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아이돌 인기 - isegye aidol ingi

버츄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 열풍
음원 차트 1위에 뮤비 조회수 800만
팬들 “기존 아이돌과 2D의 단점 보완”
메타버스로 팬미팅···팬과 솔직 소통 가능

▲ 아이돌 그룹 ‘이세계 아이돌’(약칭 이세돌)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는 개발자 박모(29)씨는 지난달 음악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사이트에 생전 처음으로 가입했다. 평소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이세계 아이돌’(약칭 이세돌)의 노래를 반복 스트리밍해 음악 차트에서의 순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박씨가 좋아하는 ‘이세돌’은 가상현실 속 여성 캐릭터 6명으로 이뤄진 ‘버츄얼 아이돌 걸그룹’이다.

실존 인물이 각 멤버를 맡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앨범 활동 외에도 개인 유튜브 계정을 통해 다른 ‘선배’ 아이돌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고 메타버스 안에서 팬들과 팬미팅도 한다.

박씨는 13일 “2차원(D) 캐릭터를 앞세웠기 때문에 오히려 팬과 솔직하게 대화하고 자신의 진짜 성격을 드러내는 등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진다”면서 “기존의 아이돌 그룹은 데뷔할 때부터 이미 소속사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있고 팬들이 이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구조라면 이세돌은 외모만 가상 캐릭터일 뿐 팬들과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활동하기 때문에 팬과 함께 활동한다는 유대감이 강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26)씨도 이세돌의 뮤직비디오를 찾아보고 노래 중간에 응원 구호까지 외치는 ‘찐팬’이다. 박씨는 “기존 아이돌은 동경의 대상으로 거리감이 크고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작품 설정으로만 존재해 현실성이 없다면 이세계 아이돌과 같은 버츄얼 아이돌은 양쪽의 단점을 보완한 중간 지대에 있다는 것이 매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세돌이 결성될 때도 가상현실 속 오디션과 팬들의 투표로 선발됐기 때문에 팬으로서 그룹 자체를 함께 만들고 키워간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사이버 가수가 가상현실 속의 가수 콘셉트에만 충실했다면 이세돌은 메타버스와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팬들과 소통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세돌의 팬인 대학생 석모(26)씨는 “멤버들이 가상현실 속에 있지만 인상을 찌푸리거나 놀라는 표정, 손짓 등 움직임 변화가 실제 사람이 움직이는 것과 같이 섬세하게 이뤄져 몰입을 하기가 쉽다”고 했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세돌의 인기 요인에 대해 “공정성이 화두인 가운데 데뷔 과정에서부터 팬들의 요구가 공정하게 반영됐기 때문에 팬들이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로 스스로를 인식한다”면서 “기존 아이돌은 소속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자제시키는 데 반해 이세돌은 메타버스라는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오히려 각 멤버들의 솔직함이 드러나고 팬들과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곽소영 기자

지난해 말 데뷔한 6인조 가상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은 음원 사이트 1위, 뮤직비디오 조회 수 580만회의 기록을 세웠다. [사진 유튜브 캡처]

데뷔곡 발표와 동시에 음원 사이트 1위, 뮤직비디오 조회 수 580만 회를 달성한 신인 아이돌이 있다. 바로 한국 첫 버추얼(virtual·가상의)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이다.

1990년대 사이버 가수 아담과 류시아가 화제만 되고 바로 사라진 것과 다르게 이들은 실제 팬 동원력이 상당하다. 메타버스(Metaverse) 투자 붐을 타고 이세돌 같은 버추얼 가수가 잇달아 등장해 가요계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하이브·SM·JYP·YG 등 4대 기획사가 메타버스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면서 미래 아이돌이 뛸 발판을 키우는 이유다.

