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 시간 강간 흔적 어떻게 - bugeom sigan gang-gan heunjeog eotteohge

■ 유성호 / 서울대학교 법의학 교실 교수

[앵커]
일반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지키지만, 법의학자는 망자의 권리를 지킨다고 합니다.

시신을 부검해 명확한 사인을 밝히는 것뿐 아니라 의료사고의 진상을 규명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오늘 '줌 인 피플'에서는 서울대학교 법의학 교실 유성호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법의학자라는 직업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면서 알려진 것 같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나 사인을 규명하는 일을 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인터뷰]
사실은 법의학이라는 용어부터 설명해 드리면 법의학은 법 적용에 필요한 의학적 지식을 제공하는 학문입니다. 그중에서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은 부검 즉, 법의 병리학이라는 건데요. 부검을 통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 갑자기 돌아가시거나 범죄에 연루되거나 의료사고 등 다양한 종류의 죽음에 대해서 그 원인을 밝혀줌에 따라서 법률의 적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많이 알고 계시죠.

[앵커]
네 좀 익숙한 표현인데요. 그런데 법의학은 사망자의 신원이나 원인을 밝혀서 법의 판단을 받게 하는 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방금 설명해주신 부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부검은 사실 해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조금 끔찍한 일일수도 있지만, 몸의 구석구석 예컨대 신체 내부의 장기, 뇌까지도 해부를 통해서 눈으로 관찰 혹은 관찰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 쪽에 장기의 현미경적 또는 독성학적인 모든 것들을 검사해서 그런 것들을 제공하게 되는 걸 부검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러면 하루에 몇 일 정도 부검을 하시나요?

[인터뷰]
저희 동료 중에 국과수 법의관도 계시는데 저 같은 경우는 일주일에 하루, 월요일마다 부검을 합니다.

그런데 부검을 할 때 여러 번 하면 힘들 수 있으니깐 보통 네 번 이하로 하고요. 그러니깐 일주일의 하루 네건 정도 하게 되는 거죠.

[앵커]
힘들다는 게 업무가 어려워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정신적인 그런 영향도 있는 건가요?

[인터뷰]
아무래도 업무상 시신을 하나 해부할 때마다 보통 두 시간 가까이 소요되기 때문에 피로도랑 집중이 필요하다 보니 숙면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그런 것들을 많이 할 수는 없고 네건 정도가 최대한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앵커]
그러면 일을 하실 때 마음가짐이 다르신가요?

[인터뷰]
아무래도 다른 직업도 그렇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직업적 의식은 있고요. 저는 특별하게 부검을 하기 전에 시신의 앞에서 '꼭 사인을 밝혀드리겠습니다.' 이런 기도를 하면서 진행합니다.

[앵커]
네 들을 수는 없겠지만, 마음을 전달하시는 거군요.

부검하기 전에는 어떤 마음을 밝힌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부검이 끝나면 어떤 과정이 이루어질까요?

[인터뷰]
부검이 끝나게 되면 부검을 통해서 확인한 사항들을 경찰과 유가족들에게 알려주는 일을 하고요. 그다음에 부검이 바로 끝나는 건 아닙니다. 조직과 혈액 또는 체액에서 DNA 검사나 독극물 검사를 할 수 있고 알코올 수치를 검사하는 등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검사한 다음에 최종적인 결과는 2주 정도 소요됩니다. 그래서 2주까지 지난 다음에 부검감정서라는 것을 내게 되는데 그 부검감정서를 내는 것이 최종적인 마지막 과정이 되는 거죠.

[앵커]
그러면 부검감정서에 사인의 원인을 밝히시는 건가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사인의 원인과 사망의 종류, 결국 사망 당시 재구성이라고 할까요? 사망의 재구성을 하고요. 이게 법률의 적용, 예를 들면 재판이라든지 아니면 보험 또는 분쟁 이런 데 쓰이게 되는 거죠.

[앵커]
여러 경험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미제사건 같은 게 있었을까요?

[인터뷰]
네, 일반인분들한테 익숙한 사건으로 설명하자면 2001년 도에 여고생이 성폭행 후에 사망하게 된 사건, 나주 드들강 사건이 잘 알려져 있을텐데요. 당시에 드들강 사건 때 정액이 발견됐습니다. 근데 정액에서 유전자 즉, DNA 검사를 했고 그 DNA 검사를 통해서 범인, 피의자를 알 수 있었는데 피의자가 발뺌한 거에요. 합의 관계 후 자기는 다른 데로 갔고 사례를 하지 않았다.

[앵커]
본인은 모르는 일이다?

[인터뷰]
그렇죠. 발뺌했는데 당시 정액이 발견된 혈액과 섞이지 않은 정액과 혈액이 온전하게 붙어있는 것을 보고 저의 스승님이신 서울대 이정빈 교수님께서 실험을 통해서 사망 직전에 성폭행의 일어났을 경우에는 섞이지 않고 만약에 주장처럼 시간적 거리가 있었으면 완전히 섞이게 된다는 것을 증명해서 사망 직전에 성폭행이 있었음을 발견했고 그걸로 인해서 사망원인이 연결돼서 다행히 법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앵커]
우리에게 익숙한 나주 드들강 사건에도 법의학이 들어갔군요. 혹시 또 다른 사건이 있을까요?

