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음악 효과 - chilyo eum-ag hyogwa

치료 음악 효과 - chilyo eum-ag hyogwa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제13장 음악치료의 사례(3)

음악치료는 특수한 치료에 해당한다. 음악치료는 음악이라는 특수한 매개체를 사용하여 치료의 효과를 높인다는 점에서다. 특히 음악치료는 치료자가 내담자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하여 적절한 음악을 사용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치료는 일단 단계별로 정하여 실시하면서 단계에 따라 그 면담주기(session)를 구분하여 시도하게 된다. 그리고도 이에 따른 내담자의 기초적 배경이 중요한데, 이는 치료의 단계를 정하고 면담주기를 구분하는 등의 기초적인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1. 아동학대를 받은 성인 정신질환자의 음악치료

내담자 베스는 36살의 흑인여자였다. 이 사례는 미국의 사례로 권혜경 음악치료사의 정리를 편의상 개작한 것이다. 권혜경/음악치료사, 삼성병원 낮병동, 국립정신병원 입원병동에서 음악치료사로서 근무.

그녀는 정신분열증, 약물중독, 성격장애, 우울증의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대학 중퇴의 학력을 가지고 있었을 뿐 아니라, 발병하기 전까지 세일즈 우먼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녀의 남편은 알코올중독자였고, 그녀의 결혼생활이 불행했기 때문에 친구의 권유로 마약을 하게 되었고 거리의 부랑자가 되었다.

베스는 치료를 시작하기 3년 전에 미국 복지기관(Federal Employment Guidance Service: FEGS)에서 사회 적응력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에 매일 나오기 시작했다. 베스는 매우 상냥하고 유머감각이 있으며, 수려한 용모로 FEGS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베스는 참으로 불행한 과거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친아버지에게 7살 때 강간을 당했는데, 그것이 원인이 되어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도 그녀는 이미 7살 이후로 어머니와 할머니 등 가까운 친척으로부터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학대를 당해왔으며, 그 외의 친인척들로부터 18세까지 지속적인 성적인 학대를 당해왔다.

그러다 보니 베스는 7살 때부터 자살할 마음으로 아스피린을 과다복용 하는 등 그 이후로부터 10여 차례에 걸친 자살시도가 있었다. 치료를 시작할 당시 그녀는 감정의 불안정(MOOD SWING)을 경험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데 어려움을 갖고 있었다. 그녀와 음악치료를 시작할 즈음 그녀의 아버지가 사망했다. 이로 인해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양가감정 즉, 성학대의 가해자로부터 물리적으로 자유로워진 것에 대한 기쁨과 동시에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감정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베스는 그녀의 아버지가 죽은 직후부터 FEGS에서 다른 환자로부터 돈을 빌려 노름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그녀의 문제를 더욱 가중되게 만들었다. 이 내담자의 기본사항에 대해서 치료자는 음악치료를 시도했는데, 이를 우리는 회기별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자 한다.    

1) 회복의 1단계: 안전성 유지

SESSION 1, 2: 압박감으로부터의 탈출

이때 베스는 치료자의 권유에 따라 세션 초반에 노래책을 펴서 "어떤 산도 내게는 높지 않아"(Ain't no mountain high enough)라는 노래를 부르고 나서 자신에게는 미래에 대한 많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은 그녀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녀의 가해자가 물리적으로 사라졌기 때문에 그녀는 그로부터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음 그녀가 봉고를 치면서 노래하게 되었는데, 이때 치료사는 키보드로 그녀의 즉흥연주를 보조했다. 이런 과정에서 치료사가 그녀의 음악에 맞추려고 노력을 해도 순조롭지 않았다. 그녀는 치료사가 그녀를 따라가면 어느새 저 멀리로 도망가 버리는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연주가 끝나고 치료사는 그녀의 음악이 매우 정열적이면서 뭔가를 떨쳐버리려 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느낌을 말했다. 그때 그녀는 '분노'(anger)에 대해서 반문하면서도 실제로 자기는 전혀 화가 난 상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것은 그녀가 치료사가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 스스로 분노(Anger)라는 단어를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날 베스는 치료사를 신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았고, 음악 속에서 자신을 계속적으로 시험하고 치료사로부터 도망을 가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상실에 대한 부정의 단계에 있는 듯이 보인 것이다. 이것은 그녀가 가해자의 사망으로 그녀는 행복하고 자유로운 듯 보였지만, 마음의 저변에는 엄청난 노여움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의미한다.

