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 디시 - geuneun bigbeuladeoleul salanghaessda disi

[만파식적] 1984

2021-12-30 (목) 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1984년 전체주의 가상 국가인 오세아니아의 런던. 당은 허구적인 인물인 ‘빅 브라더(Big Brother)’를 내세워 독재 권력을 극대화한다. 집집마다 쌍방향 송수신이 가능한 텔레스크린을 설치해 사생활을 감시한다. 정당성 확보와 사상적 통제를 위해 끊임없이 과거도 날조한다. 존재하지도 않은 반역자를 내세워 증오심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인간의 기본적인 성욕까지 통제하려 든다. 윈스턴 스미스는 이런 압제 체제에 반발해 지하단체에 가입하고 당의 전복을 기도한다. 하지만 체포돼 모진 고문과 세뇌를 받은 끝에 연인마저 배반하고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된다. 영국인 작가 조지 오웰이 폐결핵과 싸우다 죽기 1년 전에 내놓은 소설 ‘1984’가 그린 끔찍한 디스토피아의 세계다.

오웰은 1903년 인도에서 영국 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본국의 사립 명문 이튼학교를 졸업한 뒤 미얀마(버마)에서 경찰로 근무하다 제국주의에 혐오를 느껴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42세가 되던 1945년에 정치 우화 ‘동물농장’을 펴내 큰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그해 아내를 잃고 자신의 지병인 폐결핵도 악화돼 요양과 입원을 거듭했다. 고통과 불행 속에 4년 뒤 내놓은 ‘1984’는 전체주의 권력의 생리에 대해 필사적인 경고를 담은 셈이다. 두 작품의 소재는 대부분 당이 개인의 사상과 행동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스탈린주의 치하의 소련에서 가져왔다. 제목은 오웰이 집필 당시였던 1948년의 뒷부분 숫자 2개를 바꿔 만들었다고 한다.

출범 1년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무차별적으로 벌인 언론인·정치인 통신 조회 대상이 160여 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황제 조사’와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된 기자 3명에 대해서는 통신 영장을 발부받아 통화 내용과 메시지 착·발신 내역까지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이 ‘검찰 개혁’을 하겠다며 밀어붙였던 공수처가 설립 취지와 달리 ‘공포의 정권수호처’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없애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빅 브라더’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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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 디시 - geuneun bigbeuladeoleul salanghaessda disi

선생님, '1984' 읽었어요?

'동물농장' 좋아한다고 하셨잖아요.

같은 작가예요.

진짜, 재밌어요.

어이없겠도 초등학교 3학년 남자 친구가 코로나 사태 때 권한 책이 바로, 조지 오웰의 <1984>였습니다.

물론, 그 친구는 원본이 아닌, 초등학생 용 편집본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린 독자가 다 읽었냐고 채근할 때마다 '아니', '선생님 바빠서'라고 대답하기 부끄러워 지난주 1984를 붙잡고 주말을 보냈습니다.

조지 오웰의 '1984'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빅브라더가 다스리는 세계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곳은 도처에 텔레스크린을 설치해 감시가 이뤄지는 곳이며 어디에서도 개인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은 곳입니다.

심지어 당은 당원들의 과거를 조작해 사람들의 사상과 감정까지 통제합니다.

솔직히 1부는 진도가 더뎠습니다.

암울하고 답답해 책 읽는 내내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도시 한가운데서 쫄딱, 비를 맞고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치만 당이 당원의 사상을 지배하는 방식은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 디시 - geuneun bigbeuladeoleul salanghaessda disi

낱말을 없애는 건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지.

낱말이 단순히

다른 낱말의 반대만을 뜻한다면

굳이 있어야 할 필요가 뭐 있겠나?

'좋은' 이라는 낱말을 예로 든다면,

다른 '나쁜'이라는 말이

뭣 때문에 필요하겠나?

'안 좋은'이란 말이면 충분하네.

'좋은' 이란 말의 뜻을

더욱 강조하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네.

'탁월한', '훌륭한' 같은

모호하면서 쓸모도 없는 말들이

수두룩하게 있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 좋은', '더욱더 좋은'

이라고 하면 될 것이네.

-p74-

단어를 간단하게 만드는 일은 정부가 힘을 주는 정책 사업입니다.

