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 segyejeog-in san-eobdijaineo

입력 : 2013.12.14 03:07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 segyejeog-in san-eobdijaineo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산업 디자이너로는 어떤 인물들이 있을까. 카림 라시드와 함께 필립 스탁, 아릭 레비를 가리켜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라 일컫는 사람도 있고, 독일 유명 미술 출판사 타쉔(Taschen)은 라시드 대신 론 아라드를 넣어 세계 3대 디자이너로 꼽기도 했다.

순위의 공정성을 떠나 이들이 가장 대중에게 친숙한 디자이너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필립 스탁은 대중적으로는 이탈리아 주방용품 브랜드 '알레시(Aleesi)'의 레몬 즙 짜는 도구로 유명하다. 레몬을 윗부분에 대고 으깨면 즙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방식으로 제작된 이 제품은 필립 스탁이 해산물 전문 식당에서 오징어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선 종로타워 33층 레스토랑 '탑클라우드' 화장실을 디자인했다. 폐쇄적인 곳으로만 인식되던 화장실을 라운드형 세면대와 밝은 유리벽을 활용해 탁 트인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글로벌 디자인 컨설팅 회사 탠저린의 이돈태 공동대표는 "필립 스탁은 발상의 자유로움에 있어선 높은 평가를 받지만, 그의 제품은 실용성 측면에선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 그래서 그의 '작가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디자인계에서 그를 '스타일리스트'로 부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최근 행남자기의 '플루이드(fluid)'를 디자인한 아릭 레비는 최첨단 소재를 통해 편안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잘 표현한다고 해서 '테크노 시인(Techno Poet)'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론 아라드는 거칠고 차가운 느낌의 금속 표면을 착색하지 않고, 소재의 본래 속성을 그대로 노출하는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책벌레(bookworm)'라는 책꽂이는 날카롭고 딱딱한 금속을 선과 면을 활용해 벌레가 구불구불 기어가는 모습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파리바게뜨의 생수병, 애경의 '순샘버블' 세제 등 국내 일상 생활용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카림 라시드의 디자인은 파격적이고 대담한 색상과 단순함으로 선호도도 높지만, '유치하다', '기존 작품을 끝없이 카피한다'는 혹평도 엇갈린다.

카이스트 정경원 교수(산업디자인학과)는 "기존 색채 질서를 파괴하고 자기만의 언어를 확고하게 내세운 점은 평가 받을 만하지만, 그의 디자인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자료원: 조선일보 13.12.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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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자인 어디까지 가봤지? 2 산업 디자인 편

‘물건’을 만드는 제조 회사의 목표는 로컬이 아니라 글로벌이다. 이제 더 이상 ‘Made in USA’는 특별한 프리미엄이 없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 대국인 동시에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모이는 미국은 ‘글로벌’을 목표로 한 제품을 만드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갖춘 곳이다. 또한 미국이란 나라가 지닌 다양성은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좋은 토양이 된다. 그런 이유에서 ‘Design by USA’는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이번 특집에서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미국의 증시만큼이나 빠르게 변하고 다양해지는 미국 산업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1

미국 산업 디자인의 발달은 세계 산업 디자인 발달의 역사 그 자체
2 1세대 미국 대표 산업 디자이너
3 미국 산업 디자인의 살아 있는 역사 티그 
4 극한의 사용자를 생각하다 스마트 디자인 
5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최고 자산이다 루나 
6 HTC의 디자인을 책임진다 원앤코 
7 새로운 시대에 맞는 디자인 개념을 내걸다 뉴딜 디자인 
8 미국의 이성과 유럽의 감성이 만나다 마이크앤마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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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산업 디자인의 토대를 만든 개척자
윌터 도윈 티그 (Walter Dorwin Teageu, 1883~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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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747’로 대변되는 거대한 미국산 여객기만큼 20세기 미국 디자인을 상징하는 물건도 없을 것이다. 압도적인 크기, 튼튼한 몸체, 뛰어난 성능. 이런 비행기의 인테리어를 1946년부터 디자인했다고 하니 월터 도윈 티그가 레이먼드 로위, 노먼 벨 게디스와 더불어 미국 산업 디자인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가 산업 디자이너로서 명함을 내밀기 시작한 것은 미국 경제가 한창 공황으로 치닫고 있던 1926년. 사회는 공급 과잉에 힘겨워하고 있었고, 많은 생산업체들은 제품의 차별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이런 사회 상황 속에서 산업 디자인이라는 직업이 세상에 등장하게 됐고, 이후 미국 디자인계를 이끌 기라성 같은 디자이너들이 활약하게 된다. 월터 도윈 티그는 바로 이때 나타나 미국 산업 디자인의 전통을 맨 앞에서 이끌었다. 그는 원래 뉴욕의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공부하고, 광고 대행사에서 일하다가 산업 디자인 사무소를 열었다. 지금 시각으로서는 전공을 바꾼 것이지만 이제 막 산업 디자인 시대가 열린 당시에는 이처럼 전공을 넘나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사무실을 연 다음 해인 1927년 첫 프로젝트로 코닥 카메라를 디자인하면서 그는 점차 포드 자동차나 US철강, 텍사코 등 미국의 대기업들로 클라이언트를 늘려나갔다. 그러다가 1946년부터 보잉사와 인연을 맺고 보잉 707, 747, 777 등으로 이어지는 보잉 여객기의 인테리어를 전담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이어나가게 된다. 이러한 보잉과 티그의 협업은 그가 사망한 지금까지 그가 세운 디자인 회사 티그를 통해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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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코닥 밴탐(Bantam), 1936년. 
(오른쪽) 티그와 보잉의 파트너십은 1946년 ‘보잉 377’을 디자인하면서 시작됐다.

