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캅스 영혼보내기 - geolkabseu yeonghonbonae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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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걸캅스’의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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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영혼 보내기’로 영화 ‘걸캅스’를 응원한 한 네티즌의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 라미란·이성경이 주연을 맡은 영화 ‘걸캅스’가 개봉하면서 여성 관객이 극장에는 못 가는 대신 티켓을 구매해 영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영혼 보내기’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한지민 주연의 영화 ‘미쓰 백’이 나왔을 때 처음 시작된 ‘영혼 보내기’를 놓고 “페미니즘 가치의 확산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극장 문화”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사실상 관객 수를 조작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지난 9일 ‘걸캅스’가 개봉한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입장권을 사서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에 ’영혼‘만 보낸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업무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빼기 힘들어서’ ‘이미 영화를 한 번 봤기 때문에’ 등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여성 영화를 표방한 ‘걸캅스’가 더 많은 관객으로부터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지난 16일 인스타그램에는 티켓 구매를 인증하는 캡처와 함께 “내 영혼이 오늘 한 번 더 봐주니까 나는 ‘걸캅스 2회차’다. 꼭 손익 분기점을 넘겨서 속편까지 제작됐으면 좋겠다”는 글을 적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하루 전날에는 무려 16장의 입장권을 한번에 구매하고 인증 샷을 올린 네티즌의 글도 게재됐다. 이런 열풍에 힘입어 ‘걸캅스’는 지난 18일 기준 누적 관객 108만명을 돌파했다.

‘걸캅스’는 여자 경찰 두 명이 디지털 성범죄자를 쫓는 내용의 코미디 액션 영화다. 여성이 주인공인 데다 최근 연예계에서 벌어진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 보니 개봉 전부터 ‘젠더 이슈’와 관련한 여러 화젯거리를 낳았다. 극장에 가지 않는 대신 영화관 입장권만 구매하는 ‘영혼 보내기’ 문화는 지난해 10월 ‘미쓰 백’이 개봉했을 때 처음 시작됐다. 한지민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성폭행 위기를 모면하려다 전과자가 된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나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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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백 이어 걸캅스까지…'영혼 보내기' 확산

[뉴스리뷰]

[앵커]

최근 영화 팬들 사이에서 '영혼 보내기'라는 새로운 문화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직접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대신 영화 티켓만 구매해, 자신이 응원하는 영화의 관객 수를 늘려주는 행동인데요.

찬반 여론이 팽팽합니다.

정선미 기자입니다.

[기자]

SNS에 '영혼 보내기'를 검색하자 나오는 백여건의 게시물들, 영혼 보내기란 자신의 영혼을 극장에 보냈다는 뜻으로, 자신이 응원하는 영화의 관객 수를 늘려주기 위해 티켓만 구매하는 행위입니다.

지난해 말 개봉한 '미쓰백'에 이어 최근작인 '걸캅스'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데, 두 영화처럼 여성을 중심으로 한 영화가 많이 제작되기를 바라는 팬들의 마음이 담겼습니다.

<라미란 / 걸캅스 출연 배우> "작년까지만 해도 여배우들이 할 시나리오가 없어서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래도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고요. 여배우든 남배우든 우린 다 같은 배우니까…"

사실상 관객수를 조작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새로운 영화 응원 문화의 등장이라는 해석도 만만치 않습니다.

<심영섭 / 영화평론가> "여성 영화에 대한 지지이든, 기존 제한 상영에 대한 지지이든 간에 이것은 적극적인 관객들의 의사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관객 수 조작과는 다른 새로운 문화 운동의 일환이라고 보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가 할리우드 대작 영화에 묻히지 않도록 영혼을 보내는 사람들.

이러한 문화가 다양한 영화 발전을 위한 씨앗이 될 지 주목됩니다.

연합뉴스TV 정선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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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영혼 보내기: 여성 중심 영화 지지자들의 새로운 관람 문화

  • 라라 오웬 & 윤인경
  • BBC

2019년 6월 17일

걸캅스 영혼보내기 - geolkabseu yeonghonbonaegi

사진 출처, LittleBig Pictures/CJ Entertainment

사진 설명,

영화 '미쓰백'과 '걸캅스'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지난해 가을 개봉한 '미쓰백'. 주인공과 감독이 여성인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손익분기점인 70만을 넘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최종 관객수(영화진흥위원회 기준)는 722,560명. 기대 이상 흥행의 원인중 하나는 '영혼 보내기'라는 새로운 영화 관람 문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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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제작자들로 만들어진 영화에 힘을 보태기 위한 '영혼 보내기' 캠페인이 SNS에서 시작됐는데, 이는 티켓을 구매하여 영화 흥행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일종의 '소비장려운동'이다.