SESSION 3: 자유시간

그녀는 가토드럼을 연주하고 치료사는 키보드로 그녀의 연주를 반영하려했고 우연히 같은 순간에 연주를 멈추게 되었다. 상징적으로 치료사는 베스에게 "우리가 드디어 접촉점(meeting place)을 찾았다고 일러주었다. 그때 그녀가 기타를 주면서 치료사에게 자신이 노래할 수 있게 연주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기 때문이다. 이 분위기에서 치료사는 Am 12마디 블루스를 연주하고 그녀는 다음과 같이 즉흥적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내 손을 잡아요. 약속된 땅을 보여줄께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더 이상 말해줄 수 없다. 내 손을 잡아요. 그러면 평화와 조화가 있는 곳을 보여줄께요. 매일 낮과 밤, 나는 마음의 평안을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이것이 찾아올 때야 비로소 나는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손을 잡아요. 우리는 네버랜드(Neverland)로 갑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빛나는 별을 봅니다. 너무나 밝게 빛나는. 이제 무엇이 보이나요? 우리가 강가로 내려가는 게 보였다. 절정의 강으로."

베스는 이 노래가 자유로워지는 것, 즉 다른 모든 사람과 똑같아지는 것에 대한 노래라고 했다. 이때 치료사는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절정의 강이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묻자 그녀는 "자기 삶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일자리를 얻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녀의 과거에서 자살시도가 여러 번이나 있었기 때문에 이 말을 듣고 치료사는 안심이 되었다. 베스는 이 세션의 제목을 '자유시간'이라고 지었는데, 그 이유는 그녀는 음악치료시간 동안에는 현실로부터(다른 사람에게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는 압박감) 도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2) 회복의 두 번째 단계: 상처를 기억하고 애도하기

SESSION 4 : 전환점

세션을 시작하면서 치료사는 베스에게 가사 없이 노래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것이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을 건드릴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치료사는 Am, Gm, Fm, Em를 연주해 그녀를 침착하게 만들었다. 처음에 그녀는 눈을 감고 소리를 변형하며 자세도 여러 번 고쳤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닿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지만, 치료사는 코드 진행을 Am, Dm로 단순화시키고 그녀와 함께 노래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에서 그녀의 에너지 레벨이 점차로 낮아졌는데, 그녀가 자신의 깊은 감정에 닿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그녀는 일어나서 가토드럼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제 끝" 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너무 지쳤다."고 얘기했다. 치료사는 그녀가 노래를 하는 동안 자신을 겁나게 하는 무엇인가를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베스는 의자에 누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자신은 음악치료에 오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는 점에서였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것은 치료사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고 자기는 남을 기쁘게 하면 자신도 기쁘다는 것이었다.

베스의 말은 들은 치료사는 그것은 아주 좋은 성격인데, 이런 성격은 베스가 자라온 환경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베스는 "내가 7살 때 우리 아버지가 나를 강간하고 16살 때는 다른 남자들이 나를 강간했어요. 나는 많은 사람들을 겪어야 했기 때문에 내 성격이 이렇게 변해버렸을 지도 몰라요."하고 내뱉듯이 말을 했다. 치료사는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항상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자, 그때 그녀는 "나도 그런 경우 같아요. 정말 흥미가 있군요. 성격이 좋은 사람들은 자신이 내켜서 다른 사람을 기쁘게 그러나 학대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려고 해요."라고 응수했다. 

