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병원들이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와 승용차에 개인 비서까지 제공하면서 스타 의사들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최근 병원 인근의 반포자이·래미안 퍼스티지 등 고가 아파트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유명 의사들을 영입했다. 이 병원은 전세가 5억5000만원인 반포자이 2채를 가톨릭중앙의료원 명의로 임차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 중 한 의사는 아파트 외에 6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이 병원 소속 정교수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1억6000만원가량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서울성모병원은 ‘글로벌 인재 발굴 추천위원회’까지 설치해 이들 스타 의사를 영입했다. 현재 21%인 타교 출신 교수 비율을 2015년까지 30∼4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가톨릭대는 선천성 오목가슴을 펴주는 수술로 유명한 고려대 안산병원 박형주 교수의 영입도 결정했다. 가톨릭대 전해명 교수(의대 기획실장)는 “지금까지 우리 병원에선 오목가슴 수술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이 수술 전문가 영입을 통해 약점을 메우고 다른 병원들의 강점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은 7일 갑상선 질환 명의인 서울대병원 내과 조보연 교수를 갑상선센터 실장으로 임명했다. 영입 과정에서 병원 측은 36억원짜리 다빈치로봇 등 고가 의료장비의 추가 도입을 약속하고 함께 팀워크를 이룰 젊은 의사와 비서를 채용했다. 건국대병원은 서울아산병원에서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를 영입하면서 병원장급 대우를 약속했다. 기사가 운전해 주는 차량도 제공됐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옮겨 온 서동만 교수는 부원장급 대우를 받게 된다. 병원들이 스타 의사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은 다목적이다. 우선 이들의 명성을 이용해 병원 이미지와 경영성과를 높일 수 있다. 또 순혈주의를 타파해 취약 분야를 보완하고 내부 의사들을 자극하려는 것이다. 건국대병원 송 교수의 경우 카바수술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병원 내에서 의사별 수입 순위 1위다. 기껏 키워놓은 간판스타를 다른 병원에 ‘뺏긴’ 병원들의 심사가 편할 리 없다. 고려대 의대 박형주 교수의 경우 고려대 측이 계속 붙잡고 있어 아직 자리를 옮기지 못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의 한 교수는 “병원에서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해온 교수들은 상대적으로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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