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관계 - miguggwa yeong-gug gwangye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문화적 관계는 1882년의 한미수교를 기점으로 하여 본격화되었다. 미국인들은 우리나라에서 선교활동과 함께 통상활동을 시작하였고,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민을 보내기 시작하였다.

공식적인 이민은 1903년에 시작하여 1905년 통감부의 금지조치에 의하여 중단되지만, 이미 그 이전인 1883년부터 1902년까지에 400명의 한국이민이 미국에 입국하고 있었다.

한편, 미국인들은 우리나라에서 선교활동의 일환으로 교육사업을 전개하여, 1885년의 배재학당 설립을 비롯하여, 이화여학교(1886)·경신학교(1886)·정신여학교(1887)·숭실학교(1897)·배화여학교(1898)·숭의여학교(1903)·호수돈여학교(1904) 등을 설립하였다.

또 한편으로는, 선교사·외교관·신문기자 및 여행가들이 미국과 캐나다뿐만 아니라 모든 영어사용권 사람들에게 우리나라를 진지하게 소개하는 일도 이 무렵에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1910년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로 합방하기 전에 출판된 많은 책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매켄지(Mckenzie)의 『한국의 비극 The Tragedy of Korea』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책들은 곧이어 벌어진 국권회복을 위한 투쟁과정에 커다란 공헌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1) 한국의 문화재

재외한국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주한미국외교관 출신인 헨더슨(Henderson,G.)의 소장품 중 한국문화재가 밀반출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던 1970년대 중반부터 일기 시작하였다고 하겠다.

1970년 국제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에서는 ‘문화재의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의 양도 금지와 그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을 채택하였으며, 1978년 ‘전쟁이나 식민지로 인해서 빼앗긴 문화재의 원산지로의 반환 또는 원상회복에 관한 운동’을 개시하였다.

이러한 UNESCO의 정신에 따라 한국UNESCO에서는, “문화재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패스포트 없이는 여행할 수 없다.”는 이론에 근거하여 헨더슨의 소장품 반환을 주장한 바 있으며, 해외문화재 실태조사연구사업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1995년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 “도난 및 불법문화재에 관한 유니드로아(Unidroit) 협약”이 체결되었는바, 이 협약은 유네스코의 1970년 “문화재의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의 양도 금지와 그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을 일층 강화한 것으로 도난 및 불법적으로 반출(수출)된 문화재는 그 소지자와 소유자를 확인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최고 75년을 소급해서 그 문화재를 원산지 국가로 반환 또는 원상복귀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회의에 많은 대표단을 파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기준으로 계산한다면 이 조약은 1923년 이후에 도난 또는 불법적으로 반출(수출)된 문화재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국제조약이다.

한편, 로스앤젤레스 소재 한국문화원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코리언 컬처 Korean Culture』에 「외국수장품 속에 있는 한국미술품 Korean Art in Western Collection」이라는 기사가 실리기 시작하여 1988년까지 16회 연재되어 우리의 관심을 더욱 불러일으켰다.

또한, 한국국제문화협회에서는 1986년과 1987년 두 차례에 걸쳐 조사연구반을 미국에 파견, 유수한 박물관과 개인소장품을 조사하게 하였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조사보고서를 통해서 우리는 비로소 미국 안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규모와 반출경위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조사연구작업은 1차연도(1986)에 피바디박물관, 프리어미술관, 브루클린미술관, 월터즈미술관, 보스턴미술관, 스미소니언인스티튜션의 자연사박물관, 버밍햄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조사하였고, 2차연도(1987)에는 호놀룰루미술관, 인디애나폴리스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하와이미술관, 로버트·무어소장품, 피바디박물관, 하버드대학의 포그미술관, 데이튼미술관, 보스턴미술관,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을 조사하였다.

이상의 조사된 박물관에다 헨더슨과 록펠러컬렉션, 그리고 몇몇 개인의 소장품을 합친다면 그 수는 상당수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이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에 소재하는 우리 문화재의 수는 1만 1140점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는 어쩌면 점 수가 아니라 종류 수일는지도 모른다.

