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답장 속도 - oegug-in dabjang sogdo

외국인 답장 속도 - oegug-in dabjang sogdo

해가 바뀔 때마다 국제 연애나 결혼은 매년 늘어가는 추세이다. 거기에 부응하듯 내 블로그에도 국제연애나 결혼을 고민하는 분들이 댓글을 남겨주시거나 조언을 구한다.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국제연애에서 문화적 충돌이 적은 반면,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사람들은 문화적 차이& 그리고 문화 차이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해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서로 호감을 가진 시작 단계라면, 작은 실수로 인해 관계를 망치는 경우가 있다. 내 주변에서도 안타깝게 관계가 이어지지 않은 경우를 본 적이 있기에 적게 된다. 연애 초반, 연애 초보에게 주는 오지라퍼의 국제연애 팁 5가지!

1. 너 나 갖고 노는 거니? 외국인들은 그렇다던데...

제발. 제발. 제발 이런 말 좀 하지 말자. 이런 생각을 갖지도 말고... ㅠㅠ '남자들은 여자를 가지고 논다'라는 생각 자체가 여성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임을 깨닫길 바란다. 솔직히 말해서, 첫눈에 3초 만에 반해 미치도록 사랑에 빠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게 외모나 분위기에만 반해서 사귀는 경우, 관계나 애정의 지속성 역시 그리 길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사람 괜찮은데? 한번 만나볼까?' 같은 호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초반에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기가 필요하다. 상대가 외국인이라 '불안'하다면, 그건 나의 불안이지 상대의 책임이 아니다. 그런데도 가끔씩 사람들은 그게 외국인인 상대의 탓이라 생각하며, 상대가 나에게 확신을 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있다. 미안하지만, 그건 완전 착각. 그 역시 당신이 사랑에 빠져도 괜찮은 사람인지 알아갈 시간이 필요하다. (겉모습은 같지만 마인드나 국적이 외국인인 교포도 마찬가지!)

특히나 서로가 알아가는 썸타는 동안에 갑자기 "너 나 갖고 노는 거니?" "호기심이니?" "날 쉽게 보는 거니?" "외국인은 그렇다던데.." 따위의 말을 한다면? 이건 사실 실제로 내 친구에게 일어난 일이다. 친구는 그냥 확신을 바랐고, 썸타던 그는 '나를 뭘로보는 거냐'며 충격받았고 그대로 END. 정말 슬픈 이야기다. 설마 이런 질문이 괜찮다고 생각드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지만, 역지사지를 위해 여자버전을 준비했다.

"한국 여자들은 다들 백인을 좋아한다던데, 너도 그래서 날 좋아하는 거야?"

이게 바로 "날 갖고 노는 거니?"와 똑같은 수준의 질문이다. 상대에 대해 확신을 갖고 싶다면, 본인 스스로의 판단하길 바란다.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면 되지! "나는 가벼운 연애보다는 진지한 연애를 하는 편이야. 너는 어때?" 하나하나 대화해가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에게 나를 맞추려 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 그리고 내가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먼저다. 단, 처음부터 한국에 결혼할 여자를 찾으러 왔다는 둥 이런 부류는 거르길 바란다. 그런 사람들은 결혼을 미끼로 여자를 낚으려는 강태공일 뿐.

2. 왜 답장 안 해? (남자들은 좋아하면 안 그러잖아!)

ㅎㅎㅎㅎㅎ

이건 정말 문화와 개인차가 매우 매우 매우 큰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매일 연락하는 것은 '당연한' 거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 연락을 많이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건 좋은데, 하루 종일 카톡 하는 게 너무 싫다. 핸드폰 들고 있는 건 손가락 아프고, 눈도 아프고 그래서. 지난 연애를 생각했을 때 연락을 매일 하는 사람과 매일 하지 않았던 사람 비율을 생각하면 50:50 정도? 연락을 문제 삼아 싸운 적은 거의 없다.

