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유튜버 학력 - gwedo yutyubeo haglye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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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아닌 문화로 접근한다면 과학은 공부가 아닌 재미와 흥미,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된다. 이른바 과학 ‘오타쿠’1)인 현직 과학자들이 모여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야기를 나누고 시청자와 소통하는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 그들이 꿈꾸는 과학문화, 과학 콘텐츠 제작기를 담았다.

편집자 주

주변에 보면 친구 중에 이런 사람 꼭 있다. 과학 도서를 읽고 자동차와 공룡의 이름을 외우며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와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을 보는 사람. <안될과학> 제작진 3명(공진, 궤도, 약)은 모두 그런 사람이다. ‘과학 오. 타. 쿠’. 이런 과학 오타쿠끼리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유럽과 미국에서 만들어진 과학 업적들과 과학 콘텐츠들이었다. 유럽과 미국은 뉴턴과 에디슨 등 인류의 역사를 바꾼 과학자들이 수없이 많이 탄생한 곳이니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인터스텔라>, <마션>, <코스모스 시리즈> 등 걸출한 과학 콘텐츠들을 보면서 임팩트 있는 과학 콘텐츠 중에 우리말로 된 것이 단 하나도 없으니 과학 오타쿠로서 참 아쉽고 부러웠다. 우리나라를 돌아보면 과학 콘텐츠가 입시를 위한 교육에 치우쳐져 있어 ‘과학문화’ 콘텐츠보다는 ‘과학교육’ 콘텐츠라는 말이 어울렸다. 그런데 일개 과학 오타쿠가 어찌하겠나, 우리가 과학을 좋아하는 것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방법은 대학원에 가서 박사학위를 받는 길 밖에는 없었다. 그러던 중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모두가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그런 흐름에 발맞춰 자신만의 영상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1인 크리에이터 시대가 왔다. 모두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분야의 내공 있는 사람들이 그간 본인이 쌓아왔던 콘텐츠를 마음껏 뽐내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과학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콘텐츠를 보며 팬으로서 응원하게 됐고, 한편으로는 우리말로도 깊이 있고 재미있는 과학 콘텐츠를 보고 싶었다. 우리나라에도 일부 훌륭한 과학 크리에이터가 등장해서 응원했지만, 1인 크리에이터로서 드넓은 과학 분야를 커버하기에는 벅차 보였다.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물리 분야 정도만 다뤄질 뿐 생물, 화학, 공학, 수학 등 수많은 과학 이야기들이 우리 말 콘텐츠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공학, 천문학, 약학을 전공한 전·현직 과학자 세 명이 뭉쳐 2018년 5월에 채널을 만들었다. 채널명은 ‘안될과학’, 어차피 과학으로는 잘 안될 것 같았다. 본업이 있지만, 즐겁게 작업했다. 그저 우리가 만나서 나누는 과학 이야기들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과학 콘텐츠 제작자로서 뉴미디어 플랫폼으로의 적응

과학은 분야가 너무 방대하고, 다뤄야 할 사전 지식이 많다.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 다른 분야 크리에이터와는 차원이 다른 품이 들어간다. 그래서 해외에서 성공한 과학 크리에이터 경우 팀 단위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Vsauce(3개 채널 2,000만 구독자), Kurzgesagt(1,200만 구독자), AsapScience(930만 구독자) 등). 이를 참고해 우리도 시작 인력만큼은 글로벌 탑 채널 수준으로 맞췄다. 이후 포맷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세 명이 만들기 가장 쉬운 포맷은 한 화면에 함께 나와서 하나의 주제로 썰을 푸는 것이다. 그래서 ‘인공지능’, ’미래여행’ 등 국내에서 잘 제작되지 않았던 주제로 세 명이 토크 하는 영상을 하나씩 만들었다. 처음 다 만들어진 영상을 보면서 우리가 봐도 너무 재미가 없었다. 정말 최악이었다. 그 영상들은 당연히 올리지 않았고 다시는 보지 않았다. 대신에 해외 채널들의 제작 방식을 낱낱이 공부했다. 해외의 성숙한 뉴미디어 시장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가장 따라하기 쉬운 부분부터 따라했다. 해외 채널들의 경우 제작 인력은 많지만 내레이터는 한두 명이었다. 지금 룰루랄라 스튜디오의 <워크맨> 등을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제작 방식 같지만, 당시 <무한도전>이나 <1박2일>, <런닝맨> 등이 호령하던 예능 시장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콘텐츠에서 내레이터를 줄이는 것은 등장하는 캐릭터를 줄이는 것이었고, 쉽게 상상하기 힘든 방식이었다. 그래서 캐릭터를 줄이지 않으면서 화자를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즉 영상 한 편당 한 명이 말하되, 셋이서 번갈아 서로의 영상에 출연했다. 뉴미디어이기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그렇게 세 명이 각자의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그리고 각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과학의 영역을 정해 커버하는 주제를 나눴고 프로그램 포맷들을 하나씩 만들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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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26만 명의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은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현직 과학자들이 직접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본격 과학 채널이다. <출처 – 필자 제공>

우리가 좋아하는 과학을 이야기하는 방법

<안될과학> 채널 내에는 다양한 프로그램 포맷이 있다. 최신 과학 논문 한 편을 소개하는 ‘언박싱 사이언스’, 하나의 심오한 주제를 빠르고 알차게 한 방에 정리해 주는 ‘긴급 과학’, 그리고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는 ‘랩미팅’이다.

