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버스 타는 법 - sigagjang-aein beoseu taneun beob

지난 29일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입장을 제지당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시각장애인을 향한 차별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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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은 여전히 사회적 차별 속에서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는 대중교통 이용시에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원샷한솔

시각장애인 유튜버인 ‘원샷한솔’은 시각장애인이 버스를 어떻게 탑승하는지 영상을 통해 공개했다.

그는 영상을 소개하기 앞서 “시각장애인을 버스에서 본 적은 많이 없으실거다. 시각장애인이 버스를 타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언급했다.

유튜브 원샷한솔

일반적으로 비장애인은 버스를 타기 전 버스정보단말기를 통해 타야 할 버스의 도착 시간과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은 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버스의 모든 도착 정보를 오로지 음성에 의지해야 한다.

버스 도착 알림 음성이 나오는 알림판 밑에서 타야할 버스의 도착 알림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 마저도 정확하지가 않다.

유튜브 원샷한솔

타야 할 버스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들리자 원샷한솔은 버스 승차지점으로 향했다. 그러나 버스는 한 대만 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대가 동시에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타야할 버스가 어느 버스인지를 구별할 수가 없었다.

그는 버스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버스 번호를 알려고 노력했지만 큰 광고판 문구로 인해 옆면에는 버스 번호가 부착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버스 번호를 찾는 사이에 버스 문은 닫혔고 탑승에 실패했다.

유튜브 원샷한솔

또한 버스 도착 알림을 듣고 승차장소로 바로 향해도 버스가 승차 위치의 앞 또는 뒤에서 하차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위치를 혼동해 탑승에 실패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버스를 기다렸지만 이번에는 너무 빨리 떠나버린 버스에 또 한 번 탑승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결국 원샷한솔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타야할 버스의 도착 소식을 전해 들으며 버스에 겨우 탑승할 수 있었다.

유튜브 원샷한솔

그러나 버스 탑승 후에도 카드 태그 단말기, 좌석 위치 등을 찾기 매우 어려워했다.

그는 보통 어떻게 자리를 찾냐는 PD의 질문에 “사실 자리는 못 찾지. 자리 찾기가 쉽지 않고 어디가 비었는지 모르니까. 그리고 버스가 금방 출발해 버리니까 자리 찾다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웬만하면 문 앞쪽에 나는 빨리 손잡이 찾아서 잡고 간다”고 말했다.

유튜브 원샷한솔

시민의 도움으로 자리를 양보 받아 좌석에 앉게 됐지만 그에게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바로 하차벨 위치를 알 수 없는 것.

하차를 하려면 하차벨을 눌러야하기 때문에 그는 손을 뻗어 버스를 더듬기 시작했지만 보이지 않는 하차벨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하차벨 위치를 찾으려면 대충 위치는 아는데 그거 때문에 계속 더듬어야 돼. 그러다가 누구 머리 치면 어떡해? 민폐잖아” 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먼저 하차벨을 누른 시민 덕분에 하차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벨이 울리기도 전에 갑자기 먼저 열리는 하차 문에 당황했다.

심지어 바로 일어서서 나왔지만 계속 문이 닫히려 했기 때문에 그는 허둥지둥 하차를 해야 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버스 승차부터 하차까지 모든 순간이 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쉽지 않았다.

원샷한솔은 “아까 같은 어려움 때문에 버스 승차를 좀 주저주저 하게 되는 것도 있고. 조금만 천천히 모든 사람이 탈 때까지 기다려주면 우리가 좋지 않을까. 시민 분들은 준비가 된 것 같으니까 이제 기술만 따라오면 너무 좋지 않을까”라고 소감을 남겼다.

시각장애인의 버스 승차 과정에 네티즌들은 “이 영상으로 진심 공익광고 1분짜리로 만들어야한다. 대한민국 장애인분의 현실과 대중교통 현장이 적나라하게 날것 그대로 담겨있네”,“이 채널을 시청 관계자가 봐야하나..개선되면 좋겠네요. 버스에서 차번호 울리는거 좋은 생각. 그리고 버스기사 아저씨들 조금만 천천히 문닫으면 좋은데 서둘러 내릴 준비 안하면 못 내림..”,“유튜브의 순기능입니다. 이런 힘든 사항이 있는지 몰랐어요.꼭 교통공무원 분들이나 버스회사 높으신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가슴 아프네요 ㅠㅠ”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은 시각장애인이 일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내용을 주제로 다양한 컨텐츠 업로드를 통해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편견에 대해 맞서 당당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한다는 점을 이유로 시각장애인이 맞냐는 의혹을 낳기도 했지만 "영상 시청자들과 아이컨택을 하고 싶다"며 카메라 촬영 현장을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김방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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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버스를 타는 법은? 여전히 시각장애인이 살아가기 힘든 대한민국

시각장애인을 향한 사회적 차별 여전히 존재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 직접 버스 승차 어려움 보여줘
우리에겐 당연했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겐 차별

취재원을 만나 인터뷰를 하기 위해 약속된 카페에 먼저 가서 기다리던 중,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니 버스 두 대가 보입니다. 파란색과 초록색 버스가 서 있습니다.