문제는 핸드폰 메신저를 붙들고 연락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왜 답장을 안 할까'라며 혼자 삐지고 슬퍼하고 미워하다가'얘는 내 생각만큼 나를 좋아하지 않나 봐. 아 자존심 상해'라며 연락이 오면 도리어 냉정하게 답장을 하여 관계를 악화시키는 실수를 한다. 분명히 나도 메시지 하나하나, 답장 속도에 의미 부여하며 애 태웠던 경험이 있다. 그러니 안다. 시간 낭비라는 것을!! 연락에 대해서는 차라리 "한국은 커플끼리 매일매일 연락하는 게 보통인데, 너는 어떠니?"라며 물어보는 게 (나의 정신건강과 관계에) 더 좋다. 그가 답장을 빨리 하지 않는데에는 - 시차가 있거나, 바쁘거나, 운동중이거나, 친구들과 있거나 등등 수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는 연락 자체를 많이하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나는 연락을 자주 하는 걸 좋아해"라고 어필 했는데도 그가 연락을 잘 안한다면, 그와의 관계를 포기하는게 낫다. 또는,그래도 그 사람이 너무너무 좋다면 그냥 연락 부분은 포기하는 게 낫다.

참고로 과거의 나는 연인사이에 매일 연락하는것이 당연하다 생각했지만, 내 전 남친이자 미국인인 그는 일주일에 하루쯤은 연락 안하고 지내는 사람이었다. 내 자존심 상 먼저 연락하지는 않았지만 (바보) 매일 연락하지 않는 것에 적응하니 집착이 사라져 편했고 여전히 행복했다. 연락에 집착하지 않는 쿨한 여자같은 내 모습도 좋았고, 우리의 관계도좋았다. 그 사람과는 다른 이유로 헤어졌지만! (지금 남자친구는 연락쟁이임 주의) 솔직하게 말해서, 연락 많이 하는걸 좋아한다면 그냥 같은 성향을 사람을 만나는게 제일 행복하다.

이 부분에 한가지 추가한다면, 엄마 빙의 금지!!!

나는 여자친구 또는 썸녀인데, '아침밥 꼭 챙겨 먹어', '옷 따뜻하게 입고 장갑도 꼭 끼고 다녀', '피자 말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지' 등등 엄마를 빙의하여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그걸 좋아하는 극소수의 사람이 존재할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여자친구'를 원하지 엄마를 원하는 게 아니다.

3. 한국은 원래 이래. 한국에 왔으니까 한국 법을 따라야지!

한국에 오면 한국 법을 따라야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내 생각에, "예의"에 관련된 것은, 그 나라의 기준에 따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상대방의 문화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개인'보다는 '단체'를 중요시하는 문화에서 자랐다. 가족끼리 프라이버시를 논하는 것은 존재하지 조차 않는다. (그래서 친척이 너 취업은 언제하니? 결혼은 언제하니? 등등 매우 개인적인 질문을 해도 화를내지 않고 넘어가야만 하는 홧병 생기는 문화!) 그래서인지 사귀기 시작한 커플의 경우, 결혼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한 것처럼 결속되기를 원하는 - 또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어딘가에 존재한다. 가끔 커플끼리, 누구를 만나는지 어떤 옷을 입던지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코멘트를 하고 '해라 마라' 명령하기도 한다. 치마 입지 말라던가, 이성이 있는 술자리는 가지 말라던가... 심지어는 핸드폰을 '검사'하는 행위까지도 한다. (oh no!)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원래 커플끼리 이렇게 해. 그러니깐 너도 그래야 해!"라며 강요하기도 한다. 근데 중요한 건, 모든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나도 한국 남자친구 있어 봤지만 서로 핸드폰 검사까지 한 적은 없다. 그렇게 바람피우거나 딴짓하는 것이 걱정되게 행동하는 사람이라면, 헤어지면 그만 아닌가? 둘 사이에 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혼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그리고 상대방을) 옭아메는건지. 그건 연애가 아니다. 연애란 좋아하는 사람끼리 가지는 관계이지, 신하 - 주군의 종속적 관계가 아니다.

4. 클럽, 술집, 이성친구 절대 안 돼!

