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판 바람 사이다 - neiteupan balam saida

바람핀 남편과 이혼한 이야기임.

dd 2015.08.16 15:43 조회66,466

우선 내가 처음 바람을 의심하게 된건 뱃속에 아이가 있었을 때임. 난 입덧이 심해서 중기까지 6개월 까지 계속 한 거 같음. 그래도 물 비린내나고 머리 어지럽고 그런건 아니라서 그냥 속이 메스꺼운 정도라 견딜만 했었음. 그때까지 계속 맞벌이 하고 일 다니고 회사 다녀오면 그냥 몸도 피곤한데 아이도 있으니 날도 더워 더 힘들었었음. 그 때가 한여름이었음. 입덧도 하니 기운은 안나고 집안일도 빨래랑 설거지 정도만 하고 씻고 축 쳐지기 일수 였고 내 몸 추스르는게 우선이라 주위를 둘러본 새가 없었음. 난 다른 사람들 처럼 카톡이나 핸드폰 사용내역 모텔 영수증 그런거 보고 바람을 알게 된게 아님. 남편이 내 회사로 찾아온 적이 있었음. 소식 듣고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가 걷는데 남편이 날 반겨줌. 그리고 같이 외식이나 할까 해서 어차피 퇴근 시간 이었기에 남편한테 회사 왜 이리 일찍 끝났냐며 대화하면서 차에 타고 남편이 다리 주물러줌. 도란 도란 이야기를 하다가 남편이 반지를 안낀걸 발견함. 그래서 물음. 왜 안끼고 있어? 난 원래 손 자체가 잘 붓는 타입이고 손으로 일을 많이 하는데다 임신해서 더 잘 부어 가지고 반지를 목에다 걸고 다녔음. 내 말에 당신이 안하니까 내가 하기가 좀 그렇잖아 라고 말을 함.

그래도 끼고 있지 하면서 주머니에 있다길래 남편 주머니를 뒤적여 남편한테 반지 끼워줌. 빼지 말라 하고는 같이 밥도 먹고 산책도 가고 남편이 많이 힘들지 고마워 해주는 거에 행복해져서 웃었음. 조금 힘들어도 견딜 수 있고 행복하니 그걸로 되었음.

집으로 돌아와 난 소파에 누워 있고 남편이 이번에 빨래를 너는데 전화가 온거에 받더니 회사 동료가 뭐 가지러 왔다며 잠깐 내려갔다 올게 하는거에 괜찮으니까 올라오시라해. 차 한잔 하던가 라고 하니 금방 온다며 내려감. 나 생각해 주는 건가 싶어 고맙고 미안해져 배 쓰다듬고 있는데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는데 얼마 안됨. 주차장에서 여자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게 느껴짐. 그때가 열시 조금 넘어서 어디서 싸우나 보다 여김. 빽빽 소리지름.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지름. 옆집에서도 시끄러워 지는 거에 베란다 문을 열고 고개 숙여 내려다 보는데 한 여자가 남편한테 소리지르고 있었음. 남편은 말리려는 거 같고 저게 무슨 일이야 하면서 놀라 내려감. 그랬더니 주차가 된 우리 차 옆에서 남편은 여자 입밖고 태우려고 그러고 여자는 소리 지르면서 미쳤냐 정신이 나갔냐 그럼. 배붙잡고 다가가 지금 우리 남편한테 뭐하는 거냐 했더니 남편이 더 놀램. 아무것도 아니라며 여자 계속 우리 차에 태우고 문 닫아 버리고 여자는 날 죽일 듯이 노려봄.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어 남편을 바라보는데 그냥 회사 동료랑 싸움이 나서 그런거라며 말을 함. 왜 밤에 사람들 다듣게 크게 싸우냐고 서운한거 있으면 서로 말로 하던가. 그리고 애초에 밤에 여자 회사 동료가 와서는 싸우는게 말이나 됨?? 나도 직장 있어봐서 알지만 그냥 정말 같은 회사 사람일 뿐이잖음.

