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hub 울산 - ogcheon hub ul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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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알바

[리뷰/알바] CJ 대한통운 옥천HUB 택배 상하차 알바 후기

Park Siyoung 2020. 9. 26. 01:50

※ 본 글에는 정말 어쩔 수 없이 약간(?)의 비속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말 밥을 못 먹어서 죽을 지경이거나 본인의 삶에 자극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하지 말자

코로나 때문에 학교 강의도 대부분 녹화 강의이고 비대면 실시간 강의도 2개밖에 없어서 알바로 돈이나 벌어볼까 하고 이것저것 찾아봤다. 알바천국에 검색해보니까 대부분 면접으로 뽑아서 몇개월 동안 일해야 하는 것들... 하루 이틀만 하는 단기알바를 찾아보는 나한테는 맞는 게 없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오던게 그 지옥이라는 택배 상하차 알바다. 그것도 옥뮤다 삼각지대라고 불리는 옥천 HUB.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좀 쉬고 있었지만 헬스장도 꾸준히 다녔기에 '한 번쯤 해봐도 되지 않을까?' 라는 미친생각을 하고 모집내용을 찬찬히 읽어봤다. 뭐 대충 이렇게 적혀있었다.

야간택배 소화물 (20kg 미만의 작고 가벼운 물류)
초보도 할 수 있는 지상 최대의 알바!
업무시간 : 19:00~05:00(익일) 현장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휴게시간은 90분입니다.
일당 최대 18만원


다녀와서 다시 보니까 모든 문장이 헛소리와 거짓말이다.

20kg... 소화물이라고 하지만 큰 쌀포대 하나의 무게다. 택배 수백 수천개를 까대야하는 입장에서는 엄청 무거운거다. 업무 시간이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3시간이나 더 시킬 줄은 몰랐다. 휴게시간은 90분이라고 하지만 밥 먹는 시간 55분 빼고는 쉴 시간 없다. 일당 최대 18만원 저거도 완전 구라다. 3시간이나 더 일했는데 14만원 받았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은 저런 헛소리에 넘어가지 말고 얼른 다른 일을 찾아보길 바란다.

도대체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루만 해보기로 결심을 하고 채용담당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름/나이/지역/성별/희망근무일 등을 보내주니 다음과 같이 안내사항을 길게 보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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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당일 오전 9시 전에 출근확정/근무취소 문자 보내달라는 저 말... 취소를 했어야 했다. 만약 이 단계까지 온 사람이 있다면 당장 안가겠다는 문자를 보내도록 하자. 나는 정말 미련하게도 출근하겠다는 문자를 보냈고, 위의 안내사항에 다음 내용이 덧붙여져서 한번 더 공지사항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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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걸 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중간에 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여기까지 온 사람이 있다면 당장 근무취소를 하도록 하자.

여튼 가기로 했으니 다음날 오후 4시쯤에 학교 기숙사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오성예식장 앞으로 갔다. 통근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다른 노동자분들도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부터 좀 나이 있어보이시는 분 까지 다양했다.

버스가 도착하고 담당자 분이 나오셔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체온측정을 하고 버스에 올라가서 탑승자 명단을 작성했다. 앞쪽 자리에 앉았는데 갑자기 어떤 분이 그 자리는 지정석이라고 했다. x발 그런게 어딧어 쨋든 뭐 그게 여기 규칙이면 따라야지... 하면서 뒷자리로 가서 옥천 HUB에 도착할 때 까지 잤다. 고집부려서 아직도 가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잠이라도 충분히 자고 가도록 하자. 몸도 힘든데 잠이 와서 진짜 죽는 줄 알았다.

가는 도중에 또 이런 안내문자가 와서 팀장이라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어플을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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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쯤에 도착해서 눈을 떠보니 창 밖으로 엄청나게 많은 화물차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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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쎄하다


버스에서 내리니 수백명의 사람들이 버스에서 우르르르 내려서 한 줄로 서서 들어갔다. 사진으로 찍진 못했지만 정말 장관이었다. 마치 재난영화에서 사람들이 배에 오르는 장면 같았다.

