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묘’, 쥐 ‘서’, 함께 또는 함께할 ‘동’, 있을 또는 곳 ‘처’라는 네 자로 조어되어 있다. 풀이하면 ‘고양이와 쥐가 자리(處)를 함께 한다(同)’, 또는 ‘고양이와 쥐가 함께(同) 있다(處)’는 뜻이 된다. 당나라의 역사를 서술한 중국의 『구당서(舊唐書)』(후진(後晉) 때 지음)와 『신당서(新唐書)』(북송 때 지음. 구당서를 수정)에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빤다’는 묘서동유(猫鼠同乳)라는 말과 함께 나온다. 보통 쥐는 굴을 파고 들어와 곡식을 훔쳐 먹는 놈이고 고양이는 쥐를 잡는 놈이다. 이렇게 사이가 원수이어도 위아래 벼슬아치들이 부정 결탁하여 나쁜 짓을 함께 저지르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묘서동처는 <교수신문> ‘올해의 사자성어’ 추천위원단 중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가 추천한 사자성어다. 최 교수는 “각처에서, 또는 여야 간에 입법, 사법, 행정의 잣대를 의심하며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라며,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묘서동처를 지지한 교수들의 선정 이유는 다양했으나, 여야 가릴 것 없이 “권력자들이 한패가 되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60대·사회)”와 같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 70대 인문학 교수는 다산 정약용의 우화시 「이노행(狸奴行)」을 인용하며 “단속하는 자와 단속받는 자가 야합하면 못 할 짓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의미로 묘서동처를 선택한 교수들도 있었다. 이들은 “누가 덜 썩었는가 경쟁하듯, 리더로 나서는 이들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가득하다”라거나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 국운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했다. 한편 올해의 사자성어 2위에는 인곤마핍(人困馬乏), 3위 이전투구(泥田鬪狗), 4위 각주구검(刻舟求劍), 5위 백척간두(百尺竿頭), 6위 유자입정(孺子入井)이 뒤를 이었다. 인곤마핍을 추천한 서혁 이화여대 교수(국어교육과)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유비의 피난길에 비유하며, 올해를 “코로나19를 피해 다니느라 온 국민도 나라도 피곤한 한 해”로 정의했다. 인곤마핍을 뽑은 교수들은 “코로나로 힘든 시국에 정치판도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인다(40대·인문)”, “덕과 인을 상실한 지도자들의 말과 행동을 본 많은 국민이 깊은 피로감과 실망감을 느끼며 살아간다(60대·인문)” 등 지친 국민을 위로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비판했다. 3위를 차지한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의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툰다는 말이다.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과)는 “국민은 코로나19, 높은 물가와 집값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권력에 눈이 멀어 저속한 욕설로 서로 비방하면서 싸우고 있다”라며, “그 비열한 모습이 우리 국민 눈에는 한심하고 혐오스럽게 보이지 않을 수 없다”라고 현 사회를 비판했다. 4위 각주구검(刻舟求劍)은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로, 판단력이 둔해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뜻이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후마니타스칼리지)는 “부동산, 청년 문제 등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현실 정치권을 빗대어 표현”하기 위해 이 사자성어를 추천했다고 말했다. 백척간두(百尺竿頭)와 유자입정(孺子入井)은 내년에는 밝은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백척간두는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섰다’라는 뜻으로, 몹시 어렵고 위태로운 지경이라는 말이다. 송혁기 고려대 교수(한문학과)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혜를 모아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에도 숨 가쁜 현실인데, 대선을 둘러싼 정치판을 보면 아무런 희망도 찾을 수 없다”라며, “하지만,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내디뎌야 진정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불교의 깨달음에서 비롯되었듯, 우리가 다시 내딛는 한 발에 21세기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려있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한다’라는 뜻의 유자입정을 추천한 전호근 경희대 교수(후마니타스칼리지)도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정치권이) 모든 노력을 기울여 서민들의 삶을 보살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 50대 공학 교수는 “유자입정은 맹자의 성선설에 기인한다.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할 때,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고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우선한다는 순수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며, “작금의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순수하게 나의 이익보다 남을 먼저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목차읽기에 앞서 一字千金(일자천금, y? zi qian jin) 1장 교훈 2장 재능 3장 재치 4장 노력 5장 교제 6장 처세 7장 관가 8장 즐거움 9장 겁쟁이 10장 나쁜 자 11장 어리석음 12장 탐욕 13장 허세 14장 허무 부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