사진 출처, Woo Seong-mi

사진 설명,

단체관람에 참석한 서울여대 학생들

영혼 보내기는 여성이 만들거나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여성 중심의 영화들이 앞으로도 제작될 수 있도록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티켓 구매를 하는 것이다. 조조나 심야 등 관객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 직접 가서 보지는 못하더라도 티켓을 구매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동영상 설명,

런던 한국 영화제에 펼쳐진 '여성' 그리고 '여성감독'

미쓰백 주연인 한지민의 모교인 서울여대 학생들은 단체 관람을 기획하기도 했으며, 졸업생들이 '영혼 보내기'로 티켓을 기부하기도 했다.

첫 단체관람을 기획한 우성미 학생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여 첫 관람에만 학생 193명이 참석했으며, 단체관람이 3차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상업 영화에서 여성 제작자와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소비가 이루어져야 여성 영화인들의 활동 범위가 확대된다고 생각한다"며 "'영혼 보내기'는 연대감을 느끼고 영화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걸캅스'는 CJ 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여성 중심의 상업 오락 영화다. 여성 경찰들이 디지털 성범죄자 사건을 해결하는 서사를 담고 있다.

사진 출처, CJ Entertainment

사진 설명,

영화 '걸캅스'는 CJ 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여성 중심의 상업 오락 영화다

영화 '미쓰백' 개봉 당시와 유사하게 '걸캅스'가 개봉하자 SNS에는 '영혼보내기' 글이 속속들이 올라왔다.

SNS에 영혼보내기 인증샷을 올린 참가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해외에 살고 있어 한국영화를 소비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던 차에, SNS에서 '영혼 보내기'를 접했다"면서, "보지 못할 영화에 돈을 지불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여성 중심 영화의 수익 창출에 기여했다는 성취감이나 뿌듯함이 있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 출처, @Rayinwein

사진 설명,

'걸캅스'가 개봉하자 SNS에는 '영혼보내기' 글이 속속들이 올라왔다

일각에선 '영혼 보내기' 운동이 편법이라고 비판했다. 보지도 않을 영화에 돈을 지불하여 정작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이다.

우성미 학생은 '영혼보내기'는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며 "서로 연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영혼 보내기'와 같은 운동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여성 중심의 영화가 더 필요할까?

할리우드와 같이 한국 영화계에서도 상업영화 제작 인력 여성 비율은 낮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여성 감독 참여율은 8.5% 오르고 2018년에는 여성 주연 영화가 전체의 31.2%를 차지했다.

사진 출처, ANGELA WEISS/AFP/Getty Images

사진 설명,

2010년 여자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한 캐스린 비글로 감독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앤버그 포함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8까지 전체 할리우드 영화 1200편 중 4%만이 여성 감독작이다.

이에 영진위는 성평등과 관련된 소위원회를 설립했으며, 2019년 하반기부터 영진위 모든 사업 심사위원 성비를 여성 50% 이상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스크린 속의 여성

런던 킹스 칼리지 최진희 박사는 여성 감독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국 영화 내 여성 인물이 묘사되는 방식을 연구한 최 박사는 감독이 여성이라고 반드시 여성 인물이 주체적으로 묘사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영화 '걸캅스' 같은 경우 90년대 남성 서사에 자주 등장한 '버디 무비' 장르를 가져와 영화 '투캅스'를 연상시킨다며, "성 역할을 단순히 뒤집는 공식만으로는 다양성을 투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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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쓰백'은 여성 감독이 연출하고 여성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여성 중심 영화 설 자리 부족해…'

이경미 감독은 영국 영화 협회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여성 중심 영화들은 개봉되기도 전에 온라인에서 리뷰 폭탄을 맞는다"고 말했다.

조남주 장편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영화화된다고 발표됐을 때, 주연을 맡은 배우 정유미에게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그의 SNS는 비판 댓글로 도배됐고 청와대 국민청원페이지에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를 막아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걸캅스' 역시 개봉 전에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 평점 테러 공격을 받았다. 아직 보지도 못한 영화에 일방적으로 부정적인 리뷰와 각종 루머를 올린 것이다.

'영혼 보내기' 운동이 영화계에서 여성이 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된 만큼, 앞으로도 영화계 내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