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등 핏줄 만들기 - sondeung pisjul mandeulgi

언젠가 제가 팔 사진을 올린 후로 제게 이런 질문이 많았습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핏줄이 굵고 선명해지냐???]

사실 핏줄은 호불호가 분명한 영역인데, 싫어하는 분들은 정말 싫어합니다. 이 사진이 올라간 덧글에서도 제 손을 보고 운동할 마음이 뚝 떨어졌다고 쓰신 분까지 있으니까요. ^^;;

또 한편으로는 [데피니션을 완성하는 끝판왕]으로 핏줄을 간절히 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보디빌더들은 근선도와 함께 핏줄의 선명도도 키우려고 대회준비 막판에 굉장한 신경을 쓰기도 합니다. (물론 온라인상의 악소리나게 선명한 선명한 일부 사람들의 핏줄은 약물 사용의 결과 혹은 사진에 특수효과를 입혀서이지만요;;)

어쨌든 핏줄이 도드라지면 분명 몸이 더 근육질로 보이고, 강한 인상을 주는 게 사실입니다. 여름철 반팔을 입었을 때 이두근 위로 굵은 핏줄 하나가 쭉 내려가고 있으면 남자들의 어깨가 두 배는 으쓱해집니다. 굳이 팔이 어마어마하게 굵지 않아도 말이죠.

그래서인지 그 글에서도 핏줄 선명해지는 법을 묻는 덧글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근육이 아닌) 핏줄의 선명도에 관해 써보려 합니다.

그럼 약물은 제껴놓고, 핏줄이 도드라지게 하는 요소는 뭘까요?

1> 가장 맥빠지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 : 체지방률

죄송합니다. 이게 첫 번째입니다. 뒤에 나올 모든 방법을 다 갖다 들이대도 체지방률 높으면 핏줄은 안 나옵니다. 

밖으로 보이는 핏줄은 정맥, 그 중에서도 표재 정맥(Superficial vein)입니다. 표재 정맥은 근육과 피부 사이 체지방층에 있기 때문에 피하지방이 얇아야 잘 보입니다. 심부정맥은 굵지만 안쪽의 근육에 묻혀있고, 피부 바로 밑의 실핏줄은 보이지도 않으니 큰 의미가 없습니다. 

보통 남성 12~15% 정도, 여성 18% 아래에서 핏줄, 즉 표재정맥이 본격적으로 도드라지기 시작하는데, 전완이나 이두 위는 비교적 빨리 보이지만 복근 위나 허벅지에선 남성에선 대개 8% 아래는 되어야 보입니다.  사실 하체 혈관이 불룩불룩한 건 체지방보다는 하지정맥류나 정맥성 고혈압 때문인 경우가 더 많죠. ㅎㅎㅎ

2> 근벌크

표재정맥은 근육보다 바깥쪽에 있기 때문에 근육이 발달할수록 밖으로 밀어내는 힘이 강해집니다. 근벌크가 커질수록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혈류량도 많아져 혈관의 외경이 넓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 혈류량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혈류가 많아질수록 정맥도 더 많은 피를 감당해야 하고 굵어집니다. 대개 VO2max가 높아지면, 즉 최대 유산소능력이 강해지만 혈류가 늘고 핏줄도 선명해집니다. 뒤에 말할 고강도 운동 때문에도 그렇게 될 수 있지만 여성의 경우 임신을 하면 태아의 혈류까지 감당해야 하면서 핏줄이 도드라지곤 합니다. 

4> 선천적인 요소, 피부색, 날씨(!#@!?)

위에 적었듯이 정맥은 체지방층과 함께 있지만 사람에 따라 깊을 수도 얕을 수도 있습니다. 깊이가 얕다면 같은 체지방 두께에서도 더 선명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피부색이 옅어도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더운 여름에도 체열을 활발히 발산하기 위해 혈관이 팽창하면서 선명해집니다.

사람마다 선명한 부위도 조금씩 다릅니다. 제 경우는 체지방률로 봐서는 도저히 나올 수준이 아닌데(?) 복사근 위로 핏줄이 보일 때가 많습니다. 

5> 나이

일단 나이가 많을수록 같은 체지방률에서도 피하지방의 비중이 줄기 때문에 핏줄이 선명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정맥 자체의 탄력이 줄어 두껍고 구불구불해지는 문제가 더 큽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손과 팔뚝은 근육량이나 체지방률 무관하게 젊은 때보다 핏줄이 선명해집니다. 일종의 혈관 퇴행인데,  운동과 혈류량 증가를 통해 굵어지는 혈관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6> 혈관을 도드라지게 하는 식단이 있을까?

