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말만 하는 사람 심리 - jagimalman haneun salam simli

남의 말은 안 듣습니까? ‘독백중독’이군요

타인의 비판이 무작정 두려운 사람

입력 2010.04.15 17:31 조회수 2,968 입력 2010.04.15 17:31 조회수 2,968

나들이하기에 좋은 계절이어서 부쩍 외로워진 김영인(27) 씨는 좀처럼 응하지

않던 소개팅을 했다. 훤칠한 키에 깔끔한 옷차림. 첫인상은 좋았다. 그러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내내 이 남자는 김씨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인도로 배낭여행 다녀온 이야기,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 이야기 등 자기 이야기만

이어졌다. 김씨는 ‘아, 이남자가 나한테 관심이 없구나’하는 생각에 오늘 소개팅도

역시 ‘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자기 이야기만 신나게 하던 남자, 오늘 너무 즐거웠다며 다음에

만날 날짜를 정하자는 게 아닌가. 하지만 남의 말은 전혀 듣지 않던 이 남자를 또

만나야 할지 김씨는 좀 고민이다.

김씨가 만난 소개팅남처럼 주변에 다른 사람 이야기는 잘 듣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이 있다. 친구 중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이 친구의 전화는 받기가

두렵다. 열에 아홉은 할 말만 다 하고 전화가 뚝 끊기기 때문. 도무지 커뮤니케이션

장애가 있는 친구다.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은 자기애가 강한

나르시시즘이 있거나 반대로 다른 사람의 평판을 너무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서른살 심리학’의 저자 김혜남 정신분석연구소 소장(정신과 전문의)의 말을

들어보자. 자기 하고 싶은 말만 곧이곧대로 하는 사람은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느끼거나 표현하는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남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는 못하지만 자기 말은 사람들이 잘 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심지어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재미있어 한다고 꼭 믿고 있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자신이 약하게 비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김 소장은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영향을 줄까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을까봐 비판 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은 쾌활하고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라 타인의 평가에 예민한 사람들”이라고 자리매김했다.

하교수가 쓴 책 ‘개같은 성질, 한방에 보내기’에 따르면 자기 말만 앞세우는

사람은 상대방이 자칫 자기의 상처나 치부를 건드릴까 봐 두렵기 때문에 미리 선제공격

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사람들은 ‘독백중독’상태에 있다고 표현했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과 타인의 평가에 예민한 사람은 상처 받을까봐 꺼리는 자기방어적인

심리에서 공통적이다. 따라서 이들은 사람을 만났을 때 대화가 아닌 독백을 하는

것이다.

독백 아닌 성공적인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말하고 싶은 것을 참고, 듣는 연습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참는 것이 지루하지만 말하고 싶은 욕망을 억눌러야 한다. 상대가

말하는 내용 가운데 내가 처음 알게 된 내용이 무엇인지 찾는다.

내게 재미있고 관심 있는 내용보다 상대의 안부와 근황을 살피고, 상대가 흥미를

갖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서로에게 관심이 있을 대화 주제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야, 소개팅에서 만난 멋진 김영인씨도 다음 약속 때 제시간에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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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경과 미라에게■

잘난 척 제 얘기만 하는사람들 지긋지긋해요

질문: 직장에 다니는 30대 후반 여성입니다. 직장생활은 13년차고요. 3남매 중에 둘째예요. 직장에서도 별 무리 없이 인정받고 있고,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그럭저럭 잘 지내는 편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너무 지칩니다.

자기 말만 하면서 잘 난 척하는 사람들이 너무 재수가 없어요. (막말해서 죄송해요) 10년이 넘게 지금까지 남의 얘기를 잘 들어준 덕분에 일하는 것도 좋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너무 지칩니다. 주변에 자기 말만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친구, 상사, 선후배들이 대부분 자기 얘기(자기 지식 같은 자랑)만 늘어놓는 데 질렸습니다. 며칠 전에는 거래처에서 온 사람의 얘기를 듣다가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걸 발견하고 너무 놀랐어요. 귀에서 윙윙 소리가 들릴 뿐, 그 사람 얘기는 들어오지 않았어요.

상사나 어른들도 마찬가지예요. 만나기도 싫고, 얘기를 나누기조차 싫어요. 아무리 자기 피알 시대라지만, 너무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예요. 친구나 선후배들도 마찬가지예요. 자기 얘기만 하고 남의 얘기는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싫어요. 대화를 할 때도 어느틈엔가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들 때문에 피곤해요. 때로는 내가 왜 사람들 사이에서 얘기를 못하고 늘 남의 얘기만 들어주고 있을까 고민할 때가 많아요. 제 얘기를 하려면 말이 잘 안 나와요. 이런 얘기 해서 뭐 하랴 싶고, 저 사람들하고 내가 똑같아지진다 싶기도 하구요. 그런데 말을 안 하다보면 정말 내가 말주변이 줄어드는 게 아닌가 고민도 돼요.

