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금 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 songeum eneun malg-eun gangmul-i heuleugo

가을 날 여기저기서 단풍잎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에 필 잎눈을 이 마련되어 있다. 나무가지 위에는 푸른 가을 하늘이 펼쳐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면 눈섶에 파란 하늘 빛이 물드는 것 같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쓰다듬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나는 것 같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보니 손바닥에 있는 손금이 하늘 빛을 받아 맑은 강물이 흐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강물 속에는 사랑하는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순이 얼굴을 떠올리고 소년은 황홀해져서 눈을 감어 본다. 눈을 감아도 사랑하는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보인다. 순이 얼굴은 슬픈 얼굴이다. 내가 순이가 없어서 슬프듯이 순이도 내가 없어서 슬픈 얼굴이다. 나는 순이가 없어서 슬프다.

 

 

이 시를 구절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는 ‘슬픈 가을에 여기저기서 단풍잎이 뚝뚝 떨어진다’는 문장을 변형한 것이다. 이를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라 하여 직유로 표현하여 낯선 느낌을 준다. 논리적으로는 의미가 성립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낯선 느낌을 시적인 표현이라 한다. 그러나 시적인 표현이라는 애매한 말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가을에 여기저기서 단풍잎이 뚝뚝 떨어진다’와 ‘떨어지는 단풍잎이 순이와 헤어지는 순간 같이 보이니 슬픈 가을이다.’를 합친 문장으로 보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의미가 성립 되지 않는 문장은 두 문장 또는 여러 문장을 합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더 합리적이라 생각된다.

 

 

 

제목 <소년>에서 ‘소년’은 순수함을 간직한 존재이고 미래를 책임질 존재이다. 그러므로 이 시는 사랑하는 소녀인 ‘순이’를 향한 순수한 그리움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무가지 우에 하늘이 펼쳐있다.’는 부분도 문장이 합치고 상징을 사용하여 생성된 문장이다. ‘나무는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에 필 잎눈 또는 꽃눈을 마련해 놓았다’와 ‘그리고 나무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있다’를 합친 말이다. ‘잎눈 또는 꽃눈’이 봄에 피므로 ‘봄’을 ‘잎눈 또는 꽃눈’의 상징으로 표현한 뒤에 주어를 생략하고 두 문장을 합친 것이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섭에 파란 물감이 든다.’는 화자가 하늘에 몰입한 상태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슬픈 가을이므로 하늘도 슬픈 하늘인 것이다. 그러므로 ‘눈섭에 파란 물감이 든다.’는 슬픔에 푹 잠겨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씃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는 눈섶뿐만이 아니라 얼굴 전체로 슬픔이 확산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파란 물감’은 하늘 빛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에서 ‘다시’ 보는 행위는 ‘파란 물감’의 근원을 탐구하는 행동이다. 화자는 단순하게 슬퍼하지 않고 그 슬픔의 근원을 알려고 다시 들여다 보는 것이다. ‘눈썹’과 ‘볼’을 화자가 거울이 없는 한 볼 수가 없다. 그러므로 ‘눈썹’과 ‘볼’에 물든 파란 물감이 옮겨진 손바닥을 보는 것이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속에는 사랑처럼 슬픈얼골 - 아름다운 순이의 얼골이 어린다.’는 파란 물감의 근원이 순이라는 것을 안 것이다. 즉 슬픔의 근본적인 원인이 순이라는 것을 안 것이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는 푸른 물감과 손금에서 흐르는 강물을 연상한 것이다. ‘맑은 강물’이기에 강물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강물은 슬픔으로 형성된 것이다. 강물은 화자가 사랑하는 순이와 헤어지면서 생긴 슬픔의 양을 의미한다. 또한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를 두 번 연속 사용하여 그 슬픔이 계속 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사랑처럼 슬픈얼골’에서 ‘처럼’은 ‘거의 비슷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사랑’은 ‘슬픈얼골’이고 ‘아름다운 순이의 얼골’이다. 이를 정리하면 화자는 아름다운 순이를 사랑하고 순이는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으나 슬픈 얼굴을 하고 있다라고 할 수 있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어 본다.’는 슬픈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랑하는 순이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황홀’해진 것이다. 그리고 ‘눈을 감’고 사랑하는 순이의 얼굴을 음미하는 것이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얼골 - 아름다운 순이의 얼골은 어린다.’는 눈을 감아도 맑은 강물처럼 큰 슬픔 속에서도 지금은 슬픈 얼굴을 하고 있지만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 사랑하는 순이의 얼굴이 보이는 것이다.