이세돌 데뷔곡, 벅스·가온 차트 1위

에스파(aespa) 멤버와 그들의 가상현실 아바타 '아이'. [사진 SM]

이세돌은 유명 게임 유튜버인 ‘우왁굳’이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6인조 걸그룹이다. 지난해 8월 결성해 같은 해 12월 디지털 싱글 ‘리와인드’(RE:WIND)로 데뷔했다. 웬만한 ‘사람 신인 아이돌’은 진입조차 힘든 멜론 차트에서 36위, 벅스 1위, 가온 차트 다운로드 부문 1위 등의 기록을 세웠다. 뮤직비디오 영상 조회 수는 580만회를 넘어섰다.

이세돌 멤버들은 가상 인물은 아니다. 대중에 공개하는 모습만 메타버스 속 캐릭터일 뿐, 목소리와 성격은 실재 인물의 정체성 그대로다. 즉, 가상 비주얼 뒤엔 주인공(본캐)이 있다. ‘얼굴 없는’ 가수 또는 요즘 예능에서 유행하는 ‘부캐(부캐릭터)’에 가깝다. 특이한 점은 작곡, 편곡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는 해당 분야를 잘 아는 팬이 제작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마치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처럼 사용자가 아이돌을 자발적으로 키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팬심’과 소유욕이 남다르다.

하이브·네이버 손잡고 ‘위버스 2.0’ 출범

엔터4사의 메타버스·NFT 주요사업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기업도 아닌 개인의 메타버스 K팝 아이돌 성공은 이 시장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성장 가능성에 힘입어 엔터업계에서도 일찌감치 메타버스와 대체불가토큰(NFT)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하이브는 지난달 주주서한에서 “올해 위버스 플랫폼 고도화와 게임·스토리·NFT 사업에서의 팬 경험 확대 또한 실체로 증명해 보이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올해 안으로 네이버 ‘V라이브’와 통합한 팬 플랫폼 ‘위버스 2.0’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위버스는 팬들과 스타가 직간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팬플랫폼은 메타버스의 일종으로 하이브는 이를 온라인 상점(위버스숍)과 연동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SM과 JYP는 지난해 상장한 자회사 디어유의 ‘버블’을 통해 아티스트 메시징 서비스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디어유는 마치 내가 좋아하는 스타와 1:1로 메시지를 나누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JYP, 하이브, YG 3사 모두 최근 네이버Z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도 투자했다.

위버스 매출 3년 만에 20배 성장  

BTS가 팬과 소통하는 팬 플랫폼 '위버스'. [사진 위버스 캡처]

지난 2월 공개된 하이브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지식재산권(IP), 라이선싱과 플랫폼 사업 등 아티스트의 간접참여형 매출이 전체의 58.3%를 차지했다. 이는 음원, 공연, 광고 같은 직접참여형매출(41.7%)을 앞지른 성적이다. 아티스트가 현실 세계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올리는 소득보다 그를 모델로 한 캐릭터나 아바타가 가상의 공간에서 버는 금액이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계열사별 매출을 보면 하이브 본사는 2021년 54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메타버스 중심 계열사인 위버스컴퍼니의 매출은 2587억원이었다. 위버스가 하이브의 절반 수준으로 자란 것이다. 속도는 더 놀랍다. 위버스 매출은 2018년에는 144억원에 불과했는데 3년 만에 20배 가까이 불어났다.

SM과 JYP의 메타버스 플랫폼 디어유(버블)은 지난해 매출 400억 원, 영업이익은 132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위버스보다 규모는 작지만, 전년 대비 매출이 206% 오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시장은 2024년까지 연 10%씩 성장해 약 3000억달러(약 376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같은 기간 음원 시장 성장률(4%)을 두배 넘게 웃도는 속도다. 오프라인과 메타버스 플랫폼을 결 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콘서트는 공연 시장의 마진율을 48%에서 63%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송범용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터사가 메타버스 플랫폼 내 유의미한 매출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보유 아티스트 라인업과 모객력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메타버스와 결합한 콘서트와 가상 굿즈 판매 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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