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전트 점프 근육 - seojeonteu jeompeu geun-yug

순발력 높이는 근육 발달로 농구에 강해
백인·동양인은 수영 등 물속 경기에 유리

요즘 미국에서 가장 '핫'한 사람은 누구일까.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생애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메릴 스트리프?

이 둘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만큼은 주인공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할 것 같다. 지난 2월 혜성같이 나타나 미국프로농구(NBA)에 '황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만계 미국인 출신 제러미 린(24ㆍ뉴욕 닉스)에게 말이다.

경기당 평균 14.4 득점, 5.8 어시스트를 올리며 NBA 유니폼 상의 판매량 1위를 기록 중인 린.

여기에 자신보다 키가 큰 흑인 선수들을 제치고 터뜨리는 덩크슛 역시 빠지지 않는다. 린에게 반한 미국인들이 린(Lin)과 광기(Insanity)를 합쳐 '린새니티(Linsanity)'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을 정도니 그의 인기를 짐작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이 린에 열광하는 이유는 2월 16일 뉴욕타임스에서 린에 관해 뽑은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뉴욕타임스의 제목은 '동양인도 점프를 할 수 있다(Asian men can jump).' '동양인은 NBA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뜨렸으니 전 세계 농구팬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농구는 흑인 선수들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경우 서전트점프(제자리 높이뛰기)가 110㎝에 달했고 키가 168㎝에 불과했던 스퍼드 웹의 경우 120㎝ 이상 뛰어오르며 1986년 NBA 슬램덩크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일반 성인 남성의 서전트점프는 평균 30~40㎝. 흑인들에게만 이 같은 '특혜'가 허용된 이유는 높이 뛰기 위해서는 짧은 순간 발휘되는 스피드와 근력이 중요한데 흑인들의 근육은 이를 위해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사람의 근육은 일반적으로 속근(速筋)과 지근(遲筋)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점프나 순간 스피드에 영향을 끼치는 근육은 속근이다. 속근의 특징은 수축력이 강해 근육의 수축이 빠른 속도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속근이 발달한 사람일수록 순발력이나 근력이 뛰어나다. 반면 지근은 근육의 수축력이 속근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근지구력이 뛰어나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운동을 해도 근육이 피로를 덜 느낀다는 이야기다.

흑인들이 NBA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일 수 있는 것도 속근이 백인이나 동양인에 비해 더욱 발달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백인이나 동양인의 경우 지근과 속근의 비율이 5대5다. 반면 흑인의 경우 속근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흑인들은 탄력과 순발력을 위해 필요한 근육이 훨씬 발달했다. 탄력과 순발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근육은 허벅지 앞쪽의 대퇴사두근과 뒤쪽에 위치한 햄스트링인데 흑인들은 이 두 근육이 훨씬 길고 강한 편이다. 100m 달리기와 같은 육상 단거리 종목에서 흑인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동양인이나 백인들이 좌절할 필요는 없다.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 지근과 속근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빠른 스피드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얼핏 보면 수영 단거리와 육상 단거리는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흑인 선수들이 수영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또한 속근과 지근의 차이 때문이다.

속근이 빠른 순발력과 높은 탄력을 자랑할 수 있는 이유는 지방의 비율이 지근보다 낮기 때문이다. 근육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짧은 순간 힘을 집중하기에 유리하다. 문제는 근육의 무게가 지방보다 더 나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 위에 떠있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에 많이 잠겨 있는 상태에서는 물의 저항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 나도 덩크슛!
꾸준한 반복훈련 통하면 점프력 높일 수 있어
청소년은 착지할 때 부상위험 높아 조심해야 농구공을 한 번이라도 잡아본 사람 가운데 '덩크 한 번만 해봤으면…'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큰 맘 먹고 뛰어올라봤지만 여전히 림이 멀게만 느껴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일찌감치 포기할 필요는 없다. 점프력 역시 근육을 사용하는 만큼 반복된 훈련으로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러미 린 역시 마찬가지다. 린의 화려한 실력은 피나는 훈련 덕분이다. 농구에 모든 것을 바친 이들이 모인 NBA에서도 린은 '훈련벌레'로 유명하다. 린은 하루에 적어도 6시간 이상을 개인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어떤 훈련을 해야 조금이라도 림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훈련 방식은 선수마다 다르지만 오랜 시간 꾸준히 반복해서 훈련할 때 점프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서전트점프가 9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SK 나이츠의 김효범(29). 그 역시 키가 193㎝에 달하지만 처음에는 림에 손조차 닿지 않았다. 그는 점프 솔(발목에 차는 운동보조기구)을 차고 하루에 4시간 이상 운동을 하면서 점프력을 키워 나갔다. 이 같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김효범은 2년 뒤 덩크를 처음으로 성공시키며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았다.