유선형 디자인의 선도자
노먼 벨 게디스 (Norman Bel Geddes, 1893~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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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미국 디자인은 크게 실용주의에 입각한 경향과 유선형적 경향의 두 흐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유선형은 비행기가 등장하면서 나타난 20세기의 형태다. 빠른 속도로 공기를 뚫고 날아야 하는 비행기가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형태로, 비행기에 적용한 유선형은 같은 형태라도 조형적 예술의 표현이 아니라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초음속으로 달리지 않는 자동차나 가만히 서 있는 연필깎이에 적용된 유선형은 장식적인 것이었다. 노먼 벨 게디스는 미국의 이런 유선형 계통의 디자인을 선도한 것으로 인정받는 사람이다. 원래 미술을 공부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브로드웨이 무대 세트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927년 산업 디자인에 대한 급격한 수요에 발 맞춰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를 연다. 그러고는 간단한 소품에서 전기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디자인하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특히 그레이엄 페이지사를 위한 콘셉트 카나 마차, 증기기관차, 비행기 등 운송 기기를 많이 디자인했는데, 그의 디자인은 너무 실험적이어서 당장 활용하기가 좀 어려웠다고 한다. 그것은 너무 이상적이었던 그의 성향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튼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경영 부실로 스튜디오가 망하기는 했지만, 그는 책을 통해 유선형이 도래할 미래를 피력했고, 고속도로나 운송 기기의 발달을 정확하게 예견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눈물 방울 모양(teardrop-shaped)의 자동차가 있다. 많은 유선형 디자인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이 자동차는 유선형 디자인의 씨앗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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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에머슨 패트리엇 라디오(Emerson Patriot Radio).
(오른쪽) 미래적인 느낌의 콘셉트 카.

미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레이먼드 로위 (Raymond Loewy, 1893~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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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꼽히는 사람이 레이먼드 로위다.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고전적이면서 화려한 코카콜라의 로고, S라인의 매혹적인 자태로 지금까지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는 코카콜라병을 디자인했던 디자이너라고 하면 무릎을 칠 것이다. 프랑스 출신답게 매우 유려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2차 세계 대전 전후의 미국 산업 디자인계를 주름잡았던 장본인이다. 얼핏 보면 필립 스탁의 1960~70년대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디자인은 우아하게 흐르는 곡선과 아름다운 비례가 특징이다. 거기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귀족적인 느낌이 보는 이들의 눈을 매료시킨다. 기차나 냉장고 같은 산업 제품이 이런 고전적인 느낌을 지닌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때로 이런 그의 디자인 경향은 동시대의 인체 공학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과 비교되면서 ‘장식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전혀 식상해 보이지 않는 그의 디자인은 장식이 더 이상 죄악이 될 수 없으며, 조형적 완성도도 매우 중요한 디자인의 가치임을 말해준다. 대개 산업 디자인의 여명기의 디자이너가 그렇듯 레이먼드 로위도 정식으로 산업 디자인을 배우지 않았다. 정작 전공은 엔지니어링이었고, 1차 세계 대전 때는 프랑스 장교로 참전하기도 했다. 종전 직후 그는 빈털터리로 미국행 이민선에 올랐다. 그리고 미국에서 패션 잡지의 일러스트레이션을 하면서 생활했다. 그러다 공황기 직전인 1927년 디자인 사무실을 열고는 초고속으로 성장했다. 1940~50년대 미국인들은 ‘레이먼드 로위의 디자인 속에서 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당시에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여파는 2차 세계 대전 후 미국의 고도 성장기를 등에 업으면서 더욱 커졌고, 이런 과정에서 프랑스 출신의 레이먼드 로위는 미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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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연필깍이.
(오른쪽) 코카콜라 디스펜서.

인체 공학적 디자인의 선구자
헨리 드레이퍼스 (Henry Dreyfuss, 1904~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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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감수성을 반영하지 않고, 사용하는 사람의 몸과 물체의 기능만을 과학적으로 고려하여 형태를 디자인하는 ‘인체 공학적 디자인’의 선구자가 바로 헨리 드레이퍼스다. 인체 구조를 수치화하여 디자인을 합리적으로 이끌어낸다는 생각은 2차 세계 대전을 전후로 미국에서 탄생했고, 미국 디자인의 전형이 되었다. 헨리 드레이퍼스는 바로 그 중심에서 미국 디자인의 서막을 열었다. 그의 디자인에 나타나는 과학적인 면을 보면 공대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 같지만 브루클린 토박이인 헨리 드레이퍼스는 원래 공연 무대를 디자인하던 예술 지향적인 인물이었다. 한때 노먼 벨 게디스의 견습생으로 같이 무대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대공황 직전에 노먼 벨 게데스가 그랬던 것처럼 전공을 바꿔 1929년 뉴욕에 산업 디자인 사무실을 연다. 그 후 벨 전화 상사나 록히드사 같은 기업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1930년에 벨 연구소를 위한 탁상 전화기 ‘웨스턴 일렉트릭 302(Western Electric 302)’를 내놓으면서 자신의 인체 공학적인 디자인 면모를 세계에 알린다. 수화기의 손잡이 모양, 송수화기의 각도, 다이얼 판의 각도와 구멍 등은 사용자의 몸 구조와 움직임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도출해낸 수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여기에는 디자이너의 주관적 개성이나 미학 등이 개입될 공간이 전혀 없었다. 대신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과학적으로 이루어지고, 생산에 대한 합리적 계산을 포함해 생산자와 사용자가 중심에 놓였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인간을 위한 디자인>을 통해 이런 인체 공학적 디자인관을 세계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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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벨의 웨스턴 일렉트릭 302(Western Electric 302), 1930년.
(오른쪽) 뉴욕 중앙 철도의 기차, 1936년.

바이라인 : 최경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1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