한편, 이들 박물관의 초기의 한국문화재 수집경위를 보면, 1882년 한미수교를 전후하여 한국에서 활약하였던 외교관과 선교사들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프리어미술관은 주한 미국공사를 역임한 알렌의 수집품을 구입, 본격적인 한국문화재 수집의 기틀을 마련하였고, 클리블랜드미술관의 경우 세브란스병원을 설립한 세브란스(Severance,L.H.)의 수집품을 기증받음으로 해서 본격적으로 한국문화재를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한편, 개인소장품 가운데 쌍벽을 이루는 것으로 헨더슨컬렉션과 맥타가르트컬렉션을 들 수 있다. 헨더슨의 경우 그가 미국 외교관으로 두 번째 한국에 부임하였던 1958∼1963년 사이에 수집한 것이며, 맥타가르트(McTaggart,A.J.)의 경우 그가 1950∼1960년대에 외교관으로 한국에 재직할 때 수집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스미소니언자연사박물관에 2,436점, 피바디박물관에 1,359점의 우리 문화재가 수장되어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민속자료로서 19세기 말에 수집된 것으로 판명되었다. 미국 내의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를 몇몇 주요 소장처별로 살펴보기로 한다.

① 프리어미술관: 이 미술관은 주로 아시아의 미술품을 수집, 연구, 전시하기 위하여 설립된 미국 최초의 미술관이다. 프리어(Freer,C.L.)는 1905년 1만5434점의 미술품을 미국정부에 기증하였는데, 그 중 한국유물이 471점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당시로서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가 한국도자기를 처음으로 구입한 것은 1896년이었으며, 1897년 일본인 회사로부터 10조(組)의 찻잔을 구입하였는데, 그 중 8조가 한국도자기였다. 초기에는 주로 ‘사쓰마야키(薩摩燒)’라는 일본도자기와 유사한 한국도자기를 수집하다가, 1907년 알렌의 수집품을 구입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높은 안목을 갖추고 한국문화재를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이 미술관은 국보급 보물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12세기에 만들어진 고려청자주전자는 프리어가 1907년 알렌으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보스턴미술관 소장품인 동형의 은제주전자와 동일한 것이다.

프리어가 1909년 일본인 회사로부터 구입한 36점의 고려청자 중 12세기의 청자오리형 연적이 있는데 이것도 국보급에 속하는 것이며, 또한 12세기의 청자표주박형주전자·청자정병(Kundika), 13세기의 기명이 들어 있는 화려한 상감문접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하나의 명품은 상감인삼문매병인데, 그 당당한 형태와 유연한 문양 등이 나무랄 데 없는 일품이다.

1909년 이후 프리어의 수집활동이 다소 뜸해지는 것 같지만, 그 질에 있어서는 월등히 뛰어난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 1912년에 구입한 모란문에 봉황을 새긴 매병은 우아한 문양에 청명한 비색이 어우러진 일품이며, 1915년에 구입한 청자진사체연판문표주박형주전자는 뚜껑만 있다면, 우리나라 국보로 지정된 호암미술관 소장품과 동등할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다.

프리어수장품의 질적 우수성은 그의 생존시에도 인정을 받아, 1914년 미국에서 개최되었던 ‘중국·한국·일본 도자기전’에 그의 수장품 중 29점이나 출품될 정도였다.

이 전시회는 최초로 한국도자기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미국인들에게 일깨워주었다. 금속제 고고학적 자료도 상당량 수집하여, 200여 점에 달하는 금·은·철 제품이 수장되어 있다.

한편, 프리어가 수집한 한국화 가운데 1906년 일본인으로부터 구입한 14세기의 유양관음상이 있는데, 브룬디컬렉션의 것과 대동소이하다.

또, 16세기나 17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수묵화가 두 점 있는데, 하나는 16세기로 추정되는 8폭 병풍화이고, 다른 하나는 산수화이다. 전자는 신사임당(申師任堂)의 「포도도」와 같고, 후자는 「고사관수도」와 같은 구도이다.

이 박물관의 코리아 갤러리(Korea Gallery)는 1980년대 말에 개관되었으나 확실한 연대를 알 수 없다. 여하간 영국의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이나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처럼 우리의 도움 없이 박물관 독자적으로 우리 문화재를 중국과 일본의 유물로부터 분리해서 독립적으로 한국관을 마련한 것은 이 박물관이 처음이다.