아마 제일 관심이 많을 내용이 아닐까 싶은데, 일단 위에서 적은 [낮은 체지방률 + 일정 수준의 근육 발달] 이라는 전제조건이 없이는 별의별 식단으로도 핏줄은 눈에 띄게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그런 조건을 갖추었는데도 안 보인다면 그때 비로소 식단을 검토해야 합니다.

- 고염식, 저염식, 저탄수 식단 모두 핏줄의 선명도를 나쁘게 합니다.

사실 핏줄 말고도 근육의 선명도도 마찬가지죠. 고염식은 피하에 쓸데없이 많은 물과 염류를 잡아두게 해 선명도를 낮추고, 한편 반대로 저염식도 근육을 쪼그라들게 하고 혈류도 줄게 해서 핏줄을 쪼그라들게 합니다. 뭐든지 적당한 게 최고입니다.

내츄럴 보디빌딩 대회에서는 대회 2~3일 전까지 체지방을 줄이다가 그 이후부터 염분과 물,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해 근육과 핏줄 선명도를 높입니다. 

굳이 보디빌더가 아니더라도 평소 식단관리를 철저히 하고 체지방 낮게 관리한 사람은 한두 끼 고탄수 고염분 식사를 하면 근육과 혈관이 확 선명해집니다. 단, '선'을 딱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수분 저류로 몸이 퉁퉁 붓기 시작합니다. '선'을 찾는 게 노하우입니다.

-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충분한 칼륨 섭취입니다. 염분과 칼륨의 밸런스가 맞아야 근육이 가진 수분과, 혈류의 수분, 피하에 축적되는 수분의 밸런스가 맞춰지며 최적의 근선도가 나옵니다. 

칼륨이 풍부한 채소류를 충분히 드세요. 근선도 뿐만이 아니고 건강에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칼륨 섭취가 부족하면 수분이 근육과 혈관을 불룩하게 만드는 대신 두루뭉술 퉁퉁해집니다.

- 수분도 위의 염분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수분은 염분과 탄수화물에 따라 변하는 수동적인 요소입니다. 염분과 칼륨, 탄수화물을 적당히 조절한다면 물은 내키는대로 많이 먹는 게 좋습니다.

-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혈관이 확장되면서 몇 시간 동안 핏줄이 도드라집니다. 과거에 일부 보디빌더들이 이 방법을 썼다는 '썰'도 있습니다.

- 혈관을 도드라지게 하는 보조제로는 산화질소 NO계열이 알려져 있지만 일시적입니다. 아르기닌보다는 시트룰린이 네거티브 피드백 효과가 적어서 낫습니다. 어쨌든 둘 다 먹고 운동할 때 잠시 확장되고 맙니다. 니아신(비타민B3)도 일시적으로 혈관을 확장시키지만 통풍 환자에겐 금기입니다.

자연식으로 혈관을 확장하는 대표적인 식품은 레드비트가 있습니다.

3> 혈관을 도드라지게 하는 운동이 있을까? : 

이에 관해서는 아직 딱히 체계적인 연구 결과는 없습니다. (까놓고 학자 입장에서도 이런 실험을 큰돈 들여 할 이유가^^;;) 그저 운동인들 사이에 경험적으로, 이론을 통해  VO2max를 높이는 운동이 '반영구적으로' 혈관을 확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마라톤처럼 장시간, 저강도 운동, 혹은 보통의 근력운동이나 스트렝스 트레이닝은 여기 해당하지 않습니다. 물론 혈관 괴물들은 대부분 보디빌더들이지만 종목 특성상 벌크가 크고 체지방이 낮아 (+약믈) 생긴 특이현상이고, 같은 체지방률, 같은 근벌크에서 혈관이 잘 발달하는 운동은 따로 있습니다. 

중단거리 달리기, 조정처럼 몇 분에 걸쳐 최대 출력의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내야 하는, Threshold 영역의 운동에서는 혈관이 지속적으로 최대 부하를 감당해야 하므로 혈관이 빠르게 발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우도 조정을 하면서 손과 전완의 핏줄이 급속히 굵어졌습니다. 

또한 클라이밍, 또는 막노동(!!!) 처럼 장시간 같은 동작이나 자세를 유지하며 근육이 끊임없이 긴장해야 하는 운동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굳이 근력운동에 대입한다면 고반복의 맨몸운동이나 버티는 악력 훈련 등이 여기에 해당하겠죠. 

하지만 앞서 말한 체지방이나 근벌크, 선천적인 요인 등이 워낙 강력하다보니 종목별 특징은 '부분적 영향'을 줄 수는 있을 뿐 이걸 한다고 다 혈관이 툭툭 튀어나오는 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