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다른 사람 만나고 재회 - gagja daleun salam mannago jaehoe

1년 반만의 재회, 그 사람을 다시 찾았습니다.

아롱 2012.09.09 09:43 조회15,036

그 사람이 다시 내 사람이 된 지 오늘이 꼭 일주일 째입니다.

정말 그 일주일이 꿈같이 지나가서 안 먹어도 배부르고, 잠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았네요.

그 덕분에 살도 2키로 빠지구요.ㅎㅎ

전 올해 27세인 여자입니다.

제겐 잊을 수 없는 정말 세상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이 있습니다.

20살에 알았지만, 그저 그런 인연으로 스쳤다가

2년 후에 우연치 않게 사귀게 되어 3년 가까이 만나다가 막장 드라마 찍고 헤어졌네요.

헤어진 후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제가 없는 공백을 타고 들어 온 새로운 여자와 만나고 있다는 소식에,,,

그것도 그 사람이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 같이 일하던 여자라는 사실에,

저를 보며 인사하고 말까지 주고 받던 여자라는 게 정말 너무 화가 났어요.

제 눈도 못 마주치고 제가 그 일하는 곳에 놀러갈 때면

쭈뼛거리기만 하던 그 여자가 제 남자를 뺏아갔단 생각에 너무너무너무 화가 났어요...

저 역시 바로 남자친구를 만들었어요.

물론... 그런 남자친구와 오래 갈 순 없었지만 그 사람은 그 여자를 오래 만나더라구요.

워낙 여자친구에게 헌신적으로 모든 걸 내어주는 사람인데다가

마음도 약해서 모진 소리 한 번 못한다는 걸 알기에,

그리고 저와 만나는 동안 그런 약한 마음 참 많이도 짓밟았던 게 저라는 걸 알기에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힘든 티를 내면 그걸 안아주긴 커녕

더 투정부리고 화내고 짜증만 부리던 저와는 달리

그 여자는 그 사람을 감싸주겠구나... 하는 생각했거든요.

물론 이해하기까진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어요ㅎㅎ

처음엔 나보다 잘 난 것 하나 없는 그 여자를 선택한 그 사람이 너무 밉고 저주스러웠는데

그 사람을 그렇게 내몬 게 바로 내 자신이라는 걸

훌쩍 지나간 시간이 가르쳐 주더라구요.

우리에겐 추억이 정말 많았습니다.

제가 사는 집 앞 5분 거리에 살던 그 사람과 매일 같이 만나 동네 산책이라도 꼭 손잡고 하고,

둘 다 술을 좋아해서 비오는 날엔 막걸리, 치맥, 소주에 고기굽으며 수다떨고

친구들에게도 장신 커플이라며 이쁘단 소리 들어가며.ㅎㅎㅎ

(그 사람 키가 188이고 제가 172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가 25세이던 2010년에

저희는 유럽여행을 했었네요.

집 앞에서 보라색, 핑크색 캐리어 끌고 만나서 손 잡고 공항으로 가서 런던행 비행기를 타던 날

신혼여행 가는 기분이라며 한 껏 들떠있었어요.

열 시간이 넘는 비행기 시간 동안 좁은 이코노미 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내 목 아플까봐 이리 저리 자세 바꿔가며 날 기대게 해주던 그 사람과

8개국을 돌아다녔습니다.

빨간 이층 버스에서 내려다 보던 런던의 거리, 빛나던 런던 아이와 빅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모든 비행기가 캔슬되어 런던 게트윅 공항에서 노숙하던 2박3일

멋진 호텔 예약하고도 짧게 보내야만 했던 체코 프라하

미라벨 정원에서 어린 애처럼 뛰어놀며 사진 찍던 날씨 좋던 날

수상 도시 베니스 구석 구석 손잡고 돌아다니던 밤

에펠탑이 빛나던 파리...

무엇보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 나왔던 피렌체의 두오모에 올라갔던 날이 생각나네요.

'냉정과 열정 사이'는 일본의 남녀 작가 둘이 연애 편지를 쓰듯 각자의 입장에서 써내려간 소설인데

그 사람은 남성 작가의 파란 책, 쥰세이 편만 읽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두 권 모두 읽은 전 피렌체의 두오모에선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피렌체 두오모에서 프러포즈하면 받아주겠다고 농담을 하며 ㅎ 두오모로 올라갔습니다.

꼬불꼬불한 계단을 타고 두오모에 올라서서

그 사람은 제 손을 잡고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꼭 결혼하자고 ... 아니면 지금 두오모에서 뛰어내리겠다고 ㅋ

허접하지만 이것도 프러포즈라고 하며 웃어줬네요. 

그런 시간 후에

한국에 돌아와서는 결국 싸우고 화내고 지쳐서 ,,,

서로를 놓고,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고...

우연이라도 마주치길 바랐는데, 만난 적도 없이

간간히 들리는 소식만 접했더랬어요.

집 앞 5분 거리에 사는데도 그림자조차 본 적 없이....

그런데 뭣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부터는 그 사람이 너무너무너무너무 생각나서 미칠 것 같았어요.

그 사람이 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 여자를 만난 것도 내 탓이라는 생각,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난 후에 ,, 나도 행복해지고 싶단 욕심에

마음 없는 남자친구를 끝없이 만들며 실속없는 데이트를 바보처럼 이어나가던 것...

그 사람에게도 엄청난 상처를 줘놓고 내 이기심에 또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는 것.

그 누구를 만나고 헤어져도 고개 한 번 끄덕이고 바로 잊어낼 수 있을 만큼 무뎌진 제가

멍하니 운전하다가 우연히 그 사람 생각하며 듣던 노래를 듣는 순간...

다시 울고 있더라구요.

