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자 비율 - boiseupising pihaeja biyul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매년 늘어나 지난해 7000억원을 넘겼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20대 취업준비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고 보고, 올해 중 범정부 합동 '보이스피싱 통합 신고·대응센터'와 수사단을 설립할 뜻을 23일 밝혔다.

이날 대검찰청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25일 '기존 대출금보다 훨씬 저렴한 이자로 대출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1억6000만원을 편취 당한 피해자가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020년 1월22일에는 검사를 사칭한 일당에게 420만원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20대 취업준비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검은 "보이스피싱 범죄는 재산상 피해를 넘어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게 하는 일까지 발생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건수는 2006년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국내에 최초로 신고된 이래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한해 동안 2만4259건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2018년 3만4132건, 2019년 3만7667건, 2020년 3만1681건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3만982건의 보이스피싱 범죄가 발생했다.

피해금액의 상승폭은 이보다 더 크다. 2017년 2470억원이던 보이스피심 범죄 피해금액은 지난해 7744억원으로 불어났다. 2018년 4040억원, 2019년 6398억원, 2020년 7000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문제는 발생건수나 피해금액이 늘어나는 동안 보이스피싱 범죄 검거 건수나 검거인원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검거된 보이스피싱 관련 사범은 3만9713명이었는데, 지난해는 2만6397명이 검거됐다. 이 시기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774억원이나 증가했지만 검거건수는 33.5% 감소한 것이다. 검거건수도 2020년 3만4051건에서 지난해 2만7647건으로 줄었다.

그러는 사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액 피해자도 늘고 있다. 2020년에는 피해금액이 500~2000만원인 보이스피싱 피해가 47.2%로 많았는데, 지난해에는 1000~3000만원을 편취 당한 피해 건수가 45.9%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 같은 현상은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의 등장과 문서위조·악성프로그램 유포 등 범행수법의 전문화·지능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범정부 합동 보이스피싱 통합 신고·대응센터 설립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과기부, 법무부, 방통위, 금융위원회, 대검찰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국가정보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보이스피싱 범부처 대책회의를 개최해 센터 설립을 결정했다.

보이스피싱 통합 신고·대응센터는 관련 부처별로 분산돼 있던 신고창구를 하나로 통합한다. 피해를 입은 국민이 112, 혹은 인터넷 사이트로 신고하면 방통위, 과기부, 금감원, KISA 등 유관부처의 인력이 파견돼 경찰청과 함께 보이스피싱에 대응한다.

보이스피싱 정부 합동 수사단도 출범한다. 대검찰청·경찰청·관세청·국세청·금감원·방통위 등 정부기관들로 구성된 수사단이 함께 범죄조직을 발본색원할 예정이다.

이날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리)는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면서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국민이 나오는 게 현실"이라며 "대표적인 민생침해사범인 보이스피싱 범죄를 발본색원해야 한다.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보이스피싱 피해자 비율 - boiseupising pihaeja biyul

금감원, 620명 대상 설문조사

50대 이상 19%만 30분내 인지 자녀 사칭 문자메시지에 취약

알아차린 즉시 지급정지 신청 30분내 신고땐 돌려받기 가능

지연이체서비스 활용해 예방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자 4명 중 3명은 사기를 당하고도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30분)’을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현재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100만원 이상 입금하면 30분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통한 현금 인출을 제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런 내용의 ‘보이스피싱 피해자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번 설문조사는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 신청을 위해 금융회사 영업점을 방문한 피해자 62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의 25.9%인 161명만 30분 이내에 보이스피싱을 당했음을 알아챘다고 응답했다.

특히 연령에 따라 보이스피싱 피해를 알아차리는 데 걸린 시간이 달랐다. 50대 이상은 30분 내에 피해를 인지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19.7%에 불과했다. 20대 이하는 31.3%, 30·40대는 35.2%였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접근 매체 비율은 문자메시지가 45.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화(32.5%), 메신저(19.7%) 순이었다. 다만 20대 이하는 전화로 접근한 비율이 55.9%로 가장 높았다.

취약함을 보인 사기수법은 연령대별로 달랐다. 가령 20대 이하는 검찰 등으로 속여 말한 범죄연루 빙자유형에 당한 비율이 50%로 가장 높았다. 반면 30·40대는 저리대출 빙자유형(38%), 50대 이상은 가족이나 지인으로 속인 수법(48.4%)에 각각 취약했다.