이처럼 단어들이 사라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자네는 신어를 만든 목적이

사고의 폭을 좁히는 데

있다는 걸 모르나?

결국 우리는 사상 죄를 범하는 것도

철저히 불가능하게 만들 걸세.

-p75-

단어를 줄이고 대화를 줄이면 결국 사고의 폭이 좁아집니다. 결국 생각을 하지 않고 당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들을 만들게 되는거죠.

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 디시 - geuneun bigbeuladeoleul salanghaessda d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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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세상에서 주인공 윈스턴 사랑을 하게 됩니다. 2부는 바로 사랑으로 인해 잘못된 세상을 마주하게 되는 윈스턴의 상황을 그렸습니다.

분명 감정이라는 샘이 바짝 말라 쩍쩍 갈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씨앗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날아와 꽃을 피웁니다. 한 번 뿌리 내리기가 어렵지, 용기를 갖고 사랑의 감정을 받아들이니 그 다음엔 주체할 수 없는 환희와 희열이 찾아오고 그 행복감은 용기로 이어집니다.

결국 윈스턴과 그의 연인 줄리아는 지하단체인 '형제단'에 입소하고 자유를 갈망하며 당의 체제에 저항하게 됩니다

하지만 달콤했던 2부는 3부에서 서스펜서 스릴러로 변하죠.그리고 이 3부가 바로 조지 오웰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입니다.

조지 오웰의 '1984'는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함께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문학 작품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두 세계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1984'는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 어둑컴컴한 뒷골목 같다면

'멋진 신세계'는 광적인 쾌락만 존재하는 나이트클럽 같습니다.

그리하여 '1984'는 인간의 욕망을 꾹꾹 업악하는데 비하여 '멋진 신세계'는 인간의 욕망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립니다.

절대 같을 것 같지 않은 세계가 3부에선 맞닿아 있는 부분이 보여서 흥미로웠습니다.

인간은 자유와 행복 중

어느 한 편을 선택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행복을 더 선호한다.

당은 다수의 행복을 위해

악을 행하는 헌신적인 집단이다.

-p366-

자유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을 동반한다.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 디시 - geuneun bigbeuladeoleul salanghaessda disi

우리는 스스로 나를 채임지기 보다 누군가가 나를 책임져 주기를 원할 때가 있습니다.

자유에 달려오는 책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나의 자유를 남의 손에 넘겨주죠.

그리하여 '1984'의 국민들도 '멋진 신세계'의 문명인들도 생각의 자유를 던져 버리고 정부의 말에 순응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사상경찰에서 잡힌 윈스턴은 3부에서 정부의 핵심 인사와 이 세계를 유지하는 사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재밌는 것은 당의 핵심 인사인 '오브라이언'이 윈스턴이 가입한 지하단체, '형제단'의 고위 관계자라는 것입니다.

애초에 '형제단'은 없었습니다.

당과 맞서고 있다는'형제단' 은 사실 사상범을 잡기 위한 덫 같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은 사상범들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게 지하 조직까지 가짜로 만들어 촘촘하게 감시 체계를 만든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윈스턴, 자제는 후손들이 자네를 옹호해 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네.

후손들은 자네에 대한 얘기를 전혀 들을 수 없을 걸세.

자세는 역사의 흐름에서 깨끗이 지워져 버린다네.

그들은 당원들의 기억을 조작해 사상범들의 존재를 지워 버립니다.

그리고 수 개월 거친 잔인한 고문을 통해 사상범들이 당에 복종하도록 세뇌시킵니다.

윈스턴 역시 잔인한 고문 끝에 당을 사랑하고 당의 지도자인 '빅 브라더'를 추종하게 세뇌당합니다.

그런데 당이 사상범을 처단하는 순간은 바로 그때입니다.

당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그 순간 윈스턴은 사살됩니다.

'1984'에서 매 페이지마다 당을 증오하고 체제를 바꾸려고 저항했던 윈스턴의 마지막 모습은 무섭게도

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 디시 - geuneun bigbeuladeoleul salanghaessda disi

였습니다. 그리고 그 짧은 문장은 '1984'의 마지막 문장이기도 합니다. 순간 소오름이....조지 오웰은 반전의 귀재라는 걸 또 다시 확인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