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장발 다듬기 - namja jangbal dadeumgi

남자 장발 다듬기 - namja jangbal dadeumgi

헬로 브로들? 예전에 올렸던 수염 기르기 포스팅이 의외로 인기가 좋아서 기르기 시리즈 2탄을 한 번 준비해 봤어. 이번엔 머리야.

장발 스타일을 고려하고 있는 브로들을 위해 비록 지금은 다시 짧은 스타일로 돌아왔지만 지난 1년 3개월 여동안 머리를 길러 본 나의 경험을 토대로 머리 기르는 법과 장발 스타일의 장, 단점 자잘한 팁들을 알려주고자 해. 남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훈수 선비들이 넘치는 조선 땅에서 장발은 일단 어메리칸식 남 눈치 안 보고 개 샹마이웨이 마인드가 중요하기 때문에 원래도 반말로 포스팅하는 나지만 오늘은 반말로 좀 세게 쓸게. 싸가지 없어 보이더라도 천조국 땅 면적 같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길 바라.

일단 내가 머리를 기르려고 결심한 이유는 사실 특별한 이유가 없었어.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나도 예수 머리나 한 번 해볼까?' 싶드라구. 원래도 예전부터 머리는 한 번 길러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작년 6월경에 발을 다쳤지 뭐야. 몇 달을 제대로 거동을 못하고 앉거나 누워서만 지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미용실도 못 가지. 그러니까 머리가 꽤 자란 거야. 기왕에 자란 거 이때 한 번 장발로 길러보자 싶어서 그때부터 기르기 시작했어.

남자 장발 다듬기 - namja jangbal dadeumgi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단발 뽐뿌는 당연히 이 형님으로부터 받았지. 류간지 형님. 이 형이 참 남자들 여럿 배려 그치? 내친김에 수염도 길러봤는데 수염은 숱이 적어서 아무리 길러도 거지 같더라고. 그래서 수염은 밀고 머리만 길렀어.

커뮤니티에 '장발 기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함?' 이런 글 쓰는 브로들이나 친구들한테 나 장발해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하고 물어보는 남 눈치 보는 브로들은 머리 기르긴 틀렸어. 돌아올 답은 뻔하거든. 그들은 "병1신ㅋㅋㅋㅋㅋㅋ" 하며 너를 조롱할 거야. 왜냐믄 남들 하는 대로 똑같이 따라 하는 게 미덕이라고 믿는 일반적 조선인들의 마인드는 거진 고런 식이거든.

"님 병 1신임?", "박보검만큼 잘생김?", "그런 스타일 여자들이 안 좋아할 텐데."

이런 온갖 쌉소리들을 늘어놓으며 브로가 왜 장발로 기르면 안 되는지를 설파하면서 붕어빵 틀에 넣고 찍은 듯한 댄디컷을 추천할 거야. 내가 오늘 수위 높은 반말을 쓰기로 한 이유는 사실 이 친구들 때문이야. 내 인생이지 지들 인생인가? 자기들 머리도 아닌데 지들이 게거품 물면서 과몰입을 해. "장발은 요자들이 시러하는데요오오!", "못생기면 머리 기를 자격 업스음 수고링~" 아주 뚝배기들을 그냥. 장발은 문도가 돼야 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라는 조선 평균 훈수맨들을 제끼고 그저 우-------직하게 가고 싶은 대로 갈 줄 아는 썅 마이웨이 마인드를 가져야 해.

이쯤에서 잠깐 머리를 기르려는 우리 브로들에게 꿀팁 몇 개 선사해주고 얘기마저 이어갈게.

검은색? 무슨 소리지? 싶겠지만 이게 진짜 솔직히 개 꿀팁이야. 혹시나 밝은 염색모인 브로들은 본격적으로 머리를 기르기 전에 머리색을 검은색이나 짙은 갈색으로 염색하고 기르는 걸 추천할게.

나는 염색된 투블럭 짧은 머리에서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어. 근데 이게 자라면서 아래쪽에 뿌리가 올라오면서 머리가 투톤이 되는 거야. 어느 정도 자라니 밝은 아랫부분이랑 검은색 뿌리가 공존하면서 개 거지 같은 머리가 되길래 어느 정도 길어진 이후에 다시 염색을 했지.

나는 이때라도 검은색 염색을 했어야 했는데 또 바보같이 밝은 색으로 염색을 했어. 그렇게 검은 머리가 아닌 상태로 머리를 기르니까 머리가 자라 뿌리가 나올수록 더러워지지, 그거 꼴 보기 싫어서 또 염색하지 이랬더니 결국 장발이 완성됐을 때 이미 내 머릿결은 님부스 2000이 되어버렸어. 꺄호! 그리핀도르에 3점.

머릿결 상하는 거 감수하면서 뿌리 나올 때마다 염색할 게 아니라면 웬만하면 장발, 단발은 검은 머리로 기르는 걸 추천할게!

단발, 장발까지 기르기 위해서 최소 6달은 머리를 자르지 않는 걸 추천해. 머리는 해봐야 1달에 1센치에서 1.5센치 정도 자라는데 아무리 미용실에 가서 살짝만 다듬는다 해도 미용사가 정밀 기계가 아닌 이상 기장을 1센치 이상은 날릴 거야. 한 달 분이 날아가는 거지. 각 잡고 기르는 입장에서는 거의 살덩이 떨어지는 공포라고.

"그래도 다듬으면서 길러야 좀 단정하게 기르지 않을까요?"