② 클리블랜드미술관: 이 미술관의 한국컬렉션은 워너(Warner,W.R.)가 기증한 청동삼존불상과 세브란스가 기증한 청자접시 한 점으로 시작되었다. 그 뒤 세브란스의 가족은 이 미술관에 총 200여 점의 한국도자기를 기증하였으며, 세브란스는 1936년 세상을 떠나기 이전부터 세브란스기금을 세워, 이 미술관이 한국의 미술품을 수집하는 데 기여해 왔다. 이 미술관은 도자기·회화·조각·공예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미술품을 가장 골고루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회화작품 중 이 미술관이 자랑하는 고려시대 불화로, 1250년작으로 추정되는 아미타삼존불상과 1300년작으로 추정되는 삼존불상 그리고 1235년작으로 추정되는 나한상 등을 수장하고 있다. 그림의 추정 연대나 품격으로 보아 불화 중에서도 으뜸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미타삼존불상은 중앙에 큰 화염무늬 광배를 배경으로 서 있는 아미타불이 좌우에 협시불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것은 아미타불이 죽은 사람을 서방정토로 인도하러 오는 장면을 표현한 것 같다.

석가삼존상은 217.8×112.7㎝ 크기의 대단히 큰 그림으로, 비단에 채색과 금으로 그렸다. 이 두 작품은 혜호가 1313년에 그렸고, 현재 일본의 센소사(淺草寺)에 소장되어 있는 유양관음상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특히, 이 미술관이 자랑하는 청동삼존불상은 여러 가지 면에서 특이하다. 다른 삼존불상과는 달리 협시불로 관음보살과 미륵보살 대신에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을 데리고 있으며, 각 불상들이 독립된 연화좌 위에 앉아 있는데, 주존불은 결가부좌하고 있고, 협시불들은 반가사유상의 경우에 있어서와 같이 지장보살은 왼쪽다리를, 그리고 관음보살은 오른쪽다리를 보좌 아래로 늘어뜨리고 앉아 있다.

한편, 52.5×40.6㎝ 크기의 나한상 그림은 500개 중의 하나로 여겨지는데, 이 밖에 두 개의 그림이 현재까지 전해 오고 있는 귀중한 작품이다. 오른쪽 상단에 ‘464(?) 나한’이라는 명문이 시주자들의 이름과 함께 보인다.

종교화가 아닌 그림도 상당히 많은데, 그 중 이수민(15세기 중엽)의 사계절 산수화는 일품이다. 이수민은 1425년 일본으로 건너간 화가로, 이것이 일본 밖에 있는 유일한 그의 그림이다.

이 미술관은 1979년 또 한 점의 15세기 한국산수화를 구입하였는데, 1490년을 밝히는 명문 이외에는 아무런 단서가 없다. 우리나라의 박물관이나 개인소장 중 이와 비슷한 유의 그림은 없다고 한다. 17세기의 작품으로 여겨지는 당상관 이상의 문과초상화도 한 점 수장하고 있다.

한편, 세브란스가 이 미술관에 기증한 도자기를 종류별로 보면, 8세기의 뚜껑달린 함과 고려청자대접·정병·죽순형주전자·철채백퇴인삼잎문양매병, 그리고 분청사기류가 많다.

이 중 특기할 만한 것으로 ‘수복강녕(壽福康寧)’의 넉 자를 몸의 중앙에 돋을무늬로 새긴 백자항아리를 들 수 있다. 18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항아리는 일본으로 건너가 차 도구로 쓰이다가 뒤에 이 미술관으로 오게 된 것 같다. 아마도 전성기의 광주분원요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③ 메트로폴리탄미술관: 350여 점의 한국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이 미술관은 유물을 상설전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상당한 수준급의 유물들이 많다. 1957년 한국미술걸작전이 미국을 순회할 때 이 미술관에서 전시되었고, 또 1981년의 한국미술 5천년전도 여기서 전시되었다.

이 미술관은 3∼19세기에 걸친 우리나라의 도자기·회화·조각 그리고 나전칠기를 소장하고 있는데, 특히 고려시대의 청자가 자랑거리이다.

8세기 중엽의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불상은, 동류의 한국 불상들이 대체로 중국의 것을 모델로 하고 있음에 반하여, 이른바 우다야나 형식을 취하고 있음이 특이하다. 이 불상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2구의 약사여래상과 유사한데, 보다 날렵하고 균형이 더 잘 잡혀 있다.

