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네이티브 사용법 - kioseukeu neitibeu sayongbeob

서울 성동구에 사는 장모(67)씨는 키오스크(무인계산대)가 있는 매장엔 거의 가지 않는다. 1년 전 손녀와 서울 광화문에 있는 이탈리안 식당에 갔다가 키오스크 주문을 하지 못해 손녀에게 핀잔을 당한 기억 때문이다. 장씨는 “친구들끼리 가던 단골 식당에도 키오스크가 생기면서 ‘이젠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3월쯤 복지관에서 일주일이나 수업을 들으며 노력을 했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머리가 하얘지면서 잘 못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이모(45)씨는 지난해까지 아르바이트생 3명을 고용해 운영해오던 편의점 문을 닫고, 지난 2월부터 키오스크만 둔 무인점포를 창업했다. 이씨는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구한다고 해도 인건비가 너무 올라 차라리 무인점포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며 “따로 사람 구할 필요 없이 가족들끼리만으로 운영이 가능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인건비 증가로 인해 무인계산대(키오스크)가 일상 곳곳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키오스크가 더 "편리하다"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고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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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무인·유인 안내기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직원 간섭 불편하고 빠르게 결제 가능”

 키오스크가 가장 편한 사람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다. 전화 통화조차 꺼리는 이들은 직원 대면을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대면으로 원하는 것을 능숙하게 주문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대학생 김유진(22)씨는 “직원이 ‘무엇이 필요하냐’며 과도하게 친절한 말투로 말을 거는 것도 불편하고, 말을 걸지 않더라도 직원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도 기분이 좋지 않다”며 “무인 매장은 유인매장보다 더 마음 편하게 물건을 볼 수 있고, 키오스크에서 빠르게 결제하고 나갈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키오스크를 반기는 자영업자도 느는 추세다. 고양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모(38)씨는 지난 5월 키오스크 1대를 들여놨다. 월 8만원을 내는 렌털 방식이다. 강씨는 “재료비 상승에 인건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고장이 나더라도 키오스크를 쓰는 게 낫다”며 “젊은 손님들은 키오스크에, 나이든 손님들은 직원한테 가니 식당 이용이 불편하다는 불평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키오스크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요식업과 생활편의시설 등 민간 분야 키오스크는 지난 2019년 8587대에서 지난해 2만 6574대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사회적 약자 접근성은 크게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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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직원의 도움으로 음식을 받아드는 모습. 연합뉴스.

확대 추세 속에서도 키오스크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한다는 비판은 이어진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은 물론 장애인에게도 차별적이라는 것이 이유다. 지난달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는 키오스크만 있는 서울 시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내돈내산권리찾기 캠페인’을 벌였다. 시각장애인들은 키오스크 화면을 볼 수 없는 데다 음성 안내 메시지나 점자 안내문도 없어 사용에 애를 먹는다고 했다.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는 “키오스크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유리 장벽과 같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키오스크가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셀프계산대 확대 이후 계산원 인력이 감축됐다”며 전국에서 이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 마트 근로자는 “셀프 계산대를 도입하면서 ‘왜 손님한테 일을 시키냐’는 중장년층 고객의 불만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고객 편의성 관점에서 셀프 계산대를 늘려왔다”며 “인력 감소는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감소 때문이며, 인위적으로 인원을 감축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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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서 개발한 키오스크 교육용 앱 '서초톡톡C'의 화면. 앱에서 음성 안내로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우고, 실제 주문처럼 연습할 수 있다. 서초톡톡C 앱 캡처.

