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실험 알바 사망 - imsangsilheom alba sa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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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임상시험 대상자. 오후 14:30 ○○병원 ○○센터 5층.』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를 신청한 A씨는 대상자로 선정돼 일정과 장소를 안내하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아르바이트를 신청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일반적으로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는 구인 홈페이지나 지인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A씨도 병원에서 근무하는 지인 소개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게 되었죠.

흔히 고액 아르바이트로 알려진 임상시험은 시험의 특성에 따라 받는 보수가 천차만별입니다. 병원에서 몇 차례 방문해 약을 투여 받는 경우는 5만 원 정도지만 2박 3일 입원하면 50만 원, 일주일 내내 입원하면 100만 원 이상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A씨는 문득 임상시험에 부작용은 없는지 갑자기 두려워졌습니다. 안내 받은 내용에는 임상시험과 관련된 상세한 정보나 부작용에 관한 언급이 없기 때문입니다.

● 서울은 ‘마루타 알바’의 천국?

신약 개발을 위해 제약회사에서 실시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아르바이트를 이른바 ‘마루타 알바’라고 부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731부대 생체 실험의 희생자 마루타에서 비롯된 말이죠.

서울은 세계에서 임상시험이 가장 많은 도시로 손꼽힙니다. 2011년부터 뉴욕과 런던, 베를린 등 임상시험이 일반화되어 있는 미국과 유럽의 도시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진행된 임상시험은 652건에 달했습니다. 이 중 여러 나라가 함께 참여하는 임상시험은 291건인데 한국에서만 진행된 건수는 361건입니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자국에서 진행하는 데 제약이 있거나, 부작용 위험이 큰 약의 임상시험을 한국에 의뢰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정보 교환 사이트에는 ‘한국은 정부가 임상시험 유치에 적극적이고 완화된 규제로 임상시험을 하기에 좋은 국가’라는 글이 실려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임상시험 때 비용이 적게 들고, 감시 체계가 미약한 국가에서 임상시험을 추진하는 것이 제약사들의 속성이라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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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방 나을 줄 알았는데…

70세 신 모씨의 양팔은 빨간 종기와 상처로 가득합니다. 심한 고통 때문에 바르고 먹는 약만 해도 10가지에 달합니다.

1년 전 혈압 약 임상시험 아르바이트에 참여 했던 신 씨는 임상시험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질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찢어지는 피부 때문에 일상생활도 어려운 상황이죠.

[ 신 모 씨 /임상시험 부작용 의심 피해자 ]
“임상시험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던걸 후회하고 있어요. 저는 의학적으로 아무것도 모르니까 거기에 참여해서 부작용이 생긴다는 건 상상도 못했죠.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를 신청하면서 따로 자세히 검사하는 것은 없어요. 지원자가 시험에 참여해도 되느냐 안되느냐 여부만 판단하는 거죠. 저도 심전도 검사만 하고 이상 없다고 해서 참여했고요. 금방 나을 줄 알았어요. 분한 마음에 시험을 진행한 회사도 찾아가봤죠. 합의금 이외에 치료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라고 건의했지만 핑계를 대면서 대화를 피하더라고요. 그 이후로 전화 한 통 없어요. 병원에 찾아가도 원인을 모르겠대요. 원인을 모르니까 밖에선 임상시험 때문이라고 말도 못하고 답답할 노릇이죠.”

임상시험은 제약회사에서 출시할 신약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이와 유사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은 복제 약이 본래 약과 동일한 효능을 하는지 검증하는 과정이죠.

일부 의약품은 동물 실험에서 효과를 보여도 사람에게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임상시험이나 생동성 시험이 필요한 것이죠.

신약 개발 100건 중 90건 이상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중도 폐기됩니다. 그만큼 부작용의 위험이 크다는 것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2013년 까지 3년간 임상시험 도중 중대 이상의 약물 반응을 보인 경우는 476건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사망까지 이른 경우는 49건 이었고, 생명 위협이 7건, 입원한 경우가 375건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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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멍 뚫린 임상시험 아르바이트의 안전

‘OOO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식약처인증]고액 단기 알바, 투잡, 고수익 알바’

임상시험 지원자 모집 광고는 지하철, 구인 홈페이지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광고는 단기에 고액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죠.

