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 - il-eonaji anh-eun il-e daehan dulyeoum

[윤경 변호사의 세상萬思]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시내 7블록 뒤덮는 안개, 물 한컵도 안돼
걱정 한 잔 위력도 마찬가지…할수록 커져
일어나지 않을 일, 걱정하는 순간 일어나
낙천적인 마음으로 현재 즐기는 것 필요

  • 등록 2020-05-02 오전 11:04:00

    수정 2020-05-02 오전 1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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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 더리드(The Lead) 대표 변호사 겸 아하에셋 자산운용 대표이사] 걱정 한 잔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워싱톤에 있는 미 표준국(National Bureau of Standards)에 따르면, 시내의 7블록을 뒤덮는 30㎝ 두께의 짙은 안개는 물로 치면 한 컵도 안 된다고 한다. 한 잔도 안 되는 물이 작디작은 물방울 수천억 만개로 나뉘어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별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미세한 입자들이 도시나 시골 위로 드리우면, 앞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된다. 작디작은 초조함의 방울들이 우리 생각을 둘러싸면 우리는 시야를 뺏긴 채 잠겨 버린다. 걱정 한 잔이 딱 그러하다. 근거 없이 두려워하기 때문에 걱정은 안개와 같다. 걱정은 걱정을 낳을 뿐이다. 걱정한다고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걱정도 하면 할수록 눈덩이처럼 더 커진다.

지리산 한 마을의 입구에 서 있던 400년 된 거대한 나무가 한 순간에 쓰러졌다. 그 나무는 수백 년간 마을 입구에 우뚝 서서 14번이나 벼락을 맞아도 쓰러지지 않았으며, 수많은 홍수와 폭설을 견뎌냈다. 그 나무가 쓰러진 까닭은 바로 딱정벌레 떼가 나무 속을 파먹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랜 세월 견뎌온 그 거목이 작은 벌레들에게 쓰러지고 만 것이다. 사람들도 근심과 걱정이라는 벌레에게는 마음 속을 갉아 먹히고 있다. 잘못되면 어쩌나 하고 계속 걱정한다고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까? 비가 올 때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라 우산이다. 걱정하는 문제는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 - il-eonaji anh-eun il-e daehan dulyeoum

걱정한다는 것은, 어제의 문제로써 내일의 기회를 망치느라, 오늘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 삶의 즐거움을 빼앗아 간다. 인생의 현자들에게 `삶의 즐거움`을 빼앗아 간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들 중 대부분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걱정 좀 덜 하고 살 걸” 혹은 “온갖 걱정을 다하고 살았던 것이 후회돼” 만약 지나온 삶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미래를 걱정하느라 전전긍긍한 시간들을 모두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걱정은 소중한 삶을 무의미하게 낭비하도록 만든다. 두려움과 걱정을 품으면, 자신을 `쫒아 오지도 않은 것`들로부터 달아나게 된다. 누군가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는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을 가불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낙서 한 줄 없는 깨끗한 담벼락에 낙서를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담벼락 주인이 ‘낙서금지’라고 쓰고 나면, 그때부터 담벼락은 온 동네 낙서판이 되고 만다.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걱정과 고민을 하면, 그 일이 정말 일어난다.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의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다. 걱정의 22%는 사소한 고민이다. 걱정의 4%는 우리가 바꿔놓을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다. 나머지 걱정의 4%는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에 대한 것이다. 고민과 걱정이 생긴다면, 그것이 진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꿀 만한 것인지 생각해보자. 자신의 인생을 뒤집어 놓을 일이 생긴다면, 그때야말로 엄청난 걱정과 고민을 해야 하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 넣어 최대한 바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미친 개에게 물린 것처럼 어쩔 수 없이 일어난다고 해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모든 노력과 열정을 쏟아부어 최선을 다했는데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받아들여야 할 팔자소관이고 운명이다.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 발생하면, 그때는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이렇게 생각해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

지나친 근심과 걱정으로 오늘의 중요한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낙천적인 마음으로 현재를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

◆ 윤경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파트너 변호사 △現 공동법률사무소 더리드(The Lead) 대표 변호사 겸 아하에셋 자산운용 대표이사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 - il-eonaji anh-eun il-e daehan dulyeoum

질문자저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합니다. 제가 눈 수술을 두 번을 받았는데요. 처음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결과가 괜찮다고 했어요. 정기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다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또 눈이 나빠져서 수술하면 어떡하지하는 걱정부터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까지 생겼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을까요?

