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마왕 이야기 - syubeleuteu mawang iyagi

많은 클래식 음악이나 발레 음악에 자주 등장되는 주제로 마왕(저승사자)이 있다.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마왕은 덴마크의 전설에 나오는 귀신으로 어린이들에게 재앙과 불행을 가져온다고 알려져 있다. 독일의 위대한 시인 괴테도 다른 많은 작가들처럼 마왕 이야기를 글감으로 삼아 문학 작품을 남겼는데, 열여덞 살 때 괴테의 시 ‘마왕’을 읽은 슈베르트는 생명이 꺼져가는 아들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애절한 사랑에 감동해 즉흥적으로 단숨에 썼다는 이 곡엔 그의 재질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g단조 4/4박자의 아주 빠른 비바체인 이 노래는 3잇단음의 피아노 반주로 말발굽 소리를 묘사하고 있는데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마왕의 대화식으로 구성돼 있는데 아주 극적이다.
노래 가사의 내용은 이렇다.

“이렇게 늦게 어둠 속의 바람을 가르며 말을 달리는 자는 누구일까? 그것은 아이를 따뜻하게 품에 안고 말을 타고 달리는 아버지다.

아버지 :  아가, 너는 무엇이 그리 무서워서 얼굴을 가리느냐?

아들 :  아버지, 아버지는 마왕이 보이지 않습니까? 관을 쓰고 긴 옷을 늘어뜨린 마왕이….

마왕 : 귀여운 아가, 이리 오너라,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 저 곳에 아름다운 꽃이 많이 피어 있고 또 너의 어머니는 많은 금으로 된 옷을 가지고 있다.

아들 :  아버지, 아버지는 들리지 않나요? 마왕이 자꾸 속삭이는 것이….

아버지 :  가만히 있거라, 아가. 걱정하지 말아라. 마른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다.

마왕 : 귀여운 아가, 나와 같이 가자. 소녀들이 너를 즐겁게 해 주리라. 밤에 춤추는데 가서 즐겁게 해 줄테니….

아들 : 아버지, 아버지, 저 어두운 곳에 마왕의 소녀들이 보이지 않습니까?
아버지: 아가, 아가, 아무것도 아니란다. 그것은 잿빛의 오래 된 버드나무란다.

마왕 : 나는 네가 제일 좋다. 자, 오라. 내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억지로 끌고 가겠다.

아 들 :  아버지, 아버지, 지금 마왕이 나를 잡아요. 마왕이 나를 심하게 해요.
아버지는 무서워서 급히 말을 달린다. 팔에는 떨면서 신음하는 아이를 안고서…….
지쳐서 집에 도착 했을 때 사랑하는 아들은 그의 품에서 이미 죽어 있었다."

슈베르트는 이 곡에 불협화음을 사용해 묘사에 효과를 냈다.
외국어를 몰라도, 성악곡을 이해하기 힘들어도, 모두가 아버지가 되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이 음악을 들어보면 너무도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꼭, 들어보도록 하자.

/이중엽(용인시립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Schubert, Der Erlkönig

슈베르트 ‘마왕’

Franz Schubert

1797-1828

Ian Bostridge, tenor

Roger Vignoles, piano

Voices of Our Time Series

Théâtre du Châtelet, Paris

2000.02.03


Ian Bostridge/Roger Vignoles - Schubert, Der Erlkönig

슈베르트의 수많은 가곡들 중 비교적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왕>은 1815년 그의 나이 18세에 만들어졌다. 슈베르트는 자신의 600여 편의 가곡에서 대부분 동시대 작가와 시인들의 텍스트를 사용했으며, 특히 자신의 음악어법에 가장 큰 영감을 준 괴테의 시에 70여 편의 음악을 붙였다. 슈베르트의 첫 번째 가곡인 <물레 감는 그레트헨> 역시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이다. 가곡 <마왕> 역시 1782년에 창작된 괴테의 시를 텍스트로 삼은 곡이다.

<마왕>의 탄생

덴마크의 설화로 전해지는 ‘마왕 이야기’는 실제로 독립된 텍스트로 창작되지는 않았다. 괴테가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독일의 문학가 고트프리트 폰 헤르더(1744-1803)가 덴마크의 설화를 번역한 <마왕의 딸>(Erlkönig Töchte)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다. 괴테는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시를 썼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이 시는 1782년 발라드 오페라인 <어부의 부인>(Die Fischerin)의 일부로도 사용되었는데, 극중 등장인물인 도르첸이 떠나간 아버지와 신랑을 기다리며 부르는 노래로 오페라에 등장한다. 당시에는 오페라의 도입을 알리는 작품으로 사용되었으며 지금처럼 독립적인 가곡 형태로는 연주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괴테의 시 ‘마왕’은 괴셴 출판사에서 8권으로 이루어진 괴테의 공식적인 첫 작품집으로 출판되었다. 슈베르트가 괴테의 시를 가지고 가곡을 작곡할 당시의 일화는 슈베르트의 절친한 친구였던 요제프 폰 슈파운의 서술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전해지고 있다. “1815년 12월의 어느 오후에 당시 힘멜포르트그룬트에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슈베르트를 방문했다. 그는 괴테의 시 ‘마왕’을 흥분 상태에서 큰 소리로 읽고 있었다. 책을 한 손에 들고 몇 번이고 방안을 서성거렸고, 그 후에 급히 의자에 앉아 무서운 속도로 이 곡을 오선지에 써내려갔다.”

<마왕>의 가사

늦은 밤 어둠과 바람 뚫고 말 달리는 이 누군가?

그는 아이를 품에 안은 아버지.