앞으로도 저는 제 얘기를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잘 난 척하는 사람들을 견디기는 더 어려워요. 저는 종교활동을 하고 있는데 예수나 부처가 남의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고 당신 자랑만 했다는 얘기를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잘 난 척하는 사람들,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들과 함께 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고민이)


지친다고 말문 닫지 마세요…상호작용 기쁨이 얼마나 큰데요
무조건 “옳다” 치켜세우지 말고 자기만의 대화 기술 훈련해요
‘나’ 다운 삶에 더 다가서는 거예요

답변: 윗사람보다 아랫사람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 자기 통제력이 느슨해지면서 자신을 멋지게 표현하고픈 욕구가 본색을 드러내지요. 그땐 상대가 지루함에 몸을 뒤틀든 말든 개의치 않고 자기 얘기에 열을 올립니다. 물론 그들의 지나친 잘난 척 이면에는 잘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수치심이 숨어 있지만 말입니다.

세상엔 잘난 척하는 사람이 넘쳐나고, 아랫사람에게 무조건 겸손과 존경을 강요하는 위계질서 또한 강고한 것이 사실이지만 왜 유난히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은 나르시시스트였을까요?

짐작하건대 한때 님은 잘난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동경했을 것입니다. 잘났다면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어도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들 앞에서 두 눈을 반짝이며 환호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상대는 더욱더 우쭐해져서 자제력을 잃고 자기를 과시하게 되겠지요. 그때 당신은 자신이 상대를 흥분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서 우월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숨겨진 나르시시스트’들은 상대의 기분을 조종하고 통제함으로써 은밀하게 우월감을 맛봅니다. 그러니 당신에게 이미 나르시시스트들을 유인하고 자극하는 태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나이 40을 바라보는, 13년차의 인정받는 직장여성, 게다가 가족이나 친구관계도 큰 무리 없는 생활. 님의 생활이 비교적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이젠 모든 관계를 재정립하고 싶어지셨군요. 잘난 척하는 사람 앞에서 자기를 낮추는 일에 염증이 느껴지면서부터 말이죠.

어린시절, 님이 둘째인 데다 여자아이였다면 이리저리 치이느라 부모와 말할 기회도 적었을 것이고, 권리를 주장하는 일 같은 것은 더더욱 어려웠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렇듯이 자라면서 당신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됐을 것입니다. 좀더 적극적으로 사람들의 말에 반응하고 호응을 하자 심지어 유능하다거나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까지 듣게 됩니다. 그러나 가면을 쓰고 애쓰던 당신은 이미 회의에 젖었고, 지쳐버렸지요.

하지만 잘 난 척하는 사람들에 지친 당신을 위로하는 대신 당신이 만든 대화의 틀에서 서둘러 벗어나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잘난 척하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당신은 이미 자신의 말문을 닫아버리기 시작했네요. 상호작용이 적절히 이루어지는 인간관계가 주는 기쁨을 포기하실 건가요.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자기 자랑만 늘어놓은 분들은 아니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듣기만 하는 분들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님이 잘난 척하는 사람들을 미워하면서 그들에게서 바로 그 점을 배울까 걱정됩니다. 윗사람의 횡포에 시달렸던 사람이 다시 그 횡포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듯이 말입니다.

내키지 않는다면 상대를 너무 치켜세우지 않아도 됩니다.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항상 상대가 기분나빠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랫사람일지라도 자연스럽고 여유가 있다면 그가 제법 당차게 나와도 의외로 호소력이 있답니다. 남의 얘기를 들어주기에 앞서서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자기 스타일의 대화방식을 찾을 때까지 대화의 기술에 대해 공부하고 훈련하는 것도 좋겠지요. 익숙해진 가면을 벗고, 자신의 일상을 낯설게 보기 시작한 당신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당신은 보다 자기다운 삶에 한발 더 다가섰군요.

『소설가 김형경씨와 페미니스트저널 <이프>의 박미라 편집위원이 지면으로 상담을 해드립니다. <인터넷한겨레> 행복한마을( http://happyvil.hani.co.kr )의 ‘형경과 미라에게’ 게시판이나 전자우편 으로 보내주십시오. 지면 상담을 꺼리시는 분들은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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