라고 물어보고 싶은 브로들에게는 한 마디만 해줄게. 브로가 원하는 길이가 단발이든 장발이든 머리를 기르기로 한 이상 그 길이까지 빨리 기르고 싶을 거야. 그럼 최대한 가위를 멀리해야 해. 빨리 기르고 싶다면 미용실 보기를 형장(너무 심한가?)처럼 보라고.

나는 1년 반을 기르면서 중간에 미용실 한 번 간 것 빼고는 머리 자르러 미용실을 가지 않았어. 상당한 미 1친 놈이다. 싶지? 응 내가 좀 특이한 구석이 있어. 아무튼 미용실 너무 자주 가지 말라고.

2와 어느 정도는 통하는 얘기인데 아까 머리를 기를 때 1달에 해봐야 1~1.5 센치 밖에 자라지 않는다고 얘기했지? 머리 기르기는 정말 존버의 영역이야. 자라는 속도는 느리고 어느 정도 자라면 머리 기장이 이렇게 해도 이상하고 저렇게 해도 이상한 거지존에 봉착하게 되는데, 이 거지존에 입성하면서부터 또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해. 머리는 그지같은데 빨리 자라지는 않는 2중고에 시달리게 되거든. 단발에 접어들기까지 대략 3달?(따로 기록을 해놓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꽤 긴 시간이 필요함)

자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는 짧은 투블럭에서 장발로 기르기로 한지 10달 만에 단발까지 길렀고 (중간에 한번 다듬음) 1년 3개월이 지나 거의 장발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어. 머리를 기르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할 브로들은 참고하길 바랄게.

남자 장발 다듬기 - namja jangbal dadeumgi
남자 장발 다듬기 - namja jangbal dadeumgi

올 2월. 머리 기른 지 10개월 정도. 올 9월 머리 기른지 1년 3개월.

장점은 일단 독특한 분위기가 생긴다고 해야 할까? 그게 정말 커. 나는 남들 다 하는 걸 똑같이 따라 하면 심사가 꼬이고 남들이 안 하는 걸 해야 속이 편안한 청개구리 스타일인데 그런 의미에서 독특한 장발 스타일에 대한 나의 만족도는 참 높았어.

장발 자체가 특이한 스타일이라 어떤 옷을 입던지 머리가 다 해. 어울리는 스타일이 제한된다는 점은 단점이기도 한데 그냥 보편적인 캐주얼 스타일은 약간 장발이랑은 안 어울리는 느낌이야. 아메카지 쪽 좋아하는 브로들은 머리 기르는 거 완전 강추할게. 아메카지에 장발은 정말 개 찰떡인 것 같아. 물론 거기에 수염까지 있다면 그냥 뭐 분위기 끝나겠지.

그리고 공중 화장실에서 들어오려던 사람들이 종종 내 머리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 위에 달린 남자 화장실 표지판을 다시 확인하는 경우가 있어. 사람들 당황하는 표정 보는 거 은근 꿀잼이야. 몰래카메라 하는 것 같아. 또 머리를 세팅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장발의 장점이야. 말려서 풀고 다니거나 말려서 묶고 다니거나 아무튼 말리기만 하면 끝.

단점은 온갖 불편한 점이 많아. 으르신들이 무슨 외계 생명체 보듯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특이한 헤어스타일 때문에 동성애자가 아닐까 하는 오해를 받기도 해. 하지만 난 그건 별로 아무렇지 않았어.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내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은 나랑은 하나도 관계없으니까. 그래도 다양성이 인정되는 세상이라(?) 대놓고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어. 안심하라구. 남들의 따가운 시선만 별 신경 안 쓰고 넘길 수 있다면 괜찮아.

아까 머리를 말리면 전부고 세팅할 필요가 없는 게 장점이라고 얘기했는데 사실 여기엔 함정이 있어. 그 머리를 말리는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져. 대략 10분은 꼼짝없이 드라이기를 붙잡고 있어야 한다고 보면 맞아. 머리털 감고 말리는 게 아주 그냥 일이야. 여자들 귀찮아서 머리 안 감는 이유가 이해가 가더라. 감고 말리는 게 귀찮기도 하고 긴 머리는 너무 자주 감으면 안 좋대서 나도 이틀에 한 번씩 감았어.

또 방이며 화장실에 빠진 머리가 천지라 그거 치우는 게 엄청 귀찮아. 샤워 한 번 하면 무조건 욕조 구멍에서 머리 건져야 되고 아무튼 빠지는 머리 때문에 엄청 귀찮아. 또 뭐 먹을 때, 갖은 잡일을 할 때 머리를 안 묶으면 머리가 자꾸 눈앞을 가려서 더럽게 귀찮아. 머리끈이 필수가 되고 여름엔 또 긴 머리 때문에 말도 못 하게 더워. 머리를 묶고 안 묶고가 거의 체감온도 5도 이상 차이 나는 것 같아.

아마 많은 브로들이 망설이는 이유 중에 하나 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잘 생긴 편은 아니야. 하필이면 내가 한창 머리를 기르고 있는 시기에 공교롭게도 박보검도 장발 스타일로 길러서 박보검 따라 하는 거냐는 소리 들어가면서 길렀고 그런 박보검이 중간에 머리를 잘라줬을 때는 너무 고마웠어. 그때부터는 박보검 따라 하냐는 소리 안 들어도 됐거든. 못생겨서 머리 기르기를 망설이는 브로들이 있다면 못생겼어도 기르고 싶으면 일단 한 번 길러봐. 길러보고 잘 어울리면 계속 킵 고잉 하는 거고 아니다 싶으면 자르면 되니까. 왜 사람들도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들 하잖아. 뭐 묻고 싶은 거나 궁금한 게 있는 브로들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성실하게 답 해줄라니까 편하게 댓글 달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