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조상찾기 - yujeonja geomsa josangchajgi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

미국에서 가장 많이 분석된 유전자검사는 암 유전자 검사도 아니고 23앤미(이하 23andMe) 같은 DTC 상품도 아닌 바로 유전자 기반의 조상 찾기 상품이다. 2019년 현재 이미 2600만명의 미국인이 이 유전자검사를 테스트 해봤다.

앤시스트리(Ancestry)가 1400만명의 DNA 테스트를 해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23andMe가 900만명의 샘플을 가져 그 뒤를 이었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마이헤리티지도 1000만명 이상의 전 세계 고객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MIT테크놀로지리뷰에 따르면 검사당 약 10만원 정도 하는 이 조상 찾기 서비스는 향후 2년 내에 미국 소비자 1억명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 미국 인구의 1/3이 유전자검사를 하게 됨을 의미한다. 무엇이 이토록 소비자들에게 열풍을 일으켰을까?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은 다민족 사회이고 많은 이민자 간의 결혼을 통해 혼혈인이 대다수다. 비록 백인일지라도 아일랜드계열, 북유럽인종, 동유럽인종 등으로 다양하고 남미와 흑인, 아시아인까지 피가 뒤섞여 있기에 조상 찾기 유전자검사를 하면 그 결과 역시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자면 아일랜드계 45%, 스칸디나비아 15%, 라틴계 20%, 일본 5% 등 매우 다양한 민족의 혼합으로 결과가 나온다.

최근 미국 최대 유전자검사 업체인 23앤드미와 에어엔비가 공동으로 ‘나의 조상을 찾아서’ 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전자검사에서 나온 조상의 터전을 방문하고 있다. 이는 유전자검사가 질병 진단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아 로젠버그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교수팀은 2018 국제학술지 ‘셀’ 10월 11일자에 조상 찾기 서비스 이용자의 게놈 데이터를 이용해 범죄 수사에 쓰이는 DNA 확인 기술 (반복 서열 방식의 유전자검사)과 거의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만일 대부분 국민이 유전자검사를 이미 해놓았다면 범인 추적이나 미아 찾기 등에 향후 이 기술이 사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이 유전자검사를 받으면서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사는 변호사 테드 우드(50)는 자신의 친부를 찾기 위해 지난 2013년 유전자 계보 웹사이트 앤시스트리(Ancestry)에 가입하고 자신의 DNA를 보냈다. 비록 친부를 찾지는 못했지만 존재조차 몰랐던 딸을 찾게 됐다. 대학 시절 우연히 정자은행에 기증을 했었는데 그로 인해 태어난 27살의 딸을 뒤늦게 만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이런 조상 찾기 서비스가 가능할까? 아쉽게도 한국은 이런 검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2016년에 시작된 직접소비자 검사(DTC)에 이 서비스가 허락돼 있지 않고 병원에서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에 확대될 DTC 서비스의 항목에 이 조상 찾기 유전자검사도 포함돼 있어 조만간 한국인도 이 검사를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유전자 데이터를 갖고 있는 필자는 앱 기반의 유전자 분석 프로그램인 마이지놈박스(MyGenomeBox)를 통해 조상 찾기 프로그램을 구입,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놀랍게도 한국인 유전자는 50.42%에 불과하고 중국인이 25.63%, 일본인도 21.91%나 섞여 있었다. 더 이상 한국인을 단일 민족이라 부를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조상 찾기 열풍은 앞으로도 더 이어질 것이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먼저 기술적 에러다. 이는 아직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하지 않은 민족 대상의 서비스에서 더 흔히 나타난다.

실제로 최근 23&me는 이전에 분석했던 유전자검사 결과를 고객에게 통보 없이 바꿔 물의를 일으켰는데 주로 아시아 고객들이 해당됐다. 초기에 분석한 조상의 분포가 후에 달라진 것이다. 이는 여러 업체 가운데 한국인에 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분석했는지를 고려해 서비스를 선택해야함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고객들의 정보가 취합되고 특히 가족 간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민감 정보가 해킹되거나 불순한 의도로 이용되면 생각지도 못한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가족 간의 유전자검사 비교를 통해 서로 친부모, 친자식이 아닌 경우를 발견하게 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하고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함을 전제로 유전자검사의 대중적 확산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준비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조상 찾기를 넘어 나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것도 유전자검사의 또 하나의 의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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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

조상 찾기, 탈모 가능성, 알코올 분해 능력, 지구력ㆍ단거리 운동 적합성…. 유전자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다양한 특성들이 새겨져 있다. 한 사람의 일생이 타고난 유전자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월한 유전자’란 표현이 있듯, 유전자는 적지 않은 것을 말해준다.

