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2일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또는 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등의 전임 임직원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해당 가습기 살균제의 특정 성분과 폐 손상, 천식과의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죠.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고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과학자들은 기자회견을 열며 공개적으로 반박에 나섰습니다. 무엇이, 왜 논란이 되는지 짚어봤습니다. 쟁점 ① CMIT·MIT는 위해성이 없다? 법원 CMIT/MIT가 호흡기 하부 질환인 폐 손상이나 천식을 일으켰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1월 12일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등의 전임 임직원들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의 성분이 인체에 유해한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 사용하고,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원인 물질의 흡입독성을 시험하는 장치 중 하나인 ‘노즈 온리 익스포저 챔버’. 동물이 물질을 코로만 흡입할 수 있게 한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제공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지난 10년간 가습기 살균제 관련 동물실험을 총괄한 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호흡기질환제품 유효성평가연구단장은 “2018년 발표한 흡입독성 시험 결과, 상부 호흡기 부위에 해당하는 비강, 후두, 기관 등에서는 CMIT/MIT에 의한 염증이나 변성이 발견됐다”며 “CMIT/MIT는 염증성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고, 지난해 제출된 연구보고서에서는 CMIT/MIT가 한 마우스종에서 천식과 유사한 증상과 폐섬유화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 확인됐지만 증거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쟁점 ② 동물실험이 의도적이었다? 법원 CMIT/MIT 성분과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가설에 부합하지 않는 결론이 나오면 (노출) 농도를 비현실적인 수준까지 높이며 시험을 진행했다
강한 독성이 있다고 알려진 물질을 인간에게 실험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럴 때 대안으로 활용되는 것이 동물실험이죠. 가습기 살균제 사안에서도 흡입독성 시험, 기관 내 투여 시험 등 다양한 동물실험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과 해석에 재판부는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습니다.
쟁점 ③ 증거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 법원 재판에서 증언한 전문가 중 어느 누구도 자신의 실험 결과로 CMIT/MIT 성분과 폐질환에 따른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지 못했다
이번 1심 판결은 과학계와 재판부가 증거에 접근하는 방식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웠습니다. 임상, 역학, 노출, 독성 등 다양한 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한 가습기 살균제 사안에서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실험 결과를 보고 가중치를 둬서 결과를 추론하거나 인과관계를 판단했습니다. 반면 법원에서는 개별 증거별 접근 방식을 취했습니다. 예를 들어 증거가 10가지라면 과학계에서는 10가지 증거를 종합해 판단을 내린 반면, 법원에서는 일대일로 인과관계를 평가한 뒤 부족한 증거는 처음부터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규명을 위한 다양한 동물실험 중 2018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수행한 실험의 모식도다. 쥐에게 저농도, 중농도, 고농도의 CMIT/MIT를 하루 20시간씩 4주간 반복 흡입하도록 하고 호흡기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체중, 사료 섭취량, 혈액, 조직병리, 혈청 알레르기 발현 등을 검사했다. 과학동아DB (자료 환경부 ‘CMIT/MIT 독성 및 건강영향 종합보고서’(2018) ※관련기사 과학동아 3월호, [이지 사이언스] 가습기 살균제는 폐질환과 관계없다? '무죄 판결 '둘러싼 과학적 쟁점 3 https://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2103N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