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공드리 키딩 - misyel gongdeuli ki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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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키딩(KIDDING)> 포스터. 사진 구글

[OTT뉴스=강지우 OTT 1기 리뷰어]

"모든 아픔엔 이름이 필요해요.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면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해요. '심장이 있던 곳에 묵직한 볼링공이 있어요'라고.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건 두려운 일이에요. 이젠 그 느낌이 볼링공이 아니라 '비통함'이라는 걸 알겠죠"
- 드라마 <키딩> 中 -

사람은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견딜 수 없이 가슴 아픈 일을 겪고, 소중한 사람에게조차 상처를 주고받으며,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픔을 받아들여야 하고,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며, 이해받지 못한다고 해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게 우리들이다.

이것은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어른들 뿐만 아니라, 아직 인생이 낯선 아이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때로 어른들은 너무 쉽게 '애들이 뭘 알겠어? 저 때가 제일 행복할 때지'라고 말하지만, 아이들도 언제든지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기에, 슬픔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 감정을 다루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반문해보자.

나의 어린 시절은 안녕했던가? 어릴 적 당신들이 겪었던 고통이 이제는 안녕한가? 어른이 된 나는 이 슬픔이라는 것 앞에 조금은 단단해졌는가?

<키딩(KIDDING)>은 한 사람에게 견딜 수 없는 슬픔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순간을 다루며 다양한 슬픔의 모습들을 적나라하지만 담담하게, 비참하지만 아기자기하게 드러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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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공드리 키딩 - misyel gongdeuli kiding

<키딩>의 인물관계도. 사진 네이버뉴스


◆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키딩>속의 다양한 인물들

<키딩>에서는 주인공 제프 피키릴로(짐 캐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계의 인물들이 등장하며 세세하게 각자가 처한 상황과 감정선을 보여준다.

유명한 어린이 TV 프로그램인 '피클스씨의 인형 극장'의 피클스씨로 큰 성공을 거둔 제프는 매우 이타적인 성격으로, '피클스 인형극장'에서 벌어들인 대부분의 수입을 아픈 아이들이나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인물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국민MC 유재석' 정도의 위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아내 질(주디 그리어), 쌍둥이 아들 윌과 필(콜 알렌)과 행복한 삶을 사는 듯했으나, 아들 필이 교통사고로 죽게 되면서 늘 행복한 '피클스씨'와 진짜 자신인 '제프'라는 두 가지 위치 사이의 괴리감에 점점 이성을 잃어간다.

그러면서 제프는 프로그램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아버지인 세바스티안(프랭크 란젤라)과 일적으로 대립하게 되고, 질과 이혼 위기에 놓이게 되었으며, 착했던 아들 윌은 형제의 죽음 이후 마리화나를 하는 등 엇나가며 말썽부린다.

또 누나 디어드러(캐서린 키너)는 남편과의 이혼을 고민하지만 어린 딸 매디(줄리엣 모리스)로 인해 속으로만 앓고 있는 상황이라 동생 제프의 슬픔을 제대로 위로해주지 못한다.

이렇듯 <키딩>에서는 주인공 제프와 그 주변 인물들이 긴밀한 관계 속에서 상처를 주고받으며 슬픔에 잠겨있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않으며 아슬아슬하게 극을 이끌어간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여러 가지 생각할 바를 던져주고는 때로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때로는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또 때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와 슬픔 속에서 허덕이는 인물들을 보며 '유감이지만 이게 현실이야'를 뼈저리게 깨닫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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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스씨의 인형 극장'에 나오는 피클스씨(짐 캐리). 사진 유튜브 캡쳐


◆ <이터널 션샤인>의 '미셸 공드리'와 '짐 캐리'의 재회

<키딩(KIDDING)>은 프랑스의 몽상가라고 불리는 미셸 공드리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이터널 션샤인>, <수면의 과학>, <무드 인디고> 등의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지금껏 다큐멘터리나 유명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 영화를 통해 접했던 미셸 공드리의 첫 시즌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 60개의 국제 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된 공드리의 대표작 <이터널 션샤인>에서 주연을 맡았던 짐 캐리와의 만남이 <키딩>에서 또다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짐 캐리는 노련한 코미디언 배우답게 다양한 끼를 방출하며 주인공 제프의 부캐인 '피클스씨'의 출중한 노래 실력, 춤 실력, 성대모사 실력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짐 캐리라는 배우를 잘 활용한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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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딩>의 다양한 소품과 연출. 사진 유튜브 캡쳐


◆ 좋은 연출, 좋은 캐릭터, 좋은 볼거리가 만나면

이 <키딩>이라는 작품에 더욱 마음이 가는 이유는 앞서 말했던 공드리라는 감독과 짐 캐리라는 유명한 배우 때문만은 아니다.

쌍둥이 형제가 죽은 윌이나 엄마 아빠가 곧 이혼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매디와 같이, <키딩>에서는 각자의 상황에서 고민과 아픔을 겪는 어린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어린이들은 어쩔 때는 어른보다도 더 능청스럽고 냉소적으로, 그렇지만 역시 어쩔 수 없이 어린 아이인 입체적인 인물들의 모습을 잘 나타내서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며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인형 극장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주인공이라는 설정에 최적화되어있는 연출과 소품이 <키딩>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공드리의 <수면이 과학>이라는 영화에서도 언뜻 엿볼 수 있었던 아기자기한 종이 공예에 감독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더한 화면 구성과 소품들을 통해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드라마 시작을 알리는 제목이 등장할 때 매번 다른 연출로 신선함을 주기도 하고, 프롤로그에 클립 영상처럼 짧은 에피소드가 등장해서 앞부분을 함부로 스킵할 수 없게 하는 매력 만점 드라마라는 점에서 우울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드라마이다.

<키딩> 시즌 1, 2를 여러 번 감상한 필자의 감상은 이렇다.

슬픔은 예기치 못하며,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듯 보였던 나의 가까운 사람도 속으로는 곪아서 터져버릴 폭탄들을 품에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

때로 나를 구원해줄 것만 같았던 사랑도 사실은 허상이었다는 것.

내 속이 편하려면 조금은 누군가를 원망해도 괜찮다는 것, 오히려 누군가가 자신을 원망해주길 바랄지도 모른다는 것.

주인공 제프가 추구하는 것처럼 인간은 완벽하게 살아갈 수 없다.

완벽하지 않아서 인간이기에 때로는 슬픔 앞에 완전히 망가져도 괜찮다.

망가지고 나서야 비로소 슬픔이 끝날 때도 있는 법이니까.

한 없이 우울하지만 그 만큼 한 없이 사랑스러운 미셸 공드리의 <키딩>은 왓챠 익스클루시브로, 왓챠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왓챠플레이 <키딩>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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