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통화는 어떻게 하나요 - guggagan tonghwaneun eotteohge hanayo

[가족과 함께 읽는 경제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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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이 다른 나라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국가에 도움이 되는 건 알겠는데 정확히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알고 싶어요.

A. 신입사원 문세미 씨는 첫 휴가를 맞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볼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동안 저축한 300만 원을 영국 파운드화로 환전해 영국으로 향했습니다. 기쁨도 잠시, 그녀는 BTS 공연을 본 후 숙소로 돌아오던 길에 소매치기를 당해 현금을 몽땅 잃어버렸습니다. 문 씨는 빈털터리가 됐지만, 다행히도 캐리어에 체크카드가 남아 있었습니다. 문 씨는 출국 전 300만 원 한도 내에서 얼마든 빌려 쓰고 원할 때 갚을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고 이를 카드에 연동시켜 놨습니다. 문 씨는 은행에서 1000파운드(약 147만 원)를 찾아 여행을 무사히 마쳤고 다음 월급일에 빌린 돈을 모두 갚았습니다.

문 씨의 경우처럼 국가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 돈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국가 간 거래에 주로 쓰이는 미국 달러화 같은 외화가 갑자기 부족할 수 있습니다. 통화스와프란 갑작스러운 외화 부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가끼리 개설해 놓은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합니다.

여러분은 한국이 다른 나라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는 한국은행이 급할 때 외국 중앙은행에 원화를 맡기고 외화를 빌려 쓸 수 있도록 미리 약속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대로 외국 중앙은행도 외화를 맡기고 한국은행으로부터 원화를 빌려 쓸 수 있죠. 마이너스 통장처럼 일정 금액 한도 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은 비슷하지만, 원화를 맡기고 외화를 빌려오기 때문에 형식상 통화를 교환(스와프)하는 것이 됩니다.

통화스와프는 왜 한국은행이 체결할까요? 한국은행은 원화를 발행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발권력)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 담보를 잡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능력(은행의 은행)을 갖고 있는 중앙은행이기 때문입니다. 이 권한과 공급 능력 덕분에 한은은 금융시장에 원화 유동성이 부족할 때 이를 공급하는 최후의 자금 공급원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러면 한국은행이 발행할 수 없는 외화는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요? 비상금 개념인 외환보유액이 있지만 때로는 부족할 때도 있습니다. 이때를 대비해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들끼리 미리 약속을 맺는 것입니다. 이 계약 덕분에 정말 필요한 시점에 자신이 발행한 자국 통화를 맡기고 부족한 외화를 즉각 빌려올 수 있습니다. 통화스와프를 중앙은행 간 최고 수준의 금융 협력이라고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통화스와프는 체결 소식만으로도 외화 유동성 부족을 우려하는 시장 참가자의 불안을 크게 해소해 줍니다. 필요할 때 중앙은행이 통화스와프를 통해 외화를 공급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공시효과’라고도 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안감이 높아지던 2008년 10월 말 한은은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과 300억 달러 한도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을 발표했는데요. 이날 하루에만 환율이 전날 대비 177원(12.4%), 국가부도 위험을 의미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78%포인트(31.7%) 하락하며 요동치던 국내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됐습니다.

통화스와프가 실제로 실행되면 큰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한은은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미 연준과의 통화스와프를 이용해 5차례에 걸쳐 총 163억5000만 달러를 시중은행에 공급했습니다. 그러자 실제 외화 유동성의 영향을 받는 외환 지표들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이를 유동성 효과라고 합니다. 특히 한미 통화스와프는 일시적인 달러화 유동성 부족을 신속히 해결해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국내 시장의 불안을 조기에 안정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대외 충격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이에 한은은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쌓는 것 이외에도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와프 확대를 통해 외화 유동성 공급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유지하는 데 힘써 왔습니다. 특히 2017년 체결한 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는 한도와 만기를 정하지 않은 기축통화국과의 계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큽니다. 2019년 9월 말 현재 한은은 총 1328억 달러(캐나다 제외) 이상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박다희 한국은행 국제협력국 금융협력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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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의 외환거래, 기업의 수출입 및 해외투자, 개인들의 해외여행 중 신용카드 사용, 유학경비 송금, 해외 인터넷쇼핑몰에서의 물품 구입 등은 모두 국가 간 지급결제를 일으킨다. 개인이나 기업 등의 경제활동에 따른 자금 이전이 여러 국가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 간 지급결제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자국의 지급결제시스템과 국가 간 지급결제시스템이 상호 유기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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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지급결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한 국가 국민이 갖고 있는 돈(자국 통화)을 외국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그 나라 돈(외국 통화)으로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외국 통화는 금융기관을 통해 바꾸거나 외환시장에서 사들여서 조달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 통화를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각국 통화가 실제로 국경을 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 간 지급결제시스템이 구축돼 운영되고 있다.

외국에 있는 상대방에게 그 나라 통화를 전달하는 외화송금은 전통적으로 환거래은행을 통해 이뤄져 왔다. 국내 은행들은 외국에 위치한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를 이용해 송금업무 등을 한다. 이런 외국은행을 환거래은행이라고 한다. 해외 가족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보내는 기러기 아빠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기러기 아빠는 국내 은행에 송금을 의뢰한다. 의뢰를 받은 은행은 자녀가 살고 있는 외국의 환거래은행에 자녀의 계좌로 돈을 보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면 외국의 환거래은행은 자금을 보내고 이체했다고 통보를 한다. 이런 메시지는 전 세계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국제금융통신망(SWIFT)을 통해 표준화된 형태로 유통된다.