또, 11, 12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거울에 음각으로 새긴 아미타삼존불상이 있는데, 아미타불과 협시불들이 다같이 연화좌에 결가부좌하고 아미타불은 정면을 향하고 협시불들은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는 것이 특이하다.

고려시대인 14세기로 추정되는 두 점의 불화가 있는데, 우수하고 희귀한 작품들이다. 하나는 수월관음상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는데, 특이한 점은 상단 왼쪽 구석에 도교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즉, 달 속에 토끼 한 마리가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불사의 영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미타삼존불화인데, 주존불은 높은 보좌 위에 결가부좌하고 있고, 그 앞에 서 있는 두 협시불은 그 키가 보좌의 높이와 같아서 난쟁이같이 보인다.

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회화작품 중 두 점의 귀중한 산수화를 들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승려[僧]가 동자들을 거느리고 계곡의 다리를 건너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데, 1918년 처음 이 미술관에 들어왔을 때 중국 그림으로 잘못 수록되었다.

현재 일본의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이와 비슷한 양식의 한 쌍의 그림이 15세기 초 한국화가의 그림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 그림도 한국화임이 판명되었다. 다른 하나는 18세기 후기의 것으로 추정되며, ‘삼오제’라는 명문과 낙관이 있지만 화가를 알 수 없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독립된 “한국미술갤러리” 창설 기념으로 1998년 6월 7일부터 1999년 1월 24일 사이 한국미술특별전을 개최하였다. 마침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시기였기에 개관식은 더더욱 큰의미를 가졌다.

이번 전시회에는 신석기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는 토기류, 신라의 금관, 사리 장치, 유리제품, 금제품, 나전칠기류, 반가사유상을 비롯한 불교조각 작품, 아미타삼존불, 지장시왕도, 수월관음도, 신윤복·김홍도의 풍속화, 윤선도의 이인도 등을 비롯한 회화작품을 포함하여 총 100여 점이 전시되었다.

국립박물관 소장 유물 이외에 다른 박물관들과 개인 소장품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러한 세계적인 박물관에 독립된 한국관을 상설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한국미술(Art of Korea,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이라는 제목의 도록이 출판되었다.

④ 록펠러3세컬렉션: 1981년 록펠러3세(Rockefeller,J.D. 3rd)는 260점에 달하는 그의 아시아 미술품들을 아시아학회(The Asia Society)에 기증하였는데, 그 중 한국미술품은 10점밖에 되지 않지만, 대부분이 국보급에 속하는 도자기류이고 한 점은 불화이다.

청화백자항아리는 18세기의 것으로 짐작되는데, 학이 달밤에 소나무 위를 날아가는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그 우아한 형태와 문양이 뛰어나다.

또 하나의 청화백자병은 몸통 네 곳에 양식화되었으면서도 대단히 우아한 연잎무늬 한가운데에 활짝 핀 연꽃을 그려넣은 것이다. 이 두 백자는 대단히 인기가 있어, 1968년에 열린 한국도예전 이래로 주요 전시회에 단골로 출품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록펠러가 1965년에 구입한 한 쌍의 고려청자 10엽 형태의 잔과 잔받침은 그 기형이 날렵하며 코발트청색이 찬연한 걸작품이다. 한국미술 5천년전에도 이와 비슷한 작품이 두 점 포함되어 있는데, 모두 12세기 고려 인종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또 1968년 11, 12세기의 것으로 보이는 고려청자 대접과 주발을 구입하였는데, 최근에 와서야 발표되었다. 대접은 내부에만 연잎문양이 새겨져 있고 밖에는 문양이 없다. 한편, 주발은 내부에는 문양이 없고 밖에만 연잎문양이 겹겹으로 새겨져 있다.

그가 죽기 얼마 전인 1978년 14세기 작품인 불화 한 점을 구입하였는데, 이야말로 국보급에 속하는 진품이다. 이와 비슷한 불화가 몇 점 일본 나라(奈良)의 야마토문화관(大和文化館)에 소장되어 있는데, 제작연대는 대체로 14세기 초기로 보는 견해가 많다.

⑤ 애버리·브룬디지컬렉션: 올림픽운동가로도 유명한 브룬디지는, 그가 미술품수집을 시작한 1935년부터 1975년에 죽기까지 높은 식견과 안목을 갖고 최상급의 미술품을 수집하였다.