사진을 찍어서 두 대의 버스를 확대해서 자세히 보니,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버스 옆모습 기준, 두 대의 버스 번호가 디자인되어 있는 위치가 각각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앞에 있는 파란색 버스는 604라는 버스 번호가 버스 뒷바퀴 바로 뒤에 있고, 초록색 버스는 3027이라는 버스 번호가 운전석 윗부분에 있습니다. 초록색 버스의 뒷부분은 나무로 가려져 있어 그쪽에는 버스 번호가 있는지 여부가 정확하지 않습니다.

버스 번호의 위치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시력 시각장애인에게는 버스마다 버스 번호의 위치가 다르게 되어 있는 것이 탑승해야 하는 버스를 구분하는 데에 불편함을 줄 수 있습니다.

비시각장애인은 보통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 버스 ‘앞’에 있는 버스 번호를 보고 본인이 타야 하는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버스의 앞에 있는 번호를 보고 타는 게 자연스러우니까요.

반면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시야와 시력에 따라서 볼 수 있는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버스 앞에 있는 버스 번호를 보기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버스가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즉 움직이기 때문에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확신을 갖고 버스 번호를 파악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버스의 번호를 구분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버스 ‘앞’이 아닌 버스 ‘옆’에 있는 번호를 보는 겁니다.

버스 옆은 버스 앞보다 상대적으로 공간이 넓기 때문에 버스 번호의 크기가 크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훨씬 편하게 버스의 번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에서와 같이 버스 옆에 있는 버스 번호는 버스마다 위치가 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버스 앞부분은 상대적으로 공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또 버스기사의 시야에 방해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버스 번호의 위치가 비교적 일정합니다.

반면 버스 옆에 있는 버스 번호는 버스 운전석 윗부분에 있기도 하고, 버스 뒷바퀴 바로 위에 있기도 하는 등 위치가 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버스 옆에 있는 번호로 버스 번호를 구분하는 게 편리한 저시력 시각장애인에게는 이렇게 버스 번호의 위치가 다른 점이 불편한 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을 예로 들면,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타야 하는 버스가 604번입니다. 그래서 버스 뒷바퀴 위에 있는 604라는 번호를 확인한 후 버스를 타면 되겠죠? 그리고 며칠 뒤 그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3027번의 버스를 타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하지만 3027번 버스는 버스 번호가 (사진상으로는 뒷바퀴 위에도 버스 번호가 있는지 분명하지 않음) 운전석 위에 있기 때문에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미처 버스 번호를 찾지 못할 수 있습니다. 버스에 가까이 가서 버스 옆에 있는 번호를 확인하기까지 버스가 기다려 준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시야와 시력의 정도에 따라서 볼 수 있는 정도가 다 다르지만,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자신이 보려고 하는 부분만 보려고 하는 경향도 있고, 터널시야 등의 경우에는 특정 부분만 볼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앞서 했던 경험으로 버스 뒷바퀴 위에 몇 번의 번호가 있는지만 집중해서 보려고 하는 바람에 정작 번호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놓칠 수 있다는 겁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버스 옆에 있는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 외에도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여러 대의 버스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경우에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버스에 가까이 가서 일일이 버스 옆에 몇 번의 번호가 있는지 확인해야 되겠죠.

또 버스 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버스 번호를 확인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버스가 한 대 왔는데,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버스에 다가가서 버스 옆에 있는 번호를 확인하는데 버스 기사는 열어준 버스 앞문으로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타지 않으니까 버스를 그냥 출발시켜버릴 수도 있겠죠.

뿐만 아니라 버스의 옆에는 버스 번호만 있는 게 아니라 광고도 함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잘못하면 광고와 버스 번호를 혼동할 수도 있고, 또 버스마다 색깔이 다른 경우에는 버스 번호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저시력 시각장애인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물론 지역마다, 버스 노선마다 버스의 색깔이 다르고 버스 번호의 위치를 다르게 하여 특색을 살려준다거나 하는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이 예쁘게 보이고 광고를 하기 위해서 버스가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으로서 버스가 존재하는 것인 만큼,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은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요즘 사회적으로 장애인 이동권이 뜨거운 이슈입니다. 장애인이 지하철 한번 타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한번 이용하기 위해 겪는 어려움들을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공감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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