그 옹기를 통해 엄마의 이미지를 찾았고, 그 옹기를 통해 엄마의 고통과 한을 이해하려 했던 것이다. 추억은 회고이고 회고는 결국 모태(母胎)라는 논리로 볼 때, 옹기라는 존재는 어머니의 상과 연결되고 시인이 끝내 들어가 동경했던 어머니의 배 속에 있는 그 문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모태 회귀본능이 아닐까. 시인의 작품 속에는 그러한 내면들이 잠재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의 말처럼 완전한 원환(圓環)의 이미지(옹기처럼)는 우리가 마음을 가다듬는 데 도움을 주며, 스스로의 근원적인 존재의(탄생의 문 즉, 어머니라는 문) 성격을 되찾게 해주며, 우리의 존재가 내밀하게 내적임을 확정해 준다. 왜냐하면 외면적 형상을 모두 제거해 버리고 내면(의식 속 즉, 회고)으로부터 경험되어질 때는 둥글지(어머니의 문) 않고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고 한 것과 같다고 했듯 옹기를 시상 속으로 끌어들인 것은 어머니를 회고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꼭 필요했으며 그러하기 때문에 시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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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서

박재삼

진주(晋州)장터 생어물(魚物)전에는
바다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엄매의 장사끝에 남은 고기 몇마리의
빛 발(發)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銀錢)만큼 손 안닿는 한(恨)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시리게 떨던가 손시리게 떨던가.
 
진주 남강(晋州南江) 맑다 해도
오명 가명
신새벽이나 밤빛에 보는 것을,
울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개관

- 주제 ⇒ 어머니의 한스러운 삶에 대한 회고와 그 회한 / 가난한 유년기의 추억 속에 각인된 어머니의 삶과 한

- 특성
* '∼가', '~꼬'의 의문형 종결어미를 통해 내재적인 리듬을 구사함.
* 구체적 지명과 토속적 시어를 사용하여 시의 정서와 이미지를 통일시킴.
* 향토적, 애상적, 회고적, 정한적
* 토속적 시어(사투리)를 이용한 독특한 영탄법 구사(울엄매야 울엄매)
* 대상의 변화(어머니→오누이→어머니)
* 한의 정서를 섬세한 언어와 서정적 감각으로 형상화함.

중요 시어 및 시구풀이
해 다 진 어스름 → 어물전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 날이 어두워지는 것을 생선을 다 팔지 못한 걱정스러운 분위기로 연결시킴.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 빛 발하는 눈깔들 → 삶의 어려움에서 오는 어머니의 한을 느낄 수 있음. / 생선을 다 팔지 못한 어머니의 막막함과 안타까움.
속절없이 → 희망없이 단념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함.
은전 → 만져볼 수 없는 물질, 소유할 수 없는 부를 의미함.
은전만큼 손 안 닿는 한 → 가난이 설움과 외로움을 부르고 그것이 감각화되어 한이 생성됨.
울엄매 → 토속적이고 향토적 정감으로, '울고 있는 엄마'를 연상케하는 표현
별밭 → 어머니는 오누이에게는 삶의 희망이자 생존의 근원인 별과도 같은 존재임. / 자식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이미지. 삶의 위안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대상 / 그러나 이 별밭이 '골방(희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이미지로 연결됨.
손시리게 떨던가 → 추위에 떨고, 자식들을 생각하며 조바심에 떠는 모습.  어린시절의 가난한 삶
신새벽이나 밤빛에 보는 것을 → 어머니가 이른 새벽에 나가 밤늦게 돌아옴을 알 수 있음.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 → 원관념 : 슬픔을 억제하고 있는 듯한 어머니의 눈물 / 한으로 채워져 글썽이며 울고 계시던 어머니의 마음 / 삶에 지쳐 서러움에 잠겨있으면서도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어머니의 아름다운 모습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 글썽임은 서러움이지만, 반짝임은 서러움을 정화하고 미화시키는 것이다. 곧 어머니의 삶이 그저 짓누르는 아픔에만 빠진 것이 아니고, 거기에는 자식들에 대한 사랑의 아름다움이 함께 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임.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시적 배경 제시- 저녁 무렵, 진주 장터 생어물전
- 2연 : 어머니의 한많은 삶 회고
- 3연 : 어린 시절 오누이의 모습
- 4연 : 어머니의 한과 눈물 회고

이해와 감상
시인의 고향은 삼천포이다. 일본에서 살다가 해방 후 고향인 삼천포로 돌아온 시인의 가족은 무척 가난했다. 어린 소년 박재삼이 학교 소사 생활을 하며 공부를 해야 할 정도였으니 가히 짐작할 만하다. 시인의 어머니는 진주 장터의 생어물전에서 생선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어려운 삶을 꾸려나갔다. 
사람들이 가진 그리움 중에서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만큼 크고도 보편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어머니는 모든 사람이 지닌 가장 깊은 사랑의 근원이며, 세월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그리움의 대상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리움의 대상인 어머니의 모습을 추억하면서 언제나 한과 슬픔으로 점철되는 어머니, 팔다 남은 생선의 눈빛에서 가난을 벗지 못한 한이 묻어났고, 달빛 받아 반짝이는 옹기전의 옹기빛에서 눈물 젖은 어머니의 눈빛을 시적 자아는 연상한다. 
마음 깊이 서려있는 한스런 추억과 슬픔을 노래하면서도 통속적인 감정으로 떨어뜨리지 않고 깨끗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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