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패 모시는 법 - wipae mosineun beob

일상생각

지방 쓰는 법 - 조상의 위패(位牌), 종이로 만든 신주(神主)

지방 쓰는 법

   우리 고유의 명절 설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설과 추석은 우리 대한민국의 양대 명절이다. 객지에 나가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모두 고향의 부모님 앞으로 속속 모여든다. 고향의 부모님들께서는 오직 자녀들을 볼 수 있는 마음으로 온갖 시름들을 다 이겨내고 계신다. 설이나 추석에는 조상의 얼을 기리고, 조상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차례(제사)를 모시게 되는데, 이 때 지방(紙榜)이라는 것을 써서 조상을 모시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지방쓰는 방법에 대해, 용인시 예절교육관과 네이버캐스트에서 제공한 내용들을 참고로 하여 나의 경험을 곁들여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1. 지방(紙榜)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

   지방은 종이로 만든 신주(神主)를 말한다. 과거에는 집집마다 조상의 위패(位牌) 즉 신주(神主)를 모신 사당이 있기도 하였다. 사당은 조선시대에 발달하였는데, 먼저 양반층이 만들기 시작해서 조선 후기에 각계각층으로 일반화되었다. 비록 가난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당시에는 집안 한 구석에 간단하게나마 자리를 마련하여 조상의 위패를 모시기도 하였다. 그래서 각 가정에서 제사를 지낼 때는 이 위패를 모셔다 지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당을 모신 집은 거의 없다. 또한 조상의 위패를 특별히 모시고 있는 가정도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가정에서 설이나 추석 차례, 또는 제사 등을 지낼 때 임시로 한지 등에 조상의 성씨 등을 적어 임시로 위패를 대신 삼고 있는 것이 바로 지방이다. 그래서 지방은 신주가 없을 때 임시로 만드는 위패라고 말할 수 있는데, 조상을 불러 모시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지방은 아래 사진처럼 붙여서 사용하게 되고, 어떤 가정에서는 병풍에 붙여서 사용하기도 한다.

2. 지방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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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나 제사를 지낼 때 지방을 써서 붙이고 제사를 지내는데, 지방은 고인(故人)과 제주(祭主)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적게 된다. 이 때 지방을 써야 할 고인이 한 분인가 두 분인가에 따라서 그 형태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부모님 중 어느 한 쪽만 돌아가셨을 경우에는 제사를 단독으로 지내게 되므로 지방에도 고인 한 분만 명기한다. 그러나 두 분이 다 돌아가시고 안계실 경우에는 그 두 분을 함께 제사에 모셔서 지내게 되므로 지방에 부모를 함께 명기하게 된다. 이때 왼쪽에 아버지의 신위를 적고, 그 오른쪽에 어머니의 신위를 적게 되는데, 지방에는 고인과 제사를 모시는 사람(제주, 祭主)과의 관계를 먼저 적고, 그 다음 고인의 직위와 이름을 적고, 마지막에 '신위(神位)'라고 적는다. 지방은 세로로 작성하게 된다.

       1) 먼저 고인과 제주와의 관계 고려

   지방을 적을 때 아버지는 ‘고(考)’, 어머니는 ‘비(妣)’라고 적는다. 조부나 조모, 증조부나 증조모 등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적게 되는데,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아버지는 ‘고(考)’, 어머니는 ‘비(妣)’

      - 조부는 ‘조고(祖考)’, 조모는 ‘조비(祖妣)’

      - 증조부는 ‘증조고(曾祖考)’, 증조모는 ‘증조비(曾祖妣 )’

      - 고조부는 '고조고(高祖考)', 고조모는 '고조비(高祖妣)'

   이 때 그 관계 앞에 현(顯)을 써서 ‘顯考(현고), 顯妣(현비), 顯祖考(현조고), 顯祖妣(현조비), 顯曾祖考(현증조고), 顯曾祖妣(현증조비)’ 등으로 표기하게 된다.