다만 과욕은 금물이다. 착지를 할 때 모든 충격이 발목과 무릎 등 하체에 집중되기 때문에 그만큼 부상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근육이나 연골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청소년의 경우 충격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에 훈련프로그램을 짤 때 조심해야 한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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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대만계 선수 돌풍으로 본 동양인의 점프력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가로채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 골밑까지 도달한다. 그러고 점프, 순간 미국프로농구(NBA) 뉴욕 닉스의 홈구장인 매디슨스퀘어가든을 가득 채운 팬들의 입이 쩍 벌어진다. 앳된 얼굴의 동양인은 자신보다 20cm 이상 큰 흑인 선수 두 명을 앞에 두고 더블 클러치(공중에서 몸이 뜬 상태에서 한 번 더 점프하는 동작) 슛을 성공시킨다.

몇 분 뒤 그는 환상적인 덩크슛까지 터뜨린다. 키 191cm에 ‘불과한’ 그가 마치 시간을 정지시킨 듯 공중에 떠오르자 누구도 막지 못했다. 경기가 끝날 무렵 홈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외친다. “MVP, MVP!”

○ 동양인도 점프를 할 수 있다

며칠 뒤인 이달 16일 뉴욕타임스는 그와 관련해 큼지막한 제목을 뽑았다. ‘동양인도 점프를 할 수 있다(Asian Men Can Jump).’

주인공은 대만계 미국 선수인 제러미 린(24). 혜성처럼 등장해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그는 뉴욕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주간 최우수선수(MVP)로 뽑힐 만큼 실력도 발군이지만 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검투사’ 같은 이미지로 미국 농구계의 오랜 편견들을 깨뜨려서다.

린은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농구에서만큼은 철저히 비주류인 하버드대 출신 모범생이 NBA에서 활약을 펼친다는 이유만으로도 상품성은 충분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농구, 그것도 가드 포지션에서 동양인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동양인이 농구에서 흑인 선수와 ‘맞짱’을 뜬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린의 등장으로 최소한 이러한 의문을 품어볼 수는 있게 됐다.

1992년 개봉한 ‘백인은 점프를 할 수 없다’(WHITE MEN CAN’T JUMP, 한국 개봉 명 ‘덩크슛’)란 영화가 있다. 영화에서 길거리 농구를 하는 주인공 백인에게 흑인들은 이렇게 비아냥댄다. “너는 점프력이 부족해서 절대 농구를 잘할 수 없어.”

흑인들의 탄력은 엄청나다. 흑인 농구 스타들의 경우 제자리뛰기(서전트 점프)가 80cm 이상 되는 선수가 즐비하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49)은 서전트 점프가 110cm에 이르렀고, 키가 168cm에 불과한 스퍼드 웹(49)도 무려 120cm 이상 하늘로 솟구치며 덩크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일반 성인 남자의 서전트 점프 평균이 30∼40cm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 흑인 근육은 말 근육?

흑인들의 특별한 점프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부분이 크다.