아버지가 그녀를 강간한 후 그녀와의 관계를 질문하는데 대해서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는 완강히 그 사실을 부인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몇 년 전 자기 아버지를 찾아가 다시 한 번 아버지가 자신을 강간하게 하여 그 사실을 입증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때 그녀는 자기가 다시 7살의 어린아이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치료사는 이런 정신적 상처의 재현(trauma reenactment)은 학대받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아동이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엄청난 일을 경험하게 되면, 계속적으로 이런 경험을 반복하려는 성향을 보인다는 점에서다.    

베스는 자신의 상처들을 계속 얘기했으며, 헤어지는 노래를 부를 때 처음으로 치료사에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이로서 치료적인 관계는 수립되었기에 치료사는 그녀가 자신의 상처를 딛고 일어설 의향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SESSION 5: 이제는 안전해요

베스는 "지난 세션이 너무 흥미가 있어 1주일 동안 음악치료를 기다려왔다"면서 자신이 학대받은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치료사가 그녀에게 부모님으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정말 미안하다는 말이 듣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는 사망했기 때문에 자신은 절대로 그로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들을 수 없기에 엄청난 상실감을 표현했다.

치료사는 그녀에게 자신과 아버지를 표현하는 악기를 선택하여 연주하기를 시도했다. 이때 치료사는 각자가 역할을 나누어 각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하는 음악 모노드라마를 지시했다. 이를 끝낸 후 베스는 매우 불안해 보였고, 빨리 음악치료를 끝내려 했다. 치료사가 그녀에게 "왜 자꾸 자신의 감정으로부터 도망을 가느냐?"고 질문하자, 베스가 13살 때 외출금지령으로 울고 있을 때 어머니가 베스에게 "슬퍼? 내가 더 슬프게 만들어줄까?" 하면서 심한 매질을 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베스는 "아마 그 이후부터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치료사는 "이곳은 베스가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장소이다"라고 하면서 "그녀를 위해서 항상 이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다시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 눈물은 과거에 대한 슬픔의 눈물일 수도 있지만, 그녀를 그토록 오랫동안 옭아맸던 그녀의 과거, 그녀의 감정을 그냥 내보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는 그대로 카타르시스였기 때문이다.

SESSION 6 : 눈물로 얼룩진 내 인생

근래 베스는 자신의 가족과 자신을 학대한 가해자들에 대한 노여움이 아주 강해졌다. 그녀는 음악치료에 와서 계속적으로 그들이 어떻게 자신을 학대했고, 그에 대해 자기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울곤 했기 때문이다. 치료사가 그들에 대한 베스의 노여움을 연주해보자고 제안을 했고, 베스와 치료사는 봉고를 손이 아프도록 연주하면서 그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절규했지만 그 소리는 봉고의 큰 소리에 묻혀 크게 들리지 않았고, 그녀는 그 속에서 안전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신체적으로 에너지를 분출하고 나서는 휴식을 찾았기 때문이다.

SESSION 7: 내 가족들은 모두 정신병자야

베스는 자신이 어머니와 같이 살 당시 즉, 6살부터 18살까지 "왜 엄마가 자신을 그렇게 미워했는지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6살 이전에는 어땠는지에 대해서 질문하자 "그때 엄마는 노름을 하느라 집에 붙어있지를 않았다."고 했다. 이것은 그녀 역시-치료를 받을 당시 노름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녀에게 "왜 엄마가 노름을 한 것 같은가?"라고 질문하자 "무언가를 떨쳐버리기 위해서일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 "베스는 노름하면서 뭘 떨쳐버리고 싶은가?"라고 질문하자 "고통과 감정적 슬픔을 떨쳐버리고 싶다."고 했다. 

이런 답변은 그녀가 노름하는 것은 그녀의 불안감을 떨쳐버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복권을 긁을 때 그녀는 긴장되고 결과를 알고 나면 이완된다는 점에서다. 이것이 바로 중독이라고 볼 수 있는 점이다. 조악한 환경에서 삶을 불안정하게, 안전하지 않게 산 사람, 즉 심리적으로 긴장이 많고 불안한 사람은 계속적으로 심리적인 이완을 추구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이런 이유 때문에 학대받은 사람의 많은 부분이 노름이나 섹스, 또는 약물에 중독되는 편이다.

