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건의 필요성 - bi geon-ui pil-yoseong

MZ세대를 중심으로 채식주의를 통칭하는 '비거니즘(Veganism) 소비'가 대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의 50% 이상이 비건 라이프를 살아볼 의향이 있다고 답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5만 명에 불과했던 국내 채식 인구가 2018년 150만 명으로 급증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12월 기준 250만 명을 넘어섰을 것이라고 추산되고 있다. 소비자 20명 중 1명이 채식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MZ세대의 '비거니즘' 열풍이 가속화되면서 비건 식품을 넘어 영양제, 간식, 뷰티, 패션에 이르기까지 비거니즘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비건의 의미와 종류

▲비비고 채식 만두 사진

팝스타 비욘세가 다이어트 후 반복되는 요요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비건이었다. 20kg 이상 감량한 후 간헐적 채식으로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tvN 프로그램 '윤스테이'에서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잡채, 궁중떡볶이, 채소튀김 등의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민박'에서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자신들을 가리켜 페스코 베지테리언(가금류와 육류를 먹지 않는 유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비건'이란 무엇일까? 채식주의자는 그들이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 베지테리언, 세미 베지테리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육류를 아예 섭취하지 않으면 베지테리언, 조류 혹은 어류 등의 육류를 일부 섭취하면 세미 베지테리언에 속한다. 이 중에서도 채소, 과일과 같은 식물만 섭취하는 유형이 '비건'이다. 현실을 고려했을 때 완전한 비건으로 살기는 어렵기 때문에 1주일에 1~2번 정도 '간헐적 채식'을 실천하는 세미 비건도 급증하고 있다. 비건이라는 용어는 최초의 비건 운동가인 도날드 왓슨이 제안했다. 그는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 협회를 설립했고 채식주의자라는 뜻을 가진 'vegetarian'에서 첫 부분인 'veg'와 끝부분인 'an'을 따서 '비건'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이러한 채식이나 비건 문화는 각종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사회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건강뿐 아니라 환경에도 좋은 비건

▲2019년 국민대 채식 메뉴 사진

비건을 지향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비건식은 동물성 지방을 멀리하고 채소나 과일 등을 많이 섭취하면서 칼로리와 지방의 섭취를 줄일 수 있어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다. 또 식물성 식단은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이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심장 건강에 좋다. 그뿐만 아니라 항산화제가 많아 세포의 노화를 막거나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채식은 환경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육류 섭취를 하지 않음으로써 메탄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채식을 할 경우 육류보다 저렴한 제품을 소비하게 되므로 식비를 절약할 수도 있다. 학생 A씨는 "원래 입맛에 맞아 비건식을 즐기는 편이었다. 또한 육식을 할 때에는 생명을 먹는 행위라는 것에 죄책감도 가지고 있었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온 뒤부터 비건 지향을 더욱 적극적으로 행했다"라고 비건을 지향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또한 "비건을 실천하는 주를 만들어서 15일씩 비건을 하는 플렉시테리언 생활을 유지 중이다. 비건 주간에는 속이 가벼운 건 당연하고, 몸이 정화되어 컨디션도 좋아지고 정신도 맑아진다. 월경통도 줄었다"라며 비건의 이점을 전했다. 고아진(자동차·16)씨는 "어렸을 때 공장식 축산업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받은 후 채식을 시작하게 됐다"라며 "비건 생활의 장점으로는 소화가 잘되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나의 가치관을 정립해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양성 존중을 위한 대학가의 변화

대학가 역시 비건 열풍이 불었다. 일부 대학은 비건 메뉴를 도입했다. 서울대는 지난 2010년부터 채식동아리 '콩밭'의 요구로 채식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중앙대는 교내 식당에 월 4회 비건 식단을 제공하며, 비건 라면이나 대체육을 활용한 햄버거를 상시 구비해 놓는다. 동국대와 삼육대는 학교 재단의 종교적 이유로 이전부터 비건 학식을 운영해 왔다. 서울시립대의 경우 교내 비거니즘 동아리인 '베지쑥쑥'이 2017년부터 교내 채식 학식 도입과 학교 주변 카페에 두유라떼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로 학생회관 2층 양식 식당에서 콩으로 만든 '소이까스'를 매주 판매하고 있고, 자연과학관 식당에서는 '채식DAY'라는 이름으로 육류소비를 줄인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그 이외의 다른 대학들에서도 비거니즘 동아리들이 비건 학식을 도입하기 위해 활발히 활동 중이다. 고려대 채식동아리 '뿌리:침', 성신여대 '베지스탈', 숙명여대 '수채화', 이화여대 '솔찬'을 비롯해 경기대, 경희대, 고려대 등 12개 대학이 참여한 '비온대'(비거니즘을 온 대학에) 등이 교내 비건 학식 도입을 위해 꾸준히 활동하는 중이다. 다만 아직 비건 학식에 대한 수요가 적어 유지하는데 비용적인 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일부 대학은 한시적으로 비건 메뉴를 도입했으나 비용 등의 문제로 운영을 중지했다. 지난 2019년 국민대에서도 채식Day 행사를 진행해 학생식당에서 비건을 위한 채식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대 역시 비용 문제로 현재는 채식 메뉴 운영을 중지한 상태다. 추후 비건 학식 활성화에 대해 우리학교 생활협동조합 문이식 사업팀장은 "일반식에 비해 비건 식재료가 비싼 편인데도 불구하고 원하는 학생들과 학생회의 요구가 있어서 제공을 했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한시적으로 중단된 상태지만 2학기가 정상이 되면 재검토해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학생회 간식 행사에도 비건 메뉴가 등장했다. 채식 홍보 및 경험을 제공하는 것과 함께 채식주의자들을 배려하려는 취지이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기말고사 간식 행사로 비건을 실천하는 학생들을 고려해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은 '아몬드 우유'와 포도당 캔디 240인분을 따로 준비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 또한 비건 간식 400인분과 논비건 간식 200인분을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총학생회 비대위는 비건을 선호하는 학생들을 위해 간식행사에 서브웨이 샐러드를 추가했다.