현재 그의 수집품은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에 기증, 소장되어 있는데, 우리 미술품은 300여 점에 불과하지만, 회화·조각·장식미술품과 고고학 자료를 망라한 뛰어난 작품들이다.

이 미술관은 1966년 개관한 이래 1979년 미국을 대표하여 한국미술 5천년전을 주선하기도 하였다. 이 미술관의 자랑은 우리나라와 일본 외에는 없는 우리 문화재를 상당량 소장하고 있다는 점이며, 또한 한국미술품을 중국·일본의 것과 나란히 상설전시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소장품 중 고고학자료로는 5, 6세기의 신라 토용(土俑)을 비롯하여 같은 시대의 금동관을 들 수 있는데, 경주에서만 출토된 신라 토용이 구미에서는 유일하게 이 미술관에만 소장되어 있다.

이렇게 아시아의 고대 문화재를 전문적으로 수집, 전시하던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은 1996년 12월 20일부터 1997년 4월20일에 재미 한국인 작고 화가인 배융(1928∼1992)의 작품 21점을 그의 미망인으로부터 기증받아 전시하고 이 미술관의 영구 콜렉션에 포함하였다.

그는 1950년대에 한국에서 판화운동을 주도하였으며, 1974년 미국으로 이민간 뒤에는 우리가 소위 ‘몰골(沒骨)화법’이라 부르는 독특한 스타일로 명상을 주제로 하는 선(禪)적인 작품을 제작하였다. 배융은 아마도 21점이나 되는 많은 작품을 외국의 미술관이 기증받아 영구 콜렉션으로 소장한 최초의 한국화가일 것이다.

한편, 삼국시대의 고분에서 출토된 것으로 보이는 금동관은 불교 도입 이전의 토속신앙적 요소가 보이는데, 그것은 신라금관의 예와 같다. 아마도 백제의 고분에서 출토된 것으로 보이는 이 금동관은 우리나라 이외의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삼국시대의 토기가 다수 소장되어 있다.

중요한 불교미술품으로는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의 금동불상과, 14세기의 금동오층탑이 있다. 금동불상은 불상의 한국화 양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으로, 조간시대(貞觀時代, 859∼876) 일본불상의 선조라는 평이 있다.

금동사리탑도 우리나라 밖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특히 지금은 그 자취를 찾아보기 어려운 고려시대 건축양식을 알아보는 데 귀중한 자료이다.

한편, 고려시대의 청자로 연꽃 마개가 달린 주전자가 있는데, 브룬디지가 제2차세계대전 직후 일본에서 구입한 것으로 우리나라 국보급에 해당되는 명품이다. 이 밖에도 12세기의 용머리에 거북몸통을 한 연적, 13세기의 상감문청자항아리 등 명품이 소장되어 있다.

⑥ 보스턴미술관: 이 미술관에는 최근에 한국관이 새로 마련되어 150여 점에 달하는 우리 미술품을 비교적 잘 전시하고 있다. 이 미술관이 여타 박물관과 다른 점은, 구미의 박물관들이 대체로 고려청자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 데 반하여, 조선시대의 백자를 비롯하여 금속공예품과 나전칠기 등 여러 분야의 유물을 한데 모아 다른 분야와 연결시켜 연대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진열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명품 중의 하나로 통일신라시대 최고의 불상으로 알려진 8세기의 금동약사여래상을 들 수 있다. 키가 36㎝로 비교적 작은 입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보고가 되지 않은 귀중한 작품이다. 이와 유사한 53구의 금동불상이 금강산 유점사에 보존되어 있었다는 기록만이 보일 뿐 현품은 찾아볼 수가 없다.

다음으로 신라시대의 고분에서 출토된 일괄유물이 있는데, 이 유물들의 색깔(청록색)과 그릇의 틈새에 묻어 있는 흙을 조사해 본 결과 동일 고분에서 출토된 것이 확인되었다.

