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웹툰 통계 - bulbeob webtun tong-gye

생계 고달픈 웹툰 작가, 주머니 채우는 불법 유포자...언제까지?

[IT동아 정연호 기자] 웹툰은 한국의 자랑인 ‘K-시리즈’ 일원이다. 웹툰뿐 아니라 웹툰 기반 드라마도 전 세계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한국을 빛내는 영광 속에서도 웹툰 작가는 편히 웃지 못한다. ‘불법웹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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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토끼 사이트에 걸린 첫페이지는 웹툰 작가들이 그린 불법 공유 반대 관련 축전,출처=밤토끼

‘밤토끼’를 비롯한 불법웹툰 사이트는 네이버웹툰/다음/레진코믹스(이하 레진) 등 웹툰 플랫폼에서 웹툰을 무단 복사해, 자신들의 사이트에 업로드한다. 불법웹툰 때문에 수익이 준 웹툰 작가는 생계문제를 호소하는데, 밤토끼 운영자는 불법웹툰 이용자 덕분에 광고 수익을 9억 원 이상 챙겼다.

웹툰 정보포털 웹툰가이드의 WAS(웹툰통계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불법웹툰으로 인한 누적 피해액은 6조 486억 원이다. 플랫폼 중 가장 큰 손해를 입은 곳은 레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웹툰 불법유통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2017년 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레진은 9,720억 원 규모 피해를, 네이버 웹툰은 1,570억 원, 다음은 462억 원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유료 웹툰 서비스가 주력인 레진이 가장 피해가 컸다. 네이버 웹툰과 다음은 무료웹툰에 집중하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보고서는 “불법웹툰 유통사이트가 본격화됐기 때문에, 웹툰 신작 생산량이 2017년에는 전년 대비 14%가 감소했다.”고 분석한다. 보고서 조사 응답자 635명 중 68.2%가 본인 웹툰이 불법웹툰 사이트에 게재된 것을 경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웹툰산업 성장에 걸림돌인 불법웹툰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이유다.

웹툰 플랫폼와 정부 대응

웹툰 플랫폼과 정부가 상황을 지켜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웹툰 플랫폼은 불법웹툰 근절에 필요한 기술을 도입하고, 정부는 불법웹툰 차단에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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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셔터스톡

웹툰 플랫폼은 대부분 기업 내부에 불법웹툰 모니터링 조직을 운영한다. 이 조직은 자사 웹툰을 불법 복제하는 사이트와 최초 유포자를 추적하고, 유포자가 특정되면 지역 경찰서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신고한다.

웹툰 플랫폼은 불법웹툰 유포자를 추적하려는 목적으로, 자사웹툰에 이용자 식별 정보를 심기도 한다. 레진은 핑거프린트(불법 복제추적기술)기술로 해당 콘텐츠 구매자 정보를 웹툰에 삽입한다. 유포자를 추적할 때, 캡처된 웹툰 화면에서 추출한 정보를 참고한다. 유사한 방식으로 이용자 정보를 심어둔 네이버는 AI 기술 ‘툰레이더’를 적용해 불법 유포자를 잡는다. AI 툰레이더는 ‘밤토끼’, ‘어른아이닷컴’ 등 불법웹툰 사이트 검거에 활용됐다.

불법웹툰에 대응하면서 얻은 주목할만한 성과도 있다. 밤토끼는 네이버와 레진코믹스가 제기한 손해배상에서 패소해, 각 회사에 손해배상액 10억 원을 지불해야 한다. 불법웹툰 대응을 위해 모인 웹툰 작가 50여 명이 밤토끼 운영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하기도 했다. 밤토끼 운영자는 작가 1인당 150만~6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

불법웹툰에 맞서, 문화체육부(이하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관계 당국은 2018년부터 인기 웹툰 작가가 모델인 웹툰 이용자 인식개선 캠페인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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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문화체육부

또한, 문체부는 경찰청과 합동단속을 추진하면서 불법복제물 유통사이트 ‘마루마루’, ‘밤토끼’ 등 불법사이트 43개를 폐쇄하고, 운영진 46명을 검거했다. 덕분에 웹툰 작가들은 피해에 대한 배상을 일부라도 받아낼 수 있었다. 앞으로 문체부는 인터폴과 국제협력을 진행할 계획이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가 해외 서버를 이용해 처벌을 피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문체부는 2021년 예산에 인터폴 사업분담금 지원 7억 원을 확보했다.

강하고 확실한 처벌

하지만, 관계자들은 저작권 침해를 강하게 처벌하지 않는 상황에선, 단속과 검거를 반복하는 건 큰 의미가 말한다. 올해 초 발의된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엔 피해 규모가 100만 원 이하인 저작권 침해 사건은 형사 처벌을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새 개정안은, 경찰 수사가 없으면 피해작가는 저작권 침해자의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민사소송조차 제기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불법웹툰 유포에 대한 확실하고 강한 처벌이다. 웹툰가이드 강태진 대표는 “(유포자가 잡힌다면)강하게 처벌해서 더는 사람들이 저작권 침해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실한 처벌을 위해선 정부가 나서서 사건을 조사하고, 침해자를 처벌하는 형사처벌이 필요하다. 그래야 피해작가들의 민사소송 길도 열어 둘 수 있다.

또한, 강 대표는 인터폴과 협력한다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예측했다. 밤토끼 수사 이후로 대포폰, 대포 계좌, 가상화폐를 사용하면서 불법사이트 운영자를 추적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인터폴과 국제협력을 한다면 수사가 수월해질 것이다.