여튼 그렇게 들어가면서 첫 근무자들은 신규 등록과 안전교육을 위해 따로 이동해서 본인 직영을 찾아간다. 그러면 담당자가 안내해주는대로 아까 버스에서 깔았던 어플에 근무자 등록을 한다. 안면인식으로 로그인하는 방식이었다. 근로계약서도 쓰고 혈압도 측정한 다음 저녁 9시까지 안전교육을 받았다. 이때까지는 매우매우매우매우 편하고 분위기도 괜찮다.

자 이제 9시쯤에 안전교육이 끝나는데 여기서부터 진짜가 시작된다. 신입을 뜻하는 노란색 헬멧을 쓰고 직영별로 한 줄씩 서서 기다리면 5명 정도씩 상차/하차/분류 등의 파트를 부여받아 근무 장소로 이동한다. 나는 상차 파트에 갔는데, 파란색 헬멧을 쓴 팀장이라는 사람이 기존 근무자인 흰색 헬멧을 쓴 사람들한테 가서 일을 배우라고 했다. 바코드 찍는 법과 상차하는 법을 배웠는데 그 이후로 흰색 모자를 쓴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가끔씩 나타나서 파란 헬멧이랑 같이 눈 앞에서 과자나 쳐먹고 있던데 진짜 막대기같은걸로 후.두.려. 패고싶었다.

인터넷으로 보고 간 상하차 후기에서는 3인 1조로 한명이 바코드를 찍으면 두명이 상차나 하차를 한다고 하던데 흰색 놈들이 쳐놀아서 그런지 어떤 신입 아저씨 한 명이랑 둘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을 했다. 진짜 죽을 것 같았다. 뭐? 휴게실? 알아서 쉬면서 하세요? 한 명이 쉬러 가면 작업이 안된다. 왜냐면 컨베이어 벨트는 계속 돌아가고 박스는 계속 들어오거든. 그러니까 밥 먹는 시간 빼고는 못 쉰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안전교육시간을 제외하고 11시간 일하면서 55분 쉬었다.

12시부터 새벽 1시까지는 식사시간이다. 식당 입구에서 안면인식을 하고 식권을 받아서 식당에 들어간다. 식권을 내면 컵라면 or 밥 중에서 하나 선택할 수 있는데, 그냥 밥 선택해서 든든하게 먹도록 하자. 여기서 또 빡치는게 식사시간은 1시간이라면서 '그래도 눈치껏 55분까지 작업장으로 복귀해야겠죠?' 이지랄을 한다. '많이 쉬게 해주니까 그래도 이런 성의는 보여야지' 이딴 뉘앙스로 말을 하는데 쉬는 시간 90분이라면서요? 왜 55분 밖에 안 주는데요? 진짜 개짜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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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해도 욕이 튀어나온다


밥을 다 먹고 나오면 쉬는시간이 30분도 채 안 남아있다. 그래도 휴대폰은 안 걷어가서 폰을 하면서 쉬고 있었는데 50분 부터 컨베이어 벨트 돌아가는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진짜 욕 나오더라. x발x발 하면서 다시 물건을 올리는데 누가 LG탈수기를 32개나 시켜서 부피도 크고 무게도 무거운 그 x같은거 올린다고 고생했다. 진짜 LG 전자제품이 전부 다 무게가 꽤 나가는데 막 수십개씩 들어오더라. LG 로고가 꼴뵈기 싫어질 정도.

새벽 3~4시가 되어갈 때 부터 발바닥이 슬슬 아프기 시작해도 참을 만 했었다. 왜냐면 길어도 2시간 정도만 더 하면 끝난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모집내용에 적혀 있는 근무 마감 시간인 5시가 되었는데도 컨베이어 벨트는 멈출 생각을 안했다.