누구나 그래요

질문자가 이야기한 그런 마음은 저도 그렇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에게 다 일어나는 정상적인 정신작용입니다. 누구나 시험 치기 전날은 시험을 못 칠까봐 조마조마하고, 마이크를 들고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해야 하면 혹시 실수할까봐 덜덜 떨곤 하지요.

질문자가 눈 수술을 또 할까봐 걱정이 되는 것처럼, 교통사고가 나서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은 차를 탈 때 마다 또 사고가 날까봐 불안한 마음이 다른 사람보다 더 심합니다. 연애 하다가 실패한 사람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또 배신 당할까봐 불안해합니다. 뱀에 한 번 물린 사람은 산에 가면 또 뱀에 물릴까봐 걱정을 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심리작용을 단순히 근심 걱정이 많다고 했는데 요즘은 트라우마(Trauma)라고 표현해요. 다리를 한 번 다치면, 평상시에는 괜찮다가 날이 흐리면 욱신욱신 쑤시듯이, 정신적으로도 평상시에는 괜찮다가 비슷한 상황에 부딪히면 과거의 상처가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TV나 영화 속에서 사람이 죽는 걸 보고 눈물 흘릴 때가 있죠? 화면을 딱 꺼버리면 실제로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왜 눈물을 흘릴까요? 만약에 여러분이 설거지 해가면서 힐끗 힐끗 영화를 보면 영화 속 사람이 죽어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죽는 장면이구나 하고 넘어갑니다. 그런데 영화에 집중해서 골똘히 보면 죽는 장면을 현실이라고 착각합니다. 지금 일어나는 일로 착각하니까 눈물이 나는 거예요.

이렇게 일어나지 않는 미래의 일을 자꾸 상상하면 근심걱정이 생깁니다. 또 이미 지나가버린 옛날 생각을 자꾸 하면 괴로워집니다. ‘그 때 엄마가 야단쳤지, 네가 날 때렸지. 돈 빌려가서 안 갚았지.’ 하고 떠 올리면서 막 울먹거립니다. 머릿속에서 옛날 영상이 돌아가요. 가만히 눈 감고 있을 때 주로 옛날 생각이 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괴로움이 많은 사람입니다. 주로 미래의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은 근심 걱정이 많아서 심리가 불안 초조할 가능성이 높아요.

생방송은 안보고 녹화방송만 보고 있어요

지금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간적으로 지금, 공간적으로 여기에, 내가 깨어 있어야 합니다.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불안하면, ‘아 내가 상상 속에 빠졌구나하고 알아차려보세요. 괴롭다면 지금 옛날 필름 돌리고 있구나하고 알아차려보세요. 보통 옛날 필름을 돌리면서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아요. 옛날 필름을 돌려 보면서 어릴 때 어땠고, 남편이 어땠고, 아이가 어땠다며 울고 있는 거예요. 지금은 아무 문제도 없는데 옛날 필름을 계속 돌리면서 괴로워하고 있는 겁니다. 생방송은 안보고 계속 녹화방송만 보고 있는 거예요.

원하지 않는데도 머릿속에서 녹화된 필름이 돌아가곤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채널을 돌려야 합니다. 그 생각이 나면 탁 딴 생각을 하는 거예요. 벌떡 일어나든지, 운동을 하든지, 목욕을 하든지, 다른 책을 봐서 생각을 돌리면 됩니다. 가만히 있으면 늪에 빠져들 듯이 계속 그 생각에 빠져들어요.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을 보면 그냥 앉아 있는 것 같지만 그 사람은 완전히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뱀한테 물리고 나서 또 뱀한테 물리면 어떡하지?’하면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뱀한테 물려봤는데 안 죽네!’ 이렇게 생각하면 상처로 남지 않아요. 한 번도 안 물려본 사람이 뱀에게 물릴까봐 걱정할 수 있지만 한 번 물려본 사람은 안 죽던데?’ 하면서 오히려 두려워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앞으로 조심해야겠다고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는데 과거의 일을 상처로 간직하면 장애가 되지만 경험으로 받아들이면 자산이 됩니다. 이미 일어난 일을 상처로 간직해서 빚으로 만드느냐, 경험으로 간직해서 자산으로 만드느냐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비 오는 날이면, 아픈 다리가 욱신욱신 쑤시듯이

정신적으로도 아픈 상처가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지금 여기, 깨어 있어 보세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 - il-eonaji anh-eun il-e daehan dulyeo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