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어느 정도의 각색이 이루어진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 다소 실망스러웠던 이토 준지의 근작들 중에서는 단연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오바 요조라는 인물은 매우 훤칠한 외모와 처세술 덕에 사람들을 이끄는 묘한 매력이 있는 남성이었지만,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만을 해가며 본인을 포함한 사랑하는 이들의 인생까지 밑바닥까지 끌고 가는, 인간으로서 실격이라고 할 수 있는 파렴치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측은지심이 가면서도 멀리하고 싶은 복잡한 인물이었습니다. 중간중간 삽입된, 오바의 곪고 썩어가는 어두운 내면을 보여주는 다소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이미지들은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 속 요소를 연상시켰습니다. 그야말로 이토 준지 작가님의 컴필레이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입니다. '인간실격'은 이토 준지의 정수가 담겨있는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다자이 오자무의 원작이 가진 힘인지 혹은 이토 준지의 그림이 주는 위압감 덕분인지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모든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출판사 미우 그리고 小学館에 있습니다. 사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누구나 상대를 가식으로 대하거나 그것에 불편함을 느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더 소중한 가치들을 왜곡시키지는 않았지만 요조가 가졌던 한계점 속에서 일부는 나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해집니다. 요조가 마음을 열고 단 한 사람에게라도 진심으로 다가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처음으로 요조의 진심을 간파했던 타케이치, 처음으로 연민을 느낀 쓰네코,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요시코, 모두 잠시나마 요조를 구원해 주는가 싶었지만 다시 끝없는 심연으로 들어가는 요조를 보고 있으면 아직도 작가의 고뇌를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이토 준지가 그린 '인간실격' 1, 2, 3권을 구매해서 모두 읽었다. 1권에 정가 10,000원인데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하면 9,000원에 배송비 없이 구매할 수 있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을 이토 준지가 만화로 그린 것이다. 이토 준지 인간실격 1, 2, 3권. 출판사 미우. 책 한 권의 두께는 이 정도. 이번에 느낀 게 이토 준지가 생각보다 만화를 잘 그린다는 것이다. 예전 그의 만화를 볼 때면, 자신이 창작한 기괴한 주제의 만화여서 그랬는지, 뭐랄까 정성껏 그렸다는 느낌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렸다는 느낌을 받곤 했거든. 그런데 이번 만화는 일본에서 나름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만화화했기 때문인지, 이토 준지의 예전 그림체와는 사뭇 다르게 정성껏 그렸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특히 이 만화에는 젊은 여성이 많이 등장하는데 다양한 여성의 얼굴을 만화로 매우 잘 표현한 듯싶다. 보통 대충 그린 만화들 보면 등장인물의 얼굴이 다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은데 이 만화는 그렇지 않다. 만화의 주인공인 오바 요조와 다자이 오사무가 정신병원에서 만나는 장면. 다자이 오사무가 자신의 삶을 소설화했다는 것을 염두에 뒀기 때문일까? 이토 준지는 오바 요조와 다자이 오사무의 얼굴과 체형을 매우 유사하게 그렸다. 매우 비슷하게 그렸지만 서로 다른 느낌을 주도록 그렸는데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여성 캐릭터. 오바 요조가 납잡한 생활을 하다가 만난 순진한 담배 가게 소녀. 오바 요조와의 결혼생활을 사랑과 신뢰로 지키려 하지만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오바 요조와 만난 거의 모든 여자가 그런 최후를 맞았던 것처럼. 역시나 오바 요조와의 만남으로 비극적 최후를 맞게 되는 약국 여주인. 소설을 쓴 다자이 오사무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는 자신 집안의 부유함을 부끄러운 것으로 여겼다고 하는데 그 때문일까? 소설가로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다섯 번의 자살 시도 끝에 사망한다. 그런 그의 삶을 보며 '도대체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인간실격은 그런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오바 요조의 삶도 '도대체 왜 그럴까'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좋은 집안과 좋은 머리 건강한 신체와 매우 잘생긴 얼굴을 타고났지만 오바 요조는 자신의 삶에서 도무지 갈피를 못 잡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모호한 이유로 세상을 두려워하며 그것을 외면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광대의 삶으로 포장한다. 내면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의 그와 잠깐이라도 스치는 여자는 알 수 없는 매력에 끌려 그와의 잠자리를 허락한다. 하지만 그에게 마음을 뺏긴 여인은 대부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얼핏 보면 오바 요조라는 남자의 삶은 참으로 한심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이해도 된다. 그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유모의 손에 자랐고 유년 시절 너무나 엄한 아버지 밑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랐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의 사도세자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 와중에 집안 하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하녀에게도 당한다. 소설이나 만화의 내용은 조금 더 쓰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여기서 이만 줄인다. 이번에 이토 준지의 '인간실격' 만화 1, 2, 3권은 꽤 몰입해서 읽었다. 조만간에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로 인간실격을 다시 한 번 볼 예정이다. 반품/교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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