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 taeeonaji anhneun geos-i gajang johda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존재하게 되는 것의 해악
데이비드 베너타 지음, 이한 옮김/서광사·2만6000원

“나는 아직까지 살아 있는 이들보다 이미 죽은 이들이 더 복되다 하였으며, 그러나 그들 모두보다 태어난 적이 없는 이, 그리하여 태양 아래 범해진 사악한 일들을 보지 못한 이가 더 복되다 하였노라.”(전도서 4장 2~3절) “삶은 비존재의 축복받은 고요를 방해하는, 이로울 것이 없는 사건으로 여길 수 있다.”(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종교나 철학, 문학 작품을 읽어나갈 때 종종 맞닥뜨리게 되는 이런 삶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은 낯설게 다가온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태어나는 것, 삶에 대한 긍정을 담은 메시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캠페인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철학과 문학, 영화가 생명을 찬미한다.

그런 상황에서 진지하고 논리적으로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 “존재하는 것은 항상 해악이다” “태아를 임신 초기에 낙태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인류가 멸종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면 여러 비판을 넘어 ‘악마의 사도’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실제로 ‘반출생주의’(Antinatalism)의 철학적 정립을 시도한 데이비드 베너타 남아공 케이프타운대 교수의 저작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amp;amp;gt;는 2006년 출간된 이후 여러 반박과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amp;lt;p align="justify"&amp;gt;&amp;lt;/p&amp;gt; &amp;lt;div class="image-area"&amp;gt; &amp;lt;div class="imageC" style="width:643px"&amp;gt; &amp;lt;div class="image"&amp;gt; &amp;lt;img src="//img.hani.co.kr/imgdb/resize/2019/0328/00504159_20190328.JPG" style="width:643px" title alt /&amp;gt; &amp;lt;/div&amp;gt; &amp;lt;/div&amp;gt; &amp;lt;/div&amp;gt; 그의 주장의 핵심에는 존재하는 자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고통과 쾌락을 비교하는 도식이 있다. ㄱ이란 사람이 존재했을 경우와 존재하지 않을 경우 두 가지 상황을 상정해보자. ㄱ이 존재했을 경우 그의 삶에는 ①고통이 존재하며(나쁨), ②쾌락 또한 존재한다(좋음). 반대로 ㄱ이 존재하지 않았을 경우 ③고통은 부재하며(좋음), ④쾌락 또한 부재한다(나쁘지 않음).&amp;lt;p align="justify"&amp;gt;&amp;lt;/p&amp;gt; 두 상황을 고통 면에서 비교했을 때, ①고통이 존재하는 상황보다 ③고통이 부재하는 상황이 좋은 것은 명백하다. 중요한 것은 ④쾌락의 부재는 그 부재가 박탈될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②쾌락의 존재보다 나쁘지 않다(not worse)는 점이다. 여기서 쾌락의 존재는 부재하는 쾌락에 대하여 우위점이 없다는 결론이 따라 나온다. 그렇다면 ㄱ이 존재했을 때보다 존재하지 않았을 때가 언제나 더 낫다는 결론이 도출된다.&amp;lt;p align="justify"&amp;gt;&amp;lt;/p&amp;gt; 베너타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하나의 유비를 소개하는데, ㄴ이라는 사람이 정기적으로 질병을 겪고 있으면서(①) 매우 빨리 회복하는 몸(②)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고 한다. 반대로 ㄷ이라는 사람은 빨리 회복하는 능력은 없지만(③) 결코 병에 걸리지 않는다(④). ㄷ이 결코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은 그에게 좋지만, 빨리 회복하는 능력이 없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렇기에 ㄷ은 언제나 ㄴ보다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것이다.&amp;lt;p align="justify"&amp;gt;&amp;lt;/p&amp;gt; 이런 주장에 대한 예상 가능한 반론으로, 낙천주의자들은 ‘삶의 즐거움과 악의 비중을 서로 가늠해야 봐야 한다. 즐거움이 악을 그 비중에서 능가하는 한, 삶은 살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베너타는 이런 계산법은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비판한다. 인생에서 좋음과 나쁨은 순서, 강도, 길이에 따라 다르기에 비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삶에서 나쁨이 일정한 한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좋음의 양이 얼마나 되든 나쁨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많은 돈과 명예를 가졌더라도 심각한 전신 화상 사고를 당한 것을 만회해줄 수 없다는 얘기다.&amp;lt;p align="justify"&amp;gt;&amp;lt;/p&amp;gt; &amp;lt;div class="image-area"&amp;gt; &amp;lt;div class="imageC" style="width:643px"&amp;gt; &amp;lt;div class="image"&amp;gt; &amp;lt;img src="//img.hani.co.kr/imgdb/resize/2019/0328/00504161_20190328.JPG" style="width:643px" title="데이비드 베너타가 주장한 ‘반출생주의’는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지난해엔 베스트셀러 &amp;amp;lt;12가지 인생의 습관&amp;amp;gt;의 저자 조던 피터슨이 그와 공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alt="데이비드 베너타가 주장한 ‘반출생주의’는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지난해엔 베스트셀러 &amp;amp;lt;12가지 인생의 습관&amp;amp;gt;의 저자 조던 피터슨이 그와 공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amp;gt; &amp;lt;/div&amp;gt; &amp;lt;div class="desc" style="width:643px"&amp;gt;데이비드 베너타가 주장한 ‘반출생주의’는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지난해엔 베스트셀러 &amp;amp;lt;12가지 인생의 습관&amp;amp;gt;의 저자 조던 피터슨이 그와 공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amp;lt;/div&amp;gt; &amp;lt;/div&amp;gt; &amp;lt;/div&amp;gt; 반출생주의는 이론의 영역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행동으로도 연결된다. 