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또래 분들이라면 80년대 로봇 만화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가지고 계실 겁니다. 이번 포스트는 어릴 적, 미니백과를 통해 로봇 만화를 보고자란 저와 비슷한 세대 분들에게 드리는 자그마한 선물입니다. 글을 읽으시는 동안, "그래 이런 만화가 있었지..." 하시는 분들도 계실테고 <슈퍼로봇대전>에 익숙한 요즘 세대 분들에게는, "이런 만화도 있었네..." 혹은, "게임에 나오던 그 캐릭터가 이거였네~" 하는 잔재미를 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글을 적어나가겠습니다. 80년대의 모든 로봇을 다 다루어보고픈 욕심이 있지만 포스트가 지나치게 길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 위주로 글을 써내려가는 점 양해바라며, 설명은 모든 분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가능한 간략하고 쉽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수퍼로봇' 보다는 '리얼로봇'을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이 적잖이 반영되었음을 숨기진 않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담>은 본 포스트에서 배제되었습니다. <건담>에 관해서는 따로 다룬 포스트가 여럿 있으므로 하단에 링크시켜 놓도록 하겠습니다.) 1. 전설거신 이데온 : 1980년 <기동전사 건담>의 <토미노 요시유키>감독이 만든 또 하나의 '문제작'... <전설거신 이데온>입니다. 굳이 문제작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인즉,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감독의 작품답게 암울하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존재의 이유와 가치, 생명의 순환에 대한 물음을 제시한, 극히 철학적인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TV 방영 당시 시청률이 상당히 저조하여 결말도 짓지 못한 채 조기종영되었으나 건담과 마찬가지로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극장판 2부작으로 내용을 완결지을 수 있었는데, 이런 저조한 시청률의 주요인이 바로 어린이들이 감당하기 힘든 진지한 내용때문이라고 볼 수 있죠. <건담>과 <짐>을 섞은듯 독특한 <이데온>의 외모는 상당히 매력적이며 여기에 더해, 거대한 로봇의 크기나 엄청난 화력 등등.. 진정 '수퍼로봇'에 가까운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아이들이 로봇만화에서 기대했던 정의의 편이 이기는 화려한 액션 따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저 역시 인내심을 가지고 본작을 모두 감상한 후에 놀랐던 점은, 감히 이런 작품을 아이들이 시청하는 시간대에 방영할 수 있었구나 하는 점과 의외로 어른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재밌는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봇 애니메이션' 답지 않게 심오한 주제를 극적으로 잘 풀어나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전설거신 이데온>은 상당히 독특한 작품이고 어떻게 보면 감독의 의도가 성공적이었던 작품인 동시에 '리얼로봇'의 효시가 된 작품이기도 하죠. 문제는... 아이들이 보기엔 지나치게 버거웠다는 거...^^;; (<토미노> 감독은 이와 비슷한 범죄(?)를 한번 더 저지르게 되는데... 바로 1993년에 만든 <기동전사 V건담>에서 였습니다... 저연령층을 위한 작품을 표방하면서 정작 내용은 성인층조차도 감당하기 힘든 시리어스함이었다는...) 여담으로... <토미노 요시유키>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딱 두 작품을 통해 '교주' 비슷한 위치에 서 본적이 있었다고 고백했었는데, 그 두작품이 바로 <기동전사 건담>과 <전설거신 이데온>입니다. 2. 우주전사 발디오스 : 1980년 <발디오스>를 한 마디로 정의내린다면 '수퍼로봇의 탈을 쓴 휴먼 드라마' 라고 말 하겠습니다. 좋게 말하면 그만큼 이야기의 밀도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저연령 시청자층으로 하여금 '속았다'는 느낌을 가지기 딱 좋은 작품이라는 이야기이죠.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로봇물이 50화 전후로 종영될만큼 로봇 애니메이션의 전성기였던 80년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31화로 '단명'하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많이 본 듯한 얼굴 디자인으로 인하여 '건담의 수퍼로봇 버전'이라는 불명예까지 안고 있으니 이래저래 속 상할 일이 많았던 작품입니다만 독특한 로봇의 변형 패턴이나 농도 깊은 스토리로 보자면 본작은 사실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작품입니다. 비록 캐릭터의 디자인이나 배경 설정 등에서 아직은 '수퍼로봇'에서 '리얼로봇'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80년대 로봇이란 무엇인가'를 단박에 아시고 싶으신 분이라면 주저 않고 추천하는 바입니다. 3. 