그때쯤부터 같이 일하던 아저씨가 불평불만을 하면서 일을 설렁설렁 하기 시작했다. 상차 속도가 늦어지니 박스는 벨트 위에서 계속 밀리고... 나는 뛰어가서 떨어지려는 박스를 벨트 옆에다가 쟁여놓고... 그러다가 갑자기 아저씨가 사라졌다. 혼자서 상차와 바코드 찍는 원래 3명이서 해야 하는 일을 다 했다. 한 5분 있다가 나타나서 부모님한테 전화가 와서 그랬다고 하는데 진짜 욕할 뻔 했다. 옆에 있는 세제 통 던져버리려다가 참았다. 그 이후로도 담배 피러 간다면서 한 10분을 생까고 오더라. 진짜 같이 일하는 팀도 잘 만나야 한다.

체력은 점점 빠지고 발은 아픈데 음료수나 액체세제같은 무거운것만 계속 들어왔다. 무거운 물건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지만 특히 세제 이 x같은거 진짜 엄청 무겁다. 둘 다 체력이 빠져서 상차하는 속도가 더 느려지니 박스가 밀려서 벨트에서 떨어지더라. 그래서 또 뛰어가서 밀리는거 빼가지고 옆에다가 쌓았다. 그런데 파란 헬멧 쓴 인간이 와서 '좀 이쁘게 쌓아봐요'. 이 x랄을 하길래 ㄹㅇ 눈으로 쌍욕을 날렸다. 아니 어차피 다시 벨트에 올릴건데 도대체 왜?

6시가 넘어서는 몸도 힘든데 잠도 와서 진짜 죽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같이 일하던 아저씨는 포대자루가 들어오면 모양이 맘에 안 든다고 나보고 떠넘기더라. (참고로 포대자루는 가로세로높이 1m정도짜리 포대에 작은 박스들이 많이 담겨있는건데 고정된 모양이 아니라서 들기도 불편하고 꽤나 무겁다) 진짜... 처음에는 나보다 나이도 많은 분이시고 하니까 내가 좀 참았는데 7시 넘어가면서 슬슬 빡쳐서 나도 안 옮겼다. 그러니까 박스도 밀리고 눈치가 보이는지 하나씩 본인이 쌓더라.

6시쯤부터 도대체 언제 끝나는지 물어보려고 파란 헬멧을 계속 찾아봤는데 정말 코빼기도 안보였다. 진짜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 갑자기 사라지더라. 8시가 다 되어가니까 파란 헬멧이랑 흰 헬멧이 슬슬 기어나오더라. 그것도 '집에 안갈거야?' 이딴 말이나 하면서. 니들은 지금까지 뭐했는데? 과자나 쳐먹고 담배나 쳐 피고 휴게실에 쳐박혀서 희희닥거리고 있었잖아?

8시가 되니까 벨트가 멈추고 작업장 청소를 했다. 빗자루랑 쓰레받기 들고와서 벨트 밑을 쓸어라고 하던데 이 같은 팀 x저씨는 그것도 하기 싫은지 설렁설렁 걸어다녔다. 그래서 '아저씨, 빗자루 들고와서 벨트 밑에 청소하셔야죠' 이러니까 그제서야 빗자루를 들고와서 대충대충 청소하더라. 진짜 잠도 오고 몸도 힘든데 그 인간 때문에 짜증나서 죽는 줄 알았다. 진짜 고혈압으로 뒷목 잡고 쓰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여튼 청소까지 다 마치고 겉옷 챙겨서 입구로 갔다. 그리고 건물을 나가기 전에 스마트폰 어플으로 퇴근도장을 찍는다. 안 찍으면 돈 안준다. 아래 사진은 글 쓰면서 찍은거라 '현장출발' 버튼이 비활성화 되어있는데 작업장에 가면 끝나는 시간에 저게 활성화 되어있다. 만약 깜박하고 나와서 버스에서 찍으려고 하면 안될거다. 작업장 내에 있는 비콘의 신호거리 내에 있어야 찍힌다. 그러니까 꼭 잊지말고 퇴근도장 찍고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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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휴대폰 배터리가 없으면 헬멧을 반납하는 출구 앞에 비치된 태블릿으로도 할 수 있다. 근데 거기에 줄이 꽤 길다. 처음 쓰는거면 조작 방법이 서툴러서 뒷사람을 기다리게 할 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본인 폰으로 할 수 있도록 하자. 그러니 작업 시간에는 휴대폰을 꺼놓거나 해서 배터리가 닳지 않도록 해야 한다. 블루투스로 비콘을 인식하는 것 같으니 혹시라도 건물 내에 있는데도 안된다면 블루투스를 켜고 시도해보길 바란다.