뚜껑에 고리가 달린 청동함을 비롯하여 말방울·말안장 장식 등이 있는데, 불행하게도 정확한 출토지를 확인할 수가 없다. 다만, 이 함 외부에 한자로 ‘왕씨’라는 음각 명문이 있는 것으로 보아 대략 5, 6세기의 왕실 부장품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고려시대인 11세기의 것으로 보이는 은제바리와 은제봉황마개가 달린 주전자도 소장되어 있는데, 이 또한 국보급에 속하는 명품으로 당시 불교의식에 사용된 기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일괄유물로 고려 말이나 조선 초의 것으로 보이는 은도금 탑형태의 사리함이 있다. 이 사리함을 지공선사(指空禪師)와 관계가 있는 북한의 화장사 출토로 보는 학자도 있지만, 지공의 제자인 나옹선사(懶翁禪師)가 1376년 서울 근교에 세운 회암사 출토품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이와 비슷한 사리함이 서울 근교의 수정사와 금강산에서 발견된 예가 있다. 사리함은 받침과 탑형태의 본함이 있고, 그 속에 5개의 탑이 들어 있는데 이 소형탑에 새겨진 명문을 보면, 3개의 탑에는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었다고 한다.

⑦ 그레고리·헨더슨컬렉션: 이 수집품은 헨더슨이 1948년 주한 미대사관의 3등서기관으로, 그리고 다시 1958∼1963년 문정관과 정치담당 참사관으로 근무할 당시 수집한 것이다.

이 컬렉션의 특징은 삼국시대의 토기로부터 조선시대의 분청사기와 백자에 이르기까지 한국도자기를 골고루 한데 모았다는 데 있다. 이 수집품만 가지고도 족히 한국도자기박물관을 만들 만한 훌륭한 수집품이다.

속칭 헨더슨컬렉션은 박정희 정권시대에 그가 유신을 반대하자 그의 컬렉션이 불법적으로 수집되었고 또 반출되었다는 이유로 1970년대에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일이 있었다.

많은 한국인들이 서울 중학동의 미국대사관 직원 관사를 드나들면서 그 집에 진열되어 있던 우리의 문화재를 보고 어렴풋이 ‘그렇구나!’ 하고 짐작은 하였지만 그 컬렉션의 진수를 우리가 알게 된 것은 1969년이었다.

그 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미술관에서 개최된 그의 한국도자기 컬렉션전람회는 아마도 유사 이래 처음 있었던 한국도자기 해외 전시였을 것이다.

당시에 발간된 전시 카탈로그에 의하면 총 143점이 전시되었는데, 그 중에는 낙랑시대의 작품 1점, 김해 2점, 백제 3점, 가야 10점, 신라 29점, 고려시대의 음각·양각·상감청자 36점, 조선시대의 분청·백자·청화백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컬렉션은 소수의 희귀품과 명품을 포함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한국도자기사의 연구에 대단히 중요한 연구 컬렉션(study collection)이다.

1990년대 초에 우리나라와 미국의 유수한 박물관들이 이 컬렉션을 입수하기 위해서 노력하였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하버드대학교의 포그미술관(Fogg Museum of Art)으로 정착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⑧ 기타의 수집품들: 로버트·모어스컬렉션은 최근에 유명해진 수집품인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거의 유일한 종합적인 컬렉션이 될 것이다. 이 수집품에는 삼국시대의 토기류, 고려시대의 불상·자기류, 그리고 조선시대의 자기류·회화·공예품 등이 망라되어 있다.

브루클린미술관도 상당히 다양한 수집품을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특히 민화와 민예품의 수집에 역점을 두어, 우리나라 밖에서는 최고의 민예품수집미술관이 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고려시대의 청자주전자·불화와 조선시대의 회화·분청사기·백자·민화·민예품 등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뉴와크미술관도 상당한 수집품을 가지고 있다. 아직 그 수집품이 다양하지 못하지만, 민화의 수집품은 그런대로 볼 만하다. 특히, 서산대사(西山大師)와 사명대사(四溟大師)의 영정은 그 필치가 민화풍에 가까운데, 아마도 무속에 사용되던 그림 같은 인상을 준다.

이 밖에도 우리 문화재를 200여 점 소장하고 있는 하와이미술관, 58종을 소장하고 있는 인디애나폴리스미술관, 158종을 소장하고 있는 하버드대학의 포그미술관, 그리고 55종을 소장하고 있는 버밍햄미술관 등이 있다.

한편, 현재 국제문화협회가 시작한 미국 안에 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조사·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되어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밖의 모든 문화재를 골고루 찾아내어 재외문화재 도록 같은 책이 출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미국 안에서의 한국학

미국 안에서의 한국학 연구의 역사는 대체로 4단계로 나누어, ① 1940년 이전의 개척단계, ② 1945년부터 시작된 파종단계, ③ 1955∼1965년 사이의 발아단계, ④ 1965년 이후의 개화단계로 구분한다.