바로 출산 거부다. 보통은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는 부부를 이기적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베너타는 정반대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도덕적인 결정이라고 말한다. 이 세상엔 가장 특권 계층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참을 수 없는 괴로움과 성폭행, 살해당할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출산을 두고 “자신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자손을 겨냥하고 있기도 한, 총알이 꽉 차 있는 총으로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주장은 “만약 임신을 했다면 낙태를” 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사람이 전혀 태어나지 않아서 인류가 멸종하게 된다면 더 좋을 것이라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이 대목의 논리는 마치 도스토옙스키의 &amp;amp;lt;카라마조프의 형제들&amp;amp;gt;에 나오는 이반의 무신론 논변의 철학적 주석처럼 보이기도 한다.&amp;lt;p align="justify"&amp;gt;&amp;lt;/p&amp;gt; 그렇다고 그가 집단적으로 자살을 하자고 권유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일단 존재하는 사람은 죽는 것보다는 존재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특히 이른 나이의 자살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심대한 정신적 해를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처럼 자살에 극도로 부정적인 대부분의 문화에는 동의하지 않으며, 존엄사처럼 더 이익이 되는 자살은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amp;lt;p align="justify"&amp;gt;&amp;lt;/p&amp;gt; 베너타의 주장은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다는 점 때문에 역설적으로 많은 사유를 촉발시킨다. 번역자인 이한 변호사는 세금 수입과 연금 재정, 국가 경제의 유지를 내세우며 출산율 저하를 우려하는 주장엔 이미 존재하는 사람들의 복리를 위해서 태어날 사람을 수단으로 대우하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출산을 결정하거나, 남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조언하는 행위가 가진 무게를 상기시켜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는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amp;lt;p align="justify"&amp;gt;&amp;lt;/p&amp;gt; 김지훈 기자 &amp;lt;a href="mailto:"&amp;gt;&amp;lt;/a&amp;gt;&amp;lt;p align="justify"&amp;gt;&amp;lt;/p&amp;gt; &amp;lt;p align="justify"&amp;gt;&amp;lt;/p&amp;gt; &amp;lt;p align="justify"&amp;gt;&amp;lt;/p&amp;gt; &amp;lt;p align="justify"&amp;gt;&amp;lt;/p&amp;gt; &amp;lt;p align="justify"&amp;gt;&amp;lt;/p&amp;gt; &amp;lt;/div&amp;gt; &amp;lt;div class="gudokArea"&amp;gt; &amp;lt;a href="http://notice.hani.co.kr/customer_view.html?bid=notice&amp;amp;amp;no=780&amp;amp;amp;page=1" title="구독신청" target="_blank"&amp;gt;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amp;lt;span&amp;gt;한겨레 구독신청 하기&amp;lt;/span&amp;gt;&amp;lt;/a&amp;gt; &amp;lt;/div&amp;gt; &amp;lt;div class="bn-promotion-support-2st kisa"&amp;gt; &amp;lt;div class="support-con item1" style="display:block"&amp;gt; &amp;lt;div class="support-tit"&amp;gt; &amp;lt;strong&amp;gt;진실을 후원해주세요&amp;lt;/strong&amp;gt; &amp;lt;/div&amp;gt; &amp;lt;div class="support-txt"&amp;gt; 용기를 가지고 끈질기게 기사를 쓰겠습니다.&amp;lt;br /&amp;gt; 여러분의 후원이 우리 사회에 드리운 어둠을 거둡니다. &amp;lt;/div&amp;gt; &amp;lt;div class="support-btn"&amp;gt; &amp;lt;a class="btn" href="https://support.hani.co.kr/hani/support.hani" onclick="ga('send', 'event', 'support', 'click', 'pa2', '2');dataLayer.push({'event': 'click_cta','button_type': 'donation','button_name': '후원_w본문하단고정'});"&amp;gt;후원하기&amp;lt;/a&amp;gt; &amp;lt;a class="btn btn-w" href="https://support.hani.co.kr/introduce/" target="_blank"&amp;gt;후원제 소개&amp;lt;/a&amp;gt; &amp;lt;/div&amp;gt; &amp;lt;/div&amp;gt; &amp;lt;div class="support-con item2" style="display:none"&amp;gt; &amp;lt;div class="support-tit"&amp;gt; &amp;lt;strong&amp;gt;두근거리는 미래를 후원해주세요&amp;lt;/strong&amp;gt; &amp;lt;/div&amp;gt; &amp;lt;div class="support-txt"&amp;gt; 소외 없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amp;lt;br /&amp;gt; 여러분의 후원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듭니다. &amp;lt;/div&am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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