 

 

이 시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순이를 잃어버린 역사로 볼 수 있다. 그 근거는 관습적 상징으로 ‘강물’은 역사의 흐름을 의미하고 윤동주의 <눈 오는 지도>를 보면 ‘순이’를 ‘잃어버린 역사’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시인 윤동주가 이 시처럼 깊이 사랑한 여인을 윤동주 삶에서 찾을 수가 없기에 실제의 여인을 가리킨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시를 보면 전체적인 해석은 다음과 같이 바뀐다.

 

가을이 되어 단풍잎이 여기저기서 뚝뚝 떨어진다. 나무와 잎이 헤어지는 것을 보니 슬픈 가을이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를 보면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잎눈과 꽃눈이 마련되 있다. 슬퍼서 나무가지 위에 펼쳐진 하늘을 본다. 소년의 꿈 또는 이상인 하늘이 펼쳐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면 눈썹과 볼에 희망이 스며든다. 희망 속에서 역사를 살펴 본다. 잃어버린 역사가 보인다. 내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역사이다. 지금은 조국을 잃어버려 슬픈 역사이다. 그러나 황홀하다. 눈을 감고 생각한다. 눈을 감아도 아름다우나 슬픈 역사, 내가 사랑하는 역사가 보인다.

 

앞의 해석과는 다르게 해석한 부분은 ‘하늘’을 관습적 상징인 ‘희망, 꿈, 이상’으로 풀었고, ‘강물’을 ‘역사의 흐름’으로, ‘순이’를 ‘잃어버린 역사’로 해석하였다. 그러므로 이를 제목인 <소년>과 관련시키면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소년이 잃어버려 슬픈 역사를 사랑하고 이를 회복시킬 것이다라는 것이 이 시가 지닌 의미이다.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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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少年)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은 어린다.

◎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서정적, 산문적, 애상적, 감각적

주제: 순이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특징: ① 시상의 연쇄 반복을 통해 정서를 부각함

        ② 시어의 반복으로 산문적인 형태이지만 운율감을 획득함

        ③  계절적 배경을 통한 시적 분위기를 조성함

        ④ 감각적 이미지의 사용이 두드러짐

해제: ebs 수능특강 참고로 함

  - 윤동주의 시가 일반적으로 지식인으로서의 시대적인 사명감, 순결한 양심, 갈등하는 자아 등과 같은 시적 지향을 지니고 있다면 '소년'은 그러한 것과 거리가 있는, 한마디로 연시(사랑을 소재로 하거나 다룬 시)라 할 수 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시상의 전개가 연쇄 반복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앞 시상이 뒤 시상으로 이어지는 형식을 띠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상 전개를 통해 시어(구)가 반복되어 산문시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운율감이 형성되고 있다. '소년'의 체험과 맞물린 이러한 형식은 소년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또 이를 통해 시인은 독자에게 진실함을 전달하고 있다. '소년'은 산문시의 아름다움과 함께 사춘기 소년의 진실한 사랑이 담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시어 및 시구 해설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소멸, 상실의 이미지        음성상징어, 부사어 -> 상실감을 부각

☞ 가을이 저물어가고 겨울이 오기 전의 상황을 가을이 떨어진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적 화자는 사랑의 상실로 인한 슬픔에 가득 차 있는데, 그런 화자의 정서를 ‘가을’에 감정 이입해 놓고 있습니다. ‘뚝뚝’은 ‘큰 물체가 잇달아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 또는 모양’을 뜻하는 부사어인데 ‘단풍잎’은 가볍지 않습니까? 따라서 ‘뚝뚝’이라는 음성 상징어, 또는 부사어를 사용하여 ‘떨어진다’는 상실감의 깊이를 더 크게 만들어 놓고 있네요.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는 관념의 구체화 발상을 이용한 것이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관념의 구체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사물이나, 눈에 보이는 것처럼 바꾸어 놓은 것

관념의 구체화 발상의 예)

- 동지(冬至)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춘풍(春風)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어론 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 황진이

- 여윈 추억의 가지가지엔 / 조각난 빙설(氷雪)이 눈부신 빛을 발하다. - 김광균, <성호 부근>

- 마음의 맺힌 실음 疊疊(첩첩)이 싸혀 이셔 -정철, <사미인곡>

-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 이육사, <광야>

* 田園(전원)에 나믄 興(흥)을 전나귀에 모도 싯고 / 溪山(계산) 니근 길로 흥치며 도라와셔 / 아희야 禁書(금서)를 다스려라 나믄 해를 보내리라. - 김천택의 시조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 단풍잎이 떨어져 나온 나뭇가지에는 봄이 되면 또다시 그 자리에 싹이 나겠죠. 그래서 ‘봄을 마련해 놓고’라고 한 것입니다. 여기서 화자는 하늘로 시선을 이동시킵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 푸른 하늘 빛이 눈썹에 물든다는 것은 하늘과의 일체감, 또는 동화의 감정을 말하고자 한 것입니다. 시각적 이미지가 느껴지죠?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촉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