그렇게 며칠을 그 사람 안에 갇혀서 보내던 중

태풍이 오던 밤

정말 거짓말처럼

그 사람을 동네에서 보게 됐어요.

1년 넘는 시간 동안 우연히라도 본 적이 없었는데

마침 또 그 사람 생각에 빠져서 운전대만 멍하니 잡고 있던 차 밖으로

그 사람 역시 절 보더군요.

그 후엔 더

더 그리워졌어요.

아직 그 사람 옆에 그 여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내가 이렇게 다시 그 사람 옆 자리를 차지할 만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 연락처도, 그냥 전부 다 모르겠지만.

용기를 내서 그 사람에게 긴 메일을 보냈습니다.

함께 할 때 잘해주지 못했던 것

니가 아니면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그 여자가 아직도 니 옆에 있다면... 허락해준다면 기다리겠다는 것

그냥 내 사랑은 너 뿐인것 같다고

그렇게 울며 불며 써내려갔고

답장이 왔습니다.

오늘 밤 당장 만나자구요.

그게 저번 주 일요일이었고

우린 근처 바다로 드라이브를 하고 동네 어귀의 술집에서 소주를 마셨습니다.

얼마나 그리웠고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구구 절절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할 때마다

조심스레 눈물을 닦아주던 그 사람이

술 취한 밤 니가 보고 싶어서 집 근처에 가고는 했었다고,,,

정말 너무 보고싶었다고 그렇게 말해주는데... 전 꿈인 줄 알았어요,정말.

난 정말 널 위해 살았는데, 니가 대학은 나오라고 해서 스물 여섯 먹고 대학 신입생이 되었고

돈도 널 위해 벌고 모든 게 다 너였는데

왜 넌 그렇게 모질고 못되게 했었냐고 눈물 흘리던 그 사람을 보며

지난 시간이 사무치게 후회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사람 옆을 여전히 지키고 있는 그 여자에게 상처주기가 힘들다는 말과 함께요.

몇 번이고 헤어지려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솔직히 널 잊기위해 만났는데 마지막까지 상처주긴 힘들다고.

하지만 그 다음 날 바로

그 사람은 그 여자에게 아픈 말을 전했습니다.

저를 위한 거였다고 했고 전 너무 고맙고 감사했지만

...저를 아프게 했던 그 여자에게 처음으로 미안해지더군요.

저에겐 축복같은 일이지만 그 여자 입장에선 날벼락이었겠죠.

그 사람이 저에게서 도망쳤던 것처럼 다시 그 여자에게서 저에게 돌아왔으니까요...

그리고 저 역시 이 사람을 다시 만나기 전에 저를 만나고 사랑해주던 다른 분들에게

정말 웃긴 여자겠죠.

저에게 못된 말 하나 못했던 그 사람이

그 여자에겐 모진 말들 내뱉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혹시라도 하루 만에 제 마음이 변했을까봐 급하게 올 수 밖에 없었다고

...그렇게 말해주는데 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둘은

예전에 함께 쓰던 커플 번호에서 한 자리씩만 바뀐 번호로 다시 폰번호를 변경하고

핸드폰 기계도 예전처럼 똑같이 바꾸고

다시 예전처럼 매일 매일 만나고 웃고 떠들어요.

갑자기 너무 밝아진 그 사람의 표정을 보며 그 사람의 학교 동기들이 신기해한단 소리,

일하다가도 헤벌레 웃고 있는 절 보며 놀리는 소리도 모두 다 행복해요.

그 사람이 아직 취업 전이라 저에게 미안하단 소리를 하는데

예전에 대학생이던 저를 먹여살리다시피 하며 돈 버는 족족 저에게 모든 걸 다 해주던 사람에게

이제 돈버는 제가 뭔들 못해주겠냔 생각이 듭니다.

급하게 취업 안 해도 좋으니 그냥 내 옆에 있어만 달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일주일 동안

우린 꿈같이 지내며

예전 우리를 알던 사람들에게 다시 만난단 소식을 전하고

페이스북에 닭살짓도 하고

둘이만 볼 수 있는 카페도 만들고

부모님들께도 안부를 전해드리고

..얼른얼른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일주일 밖에 안 되서 좋은 거라고 생각할 수가 없어요.

그런 좋지 않은 생각은 조금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을 정도로

지금 서로가 있어서 완벽하게 행복하고 희망적이거든요...

이제야 제 자리를 찾았다는 생각에 포근한 안정감마저 들고 있으니까요.

이제 평생을 걸고 함께 할 유일한 사랑이라는 것도 아니까

서로 아니면 안 되는 걸 아니까 

조심스럽게 내년쯤 결혼을 생각합니다... 

이 글은 저희에겐 재회의 의미이고, 시작이 되지만

분명 저희 둘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압니다.

그건 어떤 욕을 들어도 할 말이 없고,,,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미안하단 말을 전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라도 미안하다고 쓰고 싶었고...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 만나게 된다는 걸 전하고 싶었어요.

물론 뼈아픈 자랑이기도 하구요.

ㅎㅎ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이제 예쁜 사랑을 할 겁니다.

이제야 제 자리를 찾아서

이제야 둘 다 진심으로 행복할 수 있어서

매일 매일이 꿈같고 소중하고 ,,,또 착한 마음을 먹게 합니다.

돌고 돌아서 서로를 어렵게 찾은 만큼

누구보다 예쁜 사랑 하고 싶어요:)....

그리고 다시 피렌체의 두오모에 가고 싶네요!

10년의 세월을 거슬러 다시 재회한 쥰세이와 아오이처럼...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고

인연의 끈은 쉽게 끊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돌고 돌아도 결국 서로를 다시 안도록 해주니까요...

모두 다 행복한 사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