세션이 끝날 때 치료사는 베스가 이런 아동학대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고 하기 때문에 정말 용감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했지만, 그녀는 "이런 과정들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SESSION 8: 헤어짐을 준비하며

세션 중 베스는 트라이앵글로 트레몰로를 매우 세게 연주한 다음에 여러 악기를 돌아가면서 연주했다. 그녀의 즉흥연주는 매우 산뜻하고 확실한 끝맺음이 없이 열린 맺음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때 치료사는 그녀가 많은 가능성을 위해 열려있는 서로의 헤어짐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세션이 끝날 때 베스는 치료사에게 "그 동안의 음악치료에 감사하고 마침내 자신이 삶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3) 기억의 재결합으로의 전환점

SESSION 9: 안녕

치료사는 베스에게 최근의 꿈에 대해 물었다. 꿈은 우리가 어떻게 지내는지, 어디쯤 와있는지를 나타내 준다는 점에서다. 치료사는 그녀의 꿈을 통해 음악치료를 끝내는 것에 대해 그녀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보려했다. 이때 그녀는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어제 밤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꿈속에서 그녀에게 갓난 남자아기가 있었는데 그 아이의 표정이 너무 고뇌에 차있고 그 아기의 성기가 발기해 있어 그 아이를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그 아이의 성기를 잡고 베스가 직접 자위행위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때 그녀는 성기에서 정액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면서 그 아이의 표정은 매우 편안해 보였다는 것이다. 치료사가 이 꿈에 대한 베스의 생각에 대해서 질문하자 그녀는 비록 꿈이지만, 자신이 아이에게 그런 일을 했다는 것에 대해 매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거기에 대해 생각조차 하기 싫어했다. 이때 그녀는 그 꿈에 대한 즉흥연주를 하자는 치료사의 제안에도 거부했다. 아마도 감정이 누그러지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치료사는 그녀의 꿈에 대해 반대되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녀에게 치료사가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했다. 베스의 꿈에서는 전위(Displace- ment)가 일어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치료사는 꿈에서는 베스였고, 베스는 남자아이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아이의 고통에 찬 표정과 성기가 발기되었다는 것은 베스가 그 동안 매우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고, 긴장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다. 

더 나아가 베스가 아이에게 자위행위를 해준 것은 치료사가 음악치료를 통해 베스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고, 정액이 뿜어져 치료사와 아이 표정이 편안해진 것은 음악치료과정을 통해 베스가 자신의 노여움과 감정을 표출하여 삶이 보다 편안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베스도 치료사의 해석에 동의를 했다.

그런 다음에 치료사는 베스에게 세션의 나머지 시간을 치료사가 떠난 다음에 그녀가 어떻게 학대에 대한 이슈를 가지고 진행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베스는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었다. 다음은 베스와의 헤어짐에 대한 노래이다. 

치료사: 이제는 헤어져야할 시간 있다. 그러나 나는 슬프지 않아요. 왜냐하면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다 그러나 나는 슬프지 않아요. 우리가 함께 한 기억은 나를 항상 미소를 짓게 하기 때문이죠.

베스: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다. 모든 희망과 꿈들. 우리의 문제들을 방치해서 혼돈이 찾아왔다.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다. 저 멀리에 희망이 있지요. 우리는 언젠가 만날 거예요. 그래요, 나는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 치료는 9번의 면담으로 이루진 것에 대해서 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대략적인 것에 대해서 기술한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음악치료의 과정을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이 치료는 전체적으로 9회기의 아주 짧은 만남을 가졌지만 그 동안 내담자와 나누었던 음악과 대화, 그녀가 치료사에게 보였던 신뢰의 수준은 상당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치료의 진행이 순조롭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 케이스는 진단명이 같은 정신질환자라도 그 사람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쳤던 원인 즉, 아동학대에 초점을 두고 치료를 했을 때보다도 더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2. 알코올 및 약물중독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음악치료