☞ 하늘의 푸른 빛이 눈썹, 볼을 물을 들였다가, 다시 손바닥에 물이 옮겨듭니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 손바닥을 들여다보는 행위는 다음에 나올 시행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을 떠올리는 되는 계기가 되어 소년의 내면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습니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반복법을 통한 그리움이 정서를 부각함

☞ 파란 물이 든 손바닥의 손금에서 갈래 지어 흐르는 강물을 연상하고 있습니다. 손금의 ‘맑은 강물’은 ‘하늘’의 파란 빛에서 ‘눈썹, 볼’ 그리고 ‘손바닥’의 파란 빛으로 이어진 연상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하늘의 빛이 강물의 빛과 유사하다는 점으로 고려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도 같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 ‘강물’의 이미지는 ‘슬픔의 정서’와 연결되며, 슬픈 얼굴을 한, 아름다운 순이와 중첩되고 있네요. 이 때 ‘순이’는 소년이 사랑하는 대상(연인)으로 보이는 데, 반영론(일제 강점의 현실과 관련지어 봄)의 입장에서 본다면 상실된 조국이나, 유랑민 또는 그런 현실 속에서 슬프게 살아가는 우리 민족을 상징한다고 봐도 될 듯합니다. 단, 반영론이라는 조건에서 말이죠.

소년(少年)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 순이의 얼굴을 떠올린 소년은 황홀해져 눈을 감아 봅니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은 어린다.

☞ 눈을 감고 있지만(손금의 맑은 강물을 보고 있지 않지만) 이루지 못해 슬펐던 사랑처럼 슬픈 얼굴을 지닌,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내면화되어 계속 떠오릅니다. 순이의 부재로 인한 그리움이겠지요.

★ 시상의 연쇄에 대해 궁금한 학생을 위해......

시상은 시를 통해 시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정서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시어의 연쇄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시상의 연쇄라면 포괄적으로 접근이 가능하니까 시상의 연쇄라고 설명했을 겁니다. 아래 밑줄 그어진 시어를 중심으로 살펴보시면, 앞의 행에서 언급된 시어 또는 표현이 뒤에서 다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연쇄법: 앞구절의 끝말을 다시 다음 구절의 첫말로 삼아 글을 이어나가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

위 작품을 살펴 보시죠.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단풍잎~떨어진다. -> 단풍잎 떨어져, 하늘 -> 하늘, 파란 물감 -> 파란 물감

* 평가원에서 출제된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갱(坑) 속 같은 마을. 꼴깍, 해가, 노루꼬리 해가 지면 집집마다 봉당에 불을 켜지요. 콩깍지, 콩깍지처럼 후미진 외딴집, 외딴집에도 불빛은 앉아 이스토록 창문은 모과 빛입니다.

☞ 시어의 반복과 연쇄로 산문적 진술에 리듬감을 줌

* 한 편 더 들어 볼까요?

박용철의 ‘싸늘한 이마’라는 작품입니다.

큰 어둠 가운데 홀로 밝은 불 켜고 앉아 있으면 모두 빼앗기는 듯한 외로움

한 포기 산꽃이라도 있으면 얼마나한 위로이랴

모두 빼앗기는 듯 눈덮개 고이 나리면 환한 왼몸은 새파란 불 붙어 있는 인광

까만 귀뚜리 하나라도 있으면 얼마나한 기쁨이랴

파란 불에 몸을 사르면 싸늘한 이마 맑게 트이어 기어가는 신경의 간지러움

길 잃은 별이라도 맘에 있다면 얼마나한 즐검이랴.

이제 그만 해도 되겠죠^^

* ‘순이’가 등장하는 윤동주 시인의 다른 작품 한 편 소개해 볼게요.

 EBS 2011년 수능 특강에 수록된 작품인데, 이별의 안타까움과 간절한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窓)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地圖)위에 덮인다.

방(房)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壁)과 천정(天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歷史)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前)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로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국을 눈이 자꾸 나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국을 찾아 나서면 일 년(一年)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윤동주, ‘눈 오는 지도(地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