내 연인이 이성을 만나는 게 그렇게 불안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먼저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는 왜 이렇게 내 연인을 신뢰하지 못하는지 (내가 스스로에게 그렇게 자신감이 없나?) 또는 전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왜 이딴 놈을 계속 만나고 있나 하고 말이다.

신뢰가 없고 호시탐탐 바람피울 생각을 하는 사람을 고쳐 만나려는 것은, 나는 그런 인간을 만날만한 사람이라며 인정하는 꼴이다. 괜찮은 사람이라면, 여자친구가 싫어하는데 이성친구와 단둘이 만나거나 매일 클럽에 가거나 하지 않는다.

역시 나도 경험이 있다! 이성친구에게 매우 관대한 미국인 전남친! 장거리 커플인 우리는 주말에만 만날수 있는 사이었다. 그런데 그가 주중에 같은 직장에 다니던 금발머리에 이상한 목소리를 한 그녀ㄴ와 같이 조깅을 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온몸의 피가 머리로 쏠리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분노가 치밀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서 그는 바람피울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남녀사이에 친구가 존재한다 믿는 세상에서 온 그는, 나를 속인적도 없고, 그런 부분의 한국문화엔 전혀 무지했다. 그런 그와 화를 내고 싸우기에는 우리가 가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이게 국제연애의 단점이자 장점인데, 우리는 얼마 뒤 다른나라로 떠나는 시한부 연인이었고 그 시간들을 쓸모없는 것에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서로에게만 집중하여행복한 연애를 했고물리적 거리로 인해 (믿기지 않겠지만)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서로 좋은 추억으로 남기로 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정말 많이 슬펐음ㅜㅜ)

어쨌거나 결론은,내가 감시를 하건 말건, 바람피울 사람은 언젠간 피운다.신뢰하지 못할 사람을 만나지 말거나, 또는 온전히 신뢰해주기를.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

5. 우리 결혼하면... ❤️

결혼 적령기, 결혼 전제의 만남, 결혼 전제 동거 ... etc 아쉽게도 서양엔 이런 단어가 없다. 단지 '약혼' 또는 '결혼'이 있을 뿐! 우리나라처럼 서른쯤 되면 결혼에 대해 계획을 세워야 하는 사회적 압박도 없고, 동거도 ok 그래서 나이를 이유로 자연스럽게 프러포즈 없이 결혼을 준비하는 일이 없다. 최소한 내가 사는 네덜란드에서는 커플이 사귀고 사이가 깊어지면 일정 기간 동거를 한 후 결혼을 고려한다. 물론 결혼하지 않고 애 낳고 사는 부부들도 매우 많고, 옆 나라 프랑스에서는 결혼 하지 않고 애 낳는 경우가 결혼하고 낳아 기르는 경우보다 더 많다. 참고: https://blog.naver.com/cheongadise/221216028672

서양에서도 빨리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6개월도 안 된 연인에게 결혼하자 달려들면, 덥석 무는 사람보다는 도망가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결혼이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데, 내가 결혼하고 싶은 운명의 한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함께 이것저것 겪어본 후 이 사람과 내 평생의 반려자로 살고 싶다는 확신이 들 때 그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이 때문에, 압박감 때문에, 또는 그래야 할 것 같아서 하기에는 너무 비싸고 희생이 큰 이벤트이며, 세상에 좋은 연애 상대는 차고 넘치게 많고 (당신의 나이가 몇이든!), 그리고 혼자일 때 즐길 수 있는 것이 훨씬 훨씬 더 많다. 그러므로 결혼을 목적으로 누군가를 만나서 본인 스스로의 가치를 후려치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글과 마찬가지로, 이 글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며 -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의 연애관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내가 경험한 것과 보고 들은 것, 그리고 자료를 사용하여 몇몇 안타까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여 오지랍력을 부려 보았다. 우리 존재는 연애 관계를 이유로 스스로를 옭아 메기엔 너무 소중하고 가치 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라는 존재는 누구보다 나 자신이 가장 사랑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