가장 먼저 탄생한 프로그램인 ‘언박싱 사이언스’는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 셀(Cell) 등 저명한 과학 저널에 실린 논문 한 편을 알기 쉽고 위트 있는 언어로 표현하여 시청자에게 소개하는 콘텐츠다. 박사과정 중에 논문을 읽으며 흥미로운 연구가 많다고 느꼈다. 인류의 진보를 만들고 있는 최신 지식이라 그 의미도 크다. 하지만 논문은 전문가 외에는 접하기 힘들고, 어려운 언어로 나열돼 결국,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소수의 과학자들에게만 읽힌다. 심지어 같은 전공을 한 박사더라도 세부 연구 분야가 다르면 논문을 단번에 이해하기 꽤나 힘들다. 연구원들 입장에서는 수년간의 노력을 통해 겨우 세상에 공개한 실험 결과들이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다. 고민 없이 쓴 기사나 영상들이 소비되는 요즘 같은 시대를 생각해보면 과학자들의 노력이 세상에 전파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매우 슬프다. 그 슬픔을 박사과정 때 직접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언박싱 사이언스’ 시리즈를 기획했다. 뉴미디어에서 자주 활용되는 ‘언박싱’ 콘셉트를 차용하여 논문을 친근하게 소개한다. 논문에 사용된 전문적인 표현을 좀 더 쉬운 표현으로 전달하고, 화면으로 이해를 돕는다. 비유와 위트를 더해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볼 수 있게 돕는다. 이 ‘언박싱 사이언스’를 통해 세상에서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많은 재미있는 연구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혔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연구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됐으면 한다.

‘긴급과학’은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이자 안될과학 채널을 성장시켜준 히어로 콘텐츠다. 양자역학', '리만가설', '유전자가위', '홀로그램' 등 대중들이 어려워하면서도 흥미로워할 주제들을 하나의 영상으로 압축하여 한 방에 정리하는 시리즈다. ‘긴급과학’은 과학 오타쿠로서 과학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표출하는 고퀄리티 콘텐츠이다. 깊이 있는 과학의 재미를 전달하는 우리말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만든다. 20개 이상의 참고 논문들을 바탕으로 어려운 단어는 최대한 배제하고, 간결하고 빠른 말로 전개한다. 너무 과학적 내용만 있으면 시청자가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재미있는 유머, 드립(즉흥적인 농담성 발언)이나 짤방(이미지)을 사용한다. 이 모든 과정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니 영상 한 편 제작하는데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린다. 다행히 그만큼 조회수가 높고 반응도 좋다. 특히 양자역학이나 우주, 밀레니엄 난제 등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미지의 영역을 다루는 콘텐츠는 100만 이상의 조회수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메가 히트 콘텐츠를 제외하고는 긴급과학 시리즈는 만들 때마다 손해를 보는 포맷이다(26만 유튜버인데도). 한 편 만드는 데 자료 화면만 PPT 기준 300장 이상이 사용된다. 사진·영상 저작권료만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백만 원 이상이 든다. 그리고 인력도 많이 든다. 그래도 다행히 퀄리티를 올려놓으니 여러 기업들에서 브랜디드 콘텐츠 제의가 오곤 한다. 삼성SDS, GS칼텍스, LG화학, 퀄컴, POSCO 등 기술 기반의 회사들이 협업했고, 그 수익으로 나머지 오리지널 콘텐츠에 재투자하는 형식이다. 얻은 수익으로 우주나 양자역학 이외에 비교적 인기가 적어 조회수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인 공학, 화학, 생물 등도 골고루 다룬다. 과학 채널로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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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될과학> 프로그램 포맷 중 ‘긴급과학’은 하나의 심오한 주제를 빠르고 알차게 한 방에 정리해 준다. <출처 – 필자 제공>

