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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유 무비 감상, 해석 당연히 스유 더 무비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임. 포스타입에 같은 글이 있음 (http://posty.pe/iks72l)
 스유 무비 보고 왔다. 기분 정말 신기했다. 다 보고 나니 스피넬을 너무너무 사랑하게 됐는데 스토리는 이렇게나 미울 수가 없다. 전반적으로 불호로 본 것도 아닌데 결말이 어딘가 찜찜하다. 크리스탈 젬들도 '행복한 미래'를 돌려 받고, 다이아몬드들도 핑크의 친구를 찾았고, 스피넬도 자신을 사랑해 줄 이들을 찾았다. 그럼에도 그들의 웃음에는 어딘가 개운치 못한 부분이 있다.
사실 작중 내내 스피넬의 행동이나 그걸 지켜보는 주변인들의 반응을 마냥 편하게 보고있기가 어렵다. 기억을 잃은 스피넬은 언제나 스티븐과 친구들과 행복하게 놀고 싶어 하는데, 스티븐과 동료들은 그걸 받아줄 수가 없는 상태다. 크리스탈젬들이 기억을 되찾는 과정에서 스피넬은 분명히 그들과도 상호작용을 하는데 그들이 행복해질수록 스피넬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마치 해피엔딩의 무대에 스피넬은 애초부터 설 수 없었던 것처럼.
보면서 '뭐야 왜 스피넬 이렇게 보내버리고 해피엔딩이라 그래요?!' 라는 감상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애당초 그렇게 느끼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단 말이다. 무비 내내 겉도는 스피넬은 차라리 슬퍼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해맑다. 다이아몬드들이 누군가의 대리로 스피넬을 데려갈 때도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으면 마음이 좀 편했을 것만 같다. 왜 이렇게까지, 어딜 봐도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이별을 그려낸 걸까. 1. 과거의 향수
사실 2짤은 좀 최근 작화던데...스피넬 이미지랑 비슷해 보여서 들고 옴 스피넬의 움직임은 여타의 젬들의 움직임과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스프링처럼 늘어나고 줄어드는 팔다리. 과장된 작화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옛날 미국 애니메이션' 을 떠올렸을 것이다. 팔을 과하게 흔들면서 엉덩이를 씰룩이며 걸어다니는 특유의 옛날 작풍 같은 거.
흑화하지 않은 스피넬의 디자인은 더욱 그러한데 그 유명한 '쥐 캐릭터'로 위시되는 30~40년대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연상시킨다. 얼굴형도 그렇게 생겼다고 생각함. 좀 더 과감하게 얘기하자면 스피넬 혼자 그림체가 시대가 다르다. 그리고 원래 스유는 뮤지컬처럼 감정이 격양되면 노래를 부르던 장르라서 무비에서 특별히 더 의미가 있다고 얘기하기는 뭣하지만, 어쨌든 무비에서는 40~60년대의 뮤지컬 영화들을 오마주한 듯한 노래 배치와 장르를 보여준다. 특히 나는 let us adore you의 reprise 가 하나도 상쾌하지 않은 결말을 묘한 음악영화 향수와 함께 곱씹다 보니 언젠가 울적한 동화를 읽었던 어린시절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2. 우리는 미래에 있어!
스티븐이 16살이 된 '지금'은 '옛날옛적에' 있던 갈등을 극복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이야기의 대단원이다. 그런데 이 때 스피넬에 의해 젬들은 기억을 잃고 제각기 자기자신이 되기 전의 '과거'로 돌아간다. 과거의 상징과 같은 스피넬이 미래=현재에 있는 인물들을 과거로 끌어 내린 것이다. 영화의 줄거리 자체가, 과거로 돌아간 인물들이 다시 자신의 존재를 재인식하며 '현재'에 나아가는 것인데 스피넬에게 그들의 과거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는 점이 애석하다.