아이를 팔로 꼭 껴안고 있네,

아이를 단단히 포근하게 감싸고 있네.

“아들아, 무엇이 두려워 얼굴을 숨기느냐?”

“아버지, 마왕이 보이지 않나요?

왕관을 쓰고 옷자락을 늘어뜨린 마왕이.”

“아들아, 그건 엷게 피어오르는 안개란다.”

“사랑스런 아이야, 나와 함께 가자!

가서 함께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꾸나.

호숫가에는 알록달록 꽃이 피어 있고,

내 어머니는 황금장식으로 네 옷을 꾸며줄 거야.”

“아버지, 아버지, 들리지 않으세요?

마왕이 나에게 달콤하게 속삭이는 소리가.”

“조용히, 진정해라, 사랑하는 아들아,

마른 나뭇잎들이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거란다.”

“함께 가지 않겠니, 귀여운 아이야?

내 딸들이 고운 차림으로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내 딸들이 밤마다 무도회를 열어

네가 잠들 때까지 춤추고 노래할 거란다.”

아버지, 아버지, 보이지 않으세요?

저 어두침침한 곳에 있는 마왕의 딸들이.”

“아들아, 내 아들아, 똑똑히 보이는구나.

그건 오래된 잿빛 버드나무가 어른거리는 거란다.”

“너를 사랑한다, 네 아름다운 모습이 마음에 드는구나.

그러니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억지로라도 데려가야겠다.”

“아버지, 아버지, 그가 이제 나를 잡았어요!

마왕이 나를 아프게 해요!”

두려움에 떨며 아버지는 급히 말을 달리네.

신음하는 아이를 꼭 껴안고서

그가 비탄과 걱정에 싸여 집에 도착했을 때

품 안에 아이는 죽어 있었네.

*원 해설에 소개된 가사가 온전하지 않아 새로 교체하여 넣었습니다._라라와복래

슈베르트 마왕 이야기 - syubeleuteu mawang iyagi

아이를 품에 안고 급히 말을 모는 아버지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한 미국 화가 앨버트 스터너의 삽화, 1910

극적인 요소를 위한 음악적 장치

이 시에서는 총 4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해주는 해설자,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아이, 그리고 아픈 아이를 데리고 어두운 밤을 달리는 아버지, 그리고 병든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끊임없이 유혹하는 마왕이 이 작품을 구성하는 인물들이다. 슈베르트는 자신의 작품에서 여러 가곡의 형식을 도입했는데 특히 <마왕>에서는 통절형식(몇 절로 된 가사이든 가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가락으로 노래하도록 만든 작곡 형식)과 대화체를 사용하여 텍스트에 등장하는 극적인 상황이 더욱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 곡은 한 명의 가수가 목소리를 바꾸어 세 인물의 판이한 성격과 상황을 묘사하는 작은 음악극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해석에 있어서 상당히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노래의 첫 부분에서는 해설자에 의해 전반적인 상황이 담담하게 설명되며 이후에 나타날 파국이 표면화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공포에 떠는 아이, 아이를 달래는 아버지의 위로와 절규, 처음에는 달콤한 말로 유혹하다가 점점 폭력적으로 변모해 아이를 저승으로 데려가려는 마왕의 음울한 모습이 전체 텍스트의 큰 축을 이루게 된다. 마지막에는 아이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모든 상황이 끝나게 된다.

슈베르트는 가수에게 필요한 연기력 이외에도 이 작품의 생생한 내러티브 전달을 위해 여러 장치들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서주의 반주부에서 등장하는 셋잇단음표는 아픈 아들을 데리고 어두운 밤을 달리는 말발굽 소리를 상징한다. 위로와 힘을 실어주는 아버지의 음성에서는 저음을, 공포에 질린 아들의 떨리는 음성에서는 고음을 사용한 것이 캐릭터의 심리 묘사를 하고 있으며, 음악적 상황을 매우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마왕의 음성이 나타나는 부분에서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처리함으로써 마왕이 환상 속에서 아이를 점차적으로 지배해 가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나타냈다. 이 작품의 공개적인 초연은 1821년 1월 25일 빈의 악우협회에서 이루어졌다. 출판은 작곡이 완성된 후 6년 뒤인 1821년 4월 2일 빈의 카피 운트 디아벨리 출판사에서 이루어졌다.

Schubert, Der Erlkönig

Dietrich Fischer-Dieskau, baritone

Gerald Moore, piano

No.3 studio, Abbey Road, London

1951.10

추천음반

1.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연주(DG)는 번뜩이는 텍스트 분석력이 돋보인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4개의 캐릭터에 대한 다면적인 연기는 치밀하게 구성된 모노드라마를 연상시킨다.

2. 크리스토프 프레가르디엥(Virgin) 역시 지적인 음성으로 4개의 캐릭터에 저마다의 개성을 부여했다. 마왕의 음성에서 비브라토를 제거한 음색으로 창백하게 노래하는 장면은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3. 마티아스 괴르네(Decca)의 풍부하고 따스한 음성은 캐릭터를 명확하게 드러내지는 않지만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에서 특유의 몰입과 쉼표 연출이 돋보인다. 특히 아이가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 느릿하게 텍스트를 읊조리는 모습은 작품의 서사적인 면과 장면 묘사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인다.

4. 그레이엄 존슨이 완결한 슈베르트 사이클(Hyperion)에서 크리스티네 쉐퍼와 존 마크 에인슬리, 마이클 조지 등 세 연주자가 각각의 인물을 노래하고 있어 독특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노태헌(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라 뮤지카>, <그라모폰 코리아>, <코다>, <스트라드>,  <안단테> 등에 클래식 음반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음악>성악>가곡  2010.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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