최강로보 다이오쟈 : 1981년 <다이오쟈>를 기억하시는 분은 극히 드물 거라 생각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이 로봇을 <다이오쟈>라는 이름으로 기억하시는 분이 드물 겁니다. 예전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판매하던 프라모델 중에 세 대의 로봇이 분할, 합체하여 거대 로봇이 되는 제품이 있었는데 이 로봇이 바로 <다이오쟈>입니다. 당시 판매되던 로봇의 이름이 <썬더버드 3총사>였으니, 만약 이 글을 보시면서 "어... 이거...!!" 하시는 분들... 예... 맞습니다. 바로 그 로봇입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가장 큰 이유인즉, 주인공 <미코토> 왕자가 신분을 숨긴 채 여러 식민 행성을 여행하고 각 행성들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한 성단의 '군주'로 성장해 나간다는 <다이오쟈>의 내용 자체가 한국에서는 비디오로도 발매될 수 없을 만큼 지극히 '일본적'인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사실 <다이오쟈>는 일본의 전통 시대극 <미코토몽>의 패러디입니다. 주인공의 이름부터 대사 하나 하나까지 일본 전통극의 로봇 버전으로 기획된 작품이기에 일본풍이 강할 수밖에 없죠. 혹자는 <다이오쟈>의 디자인이 <다이탄3>와 너무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만... 후에 다시 언급하게 될 <오오가와라 쿠니오>라는 같은 디자이너의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어쨌거나 프라모델의 영향때문인지, 독특한 합체 패턴이 마음에 들어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개인적으로는 무척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모두 극히 매니악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4. 태양의 엄니 다그람 : 1981년 잘못된 번역으로 인해 <태양의 어금니>로 흔히 알려진 <다그람>입니다. ('엄니' 라고 해야 정확하긴 한데, 이게 어금니는 아니고 일종의 길게 자란 송곳니입니다. <세이버 투스> 라는 동물의 '긴 송곳니' 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듯... 일본어로 하자면 '키바'이고 영어로는 'fang' 정도가 적당할텐데.. 이걸 '엄니'라는 한국어로 번역하니 얼추 어머니처럼 들리기도 하고... 굳이 적절한 표기를 찾자면 <태양의 송곳니 다그람> 정도면 될런지...^^) 아마 오늘날 누가 이런 작품을 만든다고 하면 분명 '미친놈' 소리를 들을 게 틀림없습니다. 리얼 로봇이 한창 인기를 끌던 80년대여서 가능했던 장편의 대서사극이죠. 로봇물이긴 하지만 정확히 말해 정치극에 가까운 내용이며, 75화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답게 끊임없이 배신이 이어지고 각 인물들마다 음모를 꾸미며 조직간의 암투가 벌어집니다. 게다가, 배경이라도 좀 산뜻하면 그나마 덜 괴로울터인데 이건 뭐...^^ 결론적으로 이야기의 밀도와 무게감은 상당한 수준이며 나름대로 재미도 있지만 일단, 분량이 너무 방대하여 엔딩까지 모두 감상하기가 버겁고 전체적인 분위기 마저 대체로 무겁고 답답합니다. 물론 이와는 별개로 메카닉의 디자인은 상당한 걸작이죠. 뭐랄까... 메카닉이 로봇스럽지 않고 고철스러운 느낌이 좋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위의 일러스트를 가장 좋아합니다. 녹슬어버린 고철같은 느낌이 서글프게 보이는 건 비단 저뿐인지..^^;; 박력있는 요즘 로봇물에 익숙한 분이라면 길고 지루한 이야기에 진저리 치시겠지만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즐기시는 분이나 '80년대 리얼로봇'의 정수를 만끽하시고픈 분이라면 <보톰즈>와 더불어 강추하는 바입니다.
<전투메카 자붕글>은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가 만든 작품으로, 왠지 진지할 것만 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발랄하고 신나는 유쾌한 모험활극입니다. 메카닉들을 모두 공사판 트럭처럼 묘사하는 부분도 흥미롭거니와 개솔린을 동력원으로 움직인다거나 핸들로 로봇을 조종하는 등의 극히 현실스러운(?) 부분도 잔재미죠. 무엇보다 <자붕글>을 유명하게 만든 건, 극 중반 즈음에 주인공의 메카닉이 바뀌는 '주역 로봇 교체' 때문일 겁니다. <기동전사 제타건담>, <성전사 단바인> 등을 비롯해, 이후 제작된 많은 로봇 만화에서 주인공은 극 중반쯤에 다른 메카닉으로 레벨 업을 해야 한다는 불문율 아닌 불문율을 만들어냈죠. 이른바, '두 대의 주역 로봇 등장' 이랄까요... (이걸 한없이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자면... 하나라도 더 많은 프라모델을 팔아치우기 위한 '스폰서의 음모' 이기도 합니다만...^^) 특히 교체된 후반부의 주역 로봇인 <워커 개리어>가 이전 주역 로봇인 <자붕글>보다 더 멋있는 것만도 아니어서 적잖은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극히 전형적인 '주인공 로봇'같은 생김새로 인하여 다른 메카닉과는 심하게 이질적인 <자붕글>보다는 비록 투박한 외양이지만 극의 분위기와 더 조화를 이루는 <워커 개리어>의 매력적인 디자인에 더 큰 점수를 주는 바입니다. 