일각에서는 돈만 받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임상시험 아르바이트 지원자의 안일한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병원의 설명이 충분한지 판단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지만, 부작용은 내 일이 아닐거라는 생각에 위험성을 간과한다는 겁니다.

제약사는 가장 저렴한 비용을 제시한 병원에 임상시험을 의뢰합니다. 비용 절약을 위해 임상시험 참가자들의 안전은 뒷전인 것이죠. 입원 임상시험의 경우 야간에 참가자의 이상 반응에 대처할 당직 의사가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안전 요원까지 따로 두는 선진국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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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의 건강과 시험 결과의 정확성을 위한 규정도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임상시험에는 ‘3개월 규정’이 있습니다. 임상시험에 참가한 사람의 몸에서 약 성분이 완전히 사라지는 데 3개월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만든 규정이죠. 그러나 참가자들은 1~2개월 만에 또 다른 임상시험에 지원합니다. 같은 병원 내에는 기록이 남지만, 다른 병원에는 기록이 공유되지 않아 지원에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임상시험 부작용에 대한 보상 규정은 지난 2011년 처음 만들어졌지만 부작용이 신약 때문인지 명백히 밝혀져야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임상시험에서 예측 가능한 부작용이나 시험주체를 명확히 명시하자는 내용까지 추가된 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고물가·고환율 시대로 접어들면서 생활비가 부담인 대학생에게 단기간의 비용 충당이 되는 임상시험은 이른바 '꿀알바'라 불린다. 하지만 이 임상시험은 시험 부작용과 이에 대한 부적절한 조치 등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국가임상시험재단(KONECT)에 따르면 임상시험은 지난 2016년 이래 5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약사 시험 679건, 연구자 시험 163건으로 총 842건을 기록, 5년 전보다 34.1%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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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별 국내 임상시험 현황
ⓒ 국가임상시험재단(KON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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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인터넷에는 '임상·생동성 시험'을 검색하면 많은 시험 참여 공고들이 올라와 있다. 이들 실험은 대개 선별 검사 후 입원 시험·외래 진료를 기본 과정으로 한다.

시험 기관은 참가자들에게 약물 투입 후 해당 약물의 기대 효과 측정과 이상 반응을 검사로 확인한다. 일반적으로 임상 시험 기간은 2주에서 한 달 정도로 소요된다. 사례비는 실험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체적으로 100만 원대를 기본으로 책정해 지급한다.

생활비 부담이 커진 대학생들에게 이처럼 짧은 기간과 최저시급을 훨씬 상회하는 수고비가 지급되는 임상 시험은 매력적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기자가 구글 폼으로 20세~27세 대학생 70명에 '임상/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 참여 경험'을 물어보니, 46명(66.7%)이 참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사회초년생인 25~27세 인원(4명)에 비해 비교적 생활비 부담이 큰 20~23세 대학생이 42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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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2017년도 임상시험 이후 발생한 이상반응 현황.
ⓒ 김상훈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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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꿀알바가 요주의 대상임은 그 다음 질문에서 확인된다. 약사법인 의약품 임상 시험 관리기준에 따르면 시험 전후로 충분한 검사 및 적절한 사후 조치가 기본이다. 참가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24%는 "해당 시험에서 부적절한 조치와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시험 과정에서 이상반응, 이에 대한 미흡한 조치 등 안전 기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는 과거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2017년 당시 김상훈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대구 서구,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2012~2017년도 임상 시험 중 발생 이상 반응자 현황'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동안 승인된 352건의 시험 중 사망 16명을 포함해 163명이 이상 반응을 보였다.

   국내 임상 시험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제약사 임상 시험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물론 임상 시험 수의 증가는 의약품 기술 발달이라는 긍정적 변화를 반증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런 증가세에 맞춰 보다 안전한 임상시험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송준영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