간편하게 택배를 이용해 간편하게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DTC 인증제 시범사업’을 통과한 마크로젠ㆍ테라젠이텍스ㆍ이원다이애그노믹스ㆍ랩지노믹스 등 4개 기업이 일제히 관련 서비스 상품을 내놓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허용한 ‘개인의 특성이나 건강’에 관련한 56개 유전자 검사 항목이 그 대상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DTC 유전자 검사 항목은 혈압ㆍ혈당ㆍ탈모 등 12개 항목으로 제한돼 사실상 서비스 이용이 거의 없었다.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는 3일 55개 항목을 대상으로 하는 비의료기관용 DTC(Direct to Consumerㆍ소비자 직접의뢰) 유전자 검사 서비스‘진스타일 웰니스 55+’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진스타일 웰니스 55+’는 그동안 불허됐던 비타민D, 코엔자임Q10 등 각종 영양소 및 유산소운동 적합성 등 운동 특성, 기미ㆍ주근깨 등의 피부 미용, 원형 탈모 등 모발 관련 항목이 포함됐다. 또 식욕, 포만감 등 식습관, 각종 맛 민감도, 알코올ㆍ카페인 의존성, 불면증, 비만, 아침형-저녁형 인간, 퇴행성 관절염 감수성 등 건강 및 개인 특성 관련 항목도 추가됐다.

급증하는 글로벌 유전자 검사 시장. 그래픽=차준홍 기자

검사방법은 간단하다.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유전자 검사를 신청하면, 택배를 통해 검사키트를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면봉으로 입 안쪽의 피부세포를 묻혀 키트에 넣어 다시 택배로 보내면 된다. 검사기간은 최대 2주일이며 비용은 29만원이다.

황태순 테라젠이텍스 대표는“올해 추가로 진행되는 정부 인증 사업에도 참여해 서비스 가능 항목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도 총 조상찾기(유전자 혈통분석) 서비스 ‘유후’(YouWho) 등 54개 항목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지난달 28일 출시했다. 국내기업 중 조상찾기 서비스는 EDGC가 유일하다. 정가는 21만9000원지만, 당분간 할인가(1만4900원)로 판매한다. EDGC는 4월부터는 미토콘드리아와 Y염색체 유전자 분석을 통해 피검사자의 모계(母系)와 부계(父系) 조상이 어느지역에서 왔는지도 알려줄 예정이다. 마크로젠도 4일부터 총 29개 항목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네이버스토어를 통해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바이오 업계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도 풀어야 할 관련 규제가 많다고 호소한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내 DTC 유전검사는 미성년자는 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운동적성 검사는 성년보다는 미성년 때 받으면 진로 결정에도 도움이 되며, 기타 항목도 개인 건강관리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만큼 규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미국의 경우 DTC로 암 항목까지 들어있지만 한국 정부가 허용한 56개 항목은 건강관리나 개인특성 등 웰니스 영역에 국한돼 있다”며“국내 관련 기업의 역차별 해소뿐 아니라 개인 건강관리 차원에서라도 항목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미국은 이민자 사회다. 특히 뉴욕은 너무나 다양한 인종이 공생하고 있어 ‘멜팅 팟(melting pot, 용광로)’이라는 표현까지 쓰인다. 한국인처럼 단일민족으로 여기고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해못할 정도로 원인모를 자부심과 편견으로 무장한 미국인들이 의외로 많다.

쉽고 빨라진 DNA 검사 받아보니

‘물보다 진한 피’ 관련 비즈니스 성업 

마이헤리티지는 면봉으로 채취한 입안 구강세포를 통해 유전자를 검사한다.

그런 가운데 사람들은 자신의 조상이 어느 나라에서 왔고, 자신의 뿌리가 어디인지를 늘 궁금해한다.

이같은 수요를 노리고 현재 미국에서는 23andMe와 마이헤리티지, 앤세스트리 등 DNA를 검사해주는 35개에 달하는 업체가 혈육관계를 따져주거나 특별한 질병에 걸릴 가능성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성업중이다. 한발 더 나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전자 구성이 비슷한 사람을 찾아주는 비즈니스 모델도 내세우고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진리를 비즈니스에 직접 대입한 것이다.

조상찾기 DNA 테스트가 미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비결은 사람들의 ‘뿌리 찾기’ 욕구와 관련돼있다. 한편으론 인종과 나라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바로잡는데 기여한다. 유튜브에 올라있는 홍보영상도 ‘열린 세상은 열린 마음으로 시작합니다’는 문구로 끝을 맺는다.