미국 안에서의 한국학 연구의 현황을 보면, 현재 3,340개에 달하는 미국의 고등교육기관 가운데서 한국학을 어느 정도 가르치고 있는 기관은 19개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의 전체 대학생 1240만 명 중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은 2,300명으로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역부족인 현실이다. 현재 미국에는 350명의 한국학 전문가가 있는데, 그 중 200명은 전문적으로 한국을 연구하며 76%는 대학에 재직하고 있다.

이들의 과반수는 한국 태생으로서, 나이가 대부분 50세 이상이다. 현재의 추세로 보아 이들이 퇴직하고 나면, 아마도 그 자리는 동결되어 버릴 가능성이 더 크다. 따라서, 미국에 있어서의 한국학에 관하여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유관기관에서 우려를 표명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미국 내에서의 한국학 진흥을 위해서는 미국에 의존하기보다 한국측에서 더욱 관심을 높여 투자를 할 시기가 왔다는 중론이 일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주요 조직체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① 아시아협회의 한국협의회(The Korea Council of the Asia Society, New York, 1964).

② 아시아연구협회의 한국연구위원회(The Committee on Korean Studies, Association for Asian Studies Inc., 1966).

③ 재북미주 한국기독교한국학자협회(The Association of Korean Christian Scholars in North America, 1966).

④ 미국학술단체협의회와 사회과학연구협의회의 한국연구합동위원회(The Joint Committee on Korean Studies of the American Council of Learned Societies and Social Science Research Council, 1967).

⑤ 컬럼비아대학의 근대한국에 관한 세미나(Columbia University Seminar on Modern Korea, 1970).

⑥ 센트럴 코네티컷주립대학의 한국연구동우회(The Friends of Korean Studies, Central Connecticut State College, 1971).

⑦ 재북미주 한국정치학자협회(The Association of Korean Political Scientists in North America, 1973).

⑧ 남가주의 한국연구협회(The Association of Korean Studies of Southern California, 1974).

⑨ 피츠버그대학의 한미교육위원단(The Korean―American Educational Commission, University of Pittsburg, 1976).

⑩ 고려연구원(Koryo Research Institute, Los Angeles, 1978).

한편, 대학의 주요연구소로, ① 하와이대학 한국학연구소(The Center for Korean Studies, University of Hawaii, 1972), ② 웨스턴미시간대학 한국연구소(The Center for Korean Studies, Western Michigan University, 1972).

③ 캘리포니아대학 한국 및 일본연구소(The Center for Japanese and KoreanStudies,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1975), ④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한미관계 및 한국학연구소(The Center for Korean-American Studies and Korean Studies, California State University, Los Angeles, 1979)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이외에도 한국에 관한 연구를 하거나 한국을 포함하는 주제를 연구하는 기관으로는, ①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② 브루킹스인스티튜션(Brookings Institution), ③ 카토 인스티튜트(CATO Institute).

④ 전략 및 국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⑤ 헤리티지 파운데이션(Heritage Foundation), ⑥ 조지워싱턴대학 중국 및 소련연구소(Institute for Sino-Soviet Studies,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⑦ 랜드 코퍼레이션(Rand Corporation), ⑧ 스탠포드연구소(Stanford Research Institute) 등이 있다.

한편, 미국 내의 한국연구와 관련 있는 도서관으로는, 미국의회도서관을 비롯하여 하버드-옌칭연구소도서관, 컬럼비아대학의 동아시아도서관, 워싱턴대학도서관, 하와이대학의 동서연구소도서관, 캘리포니아대학(Berkeley)의 동아시아도서관, 웨스턴미시간대학의 왈도도서관과 브리감 영대학도서관 등을 손꼽을 수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대학의 동아시아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아사미문고(Asami Collection), 스탠퍼드대학의 후버연구소에 소장된 재한국 일본공사의 고문서자료와 가네자키문고(Kanezaki Collection), 뉴욕시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알렌의 필사본과 클레먼트에 있는 매코믹문고(McCormick Collection) 등은 한국에 관한 직접·간접적인 정보의 중요한 원천이 되는 특수문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