우리는 미래에 있어! 하지만 스피넬은 거기에 없다. 3. 빙봉 나는 스피넬을 '인사이드 아웃'의 '빙봉'의 흑화버전... 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단순하게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거. 어느 날 어른이 된 나에게 아주아주 어릴 적에 만들었던 빙봉이 찾아와서 '너 왜 나랑 안 놀아줘! 나랑 영원히 친구하기로 했잖아!' 라고 화를 낸다면... 아주 황당할 테지만... 스피넬에게 대뜸 당한 스티븐의 심정이 그렇지 않았을까? 분명 과거의 나에게는 의미있는 존재였을 테지만 (물론 스티븐과 핑크 다이아몬드는 다르지만!! 어쨌든 핑크 다이아몬드가 스티븐의 기반이 되었다는 점에서만 생각했을 때) 지금의 나와는 별로 관계 없잖아. 물론 스티븐이 핑크 다이아몬드 ~ 로즈 쿼츠로 인해서 만나는 인물들이 대체로 그런 편이지만 스피넬은 (빙봉과 같은 존재로 생각했을 때) 스피넬 본인이 그 사실에 대해서 화낼 필요도 없다. 아니, 화를 낼 수 조차 없는 처지다. 스피넬의 역할은 애초에 그 시절에만 같이 노는 친구로 정해져있던 거니까.
She can't be serious! 과거의 친구, 어린 시절 어딘가 그 친구가 함께 해서 지금의 내가 미래에 있는 거겠지만, 이제 그 친구는 내게 아무것도 아니다. 더 이상 기억나지 않지만 마음 한 켠에 남아있을 빙봉처럼. 4. 기억해주세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악과 캐릭터 디자인, 하지만 절대 현재와 공존할 수는 없는 과거의 친구. 그런 스피넬을 데리고 대체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한참 고민했다. 스피넬이 옛날 만화영화, 어린 시절 친구 빙봉 등을 상징해봤자 그게 스티븐 유니버스랑 무슨 상관이냐고. 그런데 크리스탈젬들의 긴 여정과 성장을 단시간에 다시 보여주는 무비 스토리를 보면서 문득 생각 난 게 있었다. 그 여정이 '길게' 느껴질 정도로, 스티븐 유니버스도 나온지 꽤 된 작품이었던 거다. 첫 방영 때 초등학생이었을 아이도 곧 성년이 될 만큼 시간이 흘렀다. 그걸 반영하듯 작중 스티븐도 어른이 다 되었다.
I'm a young adult! 지금 무비를 보고 있을 관객들처럼, 어른이 다 된 스티븐에게, 기억에 있을리도 만무한 아주아주 옛날옛적의 친구가 찾아온다. 그리고 얘기한다. 너는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좋은 친구였다고, 네가 날 보면서 많이 웃었고 나도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서 기뻤다고. 결국 스피넬로 그려진 '어린 시절 친구'이자 '어떤 옛날 만화영화' 는 다름이 아니라 <스티븐 유니버스> 였던 것이다.
더 무비는 스피넬의 입을 빌려 지금쯤 어른이 됐을 관객들에게 지금까지 <스티븐 유니버스>와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스피넬과의 이별이 마음 아픈 것이다. 분명히 어린 시절 나에게 힘에 되었던 애니메이션이고 캐릭터들인데, 영원히 거기에 얽매여 살 수는 없다. 애니메이션도 어린이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나도 더 이상 그것만 보고 살 수 없다. 마음 아프지만 이별을 피해서는 안 된다. 작중에서는 '과거를 더 그리워하는' 존재들이 스피넬을 데리고 가는 쪽으로 해결을 보지만 결국 이별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완벽하게 행복한 엔딩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이별이라는 듯이 스피넬은 웃어 보인다.
엔딩에서 크리스탈젬들과 스티븐과 코니가 춤을 추면서 막을 내리는데, 이런 연출은 마치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모두 '영화' 였다는 걸 인정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런 연출은 역시 '옛날'에 많이 쓰던 스킬이다.) 이로 인해 인물들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관객과 같은 위치에서 내려다 볼 수 있도록 객관화된다. 여기서 스티븐은 이야기의 주체이면서도 관객과 함께 이야기를 지켜봐 온 인물로서 존재한다.
우리가 이만큼 왔다고, (here we are, come so far) 그래서 그 동안 <스티븐 유니버스>의 관객으로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또한 <스티븐 유니버스>라는 미디어로서 여러분께 지금까지 봐주어서 감사하다고. 앞으로 미래를 살다가도 가끔은 스피넬을, 당신의 옛날 친구를, 유년의 <스티븐 유니버스>를 기억해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스피넬의 캐릭터성을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거지 스피넬 자체를 매체의 상징으로 보자는 것은 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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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유니버스 극장판 다시 보기 - seutibeun yunibeoseu geugjangpan dasi bo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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