   고인이 남편인 경우에는 顯辟(현벽)이라고 쓰며, 아내인 경우에는 ‘顯(현)’을 쓰지 않고 亡室(망실) 또는 故室(고실)이라 쓴다. 또한 고인이 형인 경우에는 顯兄(현형), 형수인 경우에는 顯兄嫂(현형수)라고 적는다. 고인이 동생인 경우에는 亡弟(망제), 또는 故弟(고제)라고 적게 되며, 불행하게도 고인이 자식인 경우에는 亡子(망자), 또는 故子(고자)라고 쓴다.

       2) 고인의 직위 고려

   전통적으로 지방을 쓸 때, 벼슬을 안 한 남자 조상의 경우에는 ‘學生(학생)’이라 쓰고, 그 부인은 ‘孺人(유인)’이라 썼다. 남자 조상이 벼슬을 한 경우에는 해당 벼슬의 이름을 썼는데, 그 남자 조상의 부인인 여자 조상은 남편의 급에 따라서 貞敬夫人(정경부인)이나 貞夫人(정부인) 혹은 淑夫人(숙부인) 등의 호칭을 나라에서 부여받았기 때문에 그 호칭을 썼다.

       3) 고인의 이름 고려

   지방을 쓸 때, 남자 조상의 경우에는 모두 ‘府君(부군)’이라고 쓴다. 여자 조상이나 아내의 경우에는 해당 본관과 성씨(예 ; ‘김해 김씨’나 '경주 최씨' 혹은 '해주 오씨' 등)를 쓴다. 자식이나 동생의 경우에는 이름(예 ; ‘길동’)을 쓴다

   현대 사회에서는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가 매우 다양화되었다. 이에 따라 공직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 지위를 얻는 경우도 있고, 또 여성이 공직을 지낸 경우도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경주 최씨' 여자 조상이 이사관을 지낸 경우 지방을 쓸 때 현대사회상에 맞추어 그 직위에 ‘이사관’이라고 써도 무방할 것으로 본다.

3. 지방 작성의 예

   지방을 적을 때 고인과 제주와의 관계에 따라 그 적는 방법이 다르다고 이미 설명하였다. 예를 들어 고인이 아버지인 경우에는 ‘고(考)’, 어머니는 '비(妣)'라고 적게 된다. 이 때 지방은 물론 세로로 한자로 적는다(최근에는 한글로 지방을 쓰는 집안도 늘어나고 있다). 여자 조상의 경우 '김해 김씨'를 예로 들어 설명하기로 한다(아래 사진 참조).

       1) 고인이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인 경우의 지방 쓰는 법

   고인이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인 경우의 지방 쓰는 법은 다음과 같다.

     - 고인이 증조부모인 경우 ; "현증조고학생부군신위  현증조비유인김해김씨신위"라고 적는다.

     - 고인이 조부모인 경우 ; "현조고학생부군신위  현조비유인김해김씨신위"라고 적는다.

     - 고인이 부모인 경우 ; "현고학생부군신위  현비유인김해김씨신위"라고 적는다.

       2) 고인이 백숙부모, 형제, 부부, 자식인 경우의 지방 쓰는 법

   고인이 백숙부모, 형제, 부부, 자식인 경우의 지방 쓰는 법은 다음과 같다.

     - 고인이 백부모인 경우 ; "현백부학생부군신위  현백모유인김해김씨신위"라고 적는다.

     - 고인이 숙부모인 경우 ; "현숙부학생부군신위  현숙모유인김해김씨신위"라고 적는다.

     - 고인이 형인 경우 ; "현형학생부군신위  현형수유인김해김씨신위"라고 적는다.

     - 고인이 동생인 경우 ; "망제학생길동신위"라고 적는다.

     - 고인이 아내인 경우 ; "망실유인김해김씨신위"라고 적는다.

     - 고인이 남편인 경우 ; "현벽학생부군신위"라고 적는다.

     - 고인이 자식인 경우 ; "망자학생길동신위"라고 적는다.