50대 이상은 원격조정 애플리케이션(앱)과 전화가로채기앱을 설치하는 수법에도 많이 당했다. 전화가로채기앱이 휴대전화에 깔리면 피해자들이 금융회사 대표번호나 금융당국에 전화 해도 보이스피싱 사기조직에게 통화가 연결된다. 20대 이하는 원격조정앱에 당한 비율이 8.8%였지만, 50대 이상은 48.7%였다. 전화가로채기앱 수법도 20대 이하(20.6%)에 비해 50대 이상이 당한 비율이 32.3%로 훨씬 높았다. 50대 이상 고령층은 아들이나 딸을 사칭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원격조정·전화가로채기앱을 설치해 자금을 탈취하는 수법에 가장 취약한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들 또는 딸이라면서 신분증이나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는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전화가로채기앱이 설치되면 금감원이나 은행 등 금융기관에 확인 전화를 해도 사기범에게 연결된다”며 “이런 수법에 당한 것으로 의심되면 다른 휴대전화를 사용해 확인 전화를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봤다면 가장 먼저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더라도 30분 이내에 금융기관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피해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30분이 넘었더라도 신고는 해야 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은행들은 지급정지 신청 계좌에서 송금·이체가 이뤄진 계좌들도 연쇄적으로 지급을 정지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계좌 지급정지 신청은 은행 콜센터에 하면 된다. 은행이 쉬는 날에도 민원센터(콜센터)는 운영한다. 신고 때 필요한 정보는 돈을 이체한 계좌정보, 피해금액, 입금시간 등이다.

지급정지를 신청한 후에는 피해금 환급절차를 밟아야 한다. 경찰서에서 피해신고확인서를 발급받아 3일 이내에 은행에 피해신고확인서와 신분증 사본, 피해구제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3일이 지나도 2주간의 추가 제출기간이 있다. 이 기간을 넘기면 지급정지 등 피해구제 신청을 할 수 없어 주의해야 한다. 피해금을 돌려받는 데는 보통 3개월 정도 걸린다.

사전에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지연이체서비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 지연이체서비스는 이체한 돈이 상대방 계좌에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입금되도록 하는 서비스다. 잘못 송금한 사실을 알았다면 설정한 지연입금시간(3∼6시간)이 끝나기 30분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 지연입금시간을 3시간으로 설정했다면 오후 1시에 입금한 돈을 오후 3시30분까지 취소하면 된다. 신청자에 한해 적용되기 때문에 사전에 등록해야 한다.

이외에도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는 제도는 ‘입금계좌 지정서비스’와 ‘단말기 지정서비스’가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 활용률이 낮다. 입금계좌 지정서비스는 미리 지정한 계좌로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지만 이외의 계좌론 소액 송금만 가능한 서비스다. 단말기 지정서비스는 지정된 단말기에서만 송금·이체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모두 지점을 방문하거나 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정단비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회사원 ㄱ씨(37)는 최근 검찰청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남성은 “은행 계좌가 명의 도용됐으니 계좌에 있는 돈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면 예금을 인출해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보관해야 한다”고 했다. ㄱ씨는 이 남성이 금융·법률 전문 용어를 구사하고, ‘검찰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보고 검찰 수사관으로 철석같이 믿었다. 그는 통장에 든 4천만원을 찾아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3번 출구 앞으로 가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또다른 남성에게 돈을 건넸다. 이 남성들은 모두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사기범이었다.

ㄱ씨와 같은 20~30대 사무직 여성들이 수사기관과 금융당국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5일 지난해 20~30대 여성의 수사기관·금감원 사칭 범죄 피해건수가 2152건으로 전체 피해건수의 7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피해금액은 175억원으로 전체 247억원의 71%에 이른다. 특히 같은 연령대의 남성(19억원)에 견줘 10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20~30대 여성들의 피해가 큰 이유로, △남성보다 사회 진출이 빨라 결혼자금 등을 위해 모아둔 목돈이 많고 △사기범의 ‘범죄사건 연루’ ‘구속영장 청구’ 등 고압적 분위기 연출에 심리적 압박을 쉽게 받으며(몰입 효과) △권위와 전문 용어로 포장된 사기범을 쉽게 믿는 경향 등을 꼽았다.

이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