근데 이번에는 여자가 차안에서 엉엉 울음을 터트림. 자동차 핸들에 머리 박고 지 머리 지가 헤집고 엉엉 움. 남편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여자는 더 엉엉 울어버림. 보다못하겠어서 집에 올라가서 진정 좀 하자고 이야기를 했지만 여자는 내가 가까이 다가가거나 말할때 서럽게 울면서 노려봄. 남편한테 무슨 상황인지 설명을 요구 했지만 별거 아니라 그러고 별 거 아닌데 저렇게 우냐 그러고. 여자가 결국 엉엉 울다가 정신 나간 사람 처럼 차에서 내리더니 그대로 가버림. 택시 불러줄테니 그거라도 타고 가라며 남편이 그러는거에도 뿌리치고 감. 남편은 무슨 상황인지 절대로 이야기 안하고 답답하고 화나니까 말 하라고 하는 거에도 그냥 저 친구가 요즘 상황이 안좋아서 그래 이럼. 놀란 가슴 붙잡고 올라가 핸드폰이나 만지면서 남편이 너무 이상하게 구는 거에 하나 하나 물어보지만 태연하게 넘기는거에 기분이 나빠짐. 남편 핸드폰 sns로 들어가 친구 찾는데 그 여자가 있음. 그 사람 찾아서 내 걸로 들어가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달음. 그랬더니 답글을 나에게 달고는 삭제함. 그 답글이 카톡 비번이어서 들어가서 쳐보고 대화를 걸었더니 이런 내용이었음.

그냥 여자가 술술 털어놓음. 대화를 하다가 둘이 왜 그런 거냐고 묻는 거에 여자가 말함. 남편이 애를 지우라 했대. 그래서 뭔 소리냐 했더니 남편 애를 가진 거 같은데 남편이 지우라 했다함. 애 생기면 낳아달라 말 했으면서 애 생기니 지우라 했다함. 옆에서 내 눈치보면서 아니야 회사 동료인데 장난끼가 많아 그래 하며 말하는 남편한테 핸드폰 보여주고 그대로 짐 싸서 친정으로 가 버림. 난 화가 안났음. 울음도 안났음. 그냥 우리 애가 너무 불쌍했음. 엄마 아빠 잘못만난 우리 아가 어떡하냐며 친정 가는 내내 울면서 배 쓰다듬음. 화도 나긴 남. 나 자신한테 나고 그 인간이 너무 야속하게 느껴짐. 친정이 지하철 타고 이십분 거리라 출퇴근도 가능했음. 울면서 아니라며 이야기도 하고 미안하다며 이야기도 하고 찾아오기도 하고 회사에도 오고 안만난다며 이야기 함. 내 태도 때문에 짐작을 한건지 저 사람 남편이 바람을 폈대 하면서 솔직히 그 사람 회사까지 소문이 퍼지기를 바랬음. 하지만 이혼 소송 걸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안날 소문도 다 나게 되어있었음. 그 사람 동료들도 다 알아버리고. 내연녀는 아직 대학생이었음. 대학생. 그것도 n수 해서 지방 전문대 들어가 나이가 26이었음. 학교는 휴학한 상태였고.

물론 지금은 이혼한 상태고 내연녀랑 남편 둘다 소송 걸었었음. 내연녀한테는 손해배상 - 가정파탄으로 인한 소송 걸어서 내연녀 위자료 1830 받음. 받고 남편한테 2400 위자료 받고 한달 버는 돈 40% 양육비로 들어오게 함. 이혼만은 절대 안된다는거 법적으로 이혼하게 만듬. 그리고 당시에는 형사상 간통죄가 있어서 7개월 징역 선고 받고 들어감. 돈 많이 받은 이유가 둘이 모텔으로 들어가는 거 cctv에 찍힌거 핸드폰으로 찍고 카톡캡쳐하고 당시에 뱃속에 애가 있었음. 갈때 까지 가고 상황은 최악이어서인지 법원에서도 내편을 들어줌. 하지만 충격에서 일까싶음. 다 끝나고 아이 마저 사산이 되어서 진짜 죽고 싶었었음.

힘들게 낳았는데 분명이 심장 빠르게 뛰고 있었는데 이제 곧 만날 수 있었는데 눈도 맞추고 울음 소리도 들을 수 있었는데 아이 한번 제대로 안아주지도 이름 불러주지도 못하고 엄마가 못나서 인지 가버림. 엄마가 미안하다면서 엉엉 울음. 뱃속에서 움직일때 태동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우리 아가 사랑해 사랑해 많이 말 해줬었는데 더 해줬어야 했음. 진통도 아홉시간 넘게 겪었는데 나한테 이럴 수는 없었음.

