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손님 태우자” 장거리 차선 선점경쟁 치열 요즘 제주국제공항에서는 매일 새벽 택시들의 ‘위험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공항 입구를 막았던 바리케이트가 철거되는 오전 5시20분, 공항내 장거리 차선에 먼저 진입하기 위한 택시들의 치열한 자리싸움이 시작된다. 바리케이트가 철거되기 무섭게 해태동산과 용담 방면에서 쏜살같이 질주해 들어오는 30~40여 대의 택시들로 공항 입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 택시들이 막무가내로 질주해 들어오다보니 의경들도 바리케이트를 치우다 말고 줄행랑을 치기 십상이다. 택시기사들 간에 고성이 오가고 심지어는 난투극까지 벌어지는 등 하루를 여는 제주공항의 새벽 풍경이 점입가경이다. 이런 요지경 풍경은 최근 택시업계의 불황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게 택시기사들의 얘기다. 자가용과 대리운전업체, 렌터카 차량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택시 손님들이 격감하자 ‘빈 차로 기름값을 낭비하며 애써 돌아다닐 필요 없이’ 장거리 손님을 태울 수 있는 공항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 신모씨는 “시내에서 3시간 돌아다녀봐야 수입이 1만5000~2만원 정도밖에 안된다”며 “빈 차로 운행하는 게 50~60%고 그나마 기름값을 빼면 1만원도 남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신씨는 “영업난으로 놀리는 차량이 많다 보니 택시회사들이 월급 없이 하루에 5만원 정도만 갖다주고 나머지 수입금은 기사가 챙기도록 하고 있어 그 택시들까지 공항으로 몰려 새벽마다 자리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전쟁을 치르고 나서 그나마 오전중에 장거리 손님을 태우는 택시들은 겨우 5~6대 정도. 요즘같은 비수기엔 새벽에 그렇게 전쟁을 치르고도 보통 10시간은 기다려야 장거리 손님을 태울 수 있어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매일 되풀이되고 있다. 신씨는 “새벽마다 어린 의경들 보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라며 “무질서를 제대로 잡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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