이 방식을 이용해 해외송금을 하려면 돈을 받는 사람이 외국은행에 계좌가 있어야 한다. 또 메시지 전송 및 거래확인 절차가 외국과의 시차로 인해 최장 3일이 걸릴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해외송금을 주요 업무로 하는 웨스턴유니언, 머니그램 등 송금전문업체가 생겨났다. 이들은 은행, 우편취급소, 역 등 지정된 장소에 설치된 점포에서 좀 더 빠르게 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서비스는 은행 계좌가 없어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송금전문업체 본점과 해외 점포망 간 자금정산은 환거래은행을 통해 이뤄진다.

일방적인 송금거래와 달리 외환매매에 따른 자금결제는 사들인 통화(매입통화)를 받고 팔아버린 통화(매도통화)는 줘야 하므로 더욱 복잡하다. 매입통화와 매도통화를 환거래은행 방식으로 결제할 경우 국가 간 시차로 인해 매도통화는 이미 줬는데 매입통화는 거래 상대방의 파산 등으로 받지 못하는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은행이 미국 뉴욕에 있는 외국은행과 원화를 팔고 미 달러화를 사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치자. 우리나라 은행이 결제일에 원화 송금을 끝내고 이를 오후 5시에 통지한다면 뉴욕은 새벽 3시가 된다. 따라서 뉴욕의 은행은 그곳의 영업개시 시간인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 11시)가 돼서야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외국은행이 오후 3시(한국시간 새벽 5시)에 자금 이체를 끝낸 후 곧바로 이를 국내 은행에 통지한다 해도 국내 은행은 마찬가지로 은행 영업시간인 오전 9시 이후에야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시간 기준 전날 오후 5시에 원화를 미리 보낸 국내 은행은 외국 은행으로부터 달러화를 받고 확인하는 다음날 오전 9시까지 16시간 동안 외국은행의 달러화 이체 여부를 알 수가 없다. 만약 이 시간 동안 외국은행이 파산한다면 원화를 송금한 국내 은행은 사들인 달러화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1974년 6월 독일 헤르슈타트 은행이 파산하면서 독일 내 환거래은행을 통해 마르크화를 먼저 지급한 미국 은행들은 사들인 미 달러화를 받지 못해 큰 손실을 입었다. 이 사건 이후에도 이와 비슷한 크고 작은 사례가 수시로 발생했는데 환거래은행 방식 결제에 내포된 이런 위험(리스크)을 외환결제리스크 또는 헤르슈타트리스크라고 한다.

이런 외환결제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 선진국 중앙은행과 주요 상업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과 협력해 매입통화와 매도통화를 동시에 주고받을 수 있는 외환동시결제시스템(CLS)을 구축했다. 뉴욕 소재 외환동시결제 전문은행인 CLS은행이 운영 중인 CLS가 대표적인 예이다. CLS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원화를 포함한 17개 주요통화를 대상으로 전 세계 공통결제시간대(10월 마지막 일요일부터3월 마지막 일요일까지는 오후 3~6시, 나머지 기간 중에는 오후 2~5시)에 매입통화와 매도통화를 동시에 주고받는 방식으로 여러 통화를 결제한다.

일부 국가들은 국가 간 증권 거래 시에도 증권과 대금을 동시에 결제할 수 있도록 자국의 중앙은행 결제시스템과 증권을 보관하고 있는 외국의 증권결제시스템을 직접 연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간 지급결제는 여러 국가의 시스템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어느 한 나라의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다른 나라의 시스템으로 연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각국의 지급결제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우선 국가 간 지급결제에 참여하는 자국 내 지급결제시스템과 금융기관들이 BIS에서 제정한 국제기준인 ‘금융시장 인프라에 관한 원칙’과 ‘외환결제 관련 리스크 관리 감독 지침’을 준수하도록 권고하는 한편 이들 국제 기준의 실제 준수 여부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부족한 점을 개선하도록 유도한다. 나아가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공식적인 협력체계인 BIS 지급결제제도위원회 및 협조감시를 위한 다양한 협의체를 세워 국제금융통신망(SWIFT), CLS 등 국가 간 지급결제시스템이 국제 기준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국가 간 지급결제는 금융거래환경에 발맞춰 새로운 결제 방식과 시스템을 받아들이면서 진화와 성장을 거듭해 왔다. 우리나라의 지급결제 정책기관이면서 감시기관인 한국은행은 급변하는 지급결제환경에 맞춰 국내 지급결제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국가 간 지급결제시스템과도 상호유기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주요국 중앙은행과 함께 협조감시를 수행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

[쏙쏙 경제용어]

■국제금융통신망(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SWIFT)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국가 간 금융거래 메시지를 교환하는 데 사용하는 통신 네트워크이다.  원래는 유럽 지역 은행들이 상호거래 메시지를 교환하기 위해 1973년 설립했으나 이후 표준화된 메시지 형식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서비스를 인정받으면서 글로벌 금융통신 네트워크의 표준으로 정착됐다. 본부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다.

2014. 8. 25일자 서울신문

김영석 /  한국은행 금융결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