급속한 현대화와 더불어 점점 더 증가하는 알코올 및 약물 중독환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알코올 및 약물중독현상은 점진적이고 만성적인 병리적 속성을 지닌다. 따라서 환자가 갖고 있는 문제의 근원을 이해하여,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이며 장기적인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알코올 및 약물 중독은 한 개인의 유전 또는 환경적 요소로 인한 심리, 정신, 신체, 행동 전반에 걸치는 복합적 병리현상이다. 음악치료는 복합적 병리현상을 둘러싼 심리근원적인 문제들과 행동의 장애를 이해하고 다루는데 효과적인 기능을 발휘한다. 이 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 그 특징적인 것을 중심으로 구분하여 기술하기로 하자. 김미진 치료사가 근무했던 뉴욕의 브롱스레바논-병원센터의 알코올 및 약물중독환자를 위한 재활치료병동을 모델로 다룬 사례이다. 이 사례는 김미진 치료사에 의해 정리된 것을 편의상 개작한 것이다. 김미진/음악치료사, 축령정신병원 음악치료사.

1) 재활병동의 입원생활

재활병동의 입원생활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다. 일반적으로 3주 입원과정의 재활병동은 해독화병동(DETOXIFICATION UNIT)에서 알코올 및 약물의 신체적 해독을 거친다. 그리고 극심한 초기 금단증세로부터 어느 정도 완화가 된 환자들이 보다 근원적인 심리, 행동치료를 원할 경우 옮겨지는 곳이다. 

다른 특수교육기관과 마찬가지로 여러 분야의 임상전문가들로 치료팀이 구성되는 이 단기 재활과정은 기본적으로 알코올 및 약물중독환자들에 대한 초기단계의 심리치료와 행동수정 프로그램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환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개인 또는 그룹치료와 상담에 참여함으로써 알코올 및 약물에의 의존성과 관련한 자신의 내면문제와 그에 따른 삶 전반에 걸친 장애를 구체적으로 고찰하고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 개개인에 맞는 긍정적인 현실에 대한 대처방식을 다시 형성하게 된다. 한 개인이 다양한 유전적, 환경적 결핍요인으로 인하여 건강하고 정상적인 자아발달을 이루지 못했을 때, 자신의 감정을 극도로 두려워하게 되고 그것을 원만하게 감당해낼 수 있는 자아의 능력을 불신한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이러한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면, 아무도 자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완고한 불신적 전제하에 외부세계와의 관계에서 엄청난 부적응을 경험하게 된다. 

이 경험들은 견고한 자아를 갖지 못한 환자에게는 마치 존재를 위협하는 것과도 같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다. 그러므로 이 고통스러운 내면적, 외부적 현실을 불식하고 잊기 위한 노력은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이들의 음주와 약물남용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스트레스해소를 위한 단계를 넘어, 미혹적인 쾌락에로 필사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이 몰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다가 마침내 이것이 항상 지속되어야만 하는 만성적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점에서다.

2) 갈등의 직면단계

술과 약물을 이제 막 중단한 환자들은 갑작스럽게 직면하게 된 자아동질성의 혼란으로 인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매우 불안하고 긴장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것은 다양한 심리방어기제를 통하여 이 고통으로부터 회피하고자 하기에 치료과정에서 개인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나 행동으로 표출된다. 음악치료현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많은 경우 환자의 이 강박적 도피성향은 그의 음악적 표현을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 다음은 그 한 예이다.

20년 넘는 알코올 및 코카인 중독으로 브롱스레바논-병원의 재활병동에 입원한 R은 41세의 흑인 남자 환자이다. 그는 입원한지 며칠 되지 않아 그룹음악치료 세션에 처음 참여했다. 마침 그룹 구성원들은 며칠 후에 있을 어머니날을 두고 이에 관련된 자신의 기억과 느낌,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R은 무슨 이유인지 시종일관 유난히 침울하고 적의에 가득찬 모습으로 대화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은 채 창밖 쪽을 바라보며 혼자 앉아 있었다. 

