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물탱크 원리 - byeongi multaengkeu wonli

“주형아, 네 나이가 몇인데 변기에 물을 자꾸 흘려보내면서 장난이니? 얼른 나오지 못해?”

엄마의 호통에도 주형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변기의 밸브를 한 번 더 당겨 물을 흘려보낸다. 이 모습을 본 엄마는 화장실로 가서 주형이를 끌고 나올 태세다.

“엄마, 화장실 물을 보면 최면에 걸리는 것처럼 어지러워요. 물이 왜 이렇게 빙글빙글 돌아요?”

지켜보던 엄마도 어느새 변기 속의 물을 보면서 홀린듯하다.

“지구의 자전 때문이란다.”

엄마의 대답에 주형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지구가 돈다고 변기 물이 돌아요?”

“그럼~ 세면대나 욕조에서 물이 빠질 때도 마찬가지야. 일명 코리올리 효과라고 하지.”

“코리올리요?”

“응. 천천히 설명해 줄게. 코리올리 효과란 19세기에 프랑스의 물리학자 코리올리(Gustave Gaspard Coriolis)가 알아낸 효과인데, 일반적으로 북반구에서 남쪽으로 대포알을 쏘면 원래 쏜 방향보다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단다. 이런 식으로 물이 변기 속으로 내려갈 때 북반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서 내려가고, 반대로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돌면서 내려간다는 원리지.”

“우와~ 너무 신기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 무심코 들락날락했는데… 그렇게 심오한 원리가 있을 줄이야!”

“하지만 변기 물이 소용돌이를 치면서 내려가는 현상이 코리올리 효과라는 것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해. 북반구에서 변기 물을 내리면서 물속에 손을 넣어 왼쪽으로 살짝 돌리면 소용돌이는 왼쪽으로 생기거든. 그러니까 북반구라고 해서 항상 변기 물이 오른쪽으로 소용돌이치진 않는다는 거지.”

“아직 확실한 결론은 없나 보죠? 그럼 아까 말씀하셨듯이 포탄의 경우는 코리올리 효과가 확실한가요?”

“그렇지. 세면대나 욕조, 변기 등의 작은 소용돌이는 지구의 자전보다는 다른 요소들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단다. 예를 들면 용기의 좌우 높낮이가 비대칭일 경우 물이 내려가면서 작용하는 힘이 달라지겠지. 그러나 수십 km 멀리 포탄을 쏠 때처럼 큰 규모일 경우에는 지구 자전에 의한 코리올리 효과가 나타나.”

거실에서 신문을 읽으면서 화장실에서 들리는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아빠가 주형이에게 퀴즈를 내듯 말했다.

“주형아, 그럼 변기의 밸브를 내린 다음에 물이 위쪽으로 어떻게 나오는 걸까? 항상 같은 위치까지 물이 올라오잖아.”

“아…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말씀 듣고 보니 신기하네요. 오늘은 화장실이 마치 과학실인 것 같아요. 헤헤~”

“알고 보면 생활 구석구석 과학이 자리 잡고 있지? 중세 시대에는 길거리에 분뇨 구덩이가 있었기 때문에 전염병이 성행했어. 수세식 변기가 발명되었지만 분뇨 냄새가 역류하는 문제점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단다. 그러다가 18세기에 영국의 수학자 커밍(Alexander Cumming)이 배수 파이프를 위쪽으로 구부려 밑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차단하는 물을 저장하는 방법을 생각해낸 거야.”

“으악, 길거리에 분뇨가 있었다고 상상하니까 끔찍하네요. 그런데 배수 파이프를 위쪽으로 구부리면 물이 어떻게 올라오죠?”

“그걸 바로 사이펀(siphon)의 원리라고 한단다. 사이펀이란 높은 곳에 담겨 있는 물을 낮은 곳으로 옮기는 데 사용하는 구부러진 관을 말해. 원래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사이펀에서는 높은 곳의 물이 더 높은 곳을 지나 낮은 곳으로 내려오지. 이렇게 될 수 있는 이유는 높은 곳에 있는 물의 표면에 공기의 압력이 작용해 물을 밀어내기 때문이야.”

주형이 머리는 복잡해졌다. 그 표정을 읽은 아빠는 주형이에게 그림을 그려주었다.

변기 물탱크 원리 - byeongi multaengkeu wonli

“물을 끌어올리려면 변기 속에 펌프가 달렸나요?”

“하하. 변기 안에는 요렇게 생긴 조용한 진공 곡관이 숨어 있단다. 물의 높이에 의해 기압차가 발생하여 물이 위쪽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지. 사이펀 관이 물 표면보다 아래에 있으면 수면에 작용하는 대기압으로 인해 관 안으로 밀려 올라가. 물이 굽은 곳 돌아서 다른 쪽 관으로 통과만 하면 공기의 압력 때문에 남아있는 물은 관을 따라 계속 흐르고. 그러니까 주형이가 변기 밸브를 누르면 변기물탱크 속 물이 밀려 내려와 곡관을 넘게 되고 변기 속 물이 빨려 내려가게 되지. 그리고는 다시 곡관 높이까지만 물이 차게 된단다.”

주형이는 화장실 변기에 고여 있는 물과 아빠가 그려준 그림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아빠는 그런 주형이의 모습을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았다.

“주형아, 우리 집 수족관 청소할 때 쓰는 물 펌프도 사이펀의 원리를 이용한 거야. 수족관 위치를 옮기지 않아도 물 펌프로 수족관 물을 교체할 수 있지.”

갑자기 다용도실로 달려간 주형이가 물 펌프를 가져왔다.

“아~ 그래서 손잡이 부분까지 물을 빨아올리면 손잡이를 놔도 계속 물이 흘러 내려가는 거군요.”