강한 처벌과 더불어 이용자 인식변화도 중요하다. 한국문화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는 불법인 걸 알지만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불법웹툰을 본다. 불법웹툰을 보면 타인의 권리가 침해되며, 이 때문에 불법웹툰 이용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야만 근본 원인이 해결된다. 하지만 불법웹툰 이용자를 모두 추적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이용자를 처벌하지 못한다. 불법웹툰을 다운받거나 이차적으로 유포한 사람으로 한정해 처벌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끝으로, 이용자를 강하게 처벌한다고 문제가 사라지진 않는다. 교육을 통한 부드러운 인식개선과 강한 처벌 사이에 섬세한 균형이 필요하다.

글 / IT동아 정연호()

경찰청·문체부·인터폴, 저작권 침해 사이트 단속 개시
해외 서버 두고 규제 회피 기술 동원… 폐쇄 쉽지 않아
"웹툰도 소비자 인식 개선, 구독경제 정착 병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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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구글 검색을 통해 접근 가능한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들. 인터넷 캡처

"나쁜 일이다 싶어 찜찜하긴 하죠. 하지만 구글에 '무료 웹툰'이라고 검색하면 불법 사이트가 수십 개 뜨는데, 굳이 돈을 내고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생 권모(26)씨는 웹툰을 보는 게 취미다. 그런데 권씨가 자주 이용하는 웹사이트는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다.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페이지처럼 작가 측과 저작권 계약을 맺은 웹툰 플랫폼에서 작품을 무단 복제해 업로드하는 사이트다. 3년 전 자주 이용하던 '마루마루' '밤토끼' 등 불법 사이트들이 경찰 단속으로 폐쇄됐지만 지장은 없었다. 불과 몇 주 뒤 비슷한 이름의 다른 사이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웹툰을 유통하는 사이트들이 수년째 판을 치고 있다. 단속해도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불법 사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 당국이 다시 한번 칼을 뽑았다. 웹툰업계에선 이용자 인식 개선과 함께 구독경제 기반을 강화해 건전한 시장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차 불법사이트 단속 나선 당국

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문화체육관광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함께 지난달 31일부터 저작권 침해 불법 사이트를 합동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수본은 저작권 침해가 심각한 웹툰 등을 위주로 총 30개 사이트를 우선 단속할 계획이다.

실제로 불법 웹툰 공유로 창작자와 정식 유통업체가 입는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의 총 트래픽은 263억 뷰(PV)로, 같은 해 국내 전체 웹툰 플랫폼의 329억 뷰(PV)의 80%다. 웹툰정보포털 웹툰가이드의 통계에 따르면 불법 웹툰으로 인한 누적 피해액이 6조486억 원에 이른다.

당국은 그간 여러 차례 불법 웹툰 유통 행위를 단속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경찰은 최근 3년간 50개 불법 사이트를 폐쇄했지만, 도메인 주소만 바꾼 대체 또는 모방 사이트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대 웹툰 불법 사이트였던 '밤토끼'가 폐쇄되자 '뉴토끼' '밤토끼 시즌2' '밤다람쥐' 등의 이름을 단 사이트가 새로 생기는 식이다. 단속을 피하려 도메인을 수시로 바꾸면서 '뉴토끼94' '마루마루96' 등 변경 횟수를 뜻하는 숫자가 병기된 이름의 사이트들도 있다. 과거에는 주요 사이트 한두 곳이 불법 유통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이런 '풍선 효과' 탓에 100개 넘는 사이트가 창궐하고 있는 양상이다.

음악과 영화 분야에서 구독경제 플랫폼이 활성화돼 콘텐츠 불법 공유 시장이 위축되면서, 소위 '업자'들이 단속이 상대적으로 약한 웹툰 시장에 몰렸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이들 사이트에는 수십 개의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 배너가 달려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저작권 침해 사이트는 불법 성 영상물, 도박 등 다른 범죄와 연관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처벌과 시장 건전화 병행돼야"

웹툰 플랫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모니터링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자사 웹툰에 이용자 식별 정보를 심어 최초 유포자를 추적하고, 유포자가 특정되면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에 권리 침해 신고를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불법 사이트의 뿌리를 뽑기엔 역부족이다.

방통위가 신고를 받고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더라도, 불법 사이트 대부분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폐쇄가 쉽지 않다. 이들 불법 사이트는 데이터 신호를 암호화하는 보안 페이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들이 보유한 차단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오유(오늘의유머), 워마드, 디지털교도소 등 국내 주요 커뮤니티 사이트 다수도 해당 해외업체의 보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웹툰 플랫폼 업체들은 자사 콘텐츠의 캡처(화면 복제)를 막는 장치를 두고 있지만, 불법 사이트들은 이를 무력화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강력한 처벌과 더불어 웹툰 이용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때 불법 유통에 시달렸던 음악·영화 시장이 건전해진 전례에서 보듯이, 웹툰 분야에도 '창작 콘텐츠는 정당한 가격을 치르고 이용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유포자가 아닌 이용자에 대한 처벌은 어려운 현실을 감안, 웹툰 소비자를 구독경제의 순선환 구조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불법 사이트는 해외 서버를 이용해 처벌은 물론 범죄수익 배상도 쉽지 않다"며 "영화, 음악처럼 웹툰 역시 구독경제 플랫폼이 정착되면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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