[앵커]
지금 재판 중에 있는데 2016년에 발생한 니코틴 살해 사건이 있습니다. 니코틴은 담배 성분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니코틴이 사망에 이를 수 있게 살해 도구로 쓰인 최초의 사건인데 그 당시에는 아내분이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했는데 몸에서 부검을 해보니 졸피뎀과 니코틴이 모두 다 나왔습니다. 처음 부인의 주장은 남편이 신변을 비관해서 니코틴을 스스로 투약했다고 했는데 졸피뎀의 수치를 보니 이미 잠에 깊게 빠져들 만한 높은 수치가 나온 거에요.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인데 그런 수치를 보인 상태에서 스스로 니코틴을 투여할 수 없기 때문에 니코틴의 수치와 졸피뎀의 수치를 동시에 확인한 다음에 법정에서 저희 니코틴이 졸피뎀, 수면제가 투여한 뒤에 투여된 것으로 판단했고 이를 법정에서도 받아들여서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앵커]
말씀을 들어보니 사인에 따라서 시신의 흔적에 차이가 날 것 같은데 예를 들어서 설명해 주신다면요?

[인터뷰]
한 가지 예를 들면 목에 상처가 없더라도 누가 목을 조른 건지 아니면 혹시나 목을 맨 건지 조금 끔찍한 얘기이지만 스스로 목을 맨 것인지 다른 사람이 작용했는지를 부검을 통해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타인에 의할 경우에는 목 안쪽에 근육의 출혈이 매우 심한데요. 스스로 목을 맬 경우에는 아무래도 아프지 안에 조심해서 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목 안쪽 근육에 바로 출혈이 있기보다는 빗장뼈라고 쇄골뼈에 출혈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서 법의학자들은 부검을 하자마자 구별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워하실 것은 일산화탄소 중독과 청산가리 중독은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은데 둘의 공통점이 시신에 있어서 근육이 선홍색으로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앵커]
시신의 색이 다른 건가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그래서 법의학자들은 부검하는 즉시 시신의 근육 색깔을 보고 둘 중 하나겠구나, 생각하는 경우가 있고요. 특히 청산가리는 특유의 아몬드 냄새가 나는데 고소한 냄새는 아니고 야생 열매의 아몬드 냄새가 납니다. 그래서 맡고 판단할 수 있는 거죠.

[앵커]
얘기를 듣다 보니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는데 시신의 흔적이 죽은 이유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은데요. 또 곤충을 이용해서 범죄 해결의 단서를 찾는 경우도 있다고요?

[앵커]
그렇습니다. 법의학이라는 게 사실은 법의 병리학이라고 불리는 부검 이외에도 다양한 학문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법의곤충학인데요. 왜 곤충을 법의학에서 언급하는지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건 사망시각을 알기 위해서 합니다. 왜냐하면, 최초 우리가 사망하게 되면 시신이 그냥 외부에 있을 경우에는 파리가 최초로 24시간 이내에 알을 까게 됩니다.

[앵커]
가장 먼저 파리가 오는군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파리는 여름철 같은 경우에는 쉽게 시신에 접근하게 되는 거죠. 그럴 경우에 파리의 종류에 따라서 파리의 부화속도가 달라지고 번데기, 구더기로 변화하는 것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시신에서 어떤 구더기인지 번데기인지 그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으면 시신이 얼마만큼 지났는지 알 수 있는 거죠.

[앵커]
사망 시각을 파악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공기 중에 노출되면 곤충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을 텐데 익사한 시신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파악하나요?

[인터뷰]
익사는 곤충이 접근하기가 어렵죠. 그럴 경우에는 좀 다른 게나 새우 등 갑각류가 시신에 최초로 접근하게 됩니다. 그 이후에는 우럭이 돔 같은 육식성 어류가 시신에 접근하고 이후에는 소라나 고등 같은 것들이 살에 붙어 있게 되고요. 그 이후에 마지막에는 오징어나 문어같이 빨판이 있는 것들이 달라붙어서 순차적인 것들이 지상과는 좀 다른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앵커]
주변 생물을 통해서 시신의 사망 시간을 유출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한데요. 교수님께서 그동안 정말 많은 죽음을 보셨잖아요. 죽음에 대한 의미도 남다르실 것 같아요.

[인터뷰]
사실 죽음을 오랫동안 보게 되면 삶의 의지가 더 아이러니하게 더 강해집니다. 유명하게 얘기가 있듯이 'Memento mori, 죽음을 생각하라, 그러면 현재를 즐길 수 있다.'라는 말이 법의학자에게 적용되는 말입니다.

즉, 시신을 볼 때마다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따라서 지금 우리의 삶을 보다 충실하고 의미 있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저도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시신을 본다고 하면 시신의 끔찍함만 생각한다고 하지만 사실을 삶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학문입니다.

[앵커]
들을수록 정말 어렵고 대단한 일을 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법의학자로서의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요?

[인터뷰]
이렇게 법의학에 대해서 얘기하면 다들 재밌어하세요. 그런데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12만 명이 넘는 의사가 있는데 그중에 법의학자가 50명이 안 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근무하고 있는 제 동료, 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분들 모두 합쳐서 50명이 되지 않습니다.

몇 가지 법의학, 시신을 본다는 점 그리고 사회적 처우가 특히 경제적 문제가 다른 의사에 비해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큰 요인이 될 텐데, 후에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은 물론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부검이라든지 사건의 재구성 여러 가지 것들을 죽는 날까지 열심히 하고 싶고요. 거기에 더해서 법의학을 조금 더 지원하고 조금 더 다른 사람들이 돌아볼 수 있도록 제도개선 등에 노력을 남은 인생 동안 열심히 해보고 싶습니다.

[앵커]
정말 우리나라 범죄 수사에 있어서 꼭 필요한 인력인데 전공자도 부족하고 처우가 부실해서 인력 양성이 제대로 되지 않다고 하니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요. 법의학 분야를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안 꼭 이루어져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줌 인 피플 서울대학교 의대 법의학 교실 유성호 교수였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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