게다가 주인공의 얼굴을 한번 보신다면 확실히 <워커 개리어>가 진정한 주역으로 적격이라는 생각이 드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자붕글>의 주인공 <지론>은 둥글 둥글한 얼굴에 땅딸막한 키까지... 다른 작품이었다면 개그용 조연에 그칠 외모를 지니고 있죠.^^ 그 밖에 또 다른 특징이라면, <마크로스>보다 약 1년 먼저 <아이언 기어>라는 이름의 '로봇으로 변신하는 전함'을 작품에 반영하였다는 점이 있습니다. 어쨌거나, 주인공들이 공사 차량같은 메카닉을 몰면서 이리저리 좌충우돌 전장을 헤쳐나가는 흐뭇한 모습을 보노라면 80년대 리얼로봇이 무조건 심각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마크로스>를 '메카닉 전쟁물'이 아닌 '애잔하고 은은한 러브스토리'라고 정의합니다. 80년대 대부분의 로봇 애니메이션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리얼함을 추구했던 반면, <마크로스>는 '사랑'을 주제로, 또 다른 의미의 리얼함을 추구한 아름다운 한 편의 '순정만화'라고나 할까요... <미키모토 하루히코> 특유의 따뜻한 느낌의 캐릭터 디자인과 <카와모리 쇼지> 디자인의 현존하는 전투기로 변신하는 주역 로봇 <발키리> 및, 밀리터리물에나 등장할 법한 서브 메카닉들, 그리고 여기에 메인 컨셉인 '음악'이 더해지면서 로봇 애니메이션史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 되었습니다. 흔히 <건담>과 더불어 리얼 로봇계의 양대 산맥이라고까지 불리우며, 이후로도 <마크로스 II>, <마크로스 플러스>, <마크로스 7>, <마크로스 제로>, <마크로스 F>가 만들어졌고 최근에는 <마크로스 F>의 극장판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건담>이 마크로스와 같은 전철을 밟아줬다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마크로스>는 <카와모리 쇼지>가 계속 총감독을 맡아왔기에 (<마크로스 II>는 예외입니다만...) 매 시리즈가 다른 스토리로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일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건담>의 경우는 90년대 중반부터 원작자 <토미노 요시유키>의 손을 떠나면서부터 시리즈의 통일성을 잃은 것만 같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어쨌거나... <건담>와 쌍벽을 이루는 작품 답게 무수히 많은 시리즈가 있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꼭 한 작품만을 보신다면 전 <마크로스 극장판 사랑, 기억하나요...?>를 추천합니다. 여담이지만... 전장을 배회하며 전사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북유럽 신화의 '발키리'를 로봇의 이름으로 정한 작명 센스는 그저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흔히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가 일생을 <건담>에 바쳤다고 알려져있지만 사실 <토미노> 감독이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은 최초의 판타지 로봇물인 <단바인> 시리즈입니다. (문제는 건담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는 거지만...) <단바인>을 유명하게 만든 건 곤충을 닮은 메카닉들의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이죠. 다만 당시 스폰서들은 곤충 외양의 <단바인>이 소위 '팔리지 않는' 디자인이라 고민이 많았던지, 후반부에 등장하는 새로운 주역 로봇 <빌바인>에는 변형 메카니즘을 추가하고 좀 더 대중적인 디자인으로 제작하라는 압박을 가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이 압박 덕분에 <빌바인>은 작품 내에서 가장 이질적인 메카닉이 되어버렸습니다... <자붕글>의 경우, 후반부에 등장한 <워커 개리어>가 <자붕글>보다 더 뛰어난 디자인을 자랑하는 반면 <단바인>은 후반부 주역인 <빌바인>보다 오히려 <단바인>이 더 아름다운 실루엣을 자랑합니다. <단바인>은 TV 애니메이션과 OVA, 소설, 코믹스 등등으로 나름 꾸준히 시리즈가 이어져왔으며 비교적 최근, 시리즈의 최신작인 <린의 날개>가 공개되었으나... 뭐랄까... 전체적인 내용 면에서 유기성은 좀 부족한 편입니다.^^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단바인>의 시대를 앞선 디자인은 지금 보아도 감탄스러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판타지 로봇물을 표방한 최초의 작품답게 시청률에 연연하지 말고 더 극한까지 판타지물다운 내용으로 진행되었어야 했다는 점입니다. 저조한 시청률을 만회하고자 제작진이 꺼내든 카드는 판타지 월드의 인물들이 현실 세계를 드나들면서 전쟁을 치르는 스토리 진행이었는데, 결국 이와 같은 선택이 오히려 작품 전반의 색채를 반감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새로운 장르여서 시청자들이 낯설어 했다고 해야할지, 감독의 역량이 부족했다고 해야할지... 것도 아니면 대단원에 이르러 '폭주'하게 되는 <토미노> 감독 특유의 성격때문인건지... 8. 