한 번은 아예 일어나서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오는 등 매우 긴장되고 불안한 듯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이 보였다. 음악치료사가 R에게 "입원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지내기가 어떻가?"라고 질문하자 R은 흠칫 놀라더니, "누구요, 나요, 아, 썩 좋습니다."하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 어조나 얼굴표정이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역력히 나타냈다.     

3) 음악치료의 시도

R환자에게 치료사는 이쯤해서 음악치료를 시도했다. 그때 어머니에 대한 대화를 하던 중 한 여자환자가 놀라운 은혜(Amasing Grace)라는 노래를 느리고 잔잔하게 부르기 시작했다. 그룹멤버들이 함께 화음을 맞추어 허밍으로 노래를 부르게 했는데, 그들 사이에서도 이 노래는 잔잔하고 진한 감동으로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노래와 바로 연결되어 악기를 이용한 조용하고 느린 즉흥연주가 이어졌다. 

노래가 진행되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서 잠시 동안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그룹 둘레를 서성이며 안절부절 못하던 R은 악기연주가 시작되어 그 잔잔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카우벨(쇠로 된 납작한 종모양의 라틴계 타악기, 특정한 리듬과 조화되어 적당한 강도로 연주되지 않으면 매우 신경질적이고 자극적인 쇳소리가 남)을 집어 들고 그룹연주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들리지도 않던 그의 카우벨 연주는 갑작스럽게 그 강도가 세어지고 박자와 리듬 또한 전체음악에서 벗어나더니 마침내 격렬하고 무절제하며 신경질적으로 두드리는 쇳소리로 변했다. 이에 다른 그룹멤버들은 연주를 계속할 수 없어 중단했는데, 그 중에 한명이 R을 향해 "그런 무례한 행동이 어디 있느냐?"며 공격했다. R은 오히려 큰소리로 깔깔 웃더니, "음악이 너무 조용하다 못해 지루해서 다들 졸게 될 까봐 깨우려 했을 뿐이오."라고 냉소적이며 적대적인 어투로 말하고는 세션을 나가버렸다. 

이때 무엇에 관해서 인지는 정확하지 않았지만 R의 내면에는 자신과 남에게 개방하고 싶지 않은 감정적 에너지가 쌓여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룹멤버들이 어머니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연주했던 노래와 그 이후의 잔잔한 기악연주는 이렇듯 외면하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음악으로 인해 R의 내면이 자극되어서 불안과 긴장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마치 잔잔한 음악을 소멸시키려는 듯한 R의 강박적이고 무절제한 음악의 표출은 그가 이 위협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얼마나 필사적인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4) 환자의 변화적인 움직임

환자의 변화적임 움직임은 쉽지 않았다. 팀회의를 통해 R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중에 R의 담당 치료사는 R과의 첫 면담에서 가족 간의 문제를 물었을 때 그가 아무문제 없다고 일축해 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재활과정에서 선택사항으로 주어지는 가족상담-세션 또한 완강히 거절했다는 것이다. 다만 R이 9개월 전 아내와 사별했으며, 동거하다 헤어진 양친을 가출하여 독립한 20대 초반의 딸 하나와 19세와 16세된 아들 둘을 두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아낼 수 있었다고 했다. 며칠 후 담당 치료사는 R에게 자식들, 특히 가출한 채 아버지와 상대하기를 거부하는 큰딸-과의 가족상담 세션을 다시 권유했다고 한다. 

이때 R은 화를 내며 아내가 암으로 죽었을 때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그는 장례식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아버지라고 하여 그 죽음을 아버지의 탓이라 비난하고 아예 상대하지 않으려는 자식들 따위는 필요가 없다고 했다. "어째서 아내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고 장례식에도 참석할 수 없었느냐?"는 질문에 R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런다고 살아납니까? 다 잊으려고 약이나 맞았죠"하더란다. 이야기를 들은 치료사는 과거 20여 년 동안 자기 삶과 주변을 돌보지 않고 술과 약물에만 의존해 오던 R이 이제 아내를 잃은 현실에 직면하여 갖는 죄책감과 자기질타가 감당하기 어려웠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편 R이 표출하는 자식들에 대한 격심한 분노는 일종의 투사이며, 실은 견딜 수 없는 자기 분노에 대한 대체구실을 하는 것이다. 아내를 잃은 슬픔, 고통과 자책감의 현실로부터 도망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던 R에게 앞의 세션에서 연주되었던 음악은 견디기 어려운 자극이 되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 다음 음악치료 그룹에 참여한 R은 더욱 불안정하고 무엇인가에 쫓기는 듯한 긴장된 모습이었다. 