“맞아,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물 펌프도 자세히 볼 겸 우리 수족관 청소 한번 할까?”

“네! 좋아요.”

글 : 이재인 박사(어린이건축교실 운영위원)

과학향기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Do It Yourself- 변기 수리 요령

매일 수차례씩 사용하는 변기가 어떤 원리와 부품으로 작동되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은 흔치 않고, 그래서 작은 고장이 있을 때 무시하거나 외면하다가 문제가 커지면 그제야 핸디맨을 불러 해결하는 가정이 의외로 많다. 기본적으로 중력을 이용하여 물을 움직이는 변기는 몇 가지 부품의 기능만 이해하면 충분히 간단한 고장을 수리하여 좋은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변기에 물이 채워지는 경로는 공급관을 통한다. 탱크 아랫부분에 연결된 관으로 물이 들어와 연결 밸브에서 탱크와 변기로 나뉘어 물이 보급되고, 풍선모양의 플로트 볼(float ball)이 정해진 수준에 다다르면 차단막인 셧오프 밸브가 작동하여 물을 멈춰준다.

변기 물을 내리기 위해 손잡이를 누르면 레버가 움직이면서 탱크 바닥의 구멍을 막고 있는 플래퍼(flapper)와 연결된 체인을 들어 올려 플래퍼를 열어준다. 이 때 중력에 의해 물이 변기의 빈 공간으로 순식간에 밀려들고, 동시에 변기 가장자리를 따라 만들어진 작은 구멍으로 재빨리 쏟아져 내리게 된다. 물이 한꺼번에 빨리 움직이면 변기 안에서 회오리를 일으키는 사이클론(cyclone) 현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내용물을 말끔히 배출할 수 있는 것. 플래퍼는 물이 빠져나가자마자 원위치로 돌아가 탱크에 다시 물이 채워지게 만들어 준다.

이 같은 기본 이치를 이해하고 나면 웬만한 문제는 물이 보급되는 공급관, 물의 양을 조절하는 탱크 내부 기능, 그리고 변기와 연결되는 물의 회로 등 세부분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가장 흔히 불편함을 초래하는 물이 새는 현상의 원인을 이 세군데 부품별로 파악하여 간단한 수리법을 배워 본다.

■ 물이 변기로 계속 샐 때
오버플로 튜브(overflow tube)나 플래퍼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흔한 문제다.

▶ 수리법 1
변기 물을 내리고 탱크에 다시 물이 찰 때 플로트(float)에 연결된 가는 쇠 봉을 손으로 잡아 살짝 치켜 올린 뒤 밸브에서 물이 멈추는 소리를 확인해 본다. 물소리가 그치지 않으면 밸브 자체를 교환해 주어야 하고, 물이 제대로 멈추면 플로트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진에 플로트 조절 나사(float adjustment screw)로 표기된 부분을 조이거나 풀어주면 물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으므로, 오버플로 튜브의 선 위로 물이 차지 않도록 조절하여 고정시킨다.

▶ 수리법 2
플로트가 물 위로 뜨지 않아서 차단막을 작동하지 못하는 것은 플로트 풍선에 구멍이 생겼거나 흠집이 났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스토어에서 새 플로트를 구입하여 교체해 주면 간단히 해결된다.

▶ 수리법 3
위의 두 가지를 실행하고도 물이 샐 때는 물의 유출을 조절하는 부구판(ballcock)에 문제가 생긴 것. 부구판을 수리하는 방법은 다소 복잡하고 완전히 수리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아예 새로 구입하여 교체하는 편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길이다.

▶ 수리법 4
탱크의 물높이를 관찰했을 때 물이 오버플로 튜브 위로 오르지 않는데도 물이 샌다면 플래퍼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다. 플래퍼의 기능을 시험하는 방법은 변기로 연결된 수도관 밸브를 잠그고 10분가량 기다린 후 물의 양을 측정하는 것. 물이 현저하게 줄어 있다면 플래퍼 체인이 지나치게 당겨주기 때문에 플래퍼가 완전히 구멍을 막지 못하거나, 플래퍼 자체가 낡아서 생기는 현상일 수 있다. 체인을 조금 풀어준 뒤 다시 한 번 플래퍼 성능을 시험해 보고, 그래도 물이 줄어들을 경우에는 새 플래퍼로 교체한다.

■ 탱크에서 물이 샐 때
탱크 쪽에서 쉬익 소리를 내며 물이 새는 가장 흔한 원인은 물을 공급해 주는 관에서부터 탱크로 물이 조금씩 계속 이동하는 경우. 점검해야 할 부분은 플로트, 리필 튜브(fill tube, bowl refill tube), 그리고 부구판, 또는 입구 밸브(inlet valve)의 조립상태 등이다.

플로트가 제대로 부착되어 있는지 먼저 확인하여 조절해주고, 리필 튜브가 오버플로 튜브 안으로 지나치게 길게 늘어져 연결되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정상적인 연결 상태는 리필 튜브가 오버플로 튜브의 테두리 림(rim) 아래로 ¼인치 정도 내려가는 것이므로, 리필 튜브가 그 이상 길게 설치되었다면 이를 조절해 주도록 한다.

■ 저절로 물을 채우거나 내릴 때
건드리지도 않은 변기가 혼자서 물을 내리거나 채우는 것을 플러머들은 유령 물 내리기라는 의미에서 ‘팬텀 플러시’(Phantom Flush)라고 부른다.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물이 서서히 조금씩 탱크에서 변기로 이동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플래퍼, 또는 플래퍼 받침이 낡았거나, 플래퍼 체인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으므로, 새 것으로 교체하여 조절해 준다.

<고은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