내 손이 닿는 곳 모두가 비건화

▲올리브영 비건 화장품 사진

최근에는 식품뿐만 아니라 패션, 뷰티 등의 영역까지 비건의 개념이 확대됐다. 동물 보호를 위한 소비 가치에 맞춰 다양한 산업군에서 비건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정착한 것이다.

첫 번째 예로 비건 영양제를 들 수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동물성 젤라틴이나 동물성 캡슐 영양제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비건 소비자들의 증가로 비건 영양제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영양제 소재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식물성 팩틴을 소재로 한 구미젤리나 식물성 캡슐 영양제가 출시됐다.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일명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제품과 유제품 혹은 유전자 변형 성분(GMO) 무함유 제품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비건 화장품 영역은 친환경 소비자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비건 화장품은 제조·가공 단계에서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이다. 지난 2017년 이후 동물실험을 금지하도록 화장품법이 개정되면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들도 자체 비건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헬스 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은 비건 화장품 시장 확대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비건 뷰티 알리기에 나섰다. 올리브영은 지난 2월 공신력 있는 비건 인증 기관과 연계해 '올리브영 비건뷰티'를 선보였고, 향후 관련 카테고리 육성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계에도 비건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유재석이 '비건타이거' 제품을 입고 나와 화제를 일으켰다. '비건타이거'는 크루얼티 프리 슬로건 아래 비동물성 소재를 직접 선정하고 디자인하여 제공하는 기업이다. 또 수익금의 5%를 모피 반대를 위한 캠페인 기금으로 전환하여 윤리적인 소비 순환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모피로 잔인하게 희생되는 동물들의 생명과 생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 친화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브랜드들이 대거 등장했다. 생명윤리 지침을 지키고자 하는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지난 2019 S/S 컬렉션부터 영국은 런던 패션 위크에서 동물성 모피를 퇴출시켰다. 이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을 중심으로 모피 생산을 법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LA에 이어 뉴욕 등 미국 주정부를 중심으로 모피 금지법 제정이 확산돼 모피 제품의 판매가 점차 금지되고 있다. 비건 소재를 사용하는 브랜드가 참여하는 비건 패션 위크는 지난 2019년부터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비건 패션 위크 동안 런웨이에서 동물성 소재의 대체재를 활용한 옷과 액세서리가 선보였다. 런웨이에 오른 모델들의 메이크업 역시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비건 뷰티 브랜드의 제품으로 한정해 비거니즘 철학을 실천했다.

▲비건 패션

비건을 시도하려고 한다면, 이 점은 알아두자

비건만 한다고 해서 무조건 건강해지지는 않는다. 채식으로 인해 몸의 영양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육류를 통해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을 공급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물성 식품에서 쉽게 섭취할 수 있는 철분, 칼슘, 엽산, 비타민 B12, 콜린 등의 부족이 야기될 수도 있다. 육류는 우리 몸에서 만들어내지 못하는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는데, 육류에 포함된 양질의 단백질은 체내 면역기능을 높여준다. 특히 콜린이라는 성분은 뇌 건강과 기능에 중요한 영양소로, 육류나 생선, 달걀, 유제품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렇기에 비건식으로 인해 부족해진 영양소는 오메가3나 철분 등이 함유된 영양제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좋다. 반면 비건 상품이 오히려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무조건 환경친화적인 것은 아니다. 인조가죽 중에서도 폴리우레탄(PU)이나 염화비닐수지(PVC) 소재 등은 탄소 배출량이 면에 3배에 달하며 세탁할 때마다 많은 미세 플라스틱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고자 패션업계에서는 '진짜' 비건 가죽을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일례로 미국 스타트업 볼트 스레드가 개발한 '마일로(Mylo)' 가죽은 옥수수 줄기 위에 버섯 균사체를 배양한 후 이를 압축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학생 A씨는 "마지막으로 한 명의 완전한 비건보다 불완전한 비건지향인 10명이 낫다는 채식 명언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당장 각자의 자리에서 최소한의 비건 지향을 실천한다면 우리는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를 위해 하루 한 끼, 일주일에 한 끼라도 채식을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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