(이상의 사진 ; 용인시 예절교육관 및 네이버캐스트 제공)

4. 지방 작성을 위한 참고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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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을 쓸 때 고인 외에 제사를 받드는 봉사자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봉사자가 큰 아들인 경우 ‘孝子’, 그리고 작은 아들인 경우 ‘子’, 큰손자이면 ‘孝孫’, 증손자이면 ‘孝曾孫’, 남편이면 ‘夫’라 쓴다. 이 때 제사를 받드는 봉사자는 오른쪽으로부터 마지막 줄에 기록한다. 예를 들어 ‘孝子길동봉사’라고 쓴다. '길동'은 봉사자의 이름이다. 최근에는 한글로 지방을 쓰는 집안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때는 ‘어머님 신위’, ‘아버님 신위’ 등으로 간단하게 쓸 수도 있고, 한자의 우리말 표기만 써서 ‘현고학생부군신위’와 같이 쓰기도 한다.

5. 지방 작성을 가르처 주신 숙부님의 흔적을 기리며 ...

   나는 아주 어릴 때 아버님을 여위였다. 중학교 1학년 말 봄방학때다. 모든 일에 자상하시던 아버님께서 그렇게 갑작스럽게 훌쩍 내 곁을 떠나시자, 그 때 내겐 청천벽력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내게 우주의 상실과도 맞먹는 일이었다. 밑으로 철없고 어리디 어린 동생들이 세명이나 있는 나로서는 앞으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때 겨우 마흔두살이셨던 어머니는 어떠했을까? 청천벽력? 우주의 상실?

   그렇게 마음 아파했던 그 때, 1년 후 아버님의 기일이 다가오고 나는 아버님의 제사를 지내야 했다. 다행히 내겐 숙부님 한 분이 계셨는데, 숙부님은 언제나 나를 "장조카~, 장조카~" 하시면서 끔찍히도 사랑해 주셨다. 그 숙부님께서도 예순을 넘고 결국 지금은 이 세상의 분이 아니시다.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 가장 마음 아팠던 일은, 그 숙부님께서는 내가 교수가 되기 바로 얼마전에 돌아가셨다는 점이다. 술만 취하시면 노트와 볼펜을 대령하라 하시면서 밤새도록 "진인사대천명"이나 "취중불언 진군자" 혹은 "소년이로학난성" 등 주자십회훈이나 기타 명언 등을 써보이시곤 하셨다. 그 숙부님은 1년 365일을 늘 그렇게 술의 힘으로 살아가셨다. 어느 하루 술에 취하지 않으셨던 날 - 아마 내가 중학교나 고등학교때쯤 - 내게 지방 쓰는 법을 일러주셨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숙부님의 흔적이 바로 지방 쓰는 법을 가르쳐 주신, 아래에 있는 사진이다. 나는 그 '지방 쓰는 법'을 숙부님(이재윤)의 경우와 나(이명국)의 경우로 구분하여 적어주신 그 종이를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오늘 오후에 그 종이를 찍은 사진이다. 물론 그 내용들은 아래아한글로 작업을 하여 보관을 해두고 있지만 ...

숙부님께서 나의 어린 시절, 지방 쓰는 법을 일러 주신 바로 그 종이이다.

나는 지금도 그 종이를 숙부님의 흔적으로 생각하고 고이 간직하고 있다.

이 사진은 오늘 오후에 찍은 사진이다.

6. '지방 쓰는 한지' 개발, 판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지방을 쓰는 일은 쉽지 않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에 속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안동한지'에서는 '지방 쓰는 한지'를 개발하여 실비로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한다. 내가 몇년전 안동한지공장(당시에는 풍산한지)을 방문했을 때 안동한지의 이영걸사장님께서 내게 '지방 쓰는 한지'를 주셨는데, 나는 지금까지도 그 지방 쓰는 한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영걸사장님은 우리의 전통문화계승에 평생을 받치고 계시는 분이시다.

       1) 안동한지에서 개발하여 실비로 시판중인 '지방 쓰는 한지'의 모습

   '지방 쓰는 한지'는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의 경우를 예시하여, 시판 중에 있어서 누구나 쉽게 지방을 쓸 수 있다. 다음의 사진을 보면 쉬이 이해될 것이다.

맨 아래 사진의 한 가운데 있는 부분이 우리가 직접 지방을 쓸 수 있는 한지이고,

그 양 옆에 있는 예시가 지방 쓰는 법을 적어 둔 것이다.

덕분에 누구나 쉽게 지방을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모든 분들께서

신묘년 새해 복많이 받으시길 기원드립니다.

 설 잘 쇠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