그렇게 출근도장까지 다 찍고 건물을 나오면 45인승 버스가 한 12대씩 서있다. 버스에 적힌 지역을 잘 보고 타도록 하자. 피곤해서 그런거 잘 못 보고 이상한거 탔다간 집으로 돌아오는데 몇 만원 깨질 수 있다. 여튼 구미로 오는 버스를 타자마자 기절한 나는 도착할때쯤 깨서 택시를 타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가격이 훨씬 싼 시내버스 그런거 필요없다. 그냥 빨리 가서 쉬고싶었다.

그렇게 10시쯤 기숙사로 돌아와서 샤워를 했다. 점심을 먹고 실시간 강의를 하나 듣고나서 바로 침대에 뻗어서 한 7시까지 쭉 자고 일어났다. 자, 이제 일당을 확인할 차레다. 과연 얼마가 들어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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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4만원... 통근버스를 타러 왔다갔다 하는 비용을 빼면 13만 3천원 정도 남는다. 저녁 9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 밥 시간을 빼고 일한 시간이 10시간이 조금 더 된다. 시급으로 따지면 13,000원 정도가 되겠다. 음? 꽤 괜찮아 보이나? 절대 아니다. 신규 교육 시간과 허브와 기숙사를 왕복하는 시간을 계산 안 해서 그렇지 그것까지 다 따지면 실질적인 시급은 만원도 안 된다. 심야시간에 근무했으니 최저시급을 받고 일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진짜 급전이 필요하다? 그러면 해도 좋다 고통을 견뎌낼 수 있다면 말이지. 몇 개월 계약하는거도 아니고 하루만 일해도 되고 시급도 꽤 되니까. 근데 이걸 계속 하겠다? 밥을 못 먹어서 죽기 직전이 아니라면 절대 하지말자. 근데 이거 하다가 죽을수도 있다

다시 말한다. 하지마라.

+
그 다음날 하루 종일 움직이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밥을 못 먹으니 머리도 아프고 헛구역질도 나고 진짜 사람 몸이 순차적으로 망가지더라. 허리 어깨 다리 아픈건 말 안해도 알겠지..

아, 그리고 대부분의 후기들이 근육통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던데 고통스러운게 하나 더 있다. 바로 '눈뽕'이다. 상차를 하다보면 몇 시간 동안 계속 어두운 컨테이너 안에 들어가서 작업을 하게 되는데, 그 안을 엄청 강한 LED가 비추고 있다. 그래서 작업을 하다가 뒤를 돌아보면 어두운 것에 익숙해진 눈이 엄청 강한 빛을 보게 되면서 '섬광탄을 맞으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눈이 아프다. 이게 정말정말 고통스럽다. 근데 그 고통이 다음날 자고 일어나도 느껴진다. 진짜 최악이다.

결론 : 하지마... 진짜 하지마... 물론 지옥후기들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다녀온 나지만 이젠 왜 다들 그렇게 뜯어말렸는지 알 것 같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더 다녀왔다는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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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꿀팁도 하나 적어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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