이혼한 그 남자도 충격을 받은건지 자기 때문이라며 우울증 걸려서 약 먹고 지내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럴 거면 그러지를 말던가 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음. 미안하다며 전화 오는 거에도 무시하고 내내 한동안 울다 쓰러지고 탈수 증세 일어나고 간호사도 안쓰러워 하고 부모님께 미안하고 그자식 병원에 꽃다발 들고 찾아와서 미안하다고 우는데 아빠가 죽여버리기 전에 가라고 니 땜에 죽었을 거라며 난리 일으킴. 아 참고로 다행이도 그 내연녀는 임신한게 아니었음.

임신까지 한 상태라면 정말 죽고 싶었을 거임. 양육비는 아이가 죽었으니까 더 못받는거 같지만 아이는 태어 났으니 그 달 까지 인정해 준다며 그 사람 월급 40 의 돈을 받은 걸로 산후조리함. 할 자격도 없다 생각하지만 울면서 해야 한다는 엄마 보고 함. 하지만 그것도 곤욕이었음. 다 아가들이 있었으니까. 젖몸살에 시달렸지만 젖 물릴 아가가 없으니 비참하고 미안하고 밤에 잠도 못자고 계속 울음. 그러다 엄마 보고 정신 차림. 이럴려고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 상위권 대학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이럴려고 버젓이 좋은 직장 잡은 것도 아니니까. 내 삶이 있었음. 그리고 아직 내 나이 29이었음.

내연녀는 소송으로 지금 빚져서 대출 갚아 나가는 거라고 얼핏 들었고 그 사람 술로 보낸건지 살도 엄청 찌고 머리숱도 없어짐. 형사 간통 폐지 되어서 그래도 조금은 떳떳해 진 거 같지만 소용 없음. 어차피 그 집안에서 그 사람 임신한 와이프 두고 바람핀 새끼 밖에 안됨. 시댁분들도 좋은 분들이었음. 임신했다고 이것저것 많이 보내 주셨는데 유감이었지. 그쪽에서는 미안하다는 이야기 말고는 한 이야기도 없으시고. 이분 들은 좋으신 분들이었음. 그리고 난 지금 연애 중이고 결혼 날짜 잡음. 지금 까지 쭉 적은 일이 이게 이년도 더 된 전 이야기임. 

새로 만난 남자는 그런 내 이야기를 듣고 울어준 사람임. 일찍 만나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울어주었고 아이 태명듣고는 더 구슬프게 울어준 사람임. 자기 아이 해도 되냐며 아가는 내가 싫을 수 있겠지만 내가 아가 아빠 해주겠다고 말만이라도 참 고마웠음. 이십분 내내 우는 거 보면 말뿐은 아닌 거 같지만. 틈틈히 쉴 때마다 우리 부모님이 만들어 주신 아이 묘에 찾아가 꽃이랑 달달한 과자 같은 거 주고 쓰다듬어 주고 내가 말하지 않아도 쉴 때마다 그렇게 해줌. 이런 일 겪고 다시는 사람 못만날 거 같았는데 오히려 자기가 더 못난 거 같아서 미안하다고 말 해준 사람이고 자신의 일과 사람에 열심이인 사람임.

지금 바람이다 뭐다 힘들어서 지치고 고민이고 앞길 막막하고 눈물만 나오는 사람 많을 거 같음. 그래도 정말 그 흔한 말로 살다보면 괜찮아짐. 내 주위에는 나보다 더 심한 일 겪은 사람도 있고 반대로 행복하게 지내는 사람도 있지만 정말 사람 사는 나름인 거 같음. 예비 시댁도 좋으신 분들이고 날 나쁘게 봐주지 않으셔서 다행이었음. 오히려 이야기를 얼핏 들으셨는지 말없이 거친 손으로 내 손 꼭 잡아주시는데 울컥해서 눈물 나올 뻔함. 이 글 올리는 건 사람들 힘든 순간 있어도 잘 될거라고 생각을 못하는 순간이 있지만 잘 이겨만 내면 나중엔 꼭 괜찮아 질테거임. 그러니까 이런저런 일 겪은 분들 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