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형 진짜 좋아 하면 - hoepihyeong jinjja joh-a hamyeon

또는 "아영아, 나 회사 업무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연인에 대한 너에 대한 배려가 아닌 것은 아는데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래.. 혹시 조금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도 될까?"라고

니가 쳐들어가는 동굴에 대한 허락이라도 맡길 바란다.

아주 착하고 너그러운 사람이라면 그에 대해서 이해해줄테지만,

네가 쳐들어가는 동굴, 정기적으로 들어가면 상대방은 피말리고 온갖 생각이 들기 때문에

동굴에 들어가는 버릇을 고치길 바란다. 평생 그렇게 동굴동굴하는 당신을 이해해줄 연인은 없다.

p.s. 필자는 동굴에 들어가는 회피형, 만날 생각이 없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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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Rachel

어쩌다 보니 홍보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고, 세상을 다채롭게 살고 싶은 호기심 많은 사람입니다. 직장생활의 희로애락을 글로 쓰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내려 합니다. 글 속 인물은 모두 허구의 인물이며 어느 사람도 명시하지 않습니다. 

무의식적으로 회피형 애착유형을 가진 사람에게 끌려, 연애를 할 때면 늘 애가 타는 분들이 있습니다. 쌀쌀맞은 그와 그녀의 태도가 그렇게 매력적이라는 것입니다. 회피형 애착유형과의 연애는 어떨까요? 상담 사례를 통해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물론 심리상담 윤리를 위해 각색된 가상의 사례이며, 제 책 [왜 나는 늘 허전한 걸까] 에서 일부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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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 곁에 있어도 외로울 때

회피형애착과 안정형 애착

당신은 언젠가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외로워요.

저를 사랑한다고는 하는데 연락도 별로 없고,

제가 연락해도 시큰둥해요.

사귀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지현은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여전히 쓸쓸하다며 상담실을 찾았다. 이십대의 회사원인 그녀는 대학 새내기 시절 선배였던 지금의 연인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마른 체격에 겨울인데도 얇은 가죽 재킷을 한 장 걸치고 말없이 우수에 찬 눈빛으로 수업을 듣던 그 남자가 그리도 멋지게 보이더란다. 지현은 이십대 중반이 될 때까지도 한 번도 여자를 사귀어본 적 없던 복학생 선배에게 먼저 다가갔고, 지현의 끈질긴 구애 끝에 둘은 결국 연인이 되었다. 캠퍼스 커플로 수년을 지내고 대학을 졸업해 두 남녀는 어느덧 오래된 연인이 되었다. 지현은 때로 결혼을 생각했지만, 한결 같이 무심하고 냉담한 연인의 태도에 의문이 들곤 했다.

“이 남자 나를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내가 곁에 있으니까 현상 유지만 하는 걸까.”

연애 초반이 기억은 그렇다. 지현은 남자에게 빠져 하루 종일 같이 다니는 것으로도 모자라 상대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여러 번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지현은 후회 없이 열렬히 사랑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자신을 향해 뜨겁게 불타오른 적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단다. 남자친구는 늘 소극적인 태도로 귀찮은 내색을 하기도 하고 자기만의 동굴로 숨기도 했다. 먼저 헤어지자고 말한 적은 없지만 자신이 다가가면 한 발자국 물러서는 태도에 지현은 상처 받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 만났지만, 마음이 가까워지지 않는 느낌에 지현의 외로움은 깊어져가고 있었다. 남자친구와 더 이상의 만남을 그만두어야 할지, 아니면 여자의 자존심을 버리고 먼저 청혼해야 할지 지현은 어려운 선택의 기로 에 서 있었다.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는 연인들

많은 사람들이 애인이 있는데도 외롭다며 호소한다.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건 맞는 것 같은데, 도무지 내 사람이 된 것 같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관계는 견고해지지 않고, 언제든 바람 앞에 꺼질 등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는 이것이 사랑인가 하는 의문, 더 이상 가까워지지도 친밀해지지도 않은 연인관계를 유지하는 그와 그녀는 의문을 품는다. 언젠가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까? 우리가 뜨겁게 불태웠던 열정은 덧없이 사라지는 것 아닐까? 문득 눈 떠보면 허무하게 재만 남아있지 않을까? 우리의 관계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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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되지 않는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마음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점점 더 사랑에 대한 갈증은 커져만 간다. 내 사람이지만 온전히 내 사람이 되지 않는 사람,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언젠가는 떠나버릴 것 같은 사람. 내게 정착하지 않는 자유로운 사람. 짝사랑처럼 그를 일방적으로 바라보다가, 타들어가는 갈증에 다가가고 좇아가지만 상대는 내게 더 멀어진다. 내가 가까워지면 그는 두려워하듯, 몸을 사리며 내게서 멀어진다.

그가 나를 사랑하는 게 맞는 걸까?

