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농지 투기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민의 분노를 직시해 이번 일을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 공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만들자"라고 당부한 데 이어,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정부는 단호한 의지와 결기로 부동산 적폐 청산과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부동산 적폐 청산이 "촛불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며, 가장 중요한 민생문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촛불정신'을 언급하며 '부동산 적폐 청산'의 결의를 다졌지만, 현실은 '부동산 적폐 비호와 은폐'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제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누구는 파면, 누구는 직위해제
LH는 지난 11일 징계인사위원회를 열어 온라인 부동산 유료 강의를 하던 서울지역본부 의정부사업단 소속 오아무개씨를 파면했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징계사유는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위반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농지 투기 사건의 주범인 13명은 직위해제 조치 외에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직위해제된 LH 직원 13명은 북시흥농협에서 총 58억원을 빌렸습니다. 대출액을 포함한 총거래액은 100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 해당 농협에 조합원으로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농협 조합원으로 가입하려면 농업인임을 증명하기 위한 농업경영체 등록과 농지원부, 농지 임대차계약서 등이 있어야 합니다. 가짜 농민 행세를 한 것입니다. 농업경영체등록을 했다는 것 자체는 300평 이상의 농지를 경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줍니다. 현행 농지법에 따르면 농업에 종사하지 않을 경우 주말농장용이라 하더라도 1000㎡미만 (약 300평) 까지만 소유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LH 직원이 농사경영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이는 영리업무를 위반한 것이 됩니다. 그 기준을 적용해 본다면 13명의 징계는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합니다. 같은 영리행위인데 왜 직원 오씨는 파면하면서 나머지 직원 13명은 직위해제 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2019년 단양군에서 일어났던 일 저는 아래와 같이 2019년 8월 농지법과 공무원법의 영리업무 금지 조항을 위반한 단양군 공무원 11명을 처벌하라는 민원을 낸 적이 있었습니다. 지방공무원법 제56조(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 당시 이에 대한 단양군의 답변서에는 "일부 공무원의 농업경영체 등록 및 '유기질 비료' 등 보조지원 사항을 확인했다"면서도 자체 징계와 검찰 고발 등 처벌에 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면세유 등 재산상 이익이 명백한 것들은 다른 기관에 책임을 떠넘기고, 단편적인 법규 해석만 나열했습니다. 결국 아무런 징계 없이 그들은 공무원 신분으로 계속 농사를 짓고 있고, 퇴직한 몇몇 직원은 300만원에 이르는 연금을 받으면서 농사꾼 행세를 하며 당당하게 보조금이나 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LH 직원 13명에 대해 제대로 된 징계를 하지 않는다면 제가 겪은 단양군의 공무원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농가당 연간 농업 소득이 20년 전보다 고작 100만원 늘어난 1175만 원인 농촌에서 고액의 월급이나 연금을 받으며 농사꾼 흉내를 내는 공무원들은 농민들에게 분노의 대상일 뿐입니다. 아래 내용은 광고수익 발생 최소요건에 도달해 단돈 만 원이라도 받게 되면 영리업무에 해당한다는 교육부의 지침입니다. 지난 2019년 7월 9일에 배포된 내용입니다. 공무원에 대한 영리업무 금지 조항이 얼마나 엄격한지 알 수 있습니다. 정세균 총리의 잘못된 발언 지난 14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에서 "앞으로 LH 임직원은 실제 사용 목적 이외의 토지취득을 금지시키겠습니다", "더 이상 투기꾼들이 농지를 투기의 먹잇감으로 삼지 못하도록 농지취득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를 철저하고 엄격하게 관리하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농지 취득에 대해 사전·사후 관리를 철처하고 엄격히 관리한다니요? 농지 취득은 엄연히 불법입니다. 예외를 두어 주말농장 등에 한해 300평(1000㎡) 미만만 소유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정 총리 발언은 역시 농업을 영리업무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한술 더 떠 기존의 부재지주와 가짜 농사꾼들을 덮어주는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금 농촌 현장에서는 부재지주와 가짜 농사꾼의 농지 소유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는 농식품부의 불순한 시도가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습니다. 당장 4월부터 농업경영체등록 신청 시에 기존의 경작사실확인서를 인정하지 않고, 임대차계약서만 필수 서류로 인정하겠다고 합니다. 실제로 부재지주 땅에서 일하는 진짜 농사꾼 중에는 임대차계약서를 쓰지 않는 사례가 다수 존재합니다. 농식품부는 "농업경영정보를 현행화한다"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실은 이미 전산화 작업이 완료된 농지원부와 농업경영체등록부를 대조하면 공무원뿐만 아니라 모든 부재지주와 가짜 농사꾼들이 드러나게 되니 아예 진짜 농사꾼 중 임차농(賃借農)의 농업경영체등록을 차단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노무현 정신이 흔적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직불금이 농민들에게 가지 못하고 부재지주에게 가는 것을 빨리 시정해야 한다'며 농업경영체등록제를 준비한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버렸습니다. <한국농어민신문>에 따르면 2020년 전국에서 임대차계약서를 못 낸 진짜 농사꾼이 최소 8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저 역시 농업경영체등록제가 실시된 이래 13년간 경작사실확인서만 제출했을 뿐, 한 번도 임대차계약서를 낸 적이 없어서 올해는 직불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됐습니다. 대통령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고 엉뚱한 대책으로 농지를 투기의 대상으로 삼은 부재지주와 가짜 농사꾼들을 온존시키려는 정부의 처사에 현장 농민들의 절망은 깊어만 갑니다. 지금은 별도의 기구나 새로운 법률을 만들 때가 아니라 현행법상 영리업무가 금지된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교사, 교수, 군인들의 명단을 농업경영체등록부와 대조해 법 위반이 확인되면 이에 따라 처벌하면 됩니다. 이 길만이 경자유전의 헌법정신을 살리고,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관련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