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습득 결정적 시기 - eon-eoseubdeug gyeoljeongjeog sigi

외국어 학습 적령기는 몇 살? (연구)

입력 2018.05.02 11:37 조회수 2,372 입력 2018.05.02 11:37 조회수 2,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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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 외국어를 배우는 게 힘들까?

언어를 습득하기에 적절한 나이가 있다는 이른바 ‘결정적 시기’ 가설이 학계의 지지를 받지만, 그 나이가 몇 살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기존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언어 습득 능력은 이르면 5세, 늦어도 10세 안팎이면 쇠퇴하기 시작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지난 1일, 미국 MIT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언어의 문법을 습득하는 능력은 18세, 즉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그다지 쇠퇴하지 않았다. 기존 연구가 제시한 ‘결정적 시기’보다 훨씬 길다.

다만, 문법 실력이 원어민 수준이 되려면 적어도 10세 이전에 학습을 ‘시작’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18세 사이에 외국어 학습을 시작한 아이들도 빠르게 언어를 습득하긴 했지만, 원어민 수준의 유창함에 도달하기에는 남아 있는 ’결정적 시기’가 부족했던 것.

이번 연구에 참여한 보스턴 대학교 조슈아 하트숀 교수는 ‘외국어 학습을 유아기에 시작하든 열 살에 시작하든 효과에 별 차이가 없었지만, 열 살을 넘기면 습득 능력이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빨리 외국어를 습득하는 건 이민자 가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실험실에 재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실험실에 성인과 어린이를 데려와서 외국어 학습을 시킨 뒤 시험을 보면 거의 항상 성인들의 성적이 더 높았다. 언어란 일상 속에서 긴 시간 동안 습득하는 것인데, 단기간 학습을 시험으로 측정하다보니 집중력 테스트가 되고 만 것.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했다. 페이스북에 ‘Which English?’라는 제목으로 10분짜리 영문법 퀴즈를 올렸다. 입소문이 나자 퀴즈를 풀겠다는 사용자들이 몰리면서 영어 학습의 단계가 다른 다양한 연령대의 데이터 67만 건이 생성됐다.

퀴즈는 예컨대 ‘Yesterday John wanted to won the race.’ 같은 문장을 제시하고 문법적으로 옳은 지 묻는 식이었다. 캐나다 사람들이 옳은 문장이라고 답할 ’I’m done dinner.’같은 문제는 응답자가 어느 지역의 영어를 쓰는 지 체크하기 위해 삽입했다.

하트숀 교수는 “앞으로 문법뿐만 아니라 악센트 등 발음의 관점에서 ‘결정적 시기’는 몇 살인지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빈 서판>의 저자로 유명한 하버드 대학교 스티븐 핑커 교수도 참여한 이번 연구는 인지저널(Journal Cognition)에 실렸다.

[사진= imtmphoto/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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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시기 가설과 한국어교육

한국어교육도 결국 언어교육이기 때문에 언어교육의 일반론이 적용됩니다. 특히 한국어교육은 한국이 다문화사회에 접어들면서 대두되었기 때문에 역사가 짧습니다. 반면 다양한 이유로 다문화사회에 먼저 접어든 국가에서 언어습득과 언어교육에서 세분화된 외국어교육과 학습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하였기 때문에 저희는 그 연구들을 한국어교육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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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시기 가설

결정적 시기 가설이란?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는 언어 습득에 대한 연구에서 반드시 다루게 됩니다. 결정적 시기란 간단히 말해서 언어를 습득하기 쉬운 시기가 있으며 그 시기가 지나면 점점 더 언어 습득이 어려워진다는 어떤 시기를 말합니다. 이 시기는 생물학적인 시기 즉, 나이를 말합니다.

언어습득 대부분의 이론처럼 결정적 시기에 대한 개념도 초기에는 모국어 습득에만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모국어 습득에 실패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병리학적인 연구가 진행되면서 결정적 시기에 대한 가설이 대두되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제2언어 학습에 있어서도 생물학적인 시간표의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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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언어 습득과 결정적 시기 가설

정통적인 주장에 의하면 제2언어 습득에서 결정적 시기는 사춘기 즈음으로 봅니다. 그 이유는 결정적 시기 가설이 억양(Accent)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입니다.

결정적 시기와 억양(Accent)의 관계는 인간 이외의 동물에서도 발견됩니다.

토마스 스코벨(Thomas Scovel 1988)의 연구에서는 이른바 사회 동물학적 결정적 시기가 다양한 포유류와 조류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을 검증합니다. 그의 연구에서 포유류나 조류도 인간처럼 사춘기에 무리, 공동체의 사회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같은 종끼리 서로 구분하여 종족 보존을 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억양(Accent)을 발달시켰습니다. 따라서 사춘기에 억양(Accent)을 습득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내재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월시와 딜러(Walsh & Diller)는 뇌의 발달에 따라 제2언어 습득의 최적화 시기가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발음 등 언어의 하위 처리 과정은 아동기에 성숙되기 때문에 그 시기를 지난 후에 제2언어를 배우는 학습자는 상대적으로 이를 습득하기 어렵습니다.

생물학과 뇌신경학에 기반한 결정적 시기 연구는 억양(Accent)에 습득에 관한 것입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제2언어 습득에서 완벽한 원어민의 억양(Accent)을 구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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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제2언어 습득

억양(Accent)는 얼마나 중요한가?

억양(Accent)의 중요성을 논하기 위해 사춘기가 지나서 제2언어를 습득하는 경우, 원어민의 억양(Accent)를 습득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가능성이 낮다는 말이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말을 할 때는 목, 후두, 입, 입술의 수많은 근육을 미세하게 조절합니다. 따라서 어떤 언어의 원어민 억양(Accent)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이에 필요한 수 많은 근육을 다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성인이 말을 하기 위해 필요한 근육의 발달 정도는 사용하는 모국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비원어민의 발음으로 원어민들보다 더 유창하게 제2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언어란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의사소통과 실용적인 기능을 목적으로 한 언어 습득이 원어민 억양(Accent) 습득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환기시킵니다.

원어민의 억양이란?

영어 화자들에게는 “세계 영어들(World Englishes)”이라는 개념에 익숙합니다. 이는 국제화와 현지화에 의해 “원어민의 억양(Accent)”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현재 영어가 모국어인 국가들의 억양(Accent)이 다 다르며 심지어 그들 중 상당수가 외국인의 억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 존재했던 ‘성공적인 제2언어 학습 = 원어민 억양(Accent) 습득’이라는 생각을 “원어민 이상주의”라 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주장들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월시와 딜러(Walsh & Diller)의 뇌의 발달과 언어습득에 관한 연구에서도 언어의 상위 처리 과정은 뇌 발달의 후기에 해당하는 신경회로와 연관있으므로 성인들이 더 효율적으로 학습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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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한국어 교원으로서 저희는 이런 생물학적 일정표에 따라 수반되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습자들이 실제 도달할 수 있는 기적적인 수준의 유창함을 기대하며 교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의사소통에 지장을 주지 않는 문법 오류 등의 학습자의 실패를 너무 강조하거나 원어민 수준의 한국어 구사만을 너무 강조해서도 안 됩니다. 다만, 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학습자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했는지에 대해 대견하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