5) 환자의 음악치료에의 참여

음악치료에 소극적이던 R이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R은 봉고를 집어 들고 만지작거리더니 가만히 그것을 치기 시작했다. 그의 리듬을 주의 깊게 들으며 치료사와 다른 그룹멤버들도 함께 연주하기 시작했다. 강도가 세어지고 박자와 속도가 빨라지며 다른 사람들의 연주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자신만의 연주에 몰입하는 R의 모습이었다. 이런 R을 보면서 치료사는 그가 다시 극심한 불안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 술과 약물에 취해 몰입했듯이 지금은 음악을 그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R에게 나타나는 불안과 긴장은 무의식화 되었다가 이제 음악을 통해 필연적으로 빠져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R의 심리현실들을 회피하려는 의식과 마찰되는 과정에서 발생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시점의 치료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세계로의 도피적 몰입이 일어나고 있는 바로 이 음악적 상황이다. 그 안에서 R이 두려워하는 내면적 감정을 동질적으로 표현하고 동시에 그것을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R이 자기 도피적 폐쇄와 고립으로부터 벗어나 치료사를 비롯한 그룹안의 타인들과 음악적으로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그것은 상호작용하는 과정 속에서 감정적 공감대가 형성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음악적 유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치료사는 피아노 앞에 앉아 매우 간단하면서도 뚜렷한 기본 화성진행의 패턴(Cm-B♭7-A♭7-G7)을 느린 행진과 같은 일정한 박자로 반복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피아노의 기본화성진행으로 연주된 강하고 느린 박자는 마치 전체 음악의 공통분모와도 같이 다른 멤버들의 연주뿐 아니라, R의 달아나는 듯한 연주에도 일정한 기본박자를 제공했다. R은 달아나는 듯한 연주를 하다가도 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기본박자를 느끼고서 잠시 멈추어 박자가 맞기를 기다렸다가 강박이 오는 첫 화음(Cm)부터 다시 함께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그는 서서히 외부세계의 연주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이것을 자신의 연주와 맞추어 갔다. 

6) 환자의 변화

이제 환자는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R은 이 느린 기본박의 틀 안에서도 여전히 많은 세부적 리듬을 매우 센 강도로 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강렬한 R의 음악적 에너지는 어느덧 다른 멤버에게도 퍼져 그들의 연주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기본박자를 바탕으로 한 전체 그룹연주는 멤버들 간에 화합되어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연주가 끝난 후 다른 그룹멤버들이 연주가 좋았다는 듯이 환호성을 지르며 손바닥을 내밀자 R은 밝은 표정으로 이를 마주친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고 내뱉듯이 말했다. 

치료사가 그의 말을 인용해 스트레스가 쌓였었느냐고 묻자, R은 "가슴이 답답했어요."라고 대답했다. 무엇에 대해 쌓였었느냐는 한 그룹 멤버의 질문에는 그저 "모든 것이요"하고 답했다. 몇몇 그룹 멤버들이 이에 끄덕이며 동의했다.

R은 이제 몸동작, 얼굴표정, 목소리에 있어 한결 편안해 보였다. 또 R이 자신의 내면 감정에 대해 막연하나마 타인에게 이야기 시작한 것 또한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3주간의 재활치료 기간 동안 R은 가족상담치료만은 끝내 거부했다. 그러나 퇴원 후 치료를 중단하겠다던 초기의 생각을 바꾸어, 18개월 과정의 외래환자를 위한 장기 치료를 희망했고 퇴원 후 계속하여 치료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