장갑기병 보톰즈 : 1983년 리얼 로봇의 정점이자 로봇에 의한 사실적인 전쟁은 바로 이런 것이다를 극명히 제시한 작품. 다른 로봇물과는 달리 철저하게 병기로만 묘사된 메카닉들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가령, 주인공 <키리코>는 자기 메카닉이 부서지면 그냥 길에 버려진 거 아무거나 타고 싸웁니다.^^ 뭐... 주인공 전용 기체, 3배 빠른 누구누구 커스텀... 붉은 혜성 뭐시기... 이런거... 여기엔 없는 거죠.^^) 또한 장갑차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디자인은 지금까지도 많은 팬을 거느리는 주 요인이죠. <보톰즈>의 디자인을 얘기함에 있어 반드시 언급해야만 하는 인물이 바로 <건담>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오오가와라 쿠니오>입니다. <다이오쟈>, <다그람>, <바이팜>, <레이즈나>, <드라고나> 등, 80년대 로봇들은 거의 대부분 그의 작품이며 다른 디자이너들 역시 크건 작건, 그의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일본에서 '메카닉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처음으로 대중화한 장본인이기도 하죠. 하지만 아쉽게도 90년대 초반 이후로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어 아쉽기만 합니다. 일종의 매너리즘이랄까... 예전 자신의 작품들을 계속 무한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군요. 어쨌거나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보톰즈>는 <건담>처럼 매 해마다 신작이 나오는 작품은 아닙니다만 TV 애니메이션이나 OVA, 소설 등을 통해 지금까지도 꾸준히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으며, 이야기의 밀도 역시 상당한 작품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마크로스>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죠. 시니컬하면서 고독한 인물들, 방대하면서도 시리어스한 스토리, 화려한 필살기를 선보이진 않지만 육중한 박력이 있는 전투, 암울하디 암울한 배경... 등등, 무거운 분위기로만 치자면 <다그람>이나 <이데온>은 저리 가라 할 수준으로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만, 더욱 큰 문제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다는 겁니다.^^ 뭐랄까... 중독성 강한 작품이라는 표현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거랄까요...
<오가스>는 이른바, <초시공 3부작>의 두번째 작품입니다. 변형 패턴은 <마크로스>의 <발키리>와 비슷하지만 <오가스>는 두리뭉실하면서도 아름다운 곡선의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실... 작품 자체의 인기보다는 <오가스>의 디자인 덕분에 아직까지 나름의 매니아층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어떤 면에서는 <오가스>의 디자인이 너무 부각되다보니 작품의 상당한 퀄리티나 재미가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습니다. 요즘이야 대부분의 로봇 애니메이션이 20부작 안팎으로 제작되니 35부작으로 구성된 <오가스>의 분량이 너무 버겁다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80년대의 다른 로봇물들에 비해선 비교적 짧은(?) 편이고 35부작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을만큼의 재미와 감동이 있으니 한번쯤 도전해보시길 권하는 바입니다. 무엇보다도... <미키모토 하루히코>의 캐릭터는 여전히 너무나도 매력적이라서...^^ <오가스02>라는 후속편도 제작되었습니다만 전작과 연결되는 스토리는 아니며 또한 <오거스> 특유의 둥그스름한 디자인 대신 샤프한 <오거스>가 등장하는 바람에 저는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만 작화 수준은 전작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여담이지만... 최근 박스오피스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영화, <아바타>에서 선보였던 신체에 달린 촉수를 통한 서로간의 교감이라는 설정의 원조가 바로 <오가스> 아닐런지...^^;; 10. 싸이코아머 고바리안 : 1983년 저와 비슷한 세대라면 <고바리안>을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바리안>은 본국인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으로 정작 본편보다 중독성 강한 주제가가 더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포스트에서 꼭 다루어야만 했던 것은, 역시 80년대 로봇 애니메이션 중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기 때문이랄까요... <마징가>를 유난히 닮은 외양 때문에 저 역시 한 때는 "이건 마징가의 표절이야!!"를 외쳤었습니다만... 같은 원작자인 <나가이 고>의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