전문가들은 키오스크 확산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용자 교육과 동시에 가장 취약한 이용자들에 맞춰 이용자 친화적인 기기를 만드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음성인식 키오스크와 같이 접근성을 높인 기기를 표준화해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키오스크 등 무인화 움직임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취약계층의 실업이 발생할 수 있기에 정부가 나서서 재교육 등 일자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아빠는 아동권리 히어로] 내 아이의 디지털세상, 얼마나 알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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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는 어떤 애플리케이션이 깔려 있나? 우리 아이가 구독하고 있거나 자주 접하고 있는 유튜브 영상은 무엇인가? ⓒ베이비뉴스

최근 ‘엄마 울린 키오스크’라는 제목의 사연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은 어머니가 음식 주문에 실패한 사연이 온라인에서 많은 공감을 받은 것인데 사연이 이슈가 되면서 뉴스에서까지 다뤄진 것이다. 이 글이 이슈가 된 것은 바로 키오스크의 불편함과 더불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세상에 대한 기존세대의 ‘공감’이 한 몫을 한 것 같다.

그에 반해 요즈음 아이들은 스마트폰, 인터넷은 물론 IoT라 부르는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최신 디지털 기술을 태어날 때부터 접하게 된다. 이들을 디지털 원주민(네이티브)라고도 부르는데 이들은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어려운 기술로 생각하지 않고 그냥 손에 익은 장치 정도로 여기면서 쉽게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우리 아이들만 봐도 그렇다. 5살 둘째는 아직 글을 읽고 쓰지 못하지만 유튜브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영상들을 찾아본다. 유튜브 상단 검색창 맨 오른쪽 위에 있는 마이크 버튼을 누르고 자기가 보고자 하는 영상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다. 마이크 모양을 누르고 말을 하면 목소리가 글로 변환된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은 없는데도 말이다. 아니 오히려 나는 유튜브 검색창에 마이크모양의 버튼이 있다는 것도 아이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9살 첫째 역시 완벽하게 디지털 원주민의 습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아이는 나보다 더 내 스마트폰의 기능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첫째 아이 역시 스마트폰 이것저것 눌러도 보고 들어가 보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게 아닐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디지털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디지털 이주민인 어른들과 디지털 원주민인 요즈음 아이들이 디지털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디지털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원주민인 아이들이 디지털세상을 마음껏 자유롭게 누리도록 하는 것이 정답일까? 다시 말해 부모로서 아이들의 디지털세상을 들여다보고 관여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일까?

이와 관련하여 지난해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 발표한 ‘디지털 환경과 아동권리에 대한 일반논평’에서는 아동이 디지털 환경에서 착취당하거나 위험에 빠지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부모의 전폭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디지털 원주민인 아이들의 경우 디지털 기술을 익히는 데에는 특화돼 있지만 이를 잘 사용하도록 안내하고 교육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로서 내 아이의 디지털 세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 우리 아이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는 어떤 애플리케이션이 깔려 있나?

- 우리 아이가 구독하고 있거나 자주 접하고 있는 유튜브 영상은 무엇인가?

- 우리 아이는 본인의 사진이나 영상 등을 어떤 사이트 또는 SNS에 얼마나 업로드 하고 있고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만약 위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부모라면 아이의 디지털 세상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이가 안전하고 건강한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교육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아이의 스마트폰을 빼앗아 보며 혼내듯 이야기 하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디지털세상’의 특징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고, ‘디지털’은 너무나 편리한 것이지만 위험하기도 하기 때문에 건강하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아이와 함께 아래의 활동부터 해보는 것이 어떨까?

첫째, 아이에게 연령에 따른 디지털기기 및 SNS 사용법에 대해 교육하고, 아이가 스마트폰을 포함한 디지털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연령 등을 설정한다.

둘째, 아이와 함께 아이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깔려 있는 애플리케이션들에 대해 이야기 해 본다. 그리고 연령에 맞지 않거나 안전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은 삭제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셋째, 아이와 함께 아이가 구독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 무엇인지, 최근 자주 접하고 있는 영상은 무엇인지 이야기 해 본다. 그리고 연령에 맞지 않거나 안전하지 않은 채널은 삭제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넷째, 아이에게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하고, 본인의 사진이나 영상 등을 무분별하게 업로드 하는 것에 대해 주의시킨다.

*칼럼니스트 고완석은 아홉 살 딸, 다섯 살 아들을 둔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다.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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