심리학 이론으로 이런 관계를 해석해보자면, ‘안정 애착’이 맺어지지 않은 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애착’이란 일반적으로 생후 1년 아이와 주 양육자가 맺는 관계의 질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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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양육자가 갓난아이를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에 따라 아이는 세상과 타인, 자신에 대한 상을 형성하게 된다. 주양육자가 민감하고 사려 깊은 태도로 아이를 대하면, 아이는 대상과 안정된 애착관계를 맺게 되고 이것은 이후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 영향을 주게 된다. 세상을 믿을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자신을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하므로 자신감 있게 관계를 맺어갈 수 있다. 반면 주양육자가 아이를 학대하거나 방임하면, 아이는 대상과 불안정 애착관계를 맺게 되고 아이는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세상을 믿을 수 없는 곳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린 시절 주양육자와 맺은 관계의 질이 생애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애착은 생후 1년뿐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사람들과 맺어질 수 있다. 주로 유의미한 타인, 연인이나 배우자와 애착관계를 맺게 되는데 이 관계에 어린 시절 주양육자와 맺었던 애착관계가 영향을 주게 된다. 안정된 애착을 맺었던 사람은 배우자와도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불안정애착관계를 형성했던 사람은 배우자와도 불안정한 관계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렇듯 애착의 유형에 따라 관계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냈고, 애착유형은 안정형과 불안정형으로 구분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안정형 애착의 사람들은 보다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경향이 있고, 불안정형 애착을 맺은 사람들은 결핍된 관계를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 불안정 애착의 하위 유형인 회피형과 양가형을 살펴보자.

애착유형과 연애

1. 회피형

(1)회피형 아이들은

주양육자가 아이를 방임한 경우이다. 아이의 요구에 반응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는 세상과 타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다. 아이는 타인에게 기대하지 않고 ‘혼자 놀기’ 방법을 택한다. 주양육자가 있든 없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2)회피형 연인은

연인관계를 맺을 경우, 가장 냉담해 보이는 유형으로 경계를 뚫고 들어가기가 어렵다. 친밀해지려고 시도하지 않고 따뜻한 관계를 기대하지 않는다. 상대가 자신을 떠나기 전에 내가 먼저 버린다의 자세이기 때문에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연인이 가까워지려고 하면 두려워하며 한발 물러선다. 안정된 관계 형성 자체를 회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냉담해보이는 이면에는 좌절된 애정욕구와 결핍감이 내재해있다.

2. 양가형

(1)양가형 아이들은

주양육자가 기분 내키는 대로 아이를 키운 경우이다. 기분이 좋을 때는 마냥 잘해주다가 기분이 나쁘면 학대하거나 방치한다. 일관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아이는 혼란을 느낀다. 주양육자는 좋은 대상이기도 하고 나쁜 대상이기도 하기 때문에 아이는 양가감정을 느낀다. 아이는 주양육자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양육자에게 집착하며 매우 과장된 제스쳐로 슬픔을 표현하고 사랑을 요구한다. 부모가 잠시만 자리를 비워도 울고 불고 떼를 쓰며, 부모가 돌아와도 진정되지 않고 우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드러난다.

(2)양가형 연인은

연인관계가 되면 관계에 집착한다. 상대방의 태도에 매우 예민하고 잠시만 연락이 되지 않아도 불안해한다. 심해질 경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고 하고 간섭할 수도 있다. 버림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나, 과장된 표현과 집착 때문에 연인을 오히려 지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집착을 받아주면서 신뢰를 주고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으면 사랑스러운 연인아 될 수 있다.

불안정애착 유형의 사람도 안정애착 유형의 연인을 만나면, 애착유형이 바뀌기도 하고 안정되고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최악의 케이스는 양가형과 회피형이 만나게 되는 경우이다.

[왜 나는 늘 허전한 걸까] 조영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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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형과 회피형의 만남

이 경우 양가형의 연인은 상대방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고, 회피형의 연인은 상대로부터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낀다. 회피형의 연인이 냉담한 자세를 취하고 언제든 떠날 듯 자유로워 보이기 때문에 양가형 연인은 두려움과 불안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집착하며 강한 태도로 사랑을 요구하게 된다.

“왜 나한테 연락을 이렇게밖에 안 하는 거야?”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만나야 되는 거 아냐?”

“나 보고 싶은데 왜 시간이 안 된다는 거야?”

“핸드폰, 카톡, 이메일, 인스타 모두 다 공개해!”

그렇게 되면 회피형은 더욱 움츠러들어 물러서고 보다 냉담해진 태도를 보인다. 이런 태도에 양가형의 불안을 증폭된다. 양가형 연인은 안정애착 연인을 만나면 사랑스러운 연인이 될 수도 있지만, 회피형 연인을 만나게 되면 누구보다 집착하는 ‘미저리’가 될 수 있다. 관계는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결국 좇아가는 사람과 도망가는 사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만약 애인이 있어도 외롭다면, 그가 나를 외롭게 방치한다는 느낌이 들고 더 이상 가까워지기 힘들다면, 당신의 연인이 회피형일 가능성이 있다. 지나치게 무심하고 쿨한 태도 밑에는 충분히 사랑받지 못해 좌절하고 포기해버린 어린 아이의 자아가 있는 것이다.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먼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누구보다도 외로운 사람인 것이다

지현은 상담 시간에 자신과 남자친구의 애착유형 검사를 했고, 지현은 양가형으로, 남자친구는 회피형으로 판별되었다. 도망가는 남자와 좇아가는 여자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상담시간 부터는 자신과 남자친구의 성장과정을 이해하고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바꾸기 위한 커플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다.

“선생님, 애착 유형은 바뀌지 않는 것인가요?”

“아니요, 안정된 관계가 지속됨으로써 바뀔 수 있습니다.”

“이 남자, 정말 사랑해요…

나쁜 사람 아니니까 계속 사랑하고 싶어요.”

지현은 오랜 시간 속내를 털어놓고 웃으면서 상담실을 나섰다.

회피적인 태도는 쉽게 변하지 않지만, 안정애착형의 연인의 꾸준한 사랑에 의해 마음의 문을 열 수는 있다. 연인에게 어서 빨리 문을 열라고 닦달하지 않고, 그가 관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애써 지키고 있는 경계를 무참히 뚫고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당신이 다가올 틈을 내어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사랑은 인간을 변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