일단 근육의 비율과 생김새부터 다르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기관이 조사한 결과에서 백인이나 동양인의 경우 탄력 및 순발력에 관여하는 백근(白筋)과 지구력 등에 관여하는 적근(赤筋)의 비율이 5 대 5인 반면, 흑인은 백근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탄력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근육이 허벅지 앞쪽 대퇴사두근과 뒤쪽 햄스트링인데 흑인은 이들 근육 역시 길고 강하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성봉주 책임연구원은 “흑인들은 허벅지는 굵지만 상대적으로 종아리와 발목이 가늘어 점프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날렵한 종아리에 잔 근육이 촘촘하게 발달돼 있는 모습은 마치 말이나 사슴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나윤수 송호대 교수(생활체육과)는 허리와 엉덩이의 역할을 강조했다. “점프에 있어선 허리가 기둥이고 엉덩이는 주춧돌 역할을 합니다. 흑인들은 상체와 하체 힘을 모아주는 허리가 선천적으로 튼튼해요. 또 높게 솟은 엉덩이는 무게중심을 위로 끌어올려주면서 탄력을 더해주죠.”

점프력은 단순히 탄력만 좋다고 되는 건 아니다.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정종일 트레이너는 유연성과 균형감각 역시 탄력 못지않게 점프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런 유연성 및 균형감각의 60%는 타고나는 것이다. 정 트레이너는 “흑인들은 머리, 가슴, 허리, 다리, 발에 이르기까지 균형 잡힌 몸매를 타고났다”면서 “부드럽게 점프하고 안정적으로 착지하는 흑인의 유연성은 동양인이 따라가기 힘든 조건”이라고 말했다.

○ 10kg의 납조끼…1000개의 2단 뛰기

그렇다면 동양인은 마냥 흑인을 부러워만 해야 할까. 낙심하기는 이르다. 점프력도 반복된 훈련으로 향상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흑인 선수들의 놀라운 점프력 이면에도 피나는 노력이 있다. NBA 현역 최고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28)는 2009년 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저의 현재 운동 능력은 TV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는 지옥 훈련의 결과입니다.” 그는 시즌이 끝난 뒤에도 탄력 있고 균형 잡힌 몸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트레이너와 연구하고,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웨이트트레이닝에 할애한다고 덧붙였다.

제러미 린 역시 다르지 않다. 사실 피부색만 동양인일 뿐, 미국에서 자란 그는 미국식 시스템이 길러낸 지독한 훈련벌레로 유명하다. 개인 훈련과 웨이트트레이닝에만 적어도 하루 6시간 이상을 쏟아 붓는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흑인 선수들보다 뒤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들과 수준을 맞추려면 훈련시간을 계속 늘리는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 유학파 농구 선수인 최진수(23·오리온스)는 “처음 미국에 도착했을 당시 흑인들도 점프력을 얻기 위해 근육 강화 운동을 엄청나게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미국 고등학생 농구 선수들은 어림잡아 55만 명. 그중 NBA에서 성공할 만한 0.1%에 들기 위해선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확 잡아끌 운동 능력이 필수다.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에 사활을 건다.

점프력을 기르기 위해선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 캐나다 동포 출신으로 서전트 점프가 95cm에 이르는 프로농구 모비스의 김효범(29)은 “처음엔 림에 손이 닿지도 않았지만 점프 솔(발목에 차는 무거운 운동보조기구)을 차고 하루 4시간 이상 훈련을 했더니 2년 뒤 덩크슛을 처음으로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프로농구 전자랜드의 유도훈 감독(45)은 현역 시절 10kg의 납조끼를 입고 산에 오르는 훈련을 반복해 서전트 점프를 10cm가량 늘렸다. 뛰어난 탄력으로 ‘캥거루 슈터’란 별명을 얻었던 조성원 삼성 코치(41)는 매일 줄넘기 2단 뛰기를 1000개씩 하며 점프력을 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6cm의 키로 경기 중 자유자재로 덩크슛을 구사하는 프로농구 SK의 김선형(24)은 “점프를 높게 하려면 하체 힘도 중요하지만 순간적으로 힘을 모으는 능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역도 선수들이 주로 하는 스쿼트(역기를 들고 앉았다 일어서는 운동)나 파워클린(역기를 목 근처까지 끌어올렸다 내리는 운동) 같은 운동을 꾸준히 반복해 보세요. 하체 힘은 물론이고 순발력까지 길러져 어느 순간 림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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