10만원대에 질병 유전자 분석도

이에 직접 한번 해보기로 했다. ‘토종’ 한국인인데 DNA 검사 결과가 한국인 그대로 나올지, 아니면 일본이나 중국의 유전자가 섞여 나올지, 또는 지리시간에 배운대로 아시아에서 알래스카를 통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한 인디언 원주민과 공통의 유전자를 갖고있을지 여러가지 사항이 궁금했다.

23andMe의 유전자 검사 키트.

가장 지명도가 높은 23andMe와 마이헤리티지를 골랐다. 복수 업체에 기자의 DNA 검사를 맡겨야 나중에 결과 대조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됐다. 일단 이들 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고 비용을 지불한 다음 키트를 주문했다.

인간의 염색체 쌍을 의미하는 23과 ‘자신(Me)’을 조합한 23andMe에는 조상찾기 서비스와 질병 유전자 서비스를 함께 신청해서 160달러(18만원)를 지불했다. 마이헤리티지에는 조상찾기 서비스만 체크해 70달러(7만5000원)를 냈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마이헤리티지는 다소 저렴한 가격대를 표방하면서 DNA 검사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23andMe는 구글의 관계사이다.

테스트 키트는 주문한지 1주일 안에 모두 도착했다. 마이헤리티지는 면봉으로 입속 구강세포를 긁어서 채취하는 방식이고, 23andMe는 침을 2ml 정도 뱉게해서 그 안에 포함된 세포속 DNA를 검사하는 방식이었다.

한국인 카테고리 미포함된 곳도

기자의 DNA가 들어있는 샘플은 우편을 통해 두 회사의 연구소로 배송됐다. 23andMe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벌링턴에서, 마이헤리티지는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각각 검사가 진행된다.

DNA는 A(아데닌)·T(티민)·G(구아닌)·C(시토신) 4가지 염기가 어떤 순서로 배열돼 있는지에 따라 각각의 유전자 정보가 저장된다. 휴먼지놈프로젝트가 처음 완성된 2003년만 하더라도 30억개의 염기서열을 모두 파악하는데 10년의 세월과 30억 달러(약 3조2000억원)의 돈이 필요했다. 이제는 초고속 분석기가 개발되면서 100달러 이내의 비용과 하루 이내의 기간으로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

두 회사는 보내준 샘플에서 확인된 유전자와 각 민족에게서 나타나는 특별한 유전자를 비교 분석해 조상찾기를 시작한다. 각 지역별로 휴먼지놈프로젝트에 참가한 사람들의 수가 점점 많아지면서 민족을 구분하는 비교잣대가 보다 정확해지는 추세다.

6주후 마이헤리티지가 먼저 검사결과를 e메일로 보내줬다. 의외의 결과였다. 기자의 DNA 분석 결과는 일본인 45.1%, 몽고인 31.1%, 중국·베트남인 22.8%, 아메리칸 인디언 1%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이헤리티지를 상대로 취재해본 결과, 조상찾기 카테고리에 ‘한국인’이란 항목이 아예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일본인과 유전적으로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해명을 받아냈다. 마이헤리티지에서는 모든 한국인이 일본인으로 통한다는 의미다.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지만 마이헤리티지로부터 ‘미안하다’‘수정하겠다’는 답변은 듣지못했다.

그로부터 다시 2주뒤 23andMe의 검사 결과가 도착했다. ‘한국인’ 90.3%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다가왔다. 나머지는 일본인 8.8%, 중국인 0.6%, 동아시아인 0.3%, 아메리칸 인디언 0.1% 순으로 나타났다.

이민자 사회의 화합 도구 되기도

기자의 DNA에 대한 두 업체 검사 모두에서 아메리칸 인디언의 유전자가 조금씩 나왔다는 것은 동아시아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간 것이 사실임을 직접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한국인도 아메리카 대륙에 약간의 ‘유전적 지분’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같은 DNA 검사를 통해 암이나 특정 질병이 발생할 위험을 체크해 예방하는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23andMe의 경우 유전자검사를 통해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유전자의 존재 유무를 알수 있는 키트를 의사의 처방없이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도록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상태다.

그러나 바이오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콜레스테롤이나 혈당 등과 관련된 12개 항목에 대해서만 유전자 검사를 허용하고 있다. 암이나 치매와 같은 질병 항목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검사 자체가 가능하다.

디엔에이링크 이환석 박사는 “미국의 경우 고객이 직접 유전자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항목을 작년부터 대폭 풀기 시작했다”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시장에 맞게 완화해야 바이오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우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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