마지막으로 ‘랩미팅’은 채널의 확장을 위해 팀에서 여러 고민을 한 후 개발한 콘텐츠 포맷이다. ‘언박싱 사이언스’와 ‘긴급과학’은 콘텐츠 특성상 내용의 깊이가 있다. 그래서 제작 및 검증에 너무 긴 시간이 들고, 발행에 수적인 제한이 있다. 그래서 시의성 있는 내용과 많은 주제를 원하는 시청자의 요구에 맞는 콘텐츠 포맷을 고민하다가 라이브 스트리밍이 제격이라 생각했고, 하나의 시의성 있는 주제에 대해 시청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포맷을 개발했다. 국내 및 해외 과학 크리에이터로서는 첫 정규 라이브 방송이 아닐까 생각된다. 매주 화요일 2시간씩 진행하고 있으며, 평균 600명, 최대 2,000명이 동시 시청한다. 뉴미디어의 속성을 잘 활용한 라이브 포맷이라 기존의 시리즈보다 다소 퀄리티가 낮아도 시청자들이 이해해 준다. 라이브 포맷에서 채팅으로 소통하는 즐거움 그리고 과학 커뮤니티 형성은 덤이다. 안될과학을 성장하게 해준 프로그램 포맷들은 기존의 과학 콘텐츠 소비층은 만족시켜줄 수 있지만 새로운 사람이 유입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낵형 과학 콘텐츠도 간간이 만들고 있다.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괴짜가 아닌 흔하고 재미있는 동네 형의 모습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신기한 실험 위주의 ‘안될실험’, 스타크래프트나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하며 과학 이야기를 하는 영상들도 만들었다. 뉴미디어 분야에 수요가 많은 게임, 요리와 같은 콘텐츠 영역에 과학적 설명을 덧붙여 더 친근하고 쉬운 과학 콘텐츠도 계속 시도해보려 한다.

과학 콘텐츠 채널에서 과학 덕후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운이 좋게 1인 크리에이터의 시대를 잘 만나 과학을 좋아하는 ‘과학 덕후’님들을 한 유튜브 채널에 모시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기뻤다. 그래서 모든 댓글에 대댓글을 달아 구독자들과 소통했다. 구독자들은 단순히 영상을 즐길 뿐 아니라 서로의 댓글에 응답하며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채널 오픈 1주년을 축하할 겸, 구독자 10만 명 달성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오프라인 만남을 주최했다. 제작, 출연진들의 과학강연과 함께 다른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을 초청해 과학 공연을 진행했다. 그리고 구독자분들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고 소통했다. 구독자들이 과학 공연을 보고, 과학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얼굴에서 과학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플랫폼이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를 집합시킨 것이다. 6개월 한 번씩 우리 채널에서는 무료 과학 행사를 한다. 그 자리에서 과학 강연뿐만 아니라, 과학 시를 읊으며 웃기도 한다.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더 소통하고 싶고, 더 재미난 일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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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될과학> 오픈 1주년과 구독자 10만 명 달성 감사를 위한 오프라인 만남 <출처 – 필자 제공>

대한민국 과학문화 형성에 일조하는 유튜브 채널로

SNS, 1인 크리에이터 시대가 오면서 모두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됐고,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은 광고주, 크리에이터, 소비자를 긴밀하게 엮어 양질의 콘텐츠에 보상함으로써 플랫폼 경제를 선순환시키는 일을 성공시켰다. 그 결과, 콘텐츠가 양적으로 많아졌으며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알짜 정보를 털어놓는 등 콘텐츠가 질적으로도 개선됐다. 자연스레 과거의 미디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과학, 곤충, 체형 교정, 뷰티 등의 영역에서 채널들이 생겨났고, 시청자들은 본인이 관심 있는 모든 영역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됐다. 이 말은 곧 누구나 본인이 관심 있는 영역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 채널에는‘과학’이라는 주제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우리는 이것이 더 많은 재미난 일들을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함께 과학문화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다. 일반인들이 스포츠, 영화, 음악으로 대화를 나누듯이 과학을 주제로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사람들이 축구팀, 아이돌의 티셔츠가 아닌 슈뢰딩거의 고양이, 다윈의 생명의 나무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를 상상한다. 먹고살기 위한 ‘과학 기술’을 넘어 함께 즐겁게 향유할 수 있는 ‘과학문화’가 생기기를 기원한다. 우리 채널이 그러한 문화를 만드는데 작게나마 일조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과학 유튜버’로 불리기보다 우리나라에 과학문화를 만드는 일을 하는 ‘과학문화 콘텐츠 제작자’가 되고 싶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각 분야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여러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 있게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은 모두 그들만의 작은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아마 그런 점들이 영상에 자연스레 녹아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주는 것이 아닐까? 진정성이 더 중요해진 시대, 우리도 더 진정성 있게 과학문화를 만드는 일들을 계속 진행하려 한다.

‘약’(이상곤) 유튜브 크리에이터

*위 기사는 <신문과 방송> 6월호 '취재기·제작기'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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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가지 분야에 광적으로 몰입하는 마니아를 일컫는 일본어로, 제작진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맥락의 단어로 수회 사용돼 순화하지 않고 